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PMC BB5 SE 슈퍼사운드 오디오세션 후기
창작자라면 누구나 동감하게 될 것이 바로 ‘첫번째 작품’에 대한 애증이다. 보통 자녀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수긍할 것이 첫번째 자식과 두번째 자식간에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첫번째는 보통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키워내는터라 두번째보다는 작품성이 떨어지거나, 제품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상하게 두번째 자식과는 다르게 더 애증이 간다고 한다. 이는 그 만큼 첫번째 자식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두가 장황하지만 각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에서는 첫번째 작품을 살려 현재까지 이어가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번에 취재한 영국 스피커 메이커 ‘PMC(The Professional Monitor Company)’는 전자의 경우이며, 첫번째 작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고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참여하였다. 이는 2017년 4월 21일(금) 오후 7시 청담동에 위치한 소리샵 셰에라자드에서 열린 "벅스-PMC 슈퍼사운드 오디오세션" 이다.
행사의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가장 많은 고음질 음원수를 바탕으로 ‘고음질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는 ‘NHN벅스'의 스트리밍을 통해 이번 시연회는 진행되었다. 먼저 NHN벅스 서비스개발실 정진환 부실장이 간단히 어떠한 어떠한 생각과 의도로 벅스의 고음질 서비스가 시작되며 나오는지 설명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오디오파일들을 알고 있듯이 벅스는 다양한 오디오 브랜드와 협력하며 고음질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사용자를 이끌 것으로 예상되었다.
본론으로 들어가 알파벳 약자로 이루어진 브랜드인 PMC가 가진 본래의 뜻(전문적인 모니터 스피커 회사)과 이들의 슬로건인 ‘라이브-레코딩-홈오디오 재생을 완벽히 동일하게'를 보면 이 회사의 목표를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녹음하는 현장에서부터 PMC 스피커로 녹음을 하고 집에서 이것으로 재생하면 녹음 당시의 라이브 현장을 완벽하게 재생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뜻이다.
PMC는 일반적으로 성능 면에서 초저왜곡, 고해상도, 잘 제어된 깊고 다이내믹한 저역, 웅장한 스테이징을 자랑할 뿐 아니라 고른 토널 밸런스, 풍부한 표현력, 자연스럽고 채색되지 않은 음색으로 레코딩 소스는 물론, 매칭 기기들의 성능과 성향을 고스란히 표현해주는 레퍼런스 모니터 스피커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철학과 사운드를 통해 PMC는 영국의 공영 방송국 BBC를 비롯해 도이치 그라모폰, 아르모니아 문디, 데카, EMI, 체스키 레코드, 유니버셜, 워너, 소니, 메트로폴리스, 애비로드, 루카스필름, 무빙 픽쳐스 컴퍼니, 돌비 연구소, 영국 국립 물리학 연구소 등과 같은 방송, 음반, 영화 기관들의 선택과 유명 하이파이 매체들의 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그 실력을 증명해왔다.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상, 토니상과 더불어 3대 문화산업 어워드 중 하나인 에미(Emmy) 상을 수상하고 가장 많은 뮤지션들과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스피커이다.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PMC BB5 SE는 PMC의 첫번째 작품이자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플래그십 제품이다. PMC의 수장 피터 토마스(Peter Thomas)와 애드리언 로더(Adrian loader)가 함께 개발하며 Big Box(BB)라는 이름을 붙혔고, 5번째 개발품이 ‘BB5(Big Box 5)’가 BBC 방송국에 납품되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방송국인 BBC에 납품되었다는 그 사실만으로 많은 스튜디오에서 채택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피터와 애드리언은 사업을 위해 BBC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이러한 첫 작품 탄생 후, 28년이 지나 BB5의 새로운 버전 ‘BB5 SE’는 역시 PMC의 전매 특허 기술인 ‘ATL(Advanced Transmission Line)’ 으로 제작되었다. 이들이 스피커 개발을 착수함에 있어 가장 먼저 주목했던 것은 박스형 스피커의 태생적 한계였다고 한다. 박스형 스피커에서는 밀폐형과 포트형으로 나뉘는데, 밀폐형은 저역의 왜곡이 적지만 효율이 극히 낮고 유닛에 가해지는 압력이 강해 볼륨을 높이면 왜곡이 상승한다는 단점이 있고, 포트형의 경우 밀폐형 대비 효율이 높고 진동판의 움직임도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낮은 주파수에서 급격한 딥이 발생해 위상 특성이 좋지 않았고 저역의 왜곡이 커 중역과 고역까지 어지러워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피터와 애드리언은 “평판형과 박스형의 장점만을 취한 ATL 트랜스미션 라인 : 미로형을 택하여 제작한다. ATL 기술은 인클로저 내부에 격벽을 여러 겹 세워 미로와 같은 터널을 만들고 그 안에 흡음재를 채워 음파가 이를 지나가게 하면서 불필요한 왜곡을 감쇠시키고 초저역만이 포트로 방출되게끔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미로 설계의 계산법 자체가 매우 어려워 오랜 시간 최적화가 이루어져야하고 개발 단가가 올라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둘은 이러한 단점을 생각하지 않고 각고의 노력 끝에 PMC ‘BB5’ 스피커를 개발하여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이번에 시연된 BB5 SE 는 ATL 기술과 이 기술을 보완해주는 15인치 Radial 베이스 유닛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스피커로 하여금 넓은 다이나믹 레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든다. 제품 내부에는 인클로저 공진을 최소로 낮추기 위해 추가 브레이싱이 들어가 노이즈를 줄이고 음악 신호를 순수하게 만든다. 특히 이번 BB5 SE 는 중저음에서 선명도를 높이고 빠른 베이스 음에서 트랜지언트(Transient : 과도 현상, 급격한 상태의 변화로 인해 부적절한 노이즈 및 사운드를 만듦)을 보다 더 잘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PMC 75 미드레인지 유닛에서도 사용되었던 것으로 유명한 견고한 알루미늄 프로파일링 분산 테두리(dispersion flange)를 사용하였다.
한편 BB5 SE와 매칭된 Naim Statement 앰프와 시스템은 3억 5천만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PMC를 아주 격조있고 밀도감 가득한 사운드로 이끌어 주었다.
이번 시연회에서는 팝음악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Ed Sheeran’의 ‘Shape of You’를 필두로 Copland의 ‘Fanfare for the common people’, ‘Michael Jackson’의 ‘Will you be there’의 다양한 장르를 청취하였다. 전대역에서 안정적인 사운드와 동시에 고른 밸런스를 보여주어 만족스러웠고, 밀도감이 있으면서도 편안하여 ‘고음질 하이파이 사운드’를 추구하는 이번 시연회의 목적을 ‘벅스 고음질 스트리밍 + PMC BB5 SE’ 로 십분 달성했다고 생각된다.
이번 시연회를 통해 음반과 영화 등, 수 많은 레코딩에 사용된 PMC BB5 의 유산에 대해 알게되어 놀랐을뿐 아니라, 라이브에 가장 근접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PMC의 장성한 첫번째 작품 PMC BB5 SE의 국내 반응이 사뭇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