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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을 만들어 판매하던 Bernard Thiel 은 유닛 공급처였던 독일의 바케스&뮐러(Backes & Müller)의 파산이 닥치자 사업에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로 바뀐다. 그의 제품을 취급했던 아드리안 반케비츠(Adrian Bankewitz)가 동업을 제안해온 것이다. 그들은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유닛을 개발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부르는 아큐톤(Accuton) 유닛 제조사 틸&파트너(Thiel&Partner)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여러 진동판을 적용하는 실험과 연구를 끝에 그들이 선택한 진동판은 세라믹이다. 대게 도자기 또는 의료계에서는 인공관절의 재료로 사용하는 세라믹 말이다. 

틸&파트너(Thiel&Partner)을 설립하고 아큐톤 드라이버를 처음 만들었을 때 현재 같은 상황을 예상했을까 ?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 세계 최고가의 스피커를 제조하는 메이커들이 플래그십 스피커의 유닛으로 아큐톤을 선택했다. 결국 현재 전세계 최고 드라이브 유닛은 다이아몬드, 베릴륨과 함께 세라믹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게다가 세라믹은 곧 아큐톤이며 틸&파트너다. 이런 조류는 곧 국내에도 빠르게 적용되었다. 특히 유닛에 대한 집착이 높은 국내 오디오파일 사이에서 아큐톤 드라이브 유닛의 인기를 상당했다. 여러 스피커 메이커 또는 공방에서 아큐톤 유닛으로 스피커를 제작해 소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 메이커에서 제작한 아큐톤 스피커 중 크게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스피커는 흔치 않다. 가볍고 단단한 물성 덕에 독특한 주파수 특성을 보이는 아큐톤이다. 때문에 일반적인 유닛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보적인 질감과 광대역 특성을 펼쳐보인다. 반대로 세심함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와 인클로저 설계 능력을 필요로 하기도 하는 것이 아큐톤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큐톤을 사용해 상용 품을 내놓은 스피커 메이커가 극소수인 것은 그 반증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이소폰으로 유명한 가우터 어쿠스틱스 외에 마르텐, 루멘화이트, 카르마, 아발론이 그들이다. 최근 들어 에스텔론 등 여러 메이커가 이 대열에 합류했지만 아큐톤을 제대로 다루는 메이커는 여전히 흔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스피커 제조사 칼라스가 아큐톤 스피커를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Nostalgia 는 국내에서 볼 수 있었던 여러 아큐톤 스피커 중에서도 대형기에 속하는 스케일로 제작된 스피커다. 대체 이런 자신감을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 통상적으로 칼라스(Callas)라는 브랜드로 불리는 금잔디 음향은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하이파이 스피커를 제조해온 국내 업체다. 처음엔 그저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이른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스피커를 만들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설계에 대해 두각을 나타내더니 급기야 기존 메이커 제품들의 튜닝 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와중에도 계속해서 자체적인 모델을 체인지 업 해나갔으며 꾸준히 새로운 모델을 출시했다. 

십여년 이상 스피커 설계와 제작 그리고 네트워크 튜닝에서 얻은 노하우가 쌓이면서 금잔디 음향은 아큐톤을 다루기 시작했다. 특히 그들이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에 관한 독보적인 기술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것은 간단히 1, 2차 크로스오버가 아닌 고차 크로스오버 시스템이다. 이제 금잔디 음향은 현재까지 그들이 이루어온 모든 기술력을 한 데 모아 기념비적인 스피커를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 이번 신작 Nostalgia 는 아큐톤의 본령인 유럽 메이커들에서도 보기 힘든 대형 4웨이 아큐톤 스피커를 들고 나왔다. 엄청난 자신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Nostalgia 의 첫 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었다. 그것은 우선 저역을 담당하는 유닛 사이즈가 무려 11인치다. 이 정도 구경의 아큐톤 베이스 우퍼를 다룰 수 있는 스피커는 내가 아는 한 카르마, 마르텐 등 다 합해봐야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놀라운 것은 이 뿐만 아니다. 고역을 담당하는 유닛으로 1인치 역돔 세라믹 아큐톤을 선택한 것은 당연했지만 눈이 가는 것은 중역 유닛이다. 세락믹 역돔형 트위터가 40kHz 까지 선형적인 주파수 특성을 보인다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무려 11인치 베이스 우퍼가 무려 20Hz 근처 대역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유닛 발전의 수혜다. 하지만 아무리 이러한 광대역에도 불구하고 감흥을 주지 못하는 스피커가 난무한다. 문제는 중역대역에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음악은 중역대만 뛰어나더라고 뛰어난 감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칼라스는 Nostalgia 에 두 개의 미드레인지 유닛을 투입했다. 하나는 낮은 중역, 또 하나는 높은 중역 대역을 소화하도록 각각 중역을 나누어 분배했다. 낮은 중역은 5인치 세라믹 유닛, 높은 중역은 4인 세라믹 유닛이 담당한다.

그렇다면 과연 크로스오버는 어떻게 잡았을까 ? 당연히 칼라스의 장기인 고차 필터를 적용했다. 크로스오버는 각 유닛이 담당하는 대역을 각각 어느 정도 선에서 컷오프해서 활용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그러나 저차 크로스오버와 고차 크로스오버 사이엔 각각 장단점이 있다. 컷오프 주파수와 주파수 슬로프가 다르며 이에 따라 대역의 타이밍, 위상 특성이 바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차 크로스오버는 대역 6dB/Octave 의 슬로프를 갖으며 2차 크로스오버는 대체로 12dB/Octave 의 감쇄 특성을 갖는다. 고차로 갈수록 가파른 감쇄특성을 갖게 되는데 Nostalgia 의 경우 무려 4차 필터를 적용해 24dB/Octave 의 가파른 슬로프 특성을 보인다. 저차 크로스오버는 위상이 정확한 대신 각 유닛의 주파수 간섭이 크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불규칙한 주파수 응답특성이 생기기 쉽다. 반대로 4차 필터 같은 고차 필터에서는 유닛과 유닛의 중첩 구간이 좁게 나누어 소멸 간섭 등 불규칙한 주파수 중첩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칼라스 Nostalgia 는 고차 필터를 적용한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설계를 위해 컴퓨터 해석을 도입했다고 한다. 또한 초정밀 코일, 커패시터 등을 사용해 허용오차 이내의 정밀 부품만을 사용했다.

인클로저는 30mm 고밀도 HDF 두 겹을 포갠 것으로 총 60mm 두께로 꽤 두텁게 만들어 공진을 줄인 모습이다. 또한 내부 구조 또한 내부 정제파를 억제하기 위해 일종의 멀티셀(Multi-Cell) 설계를 적용했다. 무려 11인치 우퍼에서 발생되는 공진에 과연 어떻게 대처했을지 궁금했는다 위와 같은 물리적인 강도와 설계 외에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니라 하단에 커다랗고 묵직한 아웃트리거를 달아놓았다. 마치 카르마 또는 마르텐의 스피커들에서 보았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하나 의아한 것은 후면 중간 즈음에 설치된 포트다. 하지만 완전히 개방된 것이 아니라 스펀지로 막혀 있어 완전한 포트라기보다는 숨만 쉴 수 있을 정도의 벤트라고 하는 것이 옳다. 어쨌든 Nostalgia는 저음 반사형 타입으로 뒤로 약간 누운 형태의 인클로저에 바인딩포스트는 싱글 와이어링만 지원한다.

수십 년 동안 피아노 하이 글로시 작업을 해온 장인이 직접 도맡아 작업한 외관은 상당히 고급스럽다. 최근 중국 등지에서 제작해 들여온 피아노 래커 마감과는 달리 확실히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무려 23Hz에서 40kHz 까지 재생하는 이 대형 스피커는 저역에 제한이 없는, 말 그대로 풀레인지급 플로어스탠딩이다. 그러나 공칭 임피던스는 8옴, 90dB 의 능률로 표기된 스펙은 스펙일 뿐 대형 아큐톤 유닛을 제대로 드라이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처음 매칭한 앰프는 다즐 프리/파워 앰프, 아큐톤의 저역에 대한 걱정은 뒤로 미루고 아큐톤 중고역의 그 미려한 질감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걱정스러웠던 저역 대역 드라이빙에 문제가 생겼다. 중간 저역 부근에 피크가 많아 바로 앰프를 스펙트랄 모노블럭 앰프로 교체해야했다. 스펙트랄 프리, 파워앰프로 매칭한 후 그제야 저역에서부터 고역에 이르기까지 대역 밸런스가 제자리를 찾았다. 소스기기는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레퍼런스로 사용하고 있는 오렌더 W-20 뮤직 서버와 브리카스티 M-1 DAC를 사용했다. 

보컬 레코딩부터 차근차근 들어보면 특성을 체크해나갔다. 스펙트랄 DMC-30SS 프리앰프와 DMA-360S2 파워앰프의 깊고 강건한 특성이 아큐톤을 더욱 깨끗하고 타이트하게 요리하는 인상이다. 무려 350와트의 대출력으로 꽉 짜인 밸런스와 약간은 증류수 같은 느낌의 정교한 드라이빙은 Nostalgia 의 민낯을 그대로 투영시켜 보여주었다. 

Susan Wong - You've Got a Friend

Susan Wong - My Live Stories
수산 웡의 ‘You've got a friend’ 와 아이유의 ‘한낮의 꿈’ 같은 레코딩에서는 전 대역 상쾌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토널 밸런스와 음색을 펼쳐놓는다. 음색은 백옥 같은 피부를 연상시킬 정도로 각 대역 간 어떤 중복도 느껴지지 않으며 선명한 컨트라스트를 이루어낸다. 밝고 어두운 음영을 더욱 심화시켜 표현해내면서도 그라데이션 표현이 굉장히 자연스럽다는 면에서 역시 아큐톤의 특성이 명확히 나타난다. 포커싱, 전체적인 음상 등에서는 크게 문제점이 파악되지 않았다. 

Pat Metheny - Road To You

Pat Metheny - Road To You
팻 메스니의 [Road to you] 라이브 레코딩 중 ‘First circle'에서는 박수 소리가 스피커 사이 저 뒤편에서부터 펼쳐지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순간 박수소리의 먼 거리감과 미세한 약음들의 포착 능력이 감탄스러웠다. 이어 보컬 코러스와 박수소리가 선명하게 레이어링을 형성하면서 본격적인 세션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마침내 등장하는 팻 메스니의 기타는 선명한 감촉이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아큐톤 유닛이 현재 최정상의 유닛으로 평가받는 이유, 즉 미세한 약음 포착능력과 털끝 하나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 디테일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러한 특징에 더해 공간에서 악기와 청중의 위치, 거리에 대한 정보가 담긴 하모닉스의 정교함은 다른 스피커들과 Nostalgia를 확연히 구분 짓게 한다. 

Hoff Ensemble - Dronning Fjellrose

Hoff Ensemble - Quiet Winter Night
호프 앙상블의 레코딩에서는 ‘First Circle'에서 경험한 홀톤, 스테이징의 특징들이 더욱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낮은 대역을 연주하는 리듬 파트의 해상도와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는 해상력이 더해서 생생한 무대를 만들어낸다. 중역대역과 고역대역을 오가는 보컬과 피아노는 밝고 화창하며 구름 한 점 없는 탁 트인 시야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저역은 깨끗하고 맑은 중,고역과 달리 타이트하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펼쳐놓는 양상을 보인다. 옵션인 상단 베이스 우퍼 옵션까지 적용한다면 과연 어떤 사운드가 펼쳐질지 약간은 걱정스럽기도 하다.

무려 11인치 아큐톤 우퍼를 가지고 스피커를 만드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아마 제작자도 상당히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데 캐비닛 구조 설계에서부터 포트, 하단 트리거 등에서 그 고민이 드러난다. 문제는 20Hz 근처까지 내리꽂는 저역의 확장과 스케일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해상력을 유지해야한다는 사실이다. 

Valery Gergiev - Symphony No.5

Shostakovich: Symphonies 5 & 9
발레리 게르기에프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들어보면 웬만한 하이엔드 스피커와는 비교할 수 없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무대는 약간 앞으로 나서 호소력이 충만한 스타일이며 총주시에도 현악, 관악, 타악 모두 자신만의 대역에서 중첩으로 인한 뭉침 없이 선명하게 레이어링을 구분해 움직인다. 악기들의 질감 표현 또한 선명하게 컨트라스트를 그려나간다. 하지만 중역과 저역 사이에서는 가끔 부스팅이 감지되면서 저역 반응이 약간 느리다. 공간 탓인지 아니며 스펀지로 막은 후면 포트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다음 날 바쿤 앰프로 시연할 당시엔 이런 점은 발견되지 않은 점을 보아 매칭 앰프와 어쿠스틱 룸 환경에 세심한 운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시 매칭 앰프는 미국의 레퍼런스 모니터 앰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펙트랄이었다. 게다가 소스기기도 정확하고 정교한 특성을 지닌 기기들이기 때문에 약간 더 풍부하고 감칠맛 나는 하모닉스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다만 Nostalgia 의 기본적인 특성을 알아보기엔 더 유리했다. 반대로 다즐 프리/파워앰프에서는 저역 표현에서 약간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오히려 Nostalgia 의 음색적인 부분의 장점을 이끌어내준다. 결국 매칭에 따른 편차가 바로 바로 민감하게 드러나는 스타일로 사용자의 운용 능력에 따라 퍼포먼스의 편차는 크게 오르내릴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앰프 매칭은 다즐과 같은 음색에 스펙트랄의 어깨에서 힘을 조금만 더 뺀 특성을 가진 앰프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높은 출력보다는 오히려 중출력 정도에 대용량 전원부를 설계한 앰프가 좋을 듯하다. 어쨌든 Nostalgia 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대형 풀 아큐톤 스피커의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라면 시도하기 힘든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결과를 놓고 볼 때 칼라스 스피커의 확실한 턴어라운드로 기능할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