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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파일들은 종종 자신이 스피커를 위치시킬 공간과 음악적 취향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보편적으로 ‘좋은’ 스피커를 찾는 경향이 있다. 올해의 기기, 올해의 스피커 등 국내/외 웹진을 참조하며 때론 샵에서 자문을 구해 대략 유명하고 환금성이 뛰어난 스피커를 찾는다. 한편 스피커의 퍼포먼스를 평가할 때 대역별 주파수 반응 그래프만을 맹신하는 경우도 요즘엔 마치 미신마냥 유행하고 있다. 진동판을 귀에 직접적으로 위치시켜 듣는 헤드파이의 영향도 크다. 하지만 유명하고 환금성 좋은 스피커가 반드시 자신의 집에서 그 명성만큼 뛰어난 소릴 낼거라는 확신은 금물이다. 그리고 무향실에 측정한 SPL 그래프가 자신의 리스닝 룸에서 그대로 재현될 거라는 상상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하이파이 분야에서 스피커는 공간을 통해 들려오는 반사음이 반이며 똑같은 모델이라도 공간에 따라 주파수 특성이 제각각이므로 무향실 측정치와는 또다른 반응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2014년을 지나오면서 수십 개의 스피커를 리뷰하고 들어보았지만 블로그에 2014 베스트 추천기기를 각 분야별로 선정하려니 스피커 부문에서 채 열 개 모델도 고르기가 어려웠다. 뛰어난 스피커가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베스트라고 할 만한 모델이 사실 그렇게 많지가 않아서였다. 그러나 직접 나의 리스닝 룸 또는 시청 공간의 어쿠스틱 룸 특성에 익숙한 곳에서 운용해본 기기에 대해서는 확실히 추천순위의 상위에 랭크시킬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것은 거대한 체구의 플로어스탠딩이건 조그만 북셀프이건 그 공간과 어쿠스틱 특성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국내 또는 특히 일본의 오디오파일 같은 경우 오히려 유럽이나 미국보다 크고 장대한 스타일의 스피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신의 룸 특성을 배제하고 선택한 스피커는 룸에 최적의 세팅이 어렵고 그만큼 훌륭한 소릴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최근 필자의 리스닝 룸에서 두 개의 스피커를 운용하면서 느낀 것은 바로 룸 어쿠스틱 특성과 그 사이즈에 비하면 넘치는 플로어스탠딩이 아니라 최적의 사이즈를 가진 북셀프 스피커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나는 거의 대부분 메인 플로어스탠딩과 북셀프 스피커를 함께 운용하는 편인데 모든 음악에서 반드시 풀레인지급 광대역 플로어스탠딩이 우수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나의 리스닝 룸에서는 북셀프가 더 좋은 소릴 내주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개인적으로 잠재력이 높은 스피커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 최고의 퍼포먼스를 만들어냈을 때의 쾌감을 즐기기도 한다. 토템 마니2, 어셔 BE718 등이 좋은 예로 플로어스탠딩의 여유 있는 안정감과 넉넉한 스케일까지 얻기는 어렵지만 빠른 속도감과 치밀한 디테일, 작은 공간에서 핀 포인트로 맺히는 포커싱, 귀 높이와 위치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하는 스테이징을 만끽하는 쾌감은 마치 소형 스포츠카의 그것을 즐기는 것에 비견되는 스릴을 동반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또 한번 시동을 걸고 도전해볼만한 상대가 홀연히 내 앞에 나타났다. 이름은 스피커 디자이너이자 대표인 제프 조셉(Jeff Joseph)의 이름을 딴 조셉오디오(Joseph Audio)의 펄사(Pulsar)라는 북셀프다. 380mm 의 높이에 230mm 넓이, 330mm 가량의 물리적 크기는 뒤로 긴 현대적인 고성능 스피커의 전형적인 디자인이다. 여기에 앞면, 윗면, 후면은 피아노 래커 마감의 MDF 이며 양 옆은 소너스 파베르나 포컬 등을 연상시키는 리얼 우드 마감으로 진동을 흡수하고 가장 이상적인 어쿠스틱 특성을 위해 경사각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16.3kg 의 무게는 대부분 캐비닛 재료와 두께 덕택이다. 묵직한 수준으로 가볍지도 아주 무겁지도 않다.

캐비닛 전면에 탑재된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우퍼는 노르웨이 시어스(SEAS)에 의뢰해 조셉오디오의 제품에 특화시켜 제작한 유닛들로 최근 펜오디오 등 여러 메이커에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진 유닛이다. 모두 시어스의 레퍼런스급 유닛들이고 트위터는 조셉오디오의 플래그십 모델인 Pearl 2 에 쓰인 Sonatex 돔 트위터로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해 낮은 질량에 빠른 반응을 보이는 고성능 유닛이다. 스테이징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트위터로서 핀포인트 포커싱과 이미징, 정교한 위상과 넓은 확산성을 위해 조셉오디오가 특주한 트위터는 프레임 안쪽에 금빛 웨이브 가이드를 설치해 그 성능을 더욱 극대화한 모습이다.

우퍼 또한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시어스의 엑셀 시리즈의 변형으로 보인다. 5.5인치의 캐스트 마그네슘 콘을 채용해 빠르고 정교한 피스톤 운동을 보이는 우퍼는 트위터의 웨이브 가이드와 동일한 빛깔의 솔리드 메탈 페이즈 플러그를 채용해 사이즈를 뛰어넘는 높은 확산성을 돕고 있다. 또한 진동판을 제동하는 유닛의 모터 구조는 동을 재료로 한 코퍼 링을 사용해 디스토션을 최소화하고 저역을 확장시키는 강력한 것이다.

후면을 살펴보면 최근 들어 에어(Ayre)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카다스의 스피커 터미널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말굽단자의 +,- 단자를 삽입한 후 노브 한 개만 돌리면 굉장히 타이트하게 조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접촉 면적이 넓은 말굽단자를 사용해 접속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바이와이어링을 지원하며 점퍼 또한 동일한 카다스 제품을 사용했다. 오디오쇼 시연에서도 항상 카다스 케이블을 이용하는 것을 볼 때 파인튜닝을 카다스로 한 듯하다. 

전체적인 부품구성과 캐비닛 완성도 등은 나무랄 데 없으며 화려하기까지 하다. 2웨이 2스피커 형식에 후면 상단에 포트를 위치시킨 전형적인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의 북셀프 스피커다. 그러나 주파수 대역이 ±2dB 조건에서 42Hz-20kHz 에 이르며 크로스오버 포인트가 비교적 낮은 2kHz 에 설정되어 있는 2웨이 병렬 비대칭 크로스오버로 굉장히 가파른 필터 슬로프를 보인다. 이는 1차 크로스오버 설계가 통상적으로 6dB/Octave 감쇄를 가지는 상식을 깨버렸다. 이것은 1988년 당시 매킨토시의 프로덕트 엔지니어였던 Richard Modafferi 가 특허를 낸 혁신적인 크로스오버 설계방식인 ‘Infinite Slople Crossvoer'를 적용, 1차 크로스오버에서 굉장히 급격한 슬로프를 만들어낸 것으로 조셉오디오는 이를 더욱 급진적으로 진보시켰다. 로우패스는 급격하게 경사진 슬로프를 구현하고 2kHz에서 컷오프되며 주변 대역에서의 불규칙한 딥이나 피크를 말끔히 제거한 것이다. 이로써 두 드라이버 간의 주파수 간섭을 최소화했고 위상은 그 어떤 1차, 2차 외 멀티 차수의 크로스오버보다 훨씬 더 정확해졌다. 디스토션은 낮추고 다이내믹레인지, 스테이징 능력 등 전반적인 성능의 향상을 일으킨 것이다.

실제로 들어보면 4~50Hz 의 딥베이스 대역 근처에서 포트 출력이 우퍼 출력이 서로 상쇄되며 이하 대역에서 급격히 음압이 하강하는 모습을 보인다. 위상이 뛰어난 클로스오버 설계로 돔 트위터와 메탈 재질 콘을 채용한 드라이버 간의 이질감이 전혀 없다. 하지만 다소 높은 출력과 댐핑이 가해질 경우 중역대 부근에서 불규칙한 대역밸런스를 보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성질은 조셉오디오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공식적인 스펙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이지만 많이 떨어져도 최대 4옴이 마지노선이다. 대체로 대출력에 높은 댐핑을 가진 앰프보다는 오히려 진공관 앰프나 적절한 출력과 댐핑에 질감을 잘 살릴 수 있는 솔리드스테이트가 제격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처음 청음시 느꼈던 음색은 시어스 드라이버를 적극 활용하는 핀란드의 펜오디오의 그것과 닮았다. 하지만 그에 더해 스테이징과 심도를 좀 더 심화시킨 스타일이다. 생각나는 또 다른 하나는 윌슨 베네시. 최근 굉장히 좋게 들었던 윌슨 베네시 버텍스(Vetex) 스피커에 초고역의 쾌감을 늘리고 확장시키는 한편 저역 스케일을 늘려 후련한 쾌감을 확장시킨 스타일이다. 이번 CES 오디오쇼에서도 조셉오디오는 그들의 파트너인 벨칸토와 카다스 등과 함께 했다. 벨칸토는 잘 만든 D클래그 앰프지만 댐핑이 강해 퍼스펙트브(Perspective)는 몰라도 펄사에서는 오버 댐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평균 이상으로 포워딩하고 너무 강한 고역을 내줄 수도 있다고 본다. 펄사는 최소 4옴까지만 하강하는 임피던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쥐어짜서 소리를 내는 스피커가 아니다. D클래스 앰프라면 온건하며 순하고 매끈한 고역을 가진 제프 롤랜드 같은 앰프가 잘 어울릴 듯하며 진공관이라면 KT88이나 6550 네 알로 푸쉬풀 구동하면 그만일 듯하다. 진공관으로는 코플랜드 또는 캐리나 맨리 등이 잘 어울릴 듯하며 진공관과 TR의 장점을 모두 같춘 솔리드스테이트로는 패스랩스의 앰프들과도 좋은 상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실제 테스트에서도 예상과 일치했다. 최근 이런 저런 매칭으로 테스트중인 스텔로의 D클래스 인티앰프 AI700U 와 펄사와의 매칭에선 펄사의 굉장한 고역 에너지와 정보량, 디테일이 오히려 자극적으로 나타났다. 니어필드여서 더욱 강조된 면도 있지만 AI700U 의 굉장히 높은 댐핑과 출력은 펄사에게는 과하게 느껴졌다. 이후 AI700U 는 보다 순하고 차분한 고역의 B&W 801과 매칭해 광대역에 탁월한 드라이빙 능력을 구사하며 제짝을 찾아나갔다. 

스피커에 대한 어느 정도의 매칭에 대한 윤곽이 잡혀나갈 즈음 머릿속에 하나 떠오르는 앰프가 있었는데 바로 코플랜드 CTA-405, 급히 수배에 나섰고 운 좋게도 지인에게서 대여 받을 수 있었다. 기대에 찬 마음에 성질이 급해졌지만 코플랜드에 전기를 먹이고 한참을 달구며 밤새 인내의 시간을 보내다가는 다음날 아침 음악신호를 흘려주었다. DAC 는 MSB에서 출시한 Analog DAC. 내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전체적인 토널 밸런스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안정적인 토널 밸런스를 찾았고 편안하며 아름다운 하모닉스가 룸을 채웠다. 산만하던 고역은 그 정보량을 약간을 잃었지만 대신 자연스러운 하모닉스와 홀 톤을 얻었다. 6550 네 발을 사용했지만 솔리드스테이트에 버금가는 코플랜드의 당당한 드라이빙 능력 덕에 진공관 매칭임에도 불구하고 5.5인치 우퍼의 저역 확장 능력은 40Hz 근처까지 거리낌 없이 확장되는 느낌이다. 무대는 좀 더 들어가 탁 트인 전망과 호젓하고 여유로운 시야를 확보해주었다.

스피커는 조셉오디오 펄사, 앰프는 코플랜드 CTA-405, 소스기기로는 R-2R 래더의 신기원을 이룩한 MSB Analog Dac를 동원했다. MSB DAC을 통해 여러 무손실 압축 파일을 PCM 위주로 테스트했다. 리스닝 룸은 가로 4M, 세로 4M 정도의 전용 룸으로 사방은 모두 �▤� 있고 RPG 디프렉탈, 어쿠스틱레인지 Rosa 등으로 최소한의 튜닝만이 이루어져 있다. 스탠드는 지금은 구하기 어렵지만 지금껏 사용해본 스탠드중 가장 훌륭했던 타겟 R4 메탈 스탠드를 사용했다. 케이블은 제로 크리스탈 방식의 고수도 동선인 어쿠스틱 젠(Acoustic Zen)의 Stori 스피커케이블 외에 반덴헐 인터, PS Audio AC-12 등을 활용했다. 펄사 스피커 터미널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카다스 점퍼의 퀄리티가 좋아 그대로 사용했다. 

처음 청음시 포커싱이 정확히 잡히지 않아 몇 번의 토인과 옆, 뒤 공간을 조정 후에 정확한 위치를 잡아낼 수 있었다. 한 번 안정된 이후엔 마치 깨끗한 창으로 바깥 풍경을 응시하듯 선명한 시야가 펼쳐졌다. 

Sara K - Stars

사라 K 의 ‘Stars'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가장 돋보이는 면은 음의 알갱이 하나하나가 손에 잡힐 듯 미립자처럼 피어난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 하나하나의 음들이 모여 싱그럽게 살아 움직인다. 요컨대 약간 밝고 화사하며 실키한 고역에 중립적인 토널 밸런스를 가진 맑고 담색한 중역이 고역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인상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낮은 대역의 베이스 그 모든 것은 메인 보컬과 코러스를 받쳐주며 합성된 듯 거칠고 산만하지 않고 매끈하다. 볼륨을 올려도 산만하게 제각각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따스하며 풍윤하게 표현된다. 

최근 고성능 북셀프들 중 종종 작은 사이즈에 과도한 대역과 다이내믹 레인지를 구사하기 위해 너무 낮은 능률, 과도한 내입력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대게 소리가 과도하게 압축되어 쥐어짜는 듯한 소릴 내며 짓눌린 소릴 낸다.

Trio Toykeat - Gadd a tee?

오케스트라 샘플러 [Tutti]에서 ‘전람회의 그림’은 북셀프로서의 한계에 부딪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기존에 듣고 온 락포트 테크놀로지의 Avior 탓이다. 당연히 풀레지인지급 플로어스탠딩과의 비교는 허영이며 사치다. 그러나 북셀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평가해보면 양보다는 질적으로 우수한 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중, 저역 에너지감이 어느 특정 대역으로 몰리면서 응축되고 균형을 잃는 모습이 없다. 가상으로 부풀려진 헤비한 저역이 아니라 유닛과 캐비닛 용적에서 전체 토널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깨끗하게 풀어낸 중역과 저역이다. 대략 50~60Hz에서 급격히 하강하는 저역은 종종 섬뜩한 쾌감을 준다. 커다란 다이내믹 레인지를 소화하는 데도 전혀 무리가 없으며 낮은 볼륨에서도 밸런스가 흐트러지지 않는 담대함을 보인다. 

조셉오디오 펄사는 토템 어쿠스틱처럼 초현실적인 스릴링을 만들어내지도 않으며 펜오디오와 유사한 음색을 가지지만 그들처럼 예쁘게 치장한 소리로 치우치지 않는다. 마치 공연장에서 듣는 듯 한 정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무대와 이미징을 현실적으로 그려준다. 음색적으로는 촉촉하고 화사한 고역으로 지나치지 않은 정도의 착색으로 음악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매력적인 음색과 다이내믹스, 스테이징 등 두 마리 토끼를 절묘하게 모두 잡아낸 흔치 않은 스피커다. 매칭에 있어서는 진공관의 경우 솔리드스테이트에 버금가는 다이내믹스와 디테일을 가진 앰프들이 적합하며 솔리드스테이트의 경우 대출력의 AB, D클래스보다는 진공관과 유사한 윤기와 약간의 고역 롤오프가 느껴지는 순한 성질의 중출력 앰프들이 잘 어울린다. 

오랜만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스피커가 생겼다. 매칭의 고난,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않고 즐길 자신이 있다면 꼭 한번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충만한 모델이다. 다만 저음압에 근육질의 압축된 소리가 아닌 적절한 완급조절을 통해 자연스운 다이내믹스와 풍성한 디테일, 하모닉스 등 펄사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매칭에 초점을 맞출 때 뛰어난 소리로 보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하이파이 스피커 제작이라는 한 길만을 걸어왔던 조셉오디오는 이제 미생에서 완생으로 거듭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