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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소리를 듣다

 

브리카스티 디자인이라는 회사는 생소할 수 있겠으나 브리카스티 제품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인력은 오랜 세월에 거쳐 정상급의 경험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회사 운영자는 렉시콘과 마드리갈에서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 설계를 담당했던 핵심 설계자출신이고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은 마크 레빈슨의 수석 엔지니어 출신이 세운 하드웨어 콘트랙트 회사 AeVee Lab에서 이뤄졌다. 그래서인지 브리카스티 M1 DAC에서 내부 부품의 선정이나, 소리의 보이싱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분에서 마크 레빈슨 No. 30.6 레퍼런스 D/A 프로세서가 연상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브리카스티는 디지털 프로세싱의 단점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기존 오디오 회사에서 구사할 수 없는 하이 레벨 엔지니어링을 투입했다. 이상적인 클럭을 만들 수 있는 DDS (Direct Digital Synthesis) 기술을 사용하여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지터를 낮췄다. 그리고 브리카스티에서 DSP로 구현한 리컨스트럭션 디지털 필터를 사용해서 D/A변환을 한다. 하드웨어 설계와 구현에 있어서도 분리시켜서 좋아지는 것은 분리시키고 전용으로 두어 좋아지는 것은 전용으로 할당하고, 힘을 합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은 보태어 성능을 향상시키는 구성을 채택해서 성능의 극한을 추구했다. M1 DAC은 겉으로만 봐서는 터무니 없이 얇아 보이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세 개의 블럭과 세 개의 전원을 각각 분리시켜 놓은 하드코어한 몬스터급 구성을 갖췄다고 해야겠다.

 

브리카스티 M1 DAC을 특징짓는 요소를 이렇게 꼽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규모의 제한이 없는 당당한 소리를 내주는 것, 중역이 충실해서 풍부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으며 그러다가도 파워가 필요한 순간에 힘들이지 않고 순식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것, 음악의 특성이나 사용자의 취향에 적합한 디지털 필터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 제품 고유의 약점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특별한 버릇을 가지고 있지 않아 오디오 매칭에 있어서 제약이 적고 다양한 오디오 제품과 매칭이 가능하며 넓은 장르에 걸친 음악을 부족함이 없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그리고 USB 입력의 성능이 좋고 DSD 재생 기능도 갖춰 트렌드에도 뒤쳐지지 않은 것.

 

베토벤 황제에서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가지고 있는 중량감이 실려있는 소리를 들려주었고 재생한 스피커가 다른 브랜드 제품이 아닌 PMC 였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줬다는 점에서 레퍼런스 역할을 충실하게 해줄 수 있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악기가 늘어나면서 음량도 같이 커지는 패시지에서도 털끝만큼도 흔들리지 않아서 회로 설계와 물량 투입이 잘 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음악을 재미없게 만들지도 않았다.

2014년 서울 국제 오디오 쇼 때 수입원에서 차린 부스에서 아날로그 소스와 번갈아 가며 브리카스티 M1 DAC 시연을 해줬었는데 브라이스턴 BDP-2와 브리카스티 M1 DAC로 재생한 소리는 아날로그 소스에 뒤떨어지지 않는 소리를 들려주어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최고의 기술력이 만들어낸 완벽한 음악

 

진행 상, 어찌어찌해서 오디오 리서치의 제품을 들은 후 본 기를 접하게 되었다. 그런므로 듣기 전부터 좀 손해를 보지 않을까 싶었다. 워낙 전작의 인상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그것은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오디오 리서치와는 다른 개성과 실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당차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실 브리카스티라는 레이블은 생소하다. 이름조차 외우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음을 들으면 상당한 내공이 느껴진다. 신생 레이블같지 않다. 나중에 알고 보니 90년대 전성기의 마크 레빈슨과 관련된 인물들이 만든 회사였다. 그 빼어난 유산이 제대로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그 점에 깊이 매료되었다. 역시 한 시대를 지배했던 실력이 어디 갈 리가 없는 것이다.

 

첫 곡으로 들은 베토벤. 일단 매우 안정적이다. 해상력으로 말하면 가히 눈부실 지경이지만, 결코 과시하는 타입이 아니다. 오히려 정교한 밸런스를 바탕으로, 정치하고, 세밀하게 분해능을 펼쳐 보인다. 그러면서 악기간의 균형이 뛰어나 특정 악기가 돌출되는 일이 없다.

이를테면 피아노를 보면, 상당히 차분하면서, 열 개의 손가락 모두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특히, 왼손의 움직임이 절묘하다. 음색 자체도 영롱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절대 쨍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매우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당연히 백업하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도 일목요연하고, 다양한 악기들이 드러나지만 결코 나대지 않는다. 솔로 악기와 관현악단의 인터플레이 역시 치밀해서, 밀고 당기는 맛이 대단하다.

 

이어서 아트 페퍼를 들으면, 재즈 특유의 활기가 살아 있지만, 결코 공격적인 음이 아니다. 정확하게 뮤지션들이 자리잡은 가운데, 기분 좋게 연주하는 느낌이 제대로 전달된다. 리듬 섹션으로 말하면, 분명 킥 드럼이며 심벌즈 등이 잘 포착되지만, 강요하지 않는다. 베이스도 충실하게 라인을 그려가지만, 앞으로 어택하지 않는다. 알토 색스로 말하면, 정교하게 재생하면서, 중간중간 연주자의 파워나 의도를 살리는 강약의 대미, 텅잉 등 다양한 테크닉이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이 나온다. 마치 전성기의 바르셀로나 FC를 보는 듯, 치밀한 협력 플레이로 빠른 패스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한 컴비네이션이 매우 훌륭하다.

마지막으로 살레나를 들으면, 베이스가 어느 정도 조인 가운데, 깊이 있게 떨어진다. 목소리는 단아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힘이 빠진 음이 아니다. 강약을 적절히 조정하면서, 리듬을 타고, 호흡을 가다듬는 보컬의 내공이 정확하게 전달된다. 이런 대목에서 일체 과장이나 거짓말이 없다. 원래 녹음할 때 맞췄던 밸런스가 그대로 나오는 것이다. 스튜디오쪽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를 여기서 알 수 있다. 확실히 클래스가 다르며, 높은 퍼포먼스 능력을 선보인다. 추천할 만한 기기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