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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백 디자인 MPS-5는 SACD/CD 플레이어와 DAC가 하나로 합쳐져 있는 형태다. 위쪽 은색 부분은 디지털 입력과 출력을 관장하는 부분이고, 아래쪽 검정색 부분의 앞쪽에는 모디파이한 에소테릭 UMK-5 SACD/CD 메카니즘, 뒤쪽에는 DA를 처리하는 회로와 아날로그 회로가 놓여져 있다. 본체의 USB입력단은 24bit 96kHz까지만 지원하며 그보다 높은 샘플링 주파수를 가진 음악 파일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USB-X ST라는 별도의 USB 익스텐더 박스를 구입하여 본체의 AUX 입력에 연결시켜 주어야 한다. USB-X ST사용시 24비트 384kHz PCM파일과 6.1MHz DSD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제품 청취에는 USB-X ST를 사용했다.

 

플레이백 디자인 MPS-5는 신호 입력과 처리에서 일반적인 제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발상과 방법을 동원해서 기능을 구현했다. 모든 디지털 오디오 입력 신호는 5.6448 MHz로 변환되며 PLL을 대체하는 PDFAS (Playback Designs Frequency Arrival System)로 지터를 제거한다. FPGA칩에 독자적인 알고리듬을 적용하여 디지털 시그널을 프로세싱 한다. 아날로그 버퍼단에는 OP앰프를 사용하지 않았고 디스크리트로 구성했다.

플레이백 디자인 MPS-5는 아날로그스러운 특성을 가졌다는 평판을 가지고 있지만 필자에게는 다소 다르게 느껴졌다. 중역부터 고역까지는 소리의 두께가 다소 얇게 느껴져 전반적으로 음조가 높게 들렸다. 한편으로는 무게 중심이 위쪽으로 떠버리지 않도록 아래에서 소리를 굳건하게 받쳐주고 있는데, 제품 외관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쪽은 무거운 색상으로 마감하고 위쪽은 이와 상반된 가벼운 메탈릭 표면으로 명백하게 분리시켜 두었다.)

 

You'd be so nice to come home에서는 트랜지언트 리스폰스가 좋아 음악 표현이 늘어지지 않고 음악을 치밀하게 표현해 준다. 그렇지만 힘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소리가 불안정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부분은 대게 길들이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제품들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 일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플레이백 디자인 MPS-5는 다른 제품과 다르게 본체와 USB-X ST 두 덩어리로 나뉘어져 있어 필자가 느끼는 USB 입력 성능이 본체의 것을 대변하는지 USB-X의 성능을 대변하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래저래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서 길들이기가 끝나고 난 제품으로 다시 한번 들어볼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플레이백에 대한 명성은 널리 알려져 있는 듯하다. SACD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드레아스 코흐씨가 심혈을 만들어 제작한 본 기는, 그간 많은 시스템에서 두루두루 일종의 레퍼런스 기기로 활약한 바 있다. 따라서 나도 많은 매칭에서 경험한 본 기의 높은 실력에 수차례 감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시청으로 말하면, 마치 린의 경우처럼, 전체 시스템과 약간 데면데면한 느낌이다. 아마 에이징이 덜 된 제품이라 그렇다고 생각된다. 그 미묘한 차이가 조금은 소리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하는 기기라서, 어느 시스템에 들어가도 큰 파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한편 본 시청에 DSD 파일이 없었다는 점은, 어쨌든 본 기에 불리한 여건이었다. 아무래도 이쪽 음원 재생에 강점을 가진 기기인 만큼, 그 진면목은 들을 수 없었다.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시청평을 읽어주면 좋을 것같다.

 

첫 곡으로 들은 베토벤부터 보자. 역시 기본은 하이엔드 성향이라고 느껴질 만큼,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협력 과정이 일목요연하고, 특정 악기가 도드라지는 일이 없으며, 무대 또한 정확한 사이즈로 그려낸다. 이 부분에서 일체의 과장이나 허위가 없다. 있는 그대로 드러낼 뿐이다.

하지만 그게 그냥 무기질적인, 무덤덤한 음으로 연결되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다소 고상하고, 럭셔리하며, 감촉이 좋은 음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모든 악기들이 부드럽게 다듬어져 어떤 경우엔 아날로그처럼 다가온다. 최상의 디지털은 최상의 아날로그와 통하는 법이고, 그런 면에서 상당한 수준의 DAC 기술이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이어서 페퍼를 들으면, 상당히 약동감이 뛰어난 음을 들을 수 있다. 브리카스티가 다소 점잖은 스타일이라면, 여기서 본 기는 피가 통하는 뜨거운 음을 쏟아내고 있다. 이 부분에서 두 기기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알토 색스로 말하면 능수능란하게 불어제끼는 모습이 활달하고, 리듬 섹션은 다분히 공격적이다. 심하게 말하면 앰프의 출력이 좀 높아졌다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살레나를 들으면, 단단하게 울리는 베이스를 배경으로, 다소 힘차게 노래하는 보컬을 만날 수 있다. 일종의 빅 마우스나 과장은 없지만, 어쨌든 든든한 뱃심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노래 자체의 호소력이 짙은 편이다. 이어서 나오는 피아노도 심지가 또렷하고 또 낭랑하다.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있으면서도 잘 조절해서 음을 내는 식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쓸 수 있는 힘을 적절하게 컨트롤해서 필요한 만큼은 쓴다고나 할까? 있는 힘 없는 힘 다해서 짜내는 듯한 음은 절대 아닌 것이다. 이 부분에서 확실히 본 기의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