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그러다 올해 초에 열린 CES에서 드디어 신작을 보게 되었다. 사실 CES의 오디오 부문은 베네시안 호텔 타워쪽에 몰려 있을 만큼, 규모가 축소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늘 새로운 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거창한 플래그쉽 모델의 경우, CES를 이용하는 메이커가 많다.

당연히 나도 CES에 온 만큼, YG의 신작이 궁금했다. 특히 이 회사는 일반 스위트 룸이 아닌, 보다 사이즈가 큰 곳을 사용하고 있다. 이럴 경우, 손님을 맞이하는 바(Bar)라던가 몇 개의 프라이비트 룸이 따로 있어서, 거실에서 시청을 하면서도 간단한 인터뷰는 룸에서 별도로 진행할 수 있다.

아무튼 과연 어떤 신작이 나왔나 궁금한 마음에 찾아보니, 처음에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 아주 작고, 귀여운 물건이 저 커다란 거실 한 편에 진열되어 있었던 것이다. 늘 여기서 소냐나 헤일리를 보던 내게 이것은 김이 새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매칭된 앰프와 소스기가 워낙 하이 퀄리티라, 역으로 더 스피커가 왜소해보였다.

그러나 일단 자리를 잡고, 다이아몬드씨의 안내로 몇 개의 곡을 부탁해서 들었다. 그런데 소리가 전연 딴판이었다. 밸런스가 좋고, 반응이 빠른 것은 이해가 되겠는데, 의외로 당찬 저역이 나왔다. 특히 크로노스 턴테이블에 연결한 아날로그는 어마어마한 정보량을 대부분 가감없이 내는 것같아 연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이번 신작의 모델명은 카르멜 2. 당연히 전작의 업그레이드 버전인데, 그 내용이 만만치 않다.

참고로 YG의 제품들 이름은, 설계자인 요아브 게바(Yoav Geva)의 가족 이름에서 따왔다. 소냐는 아내이고, 헤일리는 아들이다. 그럼 카르멜은? 바로 딸이다. 정말 바라만 봐도 절로 미소가 나오는 딸을 향한 애정이 이 스피커에 담겨 있는데, 덕분에 다소 앙증맞은 자태는 한참 뒤뜰에서 뛰어노는 꾸밈없는 소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스펙을 보고 잠깐 놀랐다. 저역이 무려 32Hz까지 떨어지고, 고역이 40KHz를 넘나든다. 혹시 이것 헤일리 1.2나 소냐 1.2의 스펙을 잘못 쓴 게 아닌가 잠시 당황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은 몸체에서, 겨우 유닛 두 발만 갖고, 어떻게 이런 광대역이 가능하단 말인가?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펑펑 터지는 저역에 무시무시한 다이내믹스에 놀라게 된다. 어디 한 구석에 서브 우퍼를 숨겨놓은 듯한 기분이 들 정도.

사실 처음 요아브가 YG를 런칭했을 때 들고 나온 것은 2웨이 북셀프다. 애넛 레퍼런스라 불린 이 모니터 스피커는, 가운데 트위터를 두고 위 아래로 미드 베이스를 넣은 2웨이 3스피커 포맷이었다. 워낙 스피드가 빠르고, 대역이 넓고, 해상도가 출중해서 곧 이 제품은 베스트 셀러가 되기에 이른다. 이후 여기에 우퍼 섹션이 더해지면서 오늘날의 소냐와 헤일리로 발전한 것이다.

반면 본 기로 말하면, 전형적인 톨보이 스타일이다. 어떤 면에서 애넛에서 미드 베이스를 하나 뺀 모습이라고나 할까? 당연히 약간 김이 샌 느낌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만듦새나 소리로 말하면, 그야말로 이 가격대 제품에서 경험하기 힘든 만족감을 선사한다. 대체 무슨 조화인가? 가만, 그러고 보니, 이 구성은 헤일리를 이루는 상부 박스의 구성과 같다. 그 역시 오로지 2개의 유닛만 쓴 북셀프 모양이다. 여기에 우퍼부가 더해진 것이다. 아하,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우선 본 기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드디어 드라이버가 상급기에 쓰이는 것과 똑같은 것들이 투입되었다는 것이다. 그 변화는 너무나 놀라워서, 전작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든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차라리 새로운 모델명을 붙여도 될 정도다. 

여기서 잠시 드라이버에 대해 언급하자. 맨 위에 달린 것은 트위터로, 동사에서는 포지코어(ForgeCore) 테크놀로지라 부른다. CNC 머신으로 정밀하게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진동판이 큰 특징으로, 여기에 엄청난 모터 시스템을 더했다. 반응이 빠르고, 대역폭이 넓으면서, 직진성이 좋은 음을 연출한다.

한편 이와 커플링되는 미드베이스의 경우, 동사가 역시 자랑하는 빌레코어(BilletCore) 테크놀로지가 투입되었다. 이것은 항공기용으로 쓰이는 알루미늄 알로이 덩어리를 정밀 가공해서 진동판을 얻는 것으로, 무척이나 세심한 디테일과 정밀도를 요한다. 

이 두 개의 드라이버는 동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듀얼 코히어런트 테크놀로지의 보호를 받고 있다. 말하자면 이를 통해 정확하고 평탄한 주파수 대응 및 위상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오로지 두 개의 유닛만 동원되어, 그 전체적인 통일감은 마치 하나의 유닛에서 나오는 듯하다.

물론 인클로저부터 드라이버까지 인하우스, 그러니까 자사의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 것들이고, 그밖에 크로스오버라던가 디자인이라던가 모든 부분에서 상급기와 다름없는 물량 투입이 이뤄졌다. 솔직히 말하면, 이 사이즈의 톨보이 스피커 중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자랑한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당연히 인클로저가 빠질 수 없다. 아예 알루미늄 덩어리를 깎아서 만들었다. 엔트리 클래스라고 해서 결코 대충 조립한 것이 아니다. 그 재질이나 만듦새는 상급기와 똑같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바, 두께면에서도 만만치 않다. 프런트 패널의 경우 무려 35mm나 한다. 말하자면 드라이버가 아무리 빨리 움직이고, 엄청난 진동을 만들어도 꺼떡이 없는 인클로저를 제작한 것이다. 덕분에 이 작은 몸체가 무려 34Kg이나 한다. 그냥 통째로 알루미늄 덩어리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포커스드엘리미네이션(FocusedElimination) 테크놀로지라는 것이 있다. 기본적으로 본 기는 밀폐형이다. 이런 설계의 장점은, 아무래도 반응이 빠르고, 윤곽이 뚜렷한 저역을 얻을 수 있고, 일체 왜곡이 없는 중고역의 디테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인클로저나 드라이버에 대한 퀄리티가 무척 중요하다. 그 점에서 본 기의 만듦새는 특필할 만하다. 특히, 진동판의 뒤로 빠지는 음을 어떻게 스무스하게 처리하냐에서, 빼어난 댐핑 처리를 내부에서 시행하고 있다. 덕분에 마치 개방형 스피커에서 들을 수 있는 투명도와 에어리한 음을 즐길 수 있다. 말하자면 밀폐형과 개방형의 장점을 두루두루 갖춘 것이다. 

사실 위에 언급한 여러 테크놀로지나 제작법은 모두 특허를 취득한 기술이다. 그만큼 스피커 제조에 있어서 최첨단 기술과 소재가 듬뿍 들어간 것이다. 이런 내용을 조금만 이해한다고 해도, 동사의 제품에 매긴 가격표와 실제 들었을 때의 놀라움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와 소스기는 오디오넷으로 통일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이 조합을 널리 권장하는데, 과연 직접 들어보면 두 회사가 추구하는 이상이 일치한다고 느껴진다. 매우 반응이 빠르고, 싱싱한 음을 들을 수 있다. 참고로 프리는 DNP, 파워는 앰프 모노 그리고 CDP는 ART G3이다.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Beaux Arts Trio - Dumky Trio

Dvorak: Dumky Trio
첫 곡으로 들은 드보르작. 정말 이 사이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신선함과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피아노의 타건은 마치 작은 연못에 잔잔히 파문이 이는 것 같고, 첼로와 바이올린의 등장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며 피어나는 연꽃과도 같다. 강한 향이 아니지만, 은은하고 세련된 미음이 시청실을 가득 채운다. 특히, 베일을 벗긴 듯한 생생한 감촉은 마냥 싱싱하기만 하다.

O-zone Percussion Group - La Bamba
이어서 분위기를 바꿔 오조네 퍼커션 그룹의 연주를 듣는다. 깜짝 놀랄 만큼 강력한 타격감이 터진다. 기본적으로 타악기 재생엔 스피드가 필수. 그 점에서 리얼 타임과 다를 바 없다. 저역의 깊은 어택감도 좋지만, 심벌즈의 개방적인 찰랑거림도 무척 사실적이다. 미친 듯이 두드려대는 드럼과 퍼커션의 광기가 가감없이 표출된다.

Led Zeppelin - Babe, I'm Gonna Leave You

Led Zeppelin - Mothership
레드 제플린에 오면, 클래식 록의 진한 필링을 맛볼 수 있다. 우선 잔잔하게 시작되는 어쿠스틱 기타부터 침투력이 강한 보컬 그리고 육중한 드럼까지, 일목요연하게 진행 과정을 볼 수 있다. 특히, 폭발할 때의 에너지가 대단해서, 바닥을 두드리는 저역의 쾌감은 중독성마저 있다. 어떻게 이런 사이즈, 이런 유닛에서 이런 음이 나오는지 계속 의아할 정도다. 덕분에 기타 솔로에 이를 때는 그 처절함에 가벼운 탄성을 내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말러를 듣는다. 처음엔 단순히 어느 정도 스케일이 나올까 싶어서 호기심에 걸었는데,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초반에 치고 나오는 첼로군의 기세가 만만치 않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면서 여러 악기가 등장하는 대목이 범상치 않다. 과연 정점에서 몰아칠 때의 기세는, 그야말로 바닥을 치는 저역에 당황하게 되고, 끝도 없이 뻗는 고역의 에너지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또 다양한 악기군이 일체 뭉치거나 왜곡되는 법이 없다. 전망이 좋고, 출중한 해상력이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제 누구나 YG를 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