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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수퍼 시메트리’ 기반 설계로 싱글엔디드와 푸쉬풀을 절묘하게 접합시킨 대출력 라인업이었던 X시리즈의 업버전 X.5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제품. 패스 최초의 인티앰프로 기록되는 본 제품은 파워앰프 X150.5와 프리앰프 XP10의 소스 입력단을 결합시킨, 넬슨 패스로서는 꽤나 이례적인 신기원이 되는 제품이다. 동일한 섀시에 제작되어 종종 이복동생이라 칭하는 INT-30A와는 성향과 용도가 다르게 설계되어 공간과 스피커 선택폭이 넓다.

AB클래스 150와트 출력을 내는 본 제품은 전술했듯이 XP10의 소스입력단 만을 사용하고 있어서 실질적으로는 X150.5의 성능에 셀렉터와 볼륨 드라이드 버퍼 회로 등 시그널 필터를 최소화해서 제작하는 데 주력한 실질적인 파워앰프로 파악되어야 할 것 같다. 순도 높은 150와트의 넬슨 패스 고유의 사운드를 특징으로 한다.

 

패스 특유의 유연함과 골격을 기반으로 투명하고 순도 높은 음색, 특히 낮은 레벨에서의 실키한 질감과 대편성에서의 적극적인 표현을 이상적으로 접합시킨 사운드가 다른 제품과 차별화되는 영역이다. 

아발론과의 조합 또한 상호보완의 의미를 부여해서 장르를 크게 구분하지 않고 시종 품격 높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개성이 강한 제품으로서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는 없지만 성향이 맞아 떨어지는 경우 중독성이 강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발트시타인’의 타건은 무게중심이 낮아져 있고 울림도 늘어났다. 음의 뉘앙스가 두터워졌지만 순도가 높고 투명해서 파워풀하면서도 선명한 연주가 되어 있다. 피아노의 사이즈가 커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발론이 인클로저를 가득 채워 울리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피아노 연주만을 놓고 보았을 때, 패스의 앰프들 중에서 가장 위력적인 X시리즈의 강건하고 명쾌한 스타일이 위력을 발휘한다.   

Minesota Orchestra - Pictures at an Exhibition
Tutti: Orchestral Sampler 
‘전람회의 그림’은 약음에서도 베이스가 선명한 존재감을 드리우며 낮게 깔려온다. 두텁지만 음이 번지거나 서로 섞이는 경우는 발견되지 않고 포만감을 잘 표현한다. 뛰어난 다이나믹스 또한 잘 부각되어 정적과 투티, 두터울 때와 가늘어질 때가 선명하게 대비되는 순간들이 강렬하다. 미세한 지속음에서도 채도 높은 색채감이 느껴진다.

‘파르티타’는 적극적인 연주가 되어있다. 약음에서 A 클래스로 작동하는 본 제품의 장점이 잘 드러나서 순도높고 청명한 울림이 매력적이다. 깨끗하고 정숙한 배경 또한 분리형을 능가하는 장점이다. 음색과 음량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전달되어 바이올린 연주이지만 마치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처럼 능수능란하게 들린다.

‘피에 예수’의 보컬 또한 패스 고유의 질감과 두터움이 장점으로 발휘되었다. 약음과 작은 사이즈의 음색도 적극적으로 표현되었다. 스테이징의 사이즈도 커져서 입체감과 투명감이 적절히 조화가 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매끄럽고 존재감이 분명한 보컬과 코러스의 구성이 입체적인 스테이징 속에 아름다운 하모닉스를 만들어내서 단일음이든 혼합된 음이든 포근한 감촉을 준다.

‘케이스 오브 유’에서의 다이아나 크롤의 보컬은 진한 음색을 만들어낸다. 채도가 높아진 음색에 중량감이 생겨났지만 차분히 정돈되어 있어 혼탁하지 않고 보컬의 음색이 청명하면서도 고혹적으로 들린다. A클래스 패스 앰프를 통한 여성 보컬의 음색은 진공관을 무색케 하는 매력이 있다. 미세한 약음과 마무리에까지 깔끔한 느낌을 준다. 

코난

에너지 효율과 미니멀한 사이즈 등 현대를 사는 오디오파일들은 이제 20세기와는 다른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커다란 섀시에 에너지 효율은 별로 개의치 않고 여전히 큼직한 방열판을 달고 나오는 패스는 예외다. 마치 진공관 앰프와 같은 소리를 내는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 Aleph를 들어보면 여전히 그 청정수 같은 고역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 후 패스는 X, X .5, X .8 시리즈를 위시로 XA 시리즈 등 수많은 라인업을 구축해오며 고순도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의 역사를 이끌어왔다. 수장 넬슨 패스는 스레숄드, 패스를 이끌었으며 독보적인 회로 설계 특허권을 가지고 있어 여러 메이커에 기술을 전수하기도 한 레전드다.

패스 INT-150 은 지금까지 패스가 출시해온 앰프 중 가장 현실적인 가격대의 인티앰프다. 패스의 다양한 라인업과 수십 종에 달하는 앰프군 중에서 INT-150이 취한 것은 SuperSymmetric™ 회로를 적용한 X 시리즈의 업그레이드판인 X .5시리즈다. 

이 당시 패스가 역사상 처음으로 출시한 인티앰프는 총 두 종. INT-30A와 INT-150 으로 각각 XA-30.5 파워앰프와 XA-105.5 의 설계를 이어받고 있다. 그 중 INT-105 은 전통적인 X 0.5 시리즈의 설계를 이어받아 AB 클래스 대출력 타입으로 설계된 모습을 볼 수 있다. 

INT-150은 8옴에 150와트 4옴에 정확히 두 배인 300와트 등 선형적인 출력을 보여주는 중대형 인티앰프다. 단 두 개의 게인 스테이지만을 설계하고 신호경로에 커패시터를 사용하지 않는 DC(Direct Coupled) 회로 설계를 보인다. 그러나 아주 심플한 회로로 왜곡을 최소화하고 대신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을 포함 전체적인 퍼포먼스를 최대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테스트를 해보면 이는 금세 드러난다. 

이전에 들었던 오라노트와는 완전히 반대편에 서있으며 아날로그 증폭을 하는 Hautonga 와도 늬앙스가 다르다. 단단하고 절도 있는 산켄 출력석이 아니라 아날로그적인 늬앙스와 은은한 하모닉스가 특징인 MOS-FET를 출력 소자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패스의 독보적인 SuperSymmetric™ 설계 개념을 도입한 회로는 순도와 파워 모두를 얻고 있다. 

Eugene Istomin 의 [Bethoven : Sonatas] 중 ‘Waldstein’에서 피아노는 맑게 갠 하늘처럼 청명하다. 패스 앰프의 최대 장점인 고순도의 탁 트인 고역이 무대를 환하게 밝힌다. 한편 빠르게 잠시 들어왔다 나가는 불빛이 아니라 서서히 꺼지는 진공관 불빛처럼 잔잔한 배음을 뒤편에 남긴다. 밤하늘의 폭죽처럼 자연스럽게 여운을 남기는 하모닉스가 압권이다. MOS-FET를 여전히 고집하는 데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이애나 크롤의 ‘A case of you’ 실황 레코딩에서는 숨소리, 관중의 기침 소리까지 생생하게 잡아낸다. 다분히 패스 X 시리즈의 축약판으로 시원시원한 무대와 남성미 넘치는 추진력을 가지고 있어 답답하거나 질척이는 느낌이 없이 명쾌하다. 다만 알레프 또는 XA에서 느낄 수 있는 미립자의 섬세함까지 커버하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스만이 표현할 수 있는 배음 구조는 은은한 여음과 함께 음악에 깊게 몰입시킨다. 

Minesota Orchestra - Pictures at an Exhibition
Tutti: Orchestral Sampler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도 탁월해 아발론 Transcendent 의 스테이징 능력을 한껏 끌어올려준다. 예를 들어 ‘전람회의 그림’에서는 중, 저역 대역에 힘이 실리며 강력한 펀치력과 에너지감을 선보였다. 느리다는 느낌은 없고 온도감도 여전하다. 작은 볼륨에서 아주 미세한 토널 밸런스와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를 담아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 큰 볼륨에서 스케일과 에너지감을 온몸으로 즐기기에 적합한 전통의 강호 패스의 저력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발론 Transcendent 와의 매칭은 이번 리뷰에서 가장 뛰어났다. 균형 잡힌 토널 밸런스와 탁월한 저역 드라이빙 능력은 기준 이상이었다. 뿐만 아니라 녹음된 음원의 재생음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무대의 축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실사이즈의 스테이징을 형성해준다. 정교한 이미징을 기반으로 겹겹이 펼쳐지는 레이어링은 아니지만 탁트인 시야와 커다란 스케일, 적당한 홀톤은 물론 명확하게 형성되는 뎁스 등, 미국 하이엔드 앰프 패스의 저력은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