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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진공관 앰프라고 하면, 출력관부터 따진다. 무슨 관을 썼냐, 어느 회사 제품을 썼냐, 얼마짜리 관을 투입했냐 ... 등등, 이 부분부터 파악한다. 사실 이것은 상식에 속하지만, 역으로 얼마나 빨리 선입견에 빠질 수 있냐, 라는 말도 된다. 진공관 파워 앰프를 만날 때, 우리가 흔히 범하는 실수다. 반대로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에 대해 언급할 때, 어떤 TR을 썼냐 따지는 분은 극히 드물다. 그게 바이폴라던 FET던, FET도 MOS-FET인지 혹은 J-FET인지 별로 따지지 않는다. 물론 TR의 경우, 진공관의 출력관만큼이나 이런 소자가 음질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다. 그래도 기본 성격이란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진공관에서 출력관은 무척 중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상당히 바뀐 상태다. 만일 블라인드 테스트로 한다면, 노련한 애호가라고 해도 알아맞히기 힘들어졌다. 300B가 KT88 소리를 내고, 6550이 2A3 음을 낸다. 내 귀가 나빠진 것일까? 절대 그것은 아니다. 그럼 대체 왜 그럴까? 진공관 파워에서 자주 쓰이는 출력관은 3극관과 5극관으로 나뉜다. 그런데 3극관에서 5극관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드 하나를 삽입해서 진공관 안에서 흐르는 전자의 속도를 조정한 것이 바로 3극관이다. 한데, 이 경우 고역에서 발진하는 현상을 피할 길이 없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리드 2개를 더한 게 바로 5극관이다. 

이렇게 쓰고 보면, 3극관보다 5극관이 더 발전적인 형태지만, 음에 대해선 꼭 그렇게 말하기는 힘들다. 단, 많은 분들이 이미 인식하고 있겠지만, 양자가 각각 장단점이 있다. 음색이 곱고, 투명도가 높은 3극관은 반대로 대출력이 힘들고, 5극관은 약간 음이 거친 듯해도 스피커 구동력이 뛰어나다. 특히, 스피커가 능률이 좋은 혼 타입에서 점차 능률이 낮은 톨보이나 북셀프로 옮겨감에 따라, 3극관보다 5극관에 대한 수요가 높아간 것이 사실. 게다가 오토 바이어스 기능을 더해 출력관을 채널당 10개, 20개 하는 식의 물량 투입을 하는 시대에까지 이르렀다. 

그럼 단순히 이렇게 출력만 높이는 것이 미덕인가? 음질이나 디테일이나 투명도같은 것은 뭐 아무래도 문제가 없단 말인가? 최근의 5극관 앰프에 대한 반발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현대 진공관 앰프의 전체적인 흐름이다. 그 핵심을 말한다면, 3극관이 점차 5극관화 되어가고, 반대로 5극관은 3극관처럼 되어간다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펜토드 플래티넘(Pentode Platinum)은, 바로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파워 앰프 중 하나다. 특히, 그 음질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제품 못지 않은 내용을 갖고 있어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라 하겠다. 이것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여기서 잠깐, 혹 펜토드가 뭐냐 묻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바로 5극관을 말한다. 참고로 2극관은 다이오드, 3극관은 트라이오드라고 한다. 아무튼 5극관이라는 것을 내세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메타 뮤직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사실 메타 뮤직의 전신은 이 연구소다. 그 역사는 저 멀리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 펜토드라 붙인 파워 앰프의 역사도 꽤 길다. 1989년에 “Beam 13.5”를 낸 이래, 무려 25년에 걸친 개량과 혁신이 이뤄졌다. 그 사이 펜토드 실버, 골드, 엘더를 지나 본 기 플래티넘에 이른 것이다. 무려 5세대째에 해당하는 제품이고, 당연히 그간의 오랜 내공이 듬뿍 담겨져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본 기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은, 이미 웹진에 자세히 담겨 있어서 재삼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복습을 위해 간단히 추려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우선 광대역이다. 대개 진공관보다 TR을 선호하는 분들의 입장에선, 일단 스펙에서 성이 차지 않는다. 겨우 20KHz를 넘을까 말까한 특성은, 이미 50KHz까지 커버하는 스피커가 출현하는 마당에 영 미덥지 않은 것이다. 물론 우리의 가청 주파수 대역이 20KHz도 힘들지만, 스펙을 보면 아무튼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한데 본 기는 무려 7Hz~70KHz라는 광대역을 실현했다. 이것은 진공관을 쓴 파워로는 이례적인 내용이다. 그 핵심 기술 중의 하나가 바로 트랜스. 특히, 본 기에 쓰인 입력 및 인터 스테이지 트랜스에 그 비밀이 있다.  또 단순히 주파수 대역만 넓힌 데에 그치지 않는다. 전반적인 특성 자체가 좋아야 한다. 특히, 험이나 왜곡이 없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다. 사실 진공관은 출력 및 전원 트랜스를 쓰기 때문에, 거기서 발생하는 떨림 현상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잠깐, 본 기에 투입된 진공관들의 성격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일단 전면에서 보면 두 개의 작은 관들이 설치되어 있고, 양옆으로 밀봉한 뭔가가 숨어있다. 그 뒤로 네 개의 출력관이 배치된 가운데, 역시 그 뒤로 두 개의 거대한 트랜스가 배치된 형상이다.

일단 맨 뒤에 있는 트랜스는 각각 출력 및 전원 트랜스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불필요할 듯싶다. 이어서 출력관인데, KT88이 무려 4개나 쓰였다. 이게 채널당 4개인 만큼, 스테레오로 말하면 무려 8개다. 하지만 출력은 70W 내외다. 사실 더 많이 내고자 하면 150W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의 반쯤에 그친 것은, 관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양보다는 질에 더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지간한 스피커는 무리없이 구동하니, TR에서 말하는 70W와는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만 확인하기 바란다.

맨 오른쪽에 있는 작은 원형 기둥에 담긴 트랜스는 이른바 입력 트랜스다. 이것은 오로지 밸런스 입력단에만 작용한다. 그 핵심은 프리에서 들어온 신호를 받는 역할을 한다. 트랜스의 특성상 아무런 손실 없이 받기 때문에, 이 대목에서 큰 강점이 있다. 반면 언밸런스단을 통과한 신호는 곧장 12AU7으로 간다. 밸런스보다 불리한 구조다. 따라서 본 기를 사용한다면 밸런스 입력이 훨씬 낫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자.

이어서 12AU7은, 입력 증폭관이다. 즉, 프리를 통해 들어온 미세한 신호를 1차로 증폭하는 것이다. 이 신호는 6SN7으로 넘어가며, 여기서 출력관을 드라이브하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통상 중간에 저항을 넣어 컨트롤한다. 하지만 이 방식엔 문제가 있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손실이 발생해서 힘이 없어지고, 투명도와 해상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본 기는 맨 왼쪽에 있는 인터스테이지 트랜스를 사용, 이런 단점을 커버해서 힘이 있으면서도 디테일하고, 광대역한 신호를 출력관에 보낸다. 당연히 왜곡과 험도 없다.

그러니까 본 기에는 네 종류의 트랜스가 투입되고, 그 각각에 메타 뮤직만의 노하우가 숨어 있다. 이런 장점이 모여서, 기존에 발전시킨 5극관 출력의 내공과 합해져서 본 기만의 빼어난 음질로 승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시청을 위해 커플링한 것은 당연히 동사가 함께 내놓은 플래티넘 T1 프리에다 오렌더와 브리카스티 M1으로 구성된 소스를 연결하고, 스피커는 레거시의 포커스 SE를 동원했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첫 곡으로 들은 베토벤. 역시 진공관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 우선 음 자체가 보다 자연스럽다. 바리톤의 경우, 뱃심이 적절히 가미되면서 뻗는 모양새가 좋다. 힘 있게 이쪽으로 다가온다. 주변의 오케스트라도 심지가 곧으면서 출중한 해상력으로 움직인다. 현은 바람처럼 가볍게, 관은 노래하듯 자유롭게 그리고 타악기는 강력한 임팩트로 다가온다. 악단과 코러스가 화려하게 돌진하는 대목은, 그야말로 음성 정보의 홍수를 이루지만, 지극히 질서정연하다. 

가벼운 플륫으로 시작하는 쳇의 경우, 다소 무거운 듯한 리듬 섹션에 느릿느릿 부르는 노래가 인상적이다.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브라스의 경우도 적절한 두께와 색채를 갖고 있다. 이런 여러 요소들이 밸런스 좋게 전개되어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특히 중간에 간결한 트럼펫 솔로는 무척 매혹적이고 또 설득력이 있어서, 마치 쳇이 내게 말을 거는 듯하다.

자주 들은 노라의 노래는 여기서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침의 밝은 햇살을 받는 듯 따스하고 훈훈한 느낌이다. 피아노의 노스탤직한 반주에 다소 힘이 더해진 노라의 보컬은 상큼하기 그지없다. 배후의 두툼한 더블 베이스의 움직임은 음에 더욱 힘을 준다. 전체적으로 힘과 기가 넘치지만 동시에 아련한 슬픔도 간직하고 있다. 바로 그런 맛을 살려내는 데에서 본 기의 실력이 돋보인다.

PINK FLOYD 'Speak to Me~Breat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