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렉시콘 출신 브라이언 졸너과 케이시 도델은 일하던 경력을 살려 브리카스티 디자인을 설립하고 2007년에 처녀작 M7 스테레오 리버브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M7은 레코딩 산업에서 독보적인 리버브 프로세서로 자리잡게 된다. 소규모의 신생 업체가 만든 제품이 기존의 판을 뒤집어 엎는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디지털 프로세싱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아티팩트가 나타나지 않도록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브리카스티는 뒤이어 하이엔드 오디오 DAC를 개발하기로 하고0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마크레빈슨 No. 30.6 레퍼런스 DAC의 계승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스테레오파일 추천기기 A+ 등급에 올라가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 이후 브리카스티는 M1 DAC의 파워 서플라이를 업그레이드하고 디지털 프로세싱에 적용해왔던 스위칭 파워서플라이를 리니어 파워서플라이로 변경하고, 미니멈 페이즈 필터 일곱 종류를 추가하고, 아날로그 버퍼단을 개선시키고, DSD를 지원하는 Asynchronous USB 입력을 포함시키면서 가격을 올렸다. 한국에 소개된 제품은 오디오 그레이드 내부 배선재와 퓨즈를 사용하고 리모컨을 기본사양으로 포함한 스페셜 에디션이다.
 
디지털 설계

DAC를 만드는 대부분의 오디오 회사들은 반도체 업체에서 제공하는 기본 어플리케이션 회로에서 부품을 바꿔보면서 소리를 튜닝하는 능력을 보유하는 수준이다, 디지털 기술을 보유하거나 아웃소싱한 극소수의 업체만이 FPGA를 이용한 커스텀 디지털 필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브리카스티 개발진은 디지털 프로세싱의 단점이 드러나지 않는 결과물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여기고 기존 오디오 회사들이 구사할 수 없었던 하이 레벨 엔지니어링을 투입했다.

대부분의 오디오 업체에서 지터를 콘트롤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는 PLL은 방식이 가지고 있는 고유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온도에 따른 드리프트를 가지기도 하고 세틀링 타임에서 오버 슈트 또는 언더 슈트를 가지기도 하고, 피드백을 거치면서 레퍼런스 클럭에 대비해 위상차 노이즈가 커지고 VCO 출력에 노이즈를 더하기도 한다) 이래서는 펨토급 정밀도를 가진 클럭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전체의 효과가 상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브리카스티 개발진은 PLL 대신 이상적인 클럭을 만들 수 있는 DDS (direct digital synthesis) 기술을 채택하여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지터를 줄였다.

 

 

 

분리형 오디오 제품이 가지고 있는 S/PDIF나 AES/EBU 인터페이스는 하나의 케이블로 디지털 오디오 신호와 타이밍 정보를 전송하게 하려고 데이터 스트림에 클럭을 삽입해서 보내도록 고안이 되었으며 DAC는 데이터 스트림을 디코딩하여 클럭을 복원하게 된다. 이 디코딩 과정에서 지터가 생성될 수 있다. 여러 오디오 업체에서는 앞단에서 발생한 지터를 줄여보고자 업샘플링을 통한 리클러킹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경우 지터를 약간 줄일 수 있지만 데이터 순도 측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으므로 전체 득실을 잘 따져야 한다.

 

브리카스티 M1 DAC은 업샘플링을 하지 않고도 독자적인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으로 데이터 스트림에서 데이터만 추출하고 DDS에서 발생한 이상적인 클럭을 사용함으로써 많은 오디오 업체들이 도달하지 못한 수준의 순도와 정확성을 가진 데이터를 가지고 D/A변환을 할 수 있다.

브리카스티 M1 DAC은 입력신호를 352.4kHz로 오버샘플링 시킨 후 브리카스티에서 DSP로 구현한 리컨스트럭션 디지털 필터를 사용하여 D/A 변환을 하게 된다.

제품 구성

케이스는 알루미늄 덩어리를 절삭하고 아노다이징 표면처리한 패널 6조각으로 이뤄져 있다. 내부 중앙에는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과 콘트롤을 맡고 있는 보드와 전용 리니어 파워 서플라이가 자리잡고 있고 양 옆으로는 DAC와 아날로그 회로가 달린 보드와 전용 리니어 파워 서플라이가 달려 있다. 아날로그 회로는 아론 (마크레빈슨의 고급 제품에서만 사용해 온) 재질의 PCB를 사용했다.

세팅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좋은 큼직한 적색 도트매트릭스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디스플레이 밝기는 3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며 끄는 것도 가능하다. 아날로그 디바이스 ADSP-21368 SHARC DSP칩은 S/PDIF 리시버, DDS 클러킹, 오버샘플링, 프런트 패널 디스플레이 콘트롤을 구현하는 용도로 채택했으며 브리카스티 M1 DAC의 구동에는 자일링스 FPGA 칩과 아날로그 디바이스 ADSP-BF532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디지털 볼륨은 DSP칩에서 프로세싱한다. 아날로그 디바이스 ADI 1955 스테레오 DAC 칩을 채널당 하나씩 할당하는 디퍼런셜 구성을 해서 다이나믹 레인지를 확장시켰다.

아날로그 출력단 설계에서 I/V 변환부분은 처리속도가 빠른 OP AMP를 사용해서 음악 신호의 트랜지언트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 두었고, 그 이후 버퍼단에는 트랜지스터를 디스크리트로 구성해서 오디오 재생에 적합하도록 보이싱 했다. 출력단은 언밸런스 회로와 밸런스 회로를 분리해서 설계해 두었다. 디지털 파일 재생을 지원하기 위해서 X-MOS사의 Asynchronous USB 인터페이스 솔루션을 채용했다. 윈도우용 드라이버를 지원하며 OS X의 경우에는 드라이버 설치가 필요하지 않다.

들어보기

이 제품의 리뷰를 맡기 전에 수입원의 시청실에서 청취한 적이 있다. M1 DAC의 첫인상은 마크 레빈슨 30.6L 레퍼런스 DA 컨버터의 소리와 닮았다는 느낌이다. 소리 톤이 진하면서도 딱딱하지 않다. 저역에서의 해상력이 엄청나며 소리의 트랜지언트가 제대로 표현된다. 음악적이고 장르의 제한을 주지 않고 재생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느껴졌다. 다만 청취에 사용한 옥타브 HP300 프리앰프, 포르테 파워앰프로는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 저역의 무게감이 어느 정도까지 나와줄 수 있을지 파악을 하지 못한 상태로 두었다.

그 이후에 수입원은 브리카스티 공동 창업자 브라이언 졸너씨가 한국에 프로모션차 방문했을 때 M1 DAC을 데몬스트레이션 해주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는데 이때 브라이언 졸너씨가 M1 DAC을 파워앰프에 직결해서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감명 받았다. 다이나믹 레인지가 큰 레코딩을 규모의 제약 없이 표현이 되었을 때 어떤 감흥을 받을 수 있는지 경험하게 되었고 작은 리스닝룸에서도 그런 경이로운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격스러웠다.

 

디지털 볼륨을 사용한 DAC로 파워앰프에 직결한 경우 대개는 소리의 살집이 얇게 표현되어 음악적인 감흥을 표현하기에 미흡했는데 브리카스티 M1 DAC은 디지털 볼륨을 사용하지만 직결해도 음질적인 미흡함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보통 USB 입력으로 음악을 재생하는 경우 소리가 얇아지게 들리게 마련이지만 350불짜리에 불과한 HP 노트북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을 느낄 새 없었고 DSD 음원 재생에서도 믿을만한 수준으로 재생해 주었다.

 

그 다음 기회에 다시 수입원에 방문해 보니 한국 사양으로 변경이 된 제품을 다시 접할 수 있었다. 예전보다 유연하고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브리카스티 M1 DAC을 사용하는 사람은 다른 제품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여러 디지털 필터를 시험해 들어볼 수 있다. 조작방법도 복잡하지 않다. 브리카스티 M1 DAC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필터에 매겨진 번호는 음질적인 순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사용자가 구분하기 좋으라고 숫자로 매겨둔 것이다. 0번라고 해서 표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음악적으로 공감이 가기 어려운 소리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디지털 필터는 어느 것이나 완벽하지는 않다. 전 대역의 주파수에서 페이즈 쉬프트가 생기지 않게 설계하면 타이밍상으로 완벽하지 않아 프리링잉이 발생하게 되고 (리니어 페이즈 필터, brick wall 필터로도 불린다), 타이밍쪽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두어 프리링잉이 생기지 않게 설계하면 주파수의 일부 대역에서 페이즈 쉬프트 되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미니멈 페이즈 필터, apodizing 필터로도 불린다). 들어보고 적합한 디지털 필터를 선택하면 된다.

브리카스티 M1 DAC에서 제공하는 여러 디지털 필터를 선택해서 비교 청취해 보니 특정 음악 스타일 이랄까 음악 규모에 잘 맞을 것 같은, 특정 취향에 잘 맞는 디지털 필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테레오파일 리뷰어 죤 앳킨슨은 필터 6번이 좋았다고 하고 동료 리뷰어 죤 막스는 필터 4번이 좋았다고 하고 한국 수입원 대표는 필터 3번을 좋아한다. 필자의 경우는 리니어 페이즈 필터에서는 음악적 감흥을 느끼기 어려웠고 미니멈 페이즈 필터에서 마음에 드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마다 적합하게 느껴지는 디지털 필터가 제각각인 것이 신기하다. 모르고 있을 때는 몰랐지만 일단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앞으로는 오디오 업체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 준 디지털 필터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 자신이 없을 것 같다.

브리카스티 M1 DAC을 운용할 때의 팁을 한 가지 알려드리자면 오디오 시스템에서 불편한 소리가 날 때 M1 DAC의 디지털 볼륨을 약간 낮춰 조정해 주면 불편한 소리를 다소 누그러트릴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방법일 뿐이다.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서 오디오 시스템에 존재하는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면 M1 DAC의 디지털 볼륨을 제자리에 되돌려 두어도 불편한 소리가 나지 않게 될 것이다.
 
마무리

브리카스티는 보유하고 있는 하이 레벨 엔지니어링 능력을 발휘해서 M1 DAC의 기본 성능을 극한으로 올려두었고 하이엔드 오디오 사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 리스닝 테스트를 거쳐 충실하게 튜닝했다. 그 결과 기술적인 표현력과 예술적인 표현력에서 모두 탑 클래스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다. 풍부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고 그러다가도 파워가 필요한 순간에 힘들이지 않고 순식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넓은 장르의 음악에 걸쳐 부족함이 없는 음악적인 표현력을 보여주며 제품 고유의 약점을 가진다거나 특별한 버릇을 가지고 있지 않아 오디오 제품과의 매칭에 있어서도 제약이 적다.

브리카스티 M1 DAC에 투입한 고급 엔지니어링 수준과 투입한 하드웨어 구현수준과 규모에 비해서 책정된 가격은 과하지 않다. 그 비결은 브리카스티는 작고 효율적인 회사이고 잘 팔리는 프로용 제품을 보유하여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에 회사 운영비 부담을 적게 반영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롱런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회사를 보면 고급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고장이 없고 지속적으로 사후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서도 과하지 않은 가격을 유지하는 업체인 경우가 많다. 브리카스티는 그런 조건에 모두 부합한다. 브리카스티 M1 DAC은 해외 곳곳에서 좋은 평가를 일으키고 있는데 그런 평가는 헛되지 않으며 브리카스티의 롱런을 예상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화제의 제품이 한국에 들어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