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시간이 갈 수록 오디오파일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점점 유식해지고 있거나 혹은 자신을 파악하고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재의 하이파이 산업의 방향과 속도를 보았을 때, 음악감상을 위한 자발적 활동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음악 소프트에만 그치도록 놓아두질 않기 때문이다. 

음악 소스 및 음악가와 연주자에 대한 탐구 활동은 막론하고, 전기, 전자, 금속, 물리, 화학, 음향, 건축, 인테리어 그리고 여기에 디지털과 통신, 컴퓨터 OS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추가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그걸 즐기느냐 고민이 되느냐는 사용자의 몫이지만, 그 결과로 음악을 더 좋게 듣자고 하는 일이니까 역시 ‘오디오는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될까?

 

반 오디오 자사의 표현으로 ‘네이피어’는 뮤직센터이다. 종종 뮤직서버, (네트워크) 파일 플레이어 등과 같은 개념의 파일 스트리밍 디바이스로서 디스크를 읽어 와서 자체 리핑 및 플레이가 가능하다. 본 제품의 구동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사무용으로 사용하는 고사양 컴퓨터의 낯익은 스펙을 발견할 수 있다. 윈도우 7 홈 버전을 OS 로 구동되며 인텔의 샌드브리지 i5-2400 쿼드코어 버전을 CPU로 사용하고 있다. 

600G 용량의 SSD를 사용한 것도 상당히 실질적인 사용 환경이 감안된 결정으로 보이지만, 사용자 옵션으로 1.2테라 버전으로 업그레이도 가능하다. 용량이야 다다익선이겠지만, 기본적으로 얼마 만큼이 필요한 지를 이해하고 모자랄 일이 없게 제작되었다는 의미이다. 

 

본 제품 또한 반 오디오의 팀 칼라로서 알루미늄 합금으로 섀시를 구성했는데 보기보다 중량감이 있기도 하거니와 상당히 견고하다. 8mm(제조업에서 종종 8t 라고 부르는) 두께의 두터운 전면 패널이 짐작하듯이 얼핏 단순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근거리에서 모서리의 R값 등을 관찰해 보면 NC 가공을 한 이유가 있다. 우측 버튼과 트레이 주변의 곡면 처리 등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심플하지만 세부적으로 ‘에어’, ’나그라’ 등과 같은 기기에서 보아왔던 쌉쌀한 질감의 표면 감촉은 고급기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심플한 디자인에 아노다이징 처리도 최소화한 이 제품의 가공에만 5일이 걸리고, 한 대 제작에 10일을 소요한다고 한다. 

참고로 반 오디오에는 ‘네이피어’와 더불어, 디스크 입구가 슬롯형으로 되어 있는 엔트리 등급의 ‘Beat’, ‘네이피어’의 전신이기도 한 유사 사이즈의 트레이형 ‘Studio Zero mk2’ 등과 함께 총 3종의 ‘뮤직센터’ 라인업이 개발되어 있다.

 

본 제품은 반 오디오 디지털 플레이어 전용의 저장장치이다. 이 하이엔드 제품으로 그럴 일이 얼마나 있을 지 모르지만, 물론 일반 컴퓨터와 연계해서 대용량의 저장장치로 활용할 수도 있다. 화이어버드와 유사한 사이즈의 제품으로서 주로 자사의 설명을 기반으로 제품특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자사에서 개발한 세계최초의 5개 까지 하드디스크를 확장시킬 수 있는 오디오 그레이드 저장장치로 설명하고 있는 Red-5는 요컨대, 안정적인 서스펜션과 그라운딩 방식으로 섀시 내부로 매립시킨 전용 스토리지 디바이스이다. 

Red-5 또한 네이피어에 적용된 메커니컬 그라운딩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발열과 방진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하도록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같은 이유로 Red-5에도 팬은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액티브 PFC 설계로 타 기기로의 전기적 전자파적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 Napier 소프트웨어 '뮤직센터'의 음원 리스트 화면

 

고음질 녹음이나 무손실 압축 파일들에서 보여주는 결과물은 필자가 알고 있는 특정 곡에 대한 이상적인 상태이다. 시도해보지 않았으나 동일 음원을 CD로부터 리핑을 해서 테스트 해본다면 좀더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주지 않을까 짐작된다. 스테이징, 특히 빈 공간의 묘사에 특기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포커싱도 매우 선명하고 사실적인 모양으로 음상을 보여준다. 화이어버드가 주도하는 사운드로 짐작되는 바, 컨트라스트가 짙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섬세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실적인 재생에서 장기를 발휘하는 시스템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하이엔드 기기의 영역은 이제 컴퓨터에 까지 다가와 있다. 일반인들에게도 노출의 기회가 빈번해지고 근접하게 되었다. 더우기 대한민국 영토내에서 작업이 이루어진 제품들의 활약까지 더해져서 목하, 좋은 의미로, 새로운 물결 속에 출렁이고 있다. 반 오디오는 일반인들이 하이엔드에 접근을 시도할 수 있는 적당한 그립을 선사한다고 생각된다. 하이엔드의 분위기를 강하게 주장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대상을 압도하는 일 없이 친근감을 주는 미덕도 지니고 있다. 제품의 감성적인 사운드와 더불어 제작자의 철학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필자 또한 주변의 컴퓨팅 오디오 그룹, 사용자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