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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메인스트림 디지털 오디오 기술은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개량 보완이 되어 지금은 1세대 디지털 오디오 재생기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엄청난 수준으로 오디오 재생 품질이 높아졌다. 한편, 골드문트는 1985년도부터 메인스트림 디지털 오디오 기술과는 뿌리가 전혀 다른 별종의 디지털 아날로그 변환방식을 개발해왔고 이것을 Alize DA회로라고 한다.

 

골드문트사가 설명하고 있는 알리제 DA회로와 관련된 기술적인 사항은 너무 간략화 되어서 쉽게 파악하거나 설명하기 곤란하다. 그리고 골드문트에서 메인스트림 디지털 오디오의 기술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부분을 보면 과연 이들이 메인스트림 디지털 오디오의 기술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고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런 불충분한 설명과 의문에도 불구하고 골드문트사의 DAC 소리를 들어보면 유럽인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에 대한 감각을 담았고 나름의 클래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골드문트사의 불친절함은 메티스 DAC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구성이 되었는지 알기 어렵다. 그저 최신 버전의 Alize 6 DA회로를 가지고 있으며, 파워 트랜스포머가 2개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 24bit 96kHz까지만 지원되고 파일 재생할 때에 USB 드라이버 설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일단 소리를 들어보고 나면 이런 불친절함이 뇌리에서 금방 사라지게 될 것이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에서 피아노로 표현한 화성의 변화를 잘 표현했고 연주자가 프레이징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알게 해주며, 소리를 덮고 있었던 더께가 벗겨져 나가기라도 한 듯이 소리가 생생해져서 오케스트라에서 내줄 수 있는 다채로운 음색의 흐름과 변화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 You'd be so nice to come home에서는 연주자들이 기량을 뽐내며 리듬을 미묘하게 가지고 노는 것도 잘 포착해 주었고, 소리의 표현력이 부족해서 딱딱해지는 일도 생기지 않았다. You don't bring me flowers에서는 레코딩의 리버브 표현이 잘 되었고, 음악에 몰입하기 쉽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메티스 DAC은 다른 회사의 제품과 비교해 봤을 때 현격하게 음의 피치가 높고 밝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구형 USB 인터페이스의 영향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초창기 USB DAC들이 대게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었는데 메티스 역시 비슷한 느낌이라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만약에 필자가 메티스 DAC를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면 USB입력에 미련을 가지지 않고 S/PDIF 입력을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활용해 보게 될 것 같다.

 

 

 

아마 골드문트만큼 화제를 몰고 다니는 메이커도 드물다 하겠다. 그 음에 있어서도 찬반 양론이 분분하며, 디자인으로 말하면 극명하게 갈린다. 그래서 터무니 없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러나 제대로 음을 들어보면, 왜 골드문트인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단, 그런 기회를 별로 갖지 못한 분들이 심한 편견을 갖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사실 동사에서 내놓은, 일종의 서브 브랜드인 메티스의 경우, 가격대에 비한 터무니없이 작은 사이즈에 약간 반감이 있기는 했다. 또 일종의 미니 오디오 내지는 패션과 관련된 디자인으로 다가오기도 해서, 과연 본격 오디오로 쓸 만한가 싶었다.

 

그러나 정작 음을 듣고는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역시 골드문트의 혈통으로, 그 실력이 충분히 녹아들었다. 오히려 평소 골드문트의 문턱이 높다고 여기는 분들에게 좋은 선물로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같은 스위스제인 다질과 상성이 좋았다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아주 우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스펙에 관해서 불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실제 음을 듣는 데엔 큰 무리가 없었다.

 

첫 곡으로 들은 베토벤을 보자. 피아노의 영롱하고 아름다운 음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오케스트라가 비교적 가득히 공간을 채운다. 특히, 임팩트 시의 강력함은, 제품의 사이즈와는 전연 딴판이다. 골드문트가 자랑하는 하이 스피드, 빼어난 다이내믹스에 부드러운 질감까지 더해져, 무척 럭셔리하면서, 예쁜 음이 나온다. 확실히 이 회사는 음이 뭔지를 제대로 알고 있구나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페퍼로 가보자. 과연 리듬 섹션의 질주가 무리없이 연출된다. 킥 드럼의 어택감이나 깊이 있는 더블 베이스의 음량 또 화려한 심벌즈 등 여러 요소가 골고루 엮여 있으면서 일체 파탄이 없다. 특히, 피아노의 경우, 적절한 타건감이 일품인 바, 너무 꽉 조이지도 않고, 그렇다거 헐겁지도 않다.

 

한편 알토 색스를 들으면, 녹음 당시 페퍼의 상태가 어땠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약간 몽롱한 가운데, 패기 있게 불어대는 모습이 묘한 환각적 요소를 더하는데, 그 절묘한 맛이 잘 살아있다. 디테일과 두께감이란 면에서도 별로 나무랄 데 없다. 물론 상급기에서 느낄 수 있는 압도감은 없지만, 기본 성능으로 말하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살레나를 들으면, 과연 여성 보컬에서 얼마나 매혹적인 음색을 갖고 있는지 탄복하게 된다. 더블 베이스는 꽉 조여진 채 탄력이 넘치고, 보컬 뒤에서 반주하는 피아노도 똘망똘망하다. 무엇보다 이런 여러 요소들의 음량 사이즈와 밸런스가 절묘해, 기본적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한다. 요리로 치면, 일단 맛이 좋아, 혀가 즐겁다고나 할까? 과연 골드문트의 내공이 얼마나 깊은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시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