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us3] 가장 좋은 레코딩은 자연스러운 음향을 표방하는 것
가장 좋은 레코딩은 자연스러운 음향을 표방하는 것 인터뷰어 최정훈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오디오가이(Audioguy)라는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는 최정훈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만나게 되어서 무척이나 반갑고 설렙니다. 우선 한국의 오디오파일들에게 Opus3 Records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Opus3는 1976년 가을, 저와 요한슨이라는 분에 의해 탄생되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또한 레코딩하는 과정과 기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사실 Opus3가 탄생되기 10여 년 전부터 엔지니어로서도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때는 프로는 아니었습니다. 직접 음반사를 만들어서 레코딩을 하게 된 계기는 음악을 듣던 곳에서 마치 연주하는 곳에 바로 있는 듯한 느낌을 재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이 교회이든 재즈클럽이든 콘서트홀이든 자연스럽고 현장감 있는 사운드를 녹음해서 재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느낌과 더불어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변함없이 들을 수 있는 양질의 음악과 음향이 담긴 음반을 만든다는 철학으로 클래식, 재즈는 물론이고 블루스에서 록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반들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음반 제작과 녹음에 있어서의 가장 큰 목표는 사람의 목소리, 그리고 악기들을 가능한 한 얼마나 자연스럽고 정확한 소리로 재현하느냐에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가능케 하기 위해 저는 아주 좋고 자연스러운 앰비언스(음장감)를 가진 레코딩 환경을 선택하는 것에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2000년을 기점으로 우리만의 스튜디오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튜디오가 생긴 다음부터는 어쿠스틱, 음악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일렉트리컬 악기들도 녹음하고 음반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래 하이파이 오디오 비즈니스를 하시다가 프로 레코딩 엔지니어나 레이블을 운영하게 된 건 어떤 이유에서였는지요? 1992년까지 Opus3 레코드는 일종의 심각한 취미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공부도 많이 하고 거의 풀타임으로 레이블에 모든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 편입니다. 저는 음반녹음과 제작 외에도 오랫동안 하이파이 오디오 역시 사랑해왔었는데, 18년 동안 영국 하이파이 브랜드인 쿼드의 스웨덴 디스트리뷰터를 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 전에 그만두었습니다. 불법 다운로딩과 CD 카피들, 그리고 아무렇게나 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지니지 못한 채로 음원 파일들을 공유하는 현실에서 레이블과 레코딩에 100% 전념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레코딩과 레이블 작업을 하는 것이 너무도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낙소스 레이블과 오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낙소스 레이블에서 제작하는 음반들을 제가 레코딩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메인 직업은 Opus3 레코드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레이블과 타 레이블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떠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Opus3를 처음 창립할 때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철학이 있습니다. 바로 ‘하이파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녹음한다는 것입니다. 과거 많은 스튜디오들은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마이크는 아무거나 쓰면 어때. 나중에 믹스에서 고치면 돼' 하는 식의 생각들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최상의 소리로 녹음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음반을 만드는 데에 있어 아주 중요하고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로 듣는 것과 같은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소리를 음반에 담아낼 수가 없어요. 녹음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마이크들은 매우 섬세해서 마치 인간들처럼 반응합니다. 어떤 마이크들을 어떤 상황과 환경에 맞추어 적절히 선택하는 것은 좋은 소리를 음반에 담아내는 데에 있어서 극도로 중요한 일입니다. 녹음 장소가 교회건 재즈클럽이건 콘서트홀이건 말이죠. 또한 마이크의 신호를 녹음할 수 있는, 라인레벨로 증폭하는 마이크 프리앰프의 선택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레코딩하거나 믹싱할 때 전기에 관계된 것들은 언제나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극도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맞이할지 미리 예측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제가 기술적인 파라미터 가운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악기가 내는 ‘트랜지언트 어택(transient attack)’입니다. 스테레오가 막 나왔던 ‘하이 피델리티’의 초기 시절부터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수많은 프로듀서와 레코딩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논의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또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 실질적인 이해를 제시한 것은 좀처럼 찾기가 어렵습니다. ‘트랜지언트’는 모든 악기가 가지는 정체성(캐릭터, 음색)과 타이밍에 관한 부분들을 담고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트랜지언트가 신중하게 제대로 녹음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색소폰이든 바이올린이든 기타든 레코딩은 실제로 나오는 오리지널 사운드처럼 사실적으로 들리지 않고 우리가 악기들로부터 경험했던 감동과 느낌들은 손상될 것입니다. 오히려 현재 일반적인 스튜디오와 팝음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믹싱 작업은 하이파이적인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아서 한가지 색을 선택하는 것은 믹싱에서 한가지 악기에 변형을 가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마치 한가지 색을 선택해서 그림을 그리지만 그 색은 나머지 전체의 그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과 같은 이야기지요. 믹싱도 마찬가지입니다. 믹싱 작업이라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하든 다르게 할 수 있거든요. 결국에 CD로 발매하기 전에는 선택을 해야 하지만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녹음에서 좋은 사운드를 얻을 수 있는 결정적인 도구인 당신의 마이크와 녹음 방법이 궁금합니다. 저는 AKG나 RCA 등의 빈티지 마이크들과 스웨덴에 있는 저의 절친한 친구이자 마이크 제작자인 투레손(Mr. Thuresson)이 만든 마이크를 녹음 때 항상 사용하고 있습니다. 투레손은 교수이며 학자로, 본인이 만든 마이크의 마케팅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정말 놀라운 소리를 들려주는 마이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작은 마이크 제조회사들은 직접 마이크 캡슐을 만들지 않고, 노이만이나 AKG 같은 회사에서 캡슐을 구입해서 마이크를 제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는 캡슐마저 스스로 만듭니다. 이건 마이크에 있어서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투레손 마이크는 다른 마이크들에 비해 진동판의 두께가 1/3정도 밖에 되질 않습니다. 이로 인해서 훨씬 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할 수 있으며 다른 마이크들에 비해서 더욱 투명하고 선명한 사운드를 캡처할 수 있답니다. 다만 이 마이크로 인해서 어떠한 개성이나 캐릭터가 개입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투레손은 그런 종류의 마이크는 아닙니다.
하지만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있는 그대로의 사운드를 구현하고 싶다면 지구상에서 이것보다 더 좋은 마이크는 찾기 힘들 거예요. 심지어 조지 메센버그(주 : 전설적인 레코딩 엔지니어이자 프로음향기기 제작자로 유명한 엔지니어)도 이 마이크를 들어보고는 이런 마이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어요.. 그와 그의 스튜디오에 있던 엔지니어들도 함께 들어본 뒤, 또 계측기의 파라미터를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지요. 모든 주파수가 제 자리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굉장히 플랫하고 투명한, 그리고 또 조용한(신호 대 잡음비) 마이크라고 극찬했답니다. 이 소문은 북미 레코딩 엔지니어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 나갔죠.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노이만 마이크 또한 아주 조용한 마이크지만 고역이 조금 부족하고 20kHz에 플랫, 고정되어 있어. 근데 에어사운드는 어디 있는 것이지?” 이 얘기가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시는 분은 아실 것입니다. 기존의 수많은 마이크들은 소리가 아주 제한적이지요. 하지만 투레손 마이크로 녹음을 하면 우리가 듣고 있는 모든 것이 그대로 녹음됩니다. 때로는 드럼 녹음에는 너무 날카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마이크 포지션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마이크 세팅에 관한 문제이지요.
당신의 음반들을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모든 소리가 사실적으로 뛰어났지만 저는 특히나 콘트라베이스 사운드가 아주 좋더군요. 당신의 음반들에서 이러한 베이스 사운드는 어떠한 방법으로 만들어내셨습니까. 그리고 레코딩시 메인 마이크로 AKG C24와 트루손의 스테레오 마이크로폰을 번갈아가면서 사용하시는 것 같은데, 이 두 마이크들은 어떤 경우에 사용되고 있는지요? 저는 콘트라베이스를 녹음할 때 악기의 브리지에 아주 가깝게 설치합니다. 대부분 이렇게 악기에 가깝게 마이크를 설치하면 ‘근접효과’로 인해서 중저역이 올라가서 소리가 탁해지는데요. 저는 특유의 이퀄라이저 커브를 개발해서 450Hz부터 아주 낮은 슬로프 특성으로 콘트라베이스의 저역을 커트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강력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베이스, 그러면서도 부밍이 없는 소리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지요. 투레손의 마이크가 제작되기 전에는 AKG를 메인으로 사용했습니다. 스튜디오 레코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20년 정도 된 듯합니다. AKG C24는 아마 1977년경에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마이크는 몇 년 정도 지나 생산이 중단됐고, 그 뒤로 AKG THE TUBE라는 마이크를 사용했습니다. 지금은 드럼 녹음에 주로 AKG C24를 사용하고 투레손 마이크는 색소폰, 피아노, 더블베이스 등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컬 녹음에는 AKG C12VR을 주로 사용합니다. 이 두 마이크는 비슷한 점이 있지만, AKG는 주파수 특성이 투레손에 비해 플랫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좀 더 노이즈가 있는 편이고요. 현재 투레손은 스튜디오 보컬을 위한 마이크를 개발 중에 있어요. 캡슐의 제작 방식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구요. 보이스에 따라 특성을 변형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마이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트레손 마이크는 보컬에 너무 가깝게 설치해서 녹음할 때 너무 날카롭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좀 거리를 둔 클래시컬 합창 같은 때에 사용하면 트레손은 아주 좋은 결과를 보장합니다. 오랜 시간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당신이 만드는 멋진 소리가 담긴 음반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얀 에릭 페르손(Jan-Eric Persson)과 Opus3 1976 Opus3 Records 창립. 1979 LP 마스터링 포함 커팅룸 AB(SACD 스테레오와 서라운드 포함 모든 마스터링을 담당하던 스튜디오)에서 2년간 근무. 1983 Opus3의 첫 번째 앨범 Test Record 1 1996 유럽 최초 HDCD 첫 번째 앨범 <20주년 기념 축하 음반 20th Anniversary Celebration Disc> 발매 1999 LP 생산 재계, 지금은 180그램 HQ vinyl. 현재 10개의 타이틀을 보존. 2000 북유럽 최초 SACD 발매. 첫 번째 앨범은 에릭 빕 2001 제한된 2채널 레코딩에서 탈피, 8채널 고해상도 디지털 레코딩으로 전환. 이 시점부터 모든 레코드는 서라운드 사운드로 제작. 첫 번째 앨범은 Global Percussion Network 2002 스웨덴의 피테오(Pitea) 음악 고등학교에서 스튜디오 레코딩과 서라운드 레코딩에 대한 고급 과정 강의 시작. 2003 Swedish Golden Microphone award에서 스웨덴 최고의 녹음 엔지니어 부분 수상. 2004 레코딩 스튜디오로 옮기고 8-16채널 녹음으로 전환. 2006 스웨덴 최고의 공간음향 전문가 Lennard Nilsson에 의해 제작된 스튜디오 준비. 2007 진보된 기술의 DAW를 사용한 작업 시작, 하지만 철저히 아날로그 도메인으로 제작. 2008 34년간 Opus3 레코드를 운영하며 헌신적인 노력과 새롭고 발전된 사운드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스웨덴 HIFI상 수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