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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입형 이어폰 시장의 고급화 경쟁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예전에는 개인맞춤형이 아닌 범용 하우징을 사용하는 삽입형 이어폰은 내부 공간의 제약으로 인하여 BA 드라이버 최대 탑재 개수가 4개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세계적인 BA유닛 전문 제조업체인 놀즈(Knowles)에서 1유닛에 2드라이버를 내장하는 이어폰용 BA(Balanced Armature) 유닛을 속속 선보이기 시작하였다. 그에 따라 이어폰에 탑재할 수 있는 유닛의 수는 그대로이되 드라이버의 총 개수가 점점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 멀티 드라이버 탑재 기술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는 메이커가 바로 웨스톤(Westone)이다. 뮤지션용 IEM(In-Ear-Monitor) 이어폰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웨스톤은, IEM 이어폰 시장에서 다른 회사들의 제품보다 더 많은 드라이버를 탑재한 이어폰을 항상 한 발 빠르게 출시하곤 했다.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용 모델인 W60을 통해 기어이 범용 삽입형 이어폰에서 6드라이버를 탑재하기에 이르렀다. 그에 발맞춰, 전문가용 라인업인 UM Pro 시리즈도 UM Pro 50을 통하여 5드라이버 탑재 모델을 비슷한 시기에 선보였다.
 
 
 
UM Pro 50은 자사의 개인맞춤형 플래그쉽 IEM인 ES50 모델을 범용화 하여 개발되었다. 또한 모든 웨스턴 제품 중의 최고임을 뜻하는 ‘시그니처(Signature)’ 시리즈를 런칭하면서, 그 시그니처 시리즈의 첫 번째 제품으로 이 UM Pro 50의 이름을 올렸다. 그런 만큼 웨스톤의 입장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플래그쉽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유닛 구성은 5개의 BA 드라이버를 사용한 3웨이 구성을 채용하였다. 저/중/고역에 각 몇 개의 드라이버를 사용하였는지는 공식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지만, 반투명 하우징을 통해 속을 들여다보면 저음에 1유닛, 중음과 고음에 각각 2개의 드라이버가 통합된 1유닛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일반적으로 IEM 이어폰들이 저음 유닛의 개수를 늘리는 것에 주력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꽤나 독특한 구성이다. 더군다나 웨스톤의 소리 성향이 기본적으로 저음 중심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필자가 2014년 1월에 리뷰했던 W40과의 주요한 차이점은 역시 디자인이다. W40의 경우 일반 소비자를 겨냥하여 분리형 플레이트와 같이 스타일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UM Pro 50은 IEM으로써는 다분히 정석적으로, 귀에 장착했을 경우 최대한 덜 눈에 띄도록 반투명 하우징 및 검은색 케이블을 채용하였다. 요즘은 무대 모니터링용 이어폰을 사용하는 뮤지션들이 각자가 사용하는 이어폰의 스타일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패션의 한 요소로 표현하곤 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이렇게 눈에 덜 띄는 디자인이 선호된다.

 

분리형 케이블은 웨스톤의 다른 이어폰들과 마찬가지로 MMCX 단자를 사용한다. 케이블은 전체적으로 트위스트 피복을 적용하여 터치노이즈가 적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W40은 아이폰용 리모트 케이블이 추가 제공되는 것에 비해 UM Pro 50은 리모트 케이블이 제공되지 않는다. 이런 점들에서 W시리즈와 UM시리즈의 지향점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케이블 이외의 구성물품은 W40과 동일하다. 기본 제공 이어팁은 1단 실리콘 이어팁 5종 및 실리콘 폼 이어팁 5종으로 무려 10종에 달한다. 다양한 구경과 길이의 10종의 이어팁을 제공하여 사용자 맞춤형 이어폰으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그리고 이어폰의 휴대를 위한 미니 모니터 ‘금고’ 라는 이름을 가진 플라스틱 방수 하드케이스를 제공한다. 케이스 테두리의 안쪽에 고무 패킹이 둘러져 있어 케이스를 닫으면 방수까지 될 정도로 완전 밀폐가 되는 고품질의 케이스이다.
 
 
 
UM Pro 50은 전문가 타겟의 UM 시리즈에 속하는 제품이니만큼, 그 소리 역시 무대 모니터링용 이어폰의 지극히 전통적인 특성을 따르고 있다. 그런 전문가용 IEM의 일반적인 특성이 바로 중고역이 억제된 V자형 음색이다. 음악 감상을 위한 음색 튜닝은 기본적으로 3kHz를 중심으로 한 중고역을 증가시켜, 스피커에서 듣는 것과 유사한 소리를 헤드폰 및 이어폰에서 재현하도록 사람의 청각 특성에 맞게 조정한다(확산음장등화, Diffuse-Field Equalization). 그에 비해 전문가용 IEM의 경우에는, 주파수응답을 계측해 보면 순수한 주파수응답은 저역에서 고역에 이르기까지 마치 모니터 스피커와 유사한 평탄한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더미헤드 측정 과정에서는 3kHz를 중심으로 한 중고역을 차감하는 확산음장보정을 거치므로, 모니터링용 IEM의 최종적인 주파수응답 결과물은 보통 V자형 음색이 된다.
 

 
드라이버가 총 5개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UM Pro 50은 여타 웨스톤의 IEM 이어폰들과 유사한 음색 특징을 그대로 공유한다. 웨스톤의 전반적인 소리 성향이 원래가 자극적인 요소를 최소화한 부드러운 소리인데, UM Pro 50은 그러한 웨스톤 특유의 성향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래서 어떠한 음악을 듣더라도 소리를 왜곡시키는 자극적인 피크나 음의 정보를 누락시키는 과다한 딥을 느낄 수 없다. 전문가용 IEM 이어폰들은 즐거운 소리가 아닌 정확한 소리를 추구해야 하기에, 주파수응답 상의 불필요한 왜곡은 없을수록 유리하다.

5개의 드라이버 중에 중음 및 고음용으로 총 4개의 드라이버를 할당하였음에도, UM Pro 50 역시 여타 웨스톤 이어폰들과 마찬가지로 음역대 밸런스의 중심이 저역에 위치해 있다. 저음용 드라이버가 하나이지만, 반투명한 하우징을 통해 보이는 내부 모습으로는 나머지 4개의 드라이버를 모두 합친 것 보다 저음용 드라이버 하나의 크기가 훨씬 크다. 그렇게 대형 BA 유닛을 사용하였기에, 1개의 유닛으로도 초저역에 이르기까지 묵직하고 웅장한 저음을 풍성하게 뽑아낸다.
 
주파수응답의 밸런스가 저역 쪽으로 많이 치우쳐져 있어, 아웃도어에서의 음악 감상에서는 나쁘지 않은 밸런스이지만 인도어에서는 저역이 다소 과하게 들린다. UM Pro 50과 같은 IEM 이어폰은 기본적으로 아웃도어에서의 사용을 전제로 하는 만큼 이러한 튜닝이 정석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10kHz 이상의 초고역이 제거된 웨스톤 특유의 튜닝 역시 동일하여, 안 그래도 저역의 양감이 많은 편인데 전자음이 많은 음악의 감상에 있어서 고음의 위가 막혀있는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쉽다.

 

전문가용 IEM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UM Pro 50 역시 지극히 중립적인 음장감을 들려준다. 보컬이나 멜로니 악기의 소리가 앞으로 나오면서 입체적인 음장감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 보컬을 비롯한 음악 내의 모든 음원들이 동일한 거리에서 들려오는 듯한 ‘분석적’인 소리다. 이런 분석적인 모니터링 특성이 ‘음악 감상’에 적합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한편으로는 음악 감상의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는 이어폰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성이기도 하다. 뮤지션들이 사용하는 이어폰들과 같은 소리를 즐기고자 하는 매니아 성향의 애호가들에게는 도리어 환영받는 특성이다. (사실 이런 얘기는 필자가 전문가용이나 혹은 그에 준하는 IEM 이어폰들을 리뷰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음색 면에서 웨스톤의 다른 이어폰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여도, UM Pro 50의 경우 가만히 들어 보면 다른 하위 모델들에 비해 재생대역 전반에 걸쳐 더욱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이는 드라이버의 개수가 늘어난 만큼 더 많은 수의 드라이버로 전체 주파수응답의 높고 낮은 부분들을 평균화 시키면서 주파수응답의 굴곡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드라이버의 개수가 많을수록 위상중첩과 시간 지연이 많이 발생하기에, 드라이버의 개수가 적은 모델보다 직접음의 명료도는 미묘하게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대신에 각 드라이버들의 미세한 시간 지연에 의해 간접음 효과가 생기면서 결과적으로는 헤드폰 수준의 넓은 공간감을 연출한다. 특히 UM Pro 50의 경우에는 드라이버의 개수가 많은 만큼 공간이 전후좌우 및 위아래 사방으로 보다 더 넓게 퍼지는 느낌을 준다.

 

다수의 드라이버를 사용함에 따르는 명료도 저하는 스펙 상 115dB SPL @ 1mW에 달하는 높은 감도에 의해 발현되는 우수한 해상력이 음악 속의 미세한 소리까지도 잡아내며 전체적인 선명함을 보완해 준다. 또한 높은 감도는 아웃도어에서 출력이 낮은 기기와 같이 사용할 때에 음량을 원활이 확보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대신에 소스기기나 앰프의 자체 화이트노이즈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이런 전문가용 IEM들은 -100dB 이하로 충분히 낮은 노이즈레벨을 가진 기기를 요구한다.
 

 
멀티웨이 이어폰이라면 드라이버 별로 주파수응답 범위를 분배하기 위한 패시브 크로스오버 회로의 탑재로 인하여, 주파수응답 대역에 대한 임피던스의 변동폭이 필연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UM Pro 50의 경우엔 전체적으로 22Ω 정도의 임피던스를 기본으로 하면서 640Hz에서 54Ω, 6.4kHz에서 44Ω 정도로 두 지점에서 가파른 임피던스 피크 특성을 보인다. 피크가 두 곳에서 발생하는 이유는 3웨이 패시브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탑재하여 주파수 재생 대역을 전체적으로 3등분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출시된 UM 시리즈들에 비해 임피던스 변동폭이 줄어든 편이긴 하지만, 여전히 임피던스 변동폭이 크므로 출력 임피던스가 높은 기기와 매칭 시 주파수응답의 변화가 발생한다. 피크 주파수가 모두 청감상 피크 발생 시 부정적인 영향이 큰 위치이기에 출력 임피던스가 낮은 기기와의 매칭이 더 좋게 느껴진다.

  
 
UM Pro 50은 5개의 드라이버를 탑재한 상징성뿐만 아니라 웨스톤 고유의 색깔을 더욱 강화하여, 자사의 시그니처 시리즈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이어폰이다. 단순히 드라이버 개수가 많다고 무조건 좋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웨스톤의 경우에는 자사의 기본 소리 성향은 모든 모델에서 유지하되 드라이버 개수에 따른 음질적 차등을 미묘하게 잘 설정하는 노하우를 보여주는 메이커이다. 그리고 요즘 헤드파이 유저들 사이에서는 ‘듀서 개수가 많아지면 콘서트홀이 된다’는 우스개소리가 유행하고 있는데, UM Pro 50은 그 얘기가 단순히 농담이 아님을 보여주는 이어폰이기도 하다.

 
좋은점
아웃도어에 최적화된 중립적인 소리
초저음까지 묵직하게 뽑아주는 풍성한 저역
사방으로 넓게 퍼지는 공간감
높은 감도에 따른 우수한 해상력 및 원활한 볼륨확보
이어팁 10종 및 고품질 하드케이스 제공
 
아쉬운점
크게 억제된 초고역
다소 흐리게 들리는 음상
변동폭이 매우 큰 임피던스 특성
음악 감상용으로써는 과도한 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