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시스템
이번에 소개할 "시스템 소개"는 한마디로 대박이다. 그동안 잡지나 인터넷 등을 통하여 소개되었던 매니아 탐방 등 시스템 소개등을 통해서 많은 오디오 시스템들이 소개되었지만 아마 이정도의 물량과 규모는 가히 역대 최고가 아닐까 싶다. 이 집에 있는 시스템을 다 내어놓으면 용산에 샵 몇개는 거뜬히 차릴 수(?) 있는 규모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야말로 어마어마 하다.
오늘 소개할 시스템의 주인공은 정도용 님의 시스템이다. 이정도면 애호가라기보다는 매니아, 아니 매니악(Maniac)이란 표현도 가능할 정도의 현장이다. 오디오가 취미를 넘어 숙명 내지는 업보로까지 느껴지는 것은 오늘의 주인공이 바로 "헤밍웨이" 케이블 제작자라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순한 취미가 취미로 끝나지 않고 운명처럼 제작자로서의 열정까지 이어지는 스토리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우선 오디오 라이프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에 집안 구석구석까지 가득 메우고 있는 오디오 기기들을 담아보았다. 100평이 훨씬 넘는 빌라가 너무 좁아서(?) 시스템을 제대로 세팅하지 못한다는 하소연을 들으며 찍어본 사진들이다.
거실에 놓여진 시스템. 아방가르드의 거함 트리오 혼형 스피커와, 피셔 앤 피셔 돌스피커와
이소폰 아라바가 부메스터, 쟈디스 등과 조합되어 있다.
별도의 리스닝 룸에 있는 시스템.
윌슨오디오 알렉산드리아 XLF, 골드문트 풀 에필로그 스피커와 비올라 프리파워,
DCS 스카를라티, FM Acoustics, 볼더, 마크레빈슨, 와디아, 다인오디오 프리/파워 등
그야말로 열거하기 힘들정도의 초하이엔드 시스템이 집결해있다.
개개 가격도 다들 억이 넘어가는 거함급이라는 것이 더욱 놀랍다.
와트퍼피 5.1, 아카펠라 이온트위터와 일본 파이오니어의 하이엔드 브랜드 TAD의 TSM1 스피커,
오래간만에 보는 첼로 퍼포먼스 파워앰프와 오디오수트 프리앰프가
거실 입구쪽에 세팅되어 있다.
ALTEC A7용 9844a 케이스에 806 우퍼, 811B 혼을 장착한 CARMEL 스피커와 TAD 제, 우드 혼
빈티지 명기 JBL Paragon D44000 의 위용.
상태가 너무 완벽해 깜짝 놀랄정도이다. 이정도의 상태면 가격 산정이 어려울 정도..
세간에 그에 대한 평은 “숨은 고수”다. 그동안 일절 얼굴을 바깥에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다 긴다하는 실력자들이 대부분 정사장의 집을 방문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많은 제품을 섭렵하고 그도 모자라 직접 헤밍웨이 케이블까지 제작하는지는 잘 모른다.
우로부터 SONICS의 PASSION 스피커, FISCHER & FISCHER SN/SL1000,
AVANTGARD Trio, ISOPHON Arabba 스피커가 나열 되어 있다.
Jadis JA200 진공관 모노럴 파워 앰프를 위시하여 CHORD SPM1400E, T+A V10 인티,
BURMESTER 레퍼런스 808 프리, 909파워, 069 CDP,970 DAC
Goldmund, Mimesis 2 프리, Telos100 모노럴 파워앰프 들이 파트너가 되주고 있다.
아방가르드 트리오 베이스혼의 위용.
아이러니 하게도 TV스탠드도 겸용을 하고 있다.
거실에 있는 관계로 가족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해서 모두 웃을 수 있었다.
대체 시스템 합계 가격을 얼마로 상정해야 할까? 또 그간 섭렵한 기기들의 이력이나 숱하게 거쳐간 케이블에 다다르면 골치가 아파온다. 어쨌든 부딪혀보자. 대체 무슨 사연으로 여기에 이르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선 언제부터 오디오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시죠.
C : 본격적으로 오디오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중학생 무렵입니다. 부친께서 피셔 진공관 리시버 앰프에 굿맨 스피커를 들이셨거든요. 원래 클래식 애호가였던 부친의 영향인지, 조금씩 음악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 광석 라디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광석 라디오라고 아시나요?
Burmester, 069 CDP, 970 DAC
예전에 많이 썼죠. 아주 간단한 구조로 기억하는데요.
C : 맞습니다. 다이오드, 코일, 코어 하나씩에 리시버를 더하면 전원 공급이 없어도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노 구성이므로, 이어폰으로 한쪽 귀를 통해 듣는 식이죠. 단, 안테나 역할을 하는 도체가 필요한데, 처음에는 철사를 이용했습니다. 점차 길이를 늘이자 소리가 명료해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수도꼭지에도 연결해보고, 나중에는 집안에 늘어선 전선을 이용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주택 사정이 열악한지라, 전선이 벽 밖으로 나와 있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중 하나를 까서 연결해보니 소리가 무척 좋더군요.
아하, 흥미로운 발견입니다.
C : 그래서 다른 선도 까서 연결해봤습니다. 어느 날은 플러스쪽이 소리가 좋고, 또 다른 날엔 마이너스쪽 소리가 좋고 했습니다. 그럼 클립으로 두 선이 붙지 않게 조절해서 한꺼번에 연결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 클립이 틀어지면서 그만 합선, 집에 전기 공급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부친께서 왜 그랬냐 묻길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직접 이어폰으로 소리까지 확인시켰더니 더 이상 말씀하지 않으시더군요. (웃음)
CHORD, SPM1400E 파워앰프
오디오 애호가로서의 자질이 벌써부터 엿보입니다.
C : 하긴 그때 다이오드나 코일을 교체하면 소리가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또 이어폰에 대해서도 궁금해서 이것저것 사다가 분해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결론이 나오던가요?
C : 당시 크리스탈 이어폰이 제일 음이 좋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뜯어서 보니 진동판이 크고, 알루미늄 재질이었습니다. 다른 것은 양철판 같은 것을 떨리게 하는 구조로 만들었더군요. 당연히 시끄럽고, 날릴 수밖에요.
Burmester, 909와 Meridian Media Source 600
그러면서 점차 오디오에 관심을 가졌군요.
C : 당시 부친께서 쓰시던 시스템은 사실 외관은 볼 품 없었습니다. 오히려 친구들 집에 가면 시스템 컴포넌트라고 해서, 보기에 좋은 오디오가 눈을 사로잡았죠. 집에 와서 우리도 저런 것 사자고 해도 부친께서 웃기만 하셨습니다. 실제로 음을 들어보니 우리집이 훨씬 나았죠. 그래도 왠지 아쉬움이 남더군요.
70년대만 해도 집집마다 오디오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들였습니다. 우리나라 오디오의 황금기라 할 만하죠. 그 시절이 그립군요. 그럼 고교에 와서도 오디오에 열중했나요?
C : 아무래도 대입이라는 큰 과제가 있으니 시간을 낼 수 없더군요. 오히려 그때부터 오페라를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Jadis JA200 진공관 모노럴 파워 앰프
대개 팝송이나 록에 빠질 때 오페라라뇨?
C : 집에 부친께서 소장한 오페라 테잎이 꽤 많았습니다. 공부할 때 음악을 틀어놓게 되는데, 그때 팝이나 록을 틀면 부친께서 그런 음악 들으며 공부가 되냐 나무라셨습니다. 하지만 오페라엔 아무 말씀이 없었죠. 또 오페라를 듣다 보니 나름대로 공부에 집중이 되었고요.
공부를 꽤 잘하셨던 모양입니다.
C : 아, 그렇지는 않습니다. (웃음) 어쨌든 전공을 수학으로 해서 대학에 들어갔는데,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습니다. 당시엔 참 싸고 좋은 공연이 많았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는 시스템이 아니었으니, 무조건 공연장에 가서 기다리다 보면 싼 표가 걸리곤 했죠. 1만원 정도면 얼마든지 멋진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T+A V10 인티
그 시절에 자주 듣던 음악이 있다면요?
C : 공연은 주로 소편성을 많이 다녔습니다. 이쪽이 저렴했으니까요. 집에서 듣는 것으로 치면 역시 오페라. 특히 푸치니를 좋아했는데, 나중에 바그너를 알게 되었습니다. <로엔그린>만 지금까지 500회 정도 전곡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와, 대단하군요. 그때 쓰던 시스템을 소개해줄 수 있을까요?
C : 마침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자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전공이 수학이다 보니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아서 제 손으로 오디오를 구할 수 있었죠. 처음 산 게 산수이에서 나온 3000이라는 리시버입니다. 이것은 다른 메이커보다 훨씬 쌌지만, 소리는 좋았습니다. 거기에 빗살 무늬로 커버를 입힌 켄우드 스피커에 턴테이블은 국산 천일사 것을 쓰다가 나중에 가라드에서 나온 제로 100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Burmester, 808 프리
이미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오디오 애호가의 길을 걸었군요.
C : 그런 셈이죠. 나중에 지하실 단칸방에 살면서도 스피커는 385 유닛이 들어간 오토그래프를 쓰고, 이 연구소의 진공관 앰프를 물리고, 파이오니아의 릴 데크를 쓰고 했으니까요.
하긴 그때 제가 아는 몇몇 분들도 단칸방 월세에 살면서 시스템은 어느 부자 못지 않은 것을 운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분들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C : 이후 군대를 갔다 와서 27살 때부터 통신 관련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2년 후 결혼을 해서 방 두 개짜리 신혼집에 들어가게 되죠. 하지만 바꿈질 병은 오히려 더 심해졌습니다. 1주일에 한 번씩은 뭔가가 끊임없이 바뀌었으니까요.
예, 상상이 갑니다.
C : 그러다 집을 옮기기 위해 1천만원 정도 모아서 계약을 한 일이 있습니다. 그 때 운명처럼 탄노이의 FSM이 나온 겁니다. 당시 탄노이라면 죽고 못살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벌써부터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요.
C : 그때 탄노이가 6~700만원 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아덴을 150만원 정도에 팔고 뭐 어쩌고 저쩌고 하면 대충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덜컹 스피커부터 사버렸습니다. 그런데 세상 일이 뭐 그렇게 쉽게 돌아가나요? 아덴이 팔리지 않고, 여기저기 펑크가 나면서 결국 이사를 취소하고 말았죠.
이혼당하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겠군요.
C : 그렇죠.
Viola Spirito 레퍼런스 프리, BravoⅡ 파워앰프, 볼더 2050 모노럴 파워앰프,
dCS 플래그쉽, Scarlatti 트랜스포트, DAC, 모노럴클럭 풀세트
그럼 스피커는 쭉 탄노이로 갔습니까?
C : 한동안 탄노이에 몰두하다가 보니 점차 물리더군요. 그래서 EV로 바꿔보고, 나중엔 JBL 4343을 시작으로 한동안 바꿈질을 하다가 결국 평판형 스피커에 다다랐습니다. 거대한 크렐 앰프를 물려서 듣는 이런 쪽 스피커의 매력은 또 다른 경지라 한동안 탐닉했죠.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하이엔드의 세계에 들어온 셈이군요.
C : 그렇죠. 그리고 수많은 바꿈질이 뒤따랐죠. 와트 퍼피에 쓰레숄드 사서 물려 들으면서 눈을 떴다고 할까요? 기존 빈티지 제품들은 소리의 색채나 음색이 좋지만 내용이 허한 반면, 이쪽 하이엔드는 내용이 꽉 차있다고 할까요? 특히 정보량 면에서 압도적이었죠. 덕분에 당시 한다하는 하이엔드는 거의 다 섭렵했습니다.
EV(Electro Voice)의 Patrician 4
그런데 지금 보니 EV나 패러곤같은 빈티지 스피커도 보입니다. 이것은 무슨 이유인가요?
C : 한동안 하이엔드에 몰두하다가 90년대 후반에 와서 갑자기 빈티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단, 이번에는 스피커만이고, 앰프나 소스는 하이엔드를 유지했습니다. 아무래도 빈티지만이 갖고 있는 포근함에 끌렸다고 할까요?
약간 변칙이긴 하지만, 그쪽은 그쪽대로 흥미있죠.
C : 예. 덕분에 더 패트리션, 패트리션4, 알텍 라구나, 알텍 820, A5, 바이타복스 CN191, 젠센 610, 패러곤 등이 들락거렸습니다. 그러다 한술 더 떠서 2000년대에 들어와 독일 빈티지까지 손대게 됩니다.
ALTEC A7용 9844a 케이스에 806 우퍼, 811B 혼을 장착한 CARMEL 스피커와 TAD 제, 우드 혼
거의 중증 환자 수준입니다. 왜 독일 빈티지에 관심을 갖게 되셨죠?
C : 우연히 어느 애호가 댁에서 텔레푼켄 085를 들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바흐의 칸타타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이 스피커로 들으니 굉장히 쌉쌀한 맛이 나는 거였습니다. 밀도가 있으면서도 약간 건조하고 또 깔끔한 맛이라고 할까요?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 싫군요.
C : (웃음) 덕분에 독일 빈티지도 한동안 몰두했습니다. 특히 EMT에서 나온 085라는 스피커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제품이었죠. 우퍼가 4발이 들어간 인클로저 위에 트위터가 20개 정도 박힌 지구본같은 고음부가 별도로 설치된 모델입니다.
Wadia 931 디지털 컨트롤러 & 921 모노럴 디코더
그런데 독일 빈티지를 치우고 다시 하이엔드로 오셨죠?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C : 독일 빈티지는 기본적으로 성악이나 오페라는 좋은데, 나머지 음악 장르엔 문제가 많더군요. 또 제대로 된 장비가 없어서 항상 고치다가 내보내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하이엔드로 가야겠다 결심하고는 골드문트의 아폴로그를 구했죠. 이 스피커가 마음에 들어 나중에 에필로그까지 구입하게 되었고요. 윌슨 오디오의 그랜드 슬램도 즐겨 듣다가 이번에 알렉산드리아 신형으로 교체했고, 그밖에 아발론 오시리스 등 대형기들을 주로 섭렵했습니다.
Mark Levinson 30.6 레퍼런스 DAC, 전용 외장 전원부 PLS-330 & 31.5 트랜스 포트.
우측의 Viger Indian Signature T.T 과 함께 어루러져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운드의 묘한 대조를 이룬다.
지금 보니 무슨 오디오 숍에 온 것처럼 스피커며 앰프가 산더미입니다. 왜 이렇게 기기가 많은지 궁금하군요.
C : 저는 A라는 스피커가 있다고 치면, 그 제품의 좋은 면만 기억합니다. 나쁜 게 더 많아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거죠. 그러다 B라는 제품을 들이게 되면, 또 그것의 좋은 면만 보게 되고요. 물론 A와 B를 비교한 후 한쪽을 팔아도 되지만, 그냥 미적미적하다가 갖고 있게 되는 식이죠.
FM ACOUSTICS FM 266 프리, 711 스테레오 파워앰프
그럼 이 많은 스피커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이 있다면 뭘까요?
C : 개인적으로는 TAD를 제일 좋아합니다. 혼 타입의 장점이 있고, 약간 거칠지만 시원한 느낌이 드는 드라이버의 성능도 우수하고, 그러면서 어느 정도의 온기도 갖고 있습니다. 사실 TAD를 들이기 전까지는 웨스트레이크의 TM3F라는 모델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TAD와 비슷한 구성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것을 위아래 두 개를 포개서 가상 동축형 스타일로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소리가 워낙 좋았던 탓에 TAD에 애착을 갖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설의 명기로 취급받고 있는 FM ACOUSTICS 801A 프로용 앰프
이렇게 교체를 자주 하다 보면 뭔가 남들이 알 수 없는 점을 깨닫는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C : 예전에 에필로그를 쓸 때입니다. 기본적으로 잘 만든 스피커인데, 소리의 이탈감이 부족하더군요. 그냥 스피커 안에 갇혀있는 음이 나왔습니다. 그 전신인 아폴로그는 너무 쏟아져서 문제였는데, 이것은 정반대더군요. 그래서 살펴보다가 배플에 붙어있는 스폰지를 다 뜯어냈습니다. 이런 방식은 맞지 않다고 생각되었거든요. 과연, 그러자 소리가 시원스럽게 터지더군요. 이렇게 튜닝하는데 1년을 보냈습니다. 지금 최신형 에필로그를 보니 역시 스폰지가 없더군요. (웃음)
지금 시스템을 보니 피셔 & 피셔에서 나온, 이른바 돌덩이 스피커가 보입니다. 상당히 희귀한 모델인데, 구입하게 된 동기가 있는지요?
C : 이 제품은 케이블을 체크할 때 아주 유용합니다. 무척 정직한 제품이라, 롤 오프가 있는 케이블을 걸면 그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헤밍웨이를 튜닝할 때 큰 덕을 보기도 했습니다.
다인오디오의 메머드 프리앰프 Arbiter
케이블 제작자로서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오디오 애호가 한 분이 저희집에 놀러왔습니다. 오자마자 거실에 설치된 피셔 & 피셔의 스피커를 보더니 혀를 끌끌 차더군요. 대체 저게 제대로 울리겠냐는 것을 타박했습니다. 하지만 부메스터의 909 파워로 무척이나 여유있고, 기품있게 소리가 나오자, 그는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왜냐하면 똑같은 스피커를 다른 애호가는 두 대의 909로도 힘겹게 구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참, 정사장 집에 오면 뭐에 홀린 것 같다니까.”
이때 제가 제안을 했죠. 바로 T+A에서 만든 진공관 인티로도 울려볼 수 있다는 했습니다. 그 분이 "아무리 당신이 고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겠냐? 좋다, 그럼 10만원 내기하자," 라고 제안이 나왔고, 그렇게 해서 승부가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승자는 저였죠. 헤밍웨이 케이블을 사용을 하면 구동이 안되는 시스템도 모두 구동이 됩니다. (웃음)
테스트를 위한 헤밍웨이 케이블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당연히(?) 모든 시스템은 헤밍웨이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다.
물론 비교청취를 위해 각 메이커별 플래그쉽 하이엔드 케이블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V.Y.G.E.R의 Indian Signature 턴테이블
집안 곳곳에 빼곡히 정리돼 있어 구체적인 장수를 파악하기도 힘든 LP 콜렉션
첼로 퍼포먼스 파워앰프와 오디오수트 프리앰프
아무튼 오디오 이야기를 하다보면 책 한권 분량이 모자랄 것같은 예상이 드는군요. 제가 여태껏 탐방기를 쓰면서 이렇게 많은 분량은 처음인데, 그럼에도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 부분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일단 여기서 끝내야겠습니다. 아무튼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 : 네. 감사합니다.
이 종학 (Johnny 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