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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는 인터커넥트 케이블입니다. 그 중에서도 밸런스 케이블이고, 선재는 단결정 구리(True Single Crystal CU wire)이며, 브랜드는 (주)엠씨랩(Max-Crystal Laboratory)의 솔리톤(Soliton)입니다. 모델 이름은 CBS12. 

 

그러면 이 케이블을 만든 설계자의 ‘의도’와 ‘사상’, 즉 다른 제품이나 이전 모델과는 다른 CBS12만의 본질은 무엇인지부터 짚어보는 게 맞습니다. 괜히 (주)엠씨랩이나 솔리톤에 대한 구구절절한 히스토리 같은 것에 시간과 정력, 스크롤 낭비 말고 핵심을 찌르는 겁니다. 일단 스펙으로 본 CBS12의 핵심은 역시 ‘단결정’, ‘구리’, ‘밸런스 케이블’입니다. 여기에 커넥터 단자까지 단결정 구리로 만든 효과와 선재 단면이 기존 0.5mm*1mm에서 0.5mm*2mm로 넓어진 것에 대한 변화 역시 필수 체크 항목입니다.

(주)엠씨랩을 설립한 정세영 교수(부산대 나노과학기술대학장)는 말합니다. “결정(Crystal)이란 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해 있는 것을 말하는데 전체에 걸쳐 고르게 형성된 것을 단결정(Single Crystal)이라고 하고 여러 개 결정으로 이뤄진 것을 다결정이라 한다. 금속이 단결정이 되면 결함이 없기 때문에 전선으로 만들면 신호전달시 노이즈가 사라진다.”

 

역시 ‘단결정’의 탄생배경이자 존재이유는 ‘노이즈 저감’입니다. 소스기에서 앰프로, 프리에서 파워로 전달되는 음악신호에 일체의 노이즈가 끼어드는 것을 막고 싶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단결정 케이블을 사용함으로써 음질이 향상되고 음색이 분명해지며 해상도가 높아지더라도, 이는 케이블의 ‘플러스’(착색) 효과 때문이 아니라 ‘마이너스’(맨얼굴  드러내기) 효과에 따른 결과입니다. 밸런스 케이블 역시 180도 반전된 두 위상신호를 나중에 서로 ‘빼서’(마이너스) 노이즈를 떨궈내는 원리임을 떠올려보면 역시 케이블은 ‘마이너스’의 세계인 것 같습니다.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잘 아는 내용이겠지만, 다시 정리해봅니다. 금속을 녹여서 케이블을 만들면 보통 수만개의 원자들로 구성된 알갱이 모양의 그레인(Grain)이 발생하는데, 이들 그레인 사이에 나타나는 일종의 빈공간, 즉 ‘경계선’(Grain Boundary)이 골칫거리입니다. 음악신호가 이 불연속적이고 불규칙적인 경계선를 통과할 때 순도가 떨어져 결국 음질저하가 온다는 것이죠. 1cm 길이 케이블 안에도 1000만개 정도의 경계선이 있다고 합니다. 

 

단결정은 바로 이러한 그레인들의 배열을 마치 벌집구조처럼 질서정연하게 만들어서 경계선을 없앤 상태를 말합니다. (주)엠씨랩에서는 초크랄스키(Czochralski) 방식(은이나 구리를 용융시킨 다음에 그 표면에 종자 결정을 접촉해 끌어올려 단결정 구조물을 완성시키는 방식. 단결정이 자라는 크기는 시간당 0.1~1mm)을 이용해 단결정을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단결정체를 디스크 형태로 자른 다음 레이저로 미세 가공해 케이블 만든다고 합니다. 즉, 이렇게 해서 탄생한 단결정 케이블은 전체가 하나의 결정체 같은 상태가 돼 오디오 신호의 흐름이 원할하게 되는 것이죠. 마치 뻥 뚤린 고속도로처럼 말입니다.

 

이제 CBS12 스펙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내부선재는 구리 단결정 와이어 3가닥이고, 선재단면은 0.5mm*2mm 직사각형 모양으로 굵기는 18AWG(American Wire Gauge)입니다. 18AWG이면 선재 단멱적이 0.8226제곱밀리미터라는 얘기입니다. 예전 모델은 0.5mm*1mm(20AWG. 0.5174제곱밀리미터)인데 선재가 굵어질수록 음질적으로 낫다는 게 설계자의 설명입니다.

 

커넥터와 XLR 핀 역시 솔리톤 최근 모델과 마찬가지로 광택처리한 단결정 구리로 만들어졌습니다. 단결정 구리로 만들어진 케이블의 순도를 ‘다결정’ 커넥터나 XLR 핀 때문에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설계자의 확고한 ‘의지’로 보입니다. 피복은 테프론 수축튜브로 1차 절연을 하고, 다시 개별 선재를 다중 피복처리한 다음, 최종적으로 알루미늄 절연막으로 마감했습니다. 신호선의 전자기파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편조선을 실딩 처리한 점, 전기신호의 진동에 따른 트러블을 제거하기 위해 외부 확장튜브를 이중으로 사용한 점, 열화 및 노화를 차단하기 위해 단자와 선재 연결방식을 납땜이 아니라 압착방식으로 한 점은 이미 솔리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만합니다. 

 

자, 이제 본격 CBS12 청음입니다. 이번 리뷰는 당연히 비교청취 형태로 진행했습니다. 기존 오디오 시스템의 프리와 파워앰프에 연결됐던 비슷한 가격대의 밸런스 케이블을 먼저 청취하고(A) 이후 CBS12를 연결해 들어보는(B) 방식입니다. 오디오 시스템은 이랬습니다. 

 

 

 

 

Eva Cassidy - Over The Rainbow

에바 캐시디의 명곡 ‘Over The Rainbow’를 들어봅니다. 오데온 스피커에 달린 중역 혼의 위력이랄까, 에바 캐시디의 보컬이 멋지게 울려퍼집니다. 최상급 표현인 ‘촉촉한’(liquid)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기타줄 튕기는 소리의 질감은 매우 섬세합니다. 비올라 광대역 프리의 분해능이 잘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고역이 쑥쑥 스트레스 없이 뻗습니다. 만족스러운 재생입니다.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1. 베이스 현들이 부르르 거칠게 떨어대고 트라이앵글은 ‘땡땡’ 낭랑하게 울립니다. 이 대목이 무척 중요합니다. 프리앰프의 분해능과 광대역 재생능력, 파워앰프의 댐핑, 스피커의 광대역 재생과 음조밸런스가 서로 맞아야 ‘부르르’와 ‘땡땡’이 가능합니다. 뭐 하나 부족하면 ‘파르르’와 ‘탱탱’ 수준에 그칩니다. 이 곡 초반의 베이스는 하여간 무조건 거칠게, 심지어 베이스 줄을 헐겁게 맨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하게 떨어대야 합니다. 

2. 피아노 타건음도 명료하게 들립니다. 음 가닥수도 무지 많고, 음 입자는 매우 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피아노 음들의 침투력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역시 프리의 음색 재현력은 이 밸런스 케이블을 통해 매우 만족스러운 정도로 손실없이 파워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3. 하지만 두 스피커 사이가 좀 비는 느낌입니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밀도가 좀 약하다고 할까요? 음들을 스테이지에 확 뿌려주는 맛이 조금 부족합니다. 

4. 전체적으로는 배음도 만족스럽고 S/N비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Boston Symphony - Saint Saens Symphony No.3

1. 확실히 스테이징의 중간 밀도가 약합니다. 스테이지는 넓게 펼쳐지는데 깊지가 않습니다. 

2. 하지만 왼쪽에서 들려오는 파이프 오르간의 저역과 배음, 이로 인한 공간감은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3. 심지가 있는 소리입니다. 

4. 2악장 1부 초반 팀파니의 타격감이 상당합니다. 스피커는 허둥대지 않고 있습니다.

5. 각 악기의 음상도 정확하게 재현되고 있습니다. 

6. 2악장 1부의 무대가 갑자기 확 넓어진 느낌입니다. 

7. 특히 목관 악기군들의 음색이 부드럽게 울려퍼지는 맛이 발군입니다. 오른쪽 스피커에서 들리는 트라이앵글 소리도 상급입니다. 

8. 스피커의 존재감이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9. 하지만 오케스트라 악기들이 약간 엉키고 소리가 서로 뭉개진 것은 아닌가 의심도 듭니다.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2. 스테이지가 단단해졌습니다. 

3. 베이스는 실물 크기로 나타납니다. 

4. 드럼의 타격감이 대단합니다. 특히 하이햇에 힘이 실렸습니다. 스탠드 밑의 페달 밟는 소리까지 ‘철컥철컥’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피아노 타격음은 더욱 명료해졌습니다. 아까 에바 캐시디 때도 기타 소리에 힘이 실렸던 것을 보면 CBS12 케이블이 프리앰프의 음악신호를 열화없이 그리고 노이즈없이 파워앰프에 전해주는 게 확실해 보입니다. 

5. 조금 감이 잡힙니다. CBS12의 장점은 ‘명료, 정숙, 노이즈저감’인 것 같습니다. 

2. 레이어(layer)라고 할까. 아까 기존 케이블 사용시 사운드 스테이지의 중간이 좀 빈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오케스트라 각 악기들이 무대 좌우전후로 겹겹이 잘 자리를 잡은 것처럼 들립니다. 

3. 스피커의 음 이탈력이 상승한 듯합니다. 앞으로 튀어나오는 음들이 아까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4. 각 악기 음색이 서로 겹치고 뭉개진 점도 해소가 된 듯합니다. 

5. 한마디로 프리앰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느낌입니다. 

6.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증가했습니다. 이는 노이즈 없이 순 오디오신호만을 파워에 전해준 덕분인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오디오 시스템의 정숙도가 높아진 까닭도 있겠지요. 하여간 사운드의 순도가 높아졌습니다. 혼 스피커 특유의 ‘혼티’도 전혀 없습니다. 깨끗한 샘물을 마시는 느낌입니다. 

7. 2악장 1부의 팀파니의 타격감은 거의 대포 수준으로 세졌습니다. 옆에 있던 지인이 그럽니다. “대단하구만!” 맞습니다. 비올라 포르테 파워 앰프의 숨어있던 과도전류 응답능력이 이제야 드러난 것입니다. 뻥 뚫린 고속도로 같은 CBS12 케이블과 1M옴에 달하는 비올라 포르테 파워앰프의 높은 입력 임피던스 덕분에 프리앰프가 전혀 힘 안들이고 순간적으로 빵빵한 과도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게 된 겁니다.

8.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커진 것 같습니다. 트라이앵글의 갯수까지 늘어난 것 같습니다.

9. 하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너무 강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할 것 같습니다. CBS12가 힘은 좋지만 뭐든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10.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더 일사분란해진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을 보면, 파워앰프의 댐핑능력까지 커진 듯합니다. 확실히 프리와 파워앰프의 결속력이 증가했습니다. 

 

 

확실히 ‘단결정’은 케이블 개발사에서 한 획을 그은 자랑스러운 국산 기술임이 분명합니다. 여기에 커넥터와 핀까지 단결정 구리를 사용하고, 절연과 차폐가 잘 된 밸런스 케이블에 단결정 구리 선재가 투입이 되니 무엇보다 ‘노이즈 Free’ 효과가 실감나는 케이블입니다. 구리 선재 특유의 묵직한 힘과 드라이빙 능력 또한 가감없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또한 선재 단면적이 예전보다 늘어남으로써 특히 고역재생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습니다. 이번 설 귀향 길에 교통체증으로 조금 짜증이 났었는데, 반대편 상경길은 뻥뻥 뚫려 내심 부러웠습니다. CBS12가 바로 그 ‘상경길’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