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Krell 의 로고가 멋지게 디자인된 명함을 받아드니, 소위 감회가 남다르다. 사실, 가전회사도 아니고 미국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의 부사장을 만날 일은 그리 흔치가 않기 때문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말이다. 그것은 마치 내가 애용해 마지 않는 만년필의 펜촉을 한 세대 이상 만들어온 인물과 직접 대면하는, 그런 멋진 이벤트와도 유사한 감흥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어 : 오승영

인터뷰이 : 피터 맥케이(Peter Mackay)

 

Peter: 음악 소리가 들리는데 괜찮겠어요?

 

Peter: 네, CES는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잠을 자러 방에 갈 때 외에는 거의 부스에서 살았습니다. 특히 신제품 앰프 라인업을 제대로 소개할 수 있었어요.

Peter: 맞습니다.

 

 

▲ Krell i-Bias 기술이 탑재된 신 모델들

 

Peter: 어디봅시다… 크렐이 설립된 지가 80년대입니다.

Peter: 맞아요. 크렐은 아시아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어요. 한국, 일본, 홍콩, 중국, 그리고 싱가폴도 큰 시장이구요. 베트남엔 딜러가 활동한 지 10년이 되구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도 막강하지요. 

Peter: 동감이에요(웃음).

Peter: 에볼루션 시리즈를 전후해서 크렐의 사운드품질에는 많은 발전이 있었어요.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면, MRA와 KPS25se 등이 소개된 이후에 저희 제작팀은 CAST 기술, 전류 부하 토폴로지(current load toplogy) 등의 개발에 착수했죠. 에볼루션 파워앰프와 프리앰프, EV505 같은 제품들이 그 결과로 생겨난 첫 번째 성과들이었는데, 온전히 전류 설계에 기반해서 제작된 제품들입니다. 사실 이런 부분이 진정한 크렐의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과거의 크렐은 유명세와 다이나믹스 등으로 알려져왔지만, 오늘 소개할 ‘선형적 특성’(linearity)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오디오파일들은 그런 걸 더 원하지 않겠어요? 요란스럽고 푸짐한 소리 말고 말입니다.

1980년으로 기억되는데, 밴쿠버에서 크렐 신제품을 발표할 때였어요. 저도 하이엔드 오디오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죠. 새로 나온 크렐앰프가 있었는데 소리가 정말 다이나믹하고 파워도 대단했었지만 무엇보다 소리의 품질이 뛰어나서 일부 오디오파일들은 난리가 났었어요. 왜냐하면 스피커가 아포지 어느 모델이었는데 이 스피커를 제대로 드라이브하는 유일한 앰프였기 때문이죠. 당시에 오디오파일 사이에서 이 스피커의 인기 또한 최고였거든요. 크렐의 앰프로 드라이브한 이 스피커에서 이들을 흥분시키는 소리가 흘러나왔던 거죠. 이 때부터 거의 매년마다 품질을 개선한 신제품들을 기획했어요.

 

크렐의 소리에는 일종의 테마 같은 것(시그너춰)이 있었어요. 에볼루션 시리즈도 이런 영향을 받은 결과라 할 수 있는데, 좀더 본연에 충실한 사운드, 좀더 오디오파일 스타일 사운드, 깨끗한 사운드, 그리고 스테이지를 표현하는 데 자신의 개성을 덜 개입시키도록 한 사운드 등을 포인트로 했습니다. 아이 바이어스 앰프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건, 눈 앞에 없는 듯한 시스템입니다. 앰프가 스피커를 완벽히 정교하게 드라이브하지만, 어느 음악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개입시키지 않는 거죠. 그게 우리의 성과였어요. 우리가 개발한 최선의 상태로서 시스템이 존재감이 없이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Peter: 음… 그건 오해예요. 우리는 큰 그림을 그려왔고, 오랜 동안 여러 환경들과 경쟁해왔어요. 소스는 어느 시스템에서나 중요한 요소라는 걸 알잖아요. 예를 들면 이런 스피커가 제 소리를 내려면, 파워앰프-프리앰프-소스기기 모두 제대로 서포트를 해줘야 하죠. 그래야 최상의 소리가 나니까요. 크렐은 디지털 회사에 대해 연구를 해서 괜찮은 회사를 인수했구요. 그래서 오디오파일들을 위한 풀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죠. 오디오파일보다는 열혈 음악애호가 - 저는 크렐의 팬들을 이렇게 부르는 게 더 좋아요. 시간을 내서 앉아서 진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죠. 아이패드나 이런 걸 들고 돌아다니면서 음악 듣는 사람들 말구요(웃음). 

Peter: 우리가 이 사업을 시작한 지 34년 됐어요. 초기의 크렐 팬들은 문자 그대로 사라져가고 있구요. 그때가 1981년이었는데 지금 저희 단골 중의 하나가 그러더군요. 당시에 7살이었다고(웃음). 우리는 생존해서 지속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합니다. 아까 말했지만 크렐의 디자인과 만듦새, 기술 등의 가치, 그리고 회사의 오랜 전통 등에 투자할 수 있는 모든 신구(新舊) 열혈 음악애호가들이 우리의 그룹입니다.

 

그들은 KSA-100를 중단시키는 일을 원하지도 않고 EV900를 구매하고 아이바이어스 시리즈 앰프들를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사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크렐이 하는 일에 충성도가 높고 이 회사의 혁신활동에 대한 이해가 높습니다. 꼭 오디오파일이 아니어도 돼요. 우리는 마켓트렌드를 쫓아다니고 연구하고, 푸짐한 외부 히트싱크나 열이 펄펄 나지도 않는 작은 제품에 대해서도 시장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려 합니다.

 

하지만 제품의 외관이 변해도 오랜 동안 변치 않는 건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내부 디자인입니다. 이 내적인 설계정신은 절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크렐의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어요. 한 명의 예외가 있긴 하지만… 30년간 말이지요. 재미있는 사실은 오랜 시간 동안 시장에서의 기대에 못 미치는 일만 없다면 메이저 회사들의 경우 회사는 직원들을, 직원들은 회사를, 그리고 그들이 디자인한 제품들을 믿고 갈 수 있습니다.

Peter: 크라이슬러를 보세요. 아이아코카가 회사를 떠난 후에도 회사는 흩어지지 않고 여전히 잘 움직이고 있잖아요.

 

Peter: 맞습니다.

 

 

-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라고 해야 할까요. 크렐의 최근 제품들은 자주 바뀌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느낌인지 모르지만, 제가 크렐의 신제품에 겨우 익숙해질 쯤 되면 벌써 신제품이 나오더라구요.

Peter: 크렐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보통 4년에서 6년 사이입니다. 아까 잘 얘기하셨듯이 우리에게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꽤 많은 제품들이 있는데, 신제품 라인업을 보면 일부 기능들을 서로 합쳤어요. 예를 들어 이전 3개의 프리앰프 중에서 현재는 2개, 전에 8개 파워 앰프 중에서 현재는 6개가 있지요. 사용자들이 ‘나는 이게 마음에 들어요’라고 선택을 할 수 있을만한 패키지를 구상했어요. 프리앰프-파워앰프-디지털기기 패키지로 했을 때 가격이 합리적이도록 했구요. 에볼루션 시리즈는 FPB시리즈의 포맷을 따르고 있는데, FPB가 종류가 많았었잖아요? 그 중에서 중복이 되는 카테고리들은 병합시켰습니다.

 

Peter: 아주 고맙습니다.

Peter: 에… 그러니까. (아이바이어스 제품은)고전적인 크렐의 디자인과 새로운 트렌드를 합친 산업디자인이죠.

 

▲ Krell의 구모델 KSA-250

 

 

Peter: 아, 제가 말하는 예전 제품은 중앙에 전원부 캔을 둔 디자인(Centered Cap)들을 말합니다. FPB나 KSA시리즈들이 대표적이죠. 아이바이어스는 두 가지 칼라를 사용한 투 톤 - 블랙 + 실버 - 으로 한 번에 마감을 하고 있죠. 신제품을 들여다 보면 크렐을 확인할 수 있는 ‘크렐’ 뱃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델이름이나 숫자가 아닌 브랜드 이름으로서의 ‘크렐’입니다.
에볼루션 시리즈들을 보면 크렐 이름이 잘 안 보였죠. 그래서 알아보기 쉽고, 이미지가 잘 부각되도록 했어요.

Peter: 약간의 이전 이미지, 약간의 새로운 이미지가 섞여 있는 거죠.

Peter: 이전의 크렐 사용자들이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애썼어요. 많은 고객들이 불평하기를 왜 제품들을 오래 동안 놔두지 않고 모양을 확 바꿔버리냐고 합니다.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이제 겨우 돈을 모아 에볼루션이나 팬텀을 사려고 했더니 또 다른 모양이 되어버렸잖아요?’라고 말이지요. 모든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워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이게 우리가 가야할 길인 건 분명해요. 여하튼, 아이바이어스 시리즈의 구동방식에 대해서 설명드리지요.

Peter: A클래스 얘기를 잠시 거슬러 올라가 보죠. 에볼루션 -e시리즈는 입력에서 출력에 이르기까지 순 A클래스 방식이었는데, 의도적으로 AB클래스 방식으로 바꾸었어요. 방열을 최소화시키고 히트싱크도 거의 필요하지 않도록 했었죠. 하지만, 신제품 아이바이어스 시리즈는 출력단에 이르기까지 순 A클래스입니다. 바이어스 회로를 최소한의 열만으로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냉각 팬도 도입시켰구요. 이 냉각팬은 몇 년전에 완성한 건데, 크기도 작고 저속으로 회전하도록 앰프에 노이즈 등이 유입되지 않도록 필터를 배치했구요.

 

크렐 고유의 특허등록된 아이바이어스 회로는 스피커에 가해지는 부하에 대해 관여하도록 설계했어요. 이전의 플래토(Plateau) 바이어스 방식을 사용하던 FPB 시리즈 등에서는 그 다음 부하에 대해 예측을 하려 했었지만, 본 아이바이어스 제품부터는 시그널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정교한 순간을 감지해서 클래스 A로 작동합니다. 그러면서도 열을 관리하고 (낮은 온도로)유지합니다. CES 에 출품해서 하루 종일 300와트로 작동시켜도 앰프의 온도는 시원합니다.    

 

 

- 전기요금은 많이 안드나요? 특히 한국의 사용자들은 거기에 관심이 많습니다만…

Peter: 아, 우리는 유럽 표준을 따르고 있어요. 2와트 정도가 소모되는 스탠바이 모드에서는 완전히 차가운 정도구요. 그래서 ‘그린 앰프’라고 했던 -e 시리즈에도 이 방식이 적용되었고, 아이바이어스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Peter: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바이어스 6개 모델들은 모두 같은 레일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똑같은 순 A클래스 방식에 출력을 더 원하면 트랜스와 출력석이 추가되는 상급기를 선택하면 됩니다. 듀오 175를 보면 2개의 전원부로 되어 있는데, 300와트의 출력을 원하면 출력석과 전원부를 하나씩 더 추가하면 됩니다. 동일한 레일과 A 클래스 구조, 그리고 사운드 특성에 파워만 더 추가되는 거죠. 원천적인 이미지와 사운드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말이지요. 홈시어터용 멀티채널 앰프의 경우도 모노블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Peter: 그렇습니다. 다만 설계를 약간 바꾸었는데 최근 대부분의 스피커들은 예전 80년대와 달라서 아포지 같은 스피커처럼 1옴까지 떨어지는 저능률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죠. 요새 1옴까지 떨어지는 스피커가 있는 지 모르겠는데,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스피커들은 능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대부분의 스피커가 4옴, 잘해야 3옴 정도지 2옴 아래로 부하가 걸리는 일은 없을거예요. 그래서 스피커의 대기(부하) 구조를 8옴, 4옴, 최대라 해도 3옴 정도에 대응하도록 설계했습니다.

Peter: 복합적인 구성으로 설계되어서 좀 복잡하죠. A 클래스 방식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에볼루션 시리즈와 비교하자면 가격도 저렴합니다. 전반적인 성능만 얘기하자면 엄청난 스피커 드라이브가 장점입니다. 낮은 대역에서 믿을 수 없는 해상도를 보여주고 중역에서 투명하고 세부묘사가 뛰어납니다. 특히 아이바이어스 제품의 마이크로적인 세부묘사는 놀랍습니다.

 

피터: 빨리 들어보세요. (함께 웃음)

 

 

 

 

Peter: 인공지능(intelligence)을 의미합니다. 스스로 시그널에 반응하기도 하지만, 전체 설계가 인텔리전트 구성으로 되어 있어요. 이 설계는 에볼루션 시리즈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에볼루션 제품의 구성은 프리 드라이브단, 드라이브단, 그리고 증폭 레일로 되어있습니다. 에볼루션 900e의 경우, 드라이브단, 증폭 레일 이외에 두 개의 증폭 레일을 추가해서 900와트 조합을 완성시켰었습니다.

아이바이어스도 이와 유사해요. 프리 드라이브단과 드라이브단을 기초로 해서 증폭 레일을 추가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듀오 300도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대신, 패널 윈도우를 통해서 모델 넘버, 시리얼 넘버 시간 정보 등을  모니터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증폭 레일 설계는 6개 모델의 서로 다른 파워 용량에 대응하도록 제작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텔리전트 동작으로 순 A클래스 바이어스 캘리브레이션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는거죠. 이렇게 해서 아이바이어스가 가능해진 거예요.

 

Peter: 다 좋아해요. 지능(인텔리전스)이 있는 모든 음악이요(웃음). 저는 클래식 광팬이구요. 재즈도 무척 좋아해요. 데이브 홀랜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베이스 주자입니다. 최근엔 짐 홀의 공연을 뉴욕에서 본 적 있는데, 안타깝게도 얼마전에 그가 사망했습니다.

 

Peter: 그리고 브라이언 이노, 로리 앤더슨 같은 아티스트들도 좋아합니다. 이들의 음악은 내면 깊이 생각을 하게 만들거든요. 어떤 때는 이들의 음악이 피상적인 노이즈로 들릴 때가 있는데 듣는 이의 마음을 음악 속으로 침투하게 만들죠. 아무튼 저는 좀 유난스럽죠. 클래식, 재즈, 브라이언 이노, 두비 브라더스… (웃음)까지 좋답니다.

 

Peter: 정확히 그렇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제작팀도 모두 라이브 음악을 즐깁니다. 그들 중에 다수는 연주생활을 했었어요. 그래서 새 제품을 출시할 때면 모든 직원이 다 달려들어요. 그래서 각자의 시청의견을 적어서 제출합니다. 오랜 동안 이렇게 해왔어요.

 

피터: 이런… 하하하(함박 웃음).

 

 

 

 

Peter: (다소 차분하고 단호하게) 나는 여전히 댄(다고스티노)과는 좋은 친구 사이입니다. 제가 처음 크렐에 입사했을 때, 댄과 제가 가까와질 수 있었던 건 둘 다 요리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주말만 되면, 같이 모여서 요리도 하고 음악도 듣고 정말 좋은 시간들이었어요. (목을 가다듬으며) 우리가 항상 지켜온 게 있습니다. 개인적인 것과 일을 구분하는 것이죠. 일을 할 때는 열심히 하고, 개인적으로 만나면 일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것에 대해서만 열중했죠. 댄은 하이엔드 업계에서는 아이콘과 같은 인물이죠. 저는 그를 존경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나를 채용해서 전세계 영업을 맡겼죠. 이게 벌써 16년 전 얘기라니, 하하하(크게 웃음).

정말 유감이었어요. 크렐 직원 중에 단 한 명도 댄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답니다. 그는 30년간 회사를 성공적으로 일구어 왔어요. 그 과정에서 다소간 이 사업에 관여하고 싶어하는 그런 투자자도 끌어왔는데, 그게 좀 커진 것 같아요. 안좋았어요. 아무튼 댄이 자신의 새 회사에서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저는 갈채를 보냈죠. 우리는 전시회에서 마주치게 되죠. 유통상들 중에는 우리 회사의 제품과 댄의 제품을 같이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댄이 우리 제품을 보고 그러더군요. 한 번 들어봐도 돼요? 하하하(함께 웃음). 그러면 제가 댄과 악수를 청하고 얼른 자동차 얘기로 돌립니다. 하하하(함께 웃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오디오와 인연을 맺었는데, 오디오 제품을 친구에게나 매장에 팔기도 했어요. 그러나가 제 매장을 갖게 되었고 그 동안 알게 된 동종업계 사람들을 개업식에 초청했어요. 맛있는 음식과 와인이 있으니 놀러오라고 했죠. 이 업종이 서로 경쟁을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댄과 저의 관계는 늘 그래왔어요. 자기 집에 없는 제품이 있으면 ‘내가 보내줄께요’ 라면서, 나도 그렇게 해도 되죠? 이런 식의 대화가 오고 갔어요. 항상 만나면 음악 얘기로 꽃을 피웠구요… 댄이 회사를 떠난 후에 제작진을 포함한 저희들은 모여서 이렇게 얘기했죠. 이전보다 훨씬 더 좋은 제품, 시장에서 열광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결국 우리는 우리의 애청자들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정말 열성단원들이죠. 우리 거래처 중에 혼다 자동차가 있는데, 차를 타고 키를 돌리면 대쉬보드에 ‘크렐’ 로고가 뜹니다. 이렇게 시장에 브랜드 네임을 홍보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전에 이 업종에서 없던 작업입니다.

 

예전엔 나카미치 제품 마케팅에도 관연한 적 있었는데, 관심거리를 끄집어 내서 알리면 됐었어요. 하지만 최근에 하이엔드 시장이 축소되고 수요가 줄어들고 나서는 사용자층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해졌습니다. 앰프를 예를 들면, 크기도 좀 작아지고 가격도 적당하지만 성능은 여전히 뛰어난 제품이 필요한 거죠. 그리고 여전히 크렐을 추종하는 30년간의 팬들도 안심하고 살 수 있어야 하구요. 그건 일종의 책임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 전진하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댄은 여전히 크렐의 지분소유자인데, 제가 그렇게 말하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서 당신이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하하(웃음).     

우리 제작진들이나 유통업체들 또한 크렐의 팬들이라서 늘 이런 저런 요청을 해요. 자신들의 버킷 리스트라고 하면서 HDMI 입력을 더 많이 달아주구요, 스트리밍 플레이어도 제작해 주세요… 이런 식으로요. 이 사람들 조만간 턴테이블도 만들어 달라고 할 것 같아요. 하하하(웃음). 하지만, 늘 시장의 요구에 집중하고 있어야해요. 만일 우리가 그 일을 게을리 했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어요.

 

1997년에 AV 프로세서를 개발했을 때 전세계 시장에 아직 우리의 존재감은 없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인티앰프도 개발했는데 사람들이 그랬죠. 크렐이 인티앰프를 만들었어? 라구요. 크렐의 역사를 통틀어서 많이 팔지 못한 유일한 품목이 아닐까 싶어요. 시장의 요구가 뭔지 잘 파악해야 해요. 더 많은 기능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들을 담아야 하죠. 새 인티앰프를 출시해서 판매하고 있는 곳에 가봤더니 상담원이 세 개의 아이폰으로 시연을 하고 있더군요. 와이파이 USB 그리고 또 다른 것 까지… 모두 한 가지 기반, 바로 사운드 품질에서 만나게 되는 거죠. 자동화나 기타 잡다한 기술 등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아요. 제품을 개발하면 어떻게든 제 소리가 나면 되는 거예요. 내 차에서도 들을 수 있고 말이지요.

 

Peter: 아쉽지만, 우정과 비지니스는 서로 타협을 하면 안되는 거라서요. 요새도 댄에게 전화를 하면 그렇게 양해를 구합니다. ‘댄! 오 분만 시간을 내줄 수 없을까요’. 하지만, 개인적인 관계를 사업과 관련시키지 않는 건 중요합니다. 댄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다음 주에 내가 전화할께’. 하하하(모두 웃음). 다시 얘기하지만 그의 성공을 축하해주고 싶어요. 크렐의 모든 직원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Peter: 무엇보다도 현재의 한국내 파트너에 대해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크렐의 현재 라인업을 소개하고 정착시키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세일즈, 마케팅 활동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몇 년 전 한국은 매우 큰 시장이었어요. 하이엔드 산업의 축소와 함께 위축되어 있던 이 시장을 거의 ‘회춘’시켰다고 봅니다. 아주 기쁩니다.

 

피터: 스트리밍 플레이어 얘긴가요?

 

피터: 이미 두 차례의 CES에서 스트리밍 디바이스들을 연결하는 제품들을 소개했죠. 이미 출시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요. 우리의 방식은 조금 신중해서 최초가 되려고 애쓰지는 않습니다. 다른 회사들의 선도 제품을 관찰하면서 어떤 문제가 있는 지를 살피다가 더 나은 방식을 선보입니다(웃음).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처음이 되려하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SACD의 예를 들어 봅시다. SACD를 개발한 지 6개월이 지나자 소니는 이 포맷을 포기했더라구요. 우리가 ‘SACD 스탠더드’ 플레이어를 개발했을 때, 소니에 전화를 해서 SACD 타이틀을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달랑 한 장을 보냈더라구요. 샘플러였어요. 그래서 좀더 많은 타이틀을 구하려고 도쿄에 간 적도 있었는데, 조금 있으려니까 미국내에 1,000개 정도의 타이틀이 출시되었더군요. 대략 일본에는 6,000개 정도의 타이틀이 판매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여하튼 무모하게 선도해서 손실이 생기는 일은 우리 방식은 아닙니다. 

 

 

▲ Krell Connect Stream Player

 

 

Peter: 저 또한 좋은 인터뷰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크렐에 한 번 방문해주시면 좋겠네요.

 

 

필자가 알고 있는 가장 전형적인 미국의 회사 중역이라고나 할까? 세련된 매너와 대화를 이끌어가고 멈춰세우는 스킬, 그리고 자사의 제품을 진솔하게 설명해서 크렐의 팬이라는 인터뷰어와 효과적으로 대화를 하는 방식이 몸에 익어 있는 전문가인 부사장 피터 맥케이의 말솜씨가 귓가에 쟁글거린다. 호시절을 거쳐왔을 그에게도 현재의 시장상황은 그리 달갑지 만은 않겠지만, 그의 희망에 넘친 설계를 보며 크렐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다고스티노가 떠난 크렐에 있어 그의 생각과 방식은 향후 크렐의 행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크렐 역사의 절반 정도를 함께 해온, 그리고 앞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크렐과 함께 하게 될 주요 인물과의 대화는 무척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크렐의 건재함, 그리고 지금까지 크렐이 해온 방식, 지금처럼 하고 있는 필연성 등에 대해 운영자로부터 정확히 설명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유익했다. 크렐에 대한 한 층 깊은 이해와 좀더 많은 관심이 생겨났다. 이 인터뷰를 읽는 크렐의 팬들, 포스트 크렐 매니아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