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최근에 1월에는 캘리포니아에 머문다. 특히 로스 앤젤리스(이하 LA)가 좋다. 1월 중순쯤 되면 대낮엔 반팔로 다녀도 될 정도다. 약간 건조하기는 하지만 쾌적한 공기와 푸른 하늘, 널찍한 도로, 개방적인 도시 분위기 등, LA가 가진 매력은 이루 다 설명할 수 없다. 특히, 웨스턴 지역에 밀집한 숱한 한국 음식점들을 만나면 대체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알쏭달쏭할 때도 있다.

미국은 상당히 거대하다. 땅도 넓고, 인종도 다양하고, 기본 스케일도 크다. 그래서 하나의 단일 국가의 이미지로 판단하기 보다는 최소한 동부와 서부 정도로 나눠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예의를 중시하고, 유럽의 전통에 충실한 동부와 달리, 서부로 말하면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Wild Wild West), 솔직히 건 맨과 카우보이와 황금 사냥꾼 등의 기운이 남아있다. 동부는 동부대로, 서부는 서부대로 흥미로운 것이 바로 이런 대조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정확히 LA가 성장한 시기는 이른바 태평양 전쟁 무렵으로, 이 시기에 다량의 군수 물자를 생산하고 또 보관하는 역할을 함에 따라 대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특히,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한국전쟁이 이쪽에선 엄청난 특수로 작용했다. 거기에 아시아 지역에서 잇달아 벌어진 각종 내전과 전쟁이 어우러져, 그 경기를 타고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할 수 있던 것이다.

덕분에 음악으로 말하면, 동부 못지 않게 서부에도 다채로운 시설과 기반이 탄탄한 편이다. 재즈만 해도 한국전 시기에 붐 타운이 된 덕분에 이른바 웨스트 코스트 재즈가 나왔는데, 이 장르가 재미있다. 주로 백인 연주자들이 중심이 되어 다소 클래시컬하고, 고고한 재즈를 연주했던 것이다. 나도 이런 음악을 몹시 좋아해서 쳇 베이커, 게리 멀리건, 버드 생크, 아트 페퍼 등 CD 랙에 고이 모셔둔 뮤지션들이 많다.

아무튼 이런 이지 고잉한 분위기는 그대로 팝 음악으로 연결되어, 이른바 캐피톨 (Capitol) 레코드로 대변되는, 다양한 백인 크루너들의 향연을 꽃피웠다. 나중에 비치 보이스, 이글스, 린다 론스태트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출몰한 배경에는 최소한 2차 대전부터 축적된 다양한 음악적 실험과 성과가 있는 셈이다.

또 이 지역의 장점은, 이른바 하이테크와 IT 산업이 발달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캘리포니아의 이미지는 주로 농사나 관광업에 치중할 것도 같은데, 이런 분야 역시 놀랍도록 발전되어 있다. 그러므로 하이엔드 오디오를 제조하는 데에 나름대로 탄탄한 밑바탕이 깔려있는 셈이다.

 

이번에 방문한 VTL이라는 회사는 다소 독특하다. 제품의 외관이나 성능도 그렇지만, 라이프 패턴도 우리와는 좀 다른 편이다. 이를테면 이 회사를 주재하는 류크 맨리 (Luke Manley)씨와 그의 아내는 매 주말마다 비행기를 탄다. 공장과 집이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이렇게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 거리를 대충 계산해보면 서울에서 제주도 정도라고 할까? 아무리 운전을 좋아해도 매 주말마다 그 거리를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아예 집을 팔고 공장 근처로 오지 않냐 싶지만, 이 부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이들이 사는 곳은 샌 프란시스코 인근으로, 풍광이 좋고, 인텔리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이런 곳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며 사업이나 설계에 관계된 구상을 하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자택에도 최고의 하이엔드 제품이 설치되어 있어서 오히려 여기서 진지하게 자사의 신제품을 듣곤 한다.

 

반면 공장이 있는 지역은 LA에서도 내륙으로 좀 들어간 곳으로, 정확히는 샌 버나디노 카운티에 속한 치노(Chino)라는 도시다. 카운티는 우리의 시에 해당하고, 시는 우리의 구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이 치노라는 지역은, 첨단 산업이 발달해서 각종 부품이나 PCB 등을 만드는 곳이 많고 또 숙련공도 넘쳐난다. 따라서 LA 지역에서 진공관 앰프를 만든다고 하면 이 지역이 안성맞춤인 것이다.

그런데 류크에게 들은 이야기로, 자기처럼 치노에서 공장을 운영하면서 샌 프란시스코에 집이 있는 분이 있다고 하는데, 그 분은 매일 비행기로 출퇴근한다고 한다. 세상에. 무슨 스튜어디스도 아니고, 매일 두 시간씩 비행기라니! 참, 미국은 땅이 넒다 보니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VTL의 방문은 CES가 끝난 다음 주의 수요일에 이뤄졌다. 이 정도가 되면, VTL쪽도 쇼와 관계된 제품들을 모두 회수하고, 대충 정비를 끝낸 시점이다. 방문 당일엔 내가 머물고 있는 LA의 한인 타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대중 교통 수단이 없어서, 한인 택시를 이용했다. 저렴하고, 쾌적하고 또 안전해서, 가고 오는데 꽤 유용했다.

 

한편 당시 나는 독감에 걸려서 콜록콜록하던 터라, VTL 식구들이 걱정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날따라 한여름처럼 햇살이 강렬하고 또 따뜻해서 휴식 시간마다 밖에 나가서 볕을 쐬었다. 사실 감기에 가장 즉효약은 햇살이다. 여기서 얻는 뜨끈뜨끈한 기운은 콧물을 말리고, 몸살을 떨치는데 최고다. 덕분에 이번 방문 때엔 취재도 하고, 치료도 병행한 꼴이 되었는데, 이래저래 쏠쏠했다.

아무튼 이 지역을 직접 가보고,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주변의 분위기를 감지하면서 느낀 것은 바로 VTL의 최대 강점이다. 그것은 바로 “편리함”이다. 무슨 편리함인가? 사용할 때 편하고, 조정할 때 편하고, 스피커와 매칭할 때 편하다. 이런 편리함은 전반적으로 미국산 하이엔드에 공통된 사항이기도 하지만, 진공관을 이용한 대출력 앰프라는 컨셉을 갖고 있는 VTL에선 더할 나위없는 강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VTL은 리모콘으로 조정이 된다. 진공관 앰프 중에 리모콘을 쓰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VTL은 이런 편리함을 제공한다. 또 다양한 옵션이 있어서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튜닝할 수 있다. 게다가 오토 바이어스 기능까지 있어서 파워 앰프로 말하면 껐다 켰다 하는 것만 신경쓰면 된다.

 

물론 이런 편리함을 얻기 위해 그간 행한 숱한 시행착오는 그리 녹록치 않다. 어떤 기능 하나를 추가할 경우 음이 변하거나 설계가 바뀌는 일이 즐비하고, 다른 기능과 배치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소비자에게 최고의 쾌적함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오늘날의 VTL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얼마 전에 방한한 류크 맨리씨와 인터뷰를 행하면서 VTL의 최신 소식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VTL이 어떤 회사고, 어떤 역사를 갖고 있으며,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소개된 바가 없으므로, 이 부분은 맨리씨와 인터뷰를 통해 점검해보겠다. 중간에 그의 부인이자 파트너인 비아 램(Bea Lam)씨가 돕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편의상 LM으로 통일해서 표기하겠다.

 

-이렇게 직접 공장에서 뵈니 무척 반갑습니다. 예전 홍콩 오디오 쇼에서 했던 약속이 이제야 실현이 되었군요.

LM : 언제든 환영입니다. (웃음)

LM : 사실 저는 1970년대에 남아공에서 보냈습니다. 가족이 그곳에서 살았기 때문이죠. 이때 이미 납땜이나 진공관 회로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부친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당시 부친께서는 스튜디오 장비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내구성이 뛰어나면서 리얼한 음을 내는 앰프를 만들 수 있을까 늘 고심했습니다. 그러다가 답은 진공관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린 후, 1980년대에 영국에 건너가서 창업을 합니다. 이때 부친은 아주 심플한 회로를 개발해서 이를 제품화시켰고, 그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LM : 이후 1986년에 로드 아일랜드로 옮겼다가, 87년에 지금의 치노에 왔습니다. 그리고 VTL이라는 상호명을 채택하게 된 것이죠.

LM : 그렇습니다. 이때 부친의 주요 설계 방침은 크게 3가지로 요약이 됩니다. 첫째는 병렬로 설계한 인풋단, 둘째는 거대한 캐패시터를 장착한 솔리드 스테이트 방식의 파워 서플라이 그리고 셋째가 광대역을 커버하는 출력 트랜스포머의 장착입니다. 즉, 솔리드 스테이트 전원부와 심플한 진공관 회로의 결합입니다. 그 방침은 지금도 변함이 없답니다. 처음 회사를 만들 때부터 우리는 어딘지 모르게 부드럽고 회고적인 느낌이 나는 음을 만들 생각이 없었습니다. 풍부하고 단단한 중저역에 기분좋게 열린 고역을 재생하려고 노력했죠.

LM : 1993년경에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합니다. 당시 제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때만 해도 부친께선 맨리 랩이라는 이름으로 스튜디오 장비를 만들면서 그 한편으로 VTL이란 브랜드로 하이파이 유저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설계와 프로덕션 모두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였죠. 그런데 갑자기 2트랙 녹음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바이탈(ViTaL)이라는 음반 회사까지 차렸습니다. 게다가 기타용 앰프까지 제조하자고 하시더군요. 저로서는 두 개의 사업 분야도 힘들 지경인데 음반사에 악기까지 도저히 커버할 수가 없었죠. 기본적으로 저는 프로용 제품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결국 장시간 논의 끝에 회사를 둘로 쪼개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종업원을 비롯 부품 하나에 이르기까지 정확히 반반씩 나눠서 저는 VTL을, 나머지는 부친께서 갖는 것으로 정리했답니다.

 

-정리가 되기는 했어도, 메인 디자이너를 잃은 상태라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으리라 짐작됩니다만.

LM : 그렇죠. 최고의 디자이너 중 한 명을 잃었으니까요. 심지어 그 분과 경쟁까지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웃음) 그러나 저는 기본적으로 한 명의 설계자가 제품의 모든 부분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능한 엔지니어를 모아서 분업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LM : 기본적으로 저희는 약 다섯 명 정도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진공관 전문부터 FET와 파워 서플라이 담당, 컨트롤 회로 및 소프트 웨어 설계, PC 보드 전문 등, 제품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적절히 분배해서 최고의 기술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죠.

LM : 그렇죠. 그래서 얻은 이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리모콘을 보죠. 1990년대 초만 해도 리모콘을 단 진공관 앰프는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음질 열화가 큰 문제였죠. 저는 이런 부분을 개선하면서 차근차근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토 바이어스만 해도 개발에만 10년이 걸렸답니다. 절대로 음질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었죠. 또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경우, 실제로 음질 향상의 효과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진공관이 최적의 상태에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LM : 사실 90년대 초만 해도, 미국에서 진공관 앰프라고 하면 오디오 리서치가 워낙 압도적이었습니다. 저희같은 신생 브랜드가 달려 들어봤자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LM : 그래서 저는 전략을 바꿨습니다. 미국 내의 딜러를 포섭할 때, 주로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와 최신식 스피커 등을 취급하는 쪽에 집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럴 경우, 마크 레빈슨이나 크렐같은 앰프와 연결된 윌슨 오디오의 음을 듣다 싫증이 나거나 뭐 다른 대안을 찾을 때, VTL이 좋은 답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또 저희 제품은 진공관 앰프지만 실제로 잔고장이 나거나 바이어스를 조정하는 등, 일체의 귀찮은 일이 전혀 필요 없으니 이런 쪽 유저와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거의 신의 한 수와 같은 발상의 전환입니다. 여기서 잠깐 부인 소개를 해주시죠. 아무래도 지금의 VTL이 성립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LM : 제 아내 자랑같아서 뭐하지만, 실제로 제게 큰 도움을 줬습니다. 원래 중국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다 10살 무렵, 이웃집 오빠한테 릴 테잎에 녹음된 클래식을 듣고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그 이후 오디오 팬이 된 것이죠.

LM : 네. 그러다 18살 때 미국에 오게 됩니다. 코넬 대학에서 전기 공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죠. 그리고 졸업 후 휴렛 패카드에서 소프트 웨어 프로젝트 매니저를 담당하면서 샌 프란시스코에 오게 된 겁니다.

LM : 그렇게 거창하진 않답니다. 당시 제가 사는 서니베일에 아내도 살았습니다. 그 지역에 있는 오디오 숍에서 세미나를 할 일이 있어서 갔는데, 제 아내도 당시 VTL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미나에 오게 되고,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된 것이죠. 아무튼 그게 인연이 되어, 직접 그녀의 집을 방문해서 신제품을 설치해주고, 파워의 바이어스를 조정하는 사이 친하게 되어버린 것이죠.

LM :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끝내고, 점심 식사를 한 후, 본격적인 공장 탐방에 나섰다. 사실 많은 하이엔드 회사들처럼 VTL도 소규모 정예 부대로 이뤄져 있다. 전체 인원은 약 25명 정도인데, 이중 R&D 파트에 류크를 포함한 5명이 있고, 나머지가 프로덕션과 마케팅쪽에 포진해 있다. 전세계 70여 개국을 상대하는 회사치고는 작은 편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리 작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아무튼 이런 회사들의 엔벤토리 관리 및 프로덕션 시스템은 우리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변의 좋은 여건을 활용해서 적절히 OEM을 줘가면서 제품의 퀄리티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비법은 이런 회사가 살아남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 이제 천천히 공장을 둘러보기로 하자.

 

 

VTL이 소재한 지역이다. 치노라는 지역은 일종의 산업 지대로, 다양한 공장과 기업이 밀집해있다. GE라던가 콘 트레인(Kone Crane) 등의 공장이 근방에 있는데, 거대한 크레인이나 도로 청소 차를 만드는 등 해비 인더스트리가 많다. 그에 따른 다양한 OEM 회사들이 산재해서 VTL 입장에서는 외부에 용역을 주기가 수월하다. 따라서 본사 자체는 R&D, 어셈블리 등에 집중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입구가 나온다. 낡은 피아노가 놓여 있는 모습이 이색적.

 

 

이른바 “스탁 룸”(Stock Room)을 보는 것으로 투어가 시작되었다. 우리로 치면 자재실 정도라고나 할까?

 

 

생산에 들어가는 아주 자잘한 부품까지도 모두 넘버링을 해놨다. 이것은 컴퓨터에 기록되어 어느 정도의 재고가 있는지, 어디 가서 찾아야 하는지 파악하기 쉽게 정리한 것으로, IT 출신인 비아 램씨의 작품이다. 소프트 웨어 설계와 같은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다.

 

스탁 룸에서 발견한 PCB. 꼼꼼하게 처리되어 내구성을 높인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동사의 플래그쉽 파워인 지그프리드에 들어가는 PCB. 워낙 막강한 구동력과 존재감을 과시하는 지그프리드인지라, 이 PCB에도 그런 포스가 담겨 있는 것같다.

 

 

각종 캐패시터를 모아놓은 곳. 당연히 여러 종류를 쓰고 있고, 구입 날짜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꼼꼼한 정리가 필요하리라. 실제로 캐패시터마다 음색이나 퀄리티가 달라서, 이런 부분만 따로 떼어놓고 듣는 테스트를 많이 한다고 한다.

 

 

저항을 모아놓은 곳으로, 그중 꽤 이름이 높은 캐독 저항이 눈길을 끈다.

 

 

각종 부품에 관한 자세한 기록이 담겨있는 페이퍼. 일종의 부품 이력서라고나 할까? 정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점이 놀랍다. 이렇게 해야 생산뿐 아니라 AS에서도 효과적으로 부품 선별을 할 수 있다고. 특히, 내구성을 각각 체크한 대목이 인상적으로, 이런 스탁 관리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느꼈다.

 

 

스탁 룸에서 발견한 메탈 계열의 부품들. 섀시에 들어가는 것들로, 실제 만져보니 표면 처리가 매끄럽고 또 무거워서 깊은 신뢰를 갖게 한다. 인근 공장에 주문해서 납품받는다고 한다.

 

 

 
각종 트랜스류. 진공관 앰프 회사답게 종류가 다양한데 모두 특주품이라고 한다. 사실 하이 퀄리티를 추구하는 메이커용 트랜스는 회사마다 독자적으로 주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 새로운 설계로 트랜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특주는 필수 사항이다.

 

 

대용량 콘덴서로, 니폰 케미콘사의 제품이다. 보기만 해도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VTL에 쓰이는 모든 부품은 100% 엄정한 점검을 거쳐 제품에 사용된다. 그 과정에서 꼼꼼한 선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작은 부품에도 예외없이 하나하나 체크가 이뤄지고 있다. 하긴 이런 부분까지 점검하지 않으면 원하는 퀄리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컴퓨터에 담긴 부품 관련 소프트 웨어. 비아 램씨의 작품으로, 특정 부품을 치면 다양한 정보가 나온다. 언제 몇 개를 사고 가격은 얼마였는지 모든 사항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일종의 파트 ID (Part ID), 그러니까 부품 ID라고나 할까? 이것은 비단 부품뿐 아니라 트랜스, 메탈 등 모든 컴포넌트에 해당한다.

 

 

 
이제부터는 프로덕션 파트다. 이쪽은 컴포넌트와 솔더링 사이드로 나뉜다. 컴포넌트는 부품을 선별해서 PCB에 배치하는 쪽이고, 솔더링은 그 부붐들을 배선해서 납땜하는 쪽이다. 우선 PCB에 배선을 하는 쪽을 가봤다. 큰 부품을 삽입시킨 PCB의 밑판에 서로 부품을 연결시키는 것으로, 숙련된 납땜 실력이 필요하다. 케이블의 색깔을 달리해 구분해 놓은 점이 눈길을 끈다.

 

 

이런 작업은 감으로 하는 게 절대 아니고, 일종의 설계도가 있다. 그것을 보고 하나씩 배선을 하는 것인데,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런 일은 여성이 해도 좋은데, 오랜 기간 이런 일을 해온 분만의 내공이 느껴졌다.

 

 

여기는 메카니칼 어셈블리 파트. 완성된 PCB를 섀시에 넣는 공정이다. 물론 여기서 모든 제작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1차로 완성된 제품에 결선 처리하는 과정. 즉, 다양한 입출력 단자와 볼륨, 셀렉터, 스위치 단자 등에 메인 PCB를 연결하는 것이다. 당연히 제품 전체의 컨셉과 설계를 이해하는 분만이 이런 일을 담당할 수 있다.

 

 

 

이번에 취재한 것은 엔트리급 레벨인데도, 많은 분들의 손길을 타는, 매우 복잡한 공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잠시 구석을 보니, 다양한 케이블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색깔이 다르다. 하긴 이렇게 구분해놔야 실제 제작 과정에서 혼선이 줄어들 것이다.

 

 

이래서 완성된 TL 7.5 시리즈3의 모습. 페이퍼를 보면, 여러 개로 과정을 나눠서 해당 작업이 이뤄지면 체크하는 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해당 제품의 레드북이라고 할까? 각 부문별로 상세하게 사진을 찍어서 직원이 혹 헷갈릴 경우에 대비했다. 정말 빈틈이 없구나 새삼 감탄했다.

 

 

여기는 테스팅하는 곳. 완성된 PCB에 전원을 걸어 1차로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단 눈으로 확인하고, 보드, 진공관, 트랜스 등 주요 파트를 다 체크한다.

 

 

 
진공관을 체크하는 지역이다. 이렇게 종류별로 다르게 해서 꽂아놓고 일일이 점검하는 과정을 거친다.

 

 

완성된 제품을 테스트하는 곳. 당연히 노련한 직원이 이 부분을 담당한다. 그가 안된다고 하면 절대로 출하되지 못한다. 여기서는 오디오 프리시전의 기기가 동원되어 다양한 항목을 점검하게 된다.

 

 

이 테스트에 어떤 항목들을 점검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테스트 시트”(Test Sheet). 하나하나 O.K. 사인을 받아야 최종 승인이 난다.

 

이 대목에서 히타치에서 나오는 오실로스코프가 눈에 띠었다. 이것은 프리퀀스 테스트용으로, 일정하게 직선으로 그려진 리스폰스가 나와야 한다.

 

 

 
코스메틱이라고 부르는 공정. 전면 패널을 잘 조립해서 보기 좋게 상품으로의 매력을 높여야 한다.

 

 

진공관 앰프뿐 아니라 모든 전자 제품에 필요한 “번 인”(Burn In) 과정. 전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120V와 240V로 나눠서 24시간 통전시킨다.

 

 

전압 조정기. 0~280V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리스닝 테스트. 기본적으로 소리가 나는지, 험은 없는지, 노이즈가 들리는지 기타 여러 사항을 체크하는 곳이다. 류크의 부친인 데이빗 맨리씨가 제작한 스피커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전기적인 안정성을 체크하는 곳이다. ROD-L 전자에서 만든 계측기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는 트랜스만을 테스트하는 곳. 직접 류크가 시범을 보여줬다. 커다란 궤짝 안에 트랜스를 넣고 통전시키는 가운데, 그 앞에 마이크를 설치해 노이즈가 얼마나 나는지 점검한다. 너무 웅 하는 소리가 크면 당연히 퇴짜를 놓는다.

 

 

진공관 앰프에서 트랜스는 필수지만, 동시에 노이즈와 진동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를 당연히 밀봉 처리하고, 고무를 판에 발라서 진동을 흡수하는 등, 다양한 대응책이 마련된다.

 

 

한편 진동 흡수를 위해 쓰이는 고무는 특수한 재질로 제조되었다. 기본적으로 흰색 및 회색 컬러가 쓰이는 바, 이 두 개의 통을 사는데 무려 600불이나 든다. 부품 단가 중 제일 비싼 축에 속한다.

 

 

이렇게 대략의 팩토리 투어를 마쳤다. 사실 VTL은 “메이드 인 U.S.A."의 상표를 달고 있으며, 대출력 파워를 자랑한다.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것이 큰 미덕인데, 여기에 와서 그 이유를 알았다. 프로덕션의 전 부문에 걸쳐 원가 절감을 하되, 최상의 퀄리티를 추구한다는 확고한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아이디어가 들어갔는지 충분히 상상이 된다. 그러므로 전세계 VTL 사용자들은 정말 이 부분에 깊이 감사해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