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세상에는 참 많은 것들이 존재를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전혀 불필요하거나 의미가 없는 것을 넘어 냉소와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삶에는 더 없이 중요한 것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HIFI 라는 것은 지난 20년동안, 가족과 일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대상이기도 하다.  결혼하기 전 연애를 하더라도 별명이 3개월이었던 나는 한 처자를 3개월 이상 만나지 못하였었는데 오디오기기는 이보다 얼마나 자주 바꾸었는지 모른다. 사실 오디오기기를 넘어 레코딩 엔지니어를 하면서 사용하게 되는 녹음 관련 기기들도 만만치 않게 자주 바뀌었다. 지금에 와서 뒤돌아보면, 그때는 정말 어떻게 그렇게 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수 많은 음향기기들을 음악과 녹음현장에서, 그리고 집에서는 녹음이 아닌 재생이라는 측면으로 정말 많은 기기들을 만나보았는데 이번에 리뷰하는 어쿠스틱 리바이브의 RWL-3 같은 존재는 또 처음 만나본다.

예전 어느 시절에 오디오미신 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비단 오디오파일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비슷한 내용과 의견들이 있었다. 오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별히 유별나게 이상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사람의 생각과 감정, 느낌 등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늘 함께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본사람들은 각 분야에 대해서 정말 집요하리만큼 세부를 파고들고 집중하고 또 분석하는데 나는 이러한 점에서 "일본산"이라는 것을 신뢰하고 좋아한다. 아마 전세계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반면에 나는 일본산을 아주 좋아한다. 굳이 이유를 말해보면 대부분 가격이 합리적이고 만듦새는 세계제일의 수준이며 내구성 또한 아주 뛰어나서 10년 이상 사용해도 속썩이는 경우가 무척이나 드물다. 더불어 일본산 특유의 디자인도 그리 싫어하지 않는다. 예를들어 아큐페이즈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앰프 와 플레이어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렇듯 일본의 오디오가 가지고 있는 집요함과 집착이 만들어낸 하나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이번 어쿠스틱 리바이브의 RWL-3 음향판이다. RWL-3는 기존의 유명한 룸튜닝재인 RPG나 국내 공제품 음향판들과는 애초부터 내용이 전혀 다른 음향판이다.

많은 음향판들은 두가지 특성으로 나눌 수 있다.

*소리를 흡음

*소리를 확산

좋은 리스닝룸이라면 흡음과 확산이 잘 어울어져야 한다. 라고 모두들 입을 모아 이야기하지만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뜬금이 없다.

도대체 잘 어울리는 흡음과 확산은 과연 무엇일까?

리스닝룸(사실 리스닝룸보다는 환경이라고 보는 면이 더 맞다)에서 소리를 혼탁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저역대의 불필요한 공진음이 들리는 "부밍"을 이야기 하는데 나는 이것을 두번째로 넘기고 싶다.

사실 어떻게 보면 클래식 오케스트라 음악 등에서는 부밍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자연스러운 부밍이 사람들이 말하는 "양감"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리스닝룸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을 이야기 하지면 "초기반사음"을 꼽고 싶다.

초기반사음이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주변환경에 부딪혀 처음으로 반사되는 지점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스피커의 앞벽과 옆벽을 말한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음색과 음상이 혼탁해져서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소리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다. 일명 "플러터 에코"라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이렇게 첫번째 초기반사가 있는 부분에는 적절하게 확산을 하면 굉장히 이상적이지만 쉬운 것은 우선 "흡음"이다.

물론 확산도 있지만 초기반사음의 주파수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그 주파수대역이 확산이 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사실이고 현재의 수 많은 오디오 리스닝룸에 가보게 되면 지나친 확산으로 오히려 불필요한 초기반사음을 내고 있는 경우가 90%가 넘는다.

이런 경우는 음향판이 아예 없는 것이 더 좋다. 세상의 모든 음향판들은 그 음향판 고유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그것을 동시에 너무 많이 사용을 하게 되면 그 음향판 특성의 소리가 또 하나의 불필요한 소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음향판을 사용 할 때는 정말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최소화하여 사용을 하는 것이 보다 더 좋은 결과를 들려준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RWL-3를 듣고 ‘기존의 가치관과 생각이 완벽하게 바뀌었다.’ 라는 말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모두 기대하셨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고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 이러한 소리를 들려준 신기한 음향판도 다 있구나" 하는 것이 첫 번째 생각이다. 이것은 실제로 이 제품을 사용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데, 어쿠스틱 리바이브의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첼리스트가 연주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음향판은 그 동안의 흡음 혹은 확산이라는 음향판의 절대적인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고 느낀다.

"자연스러운 반향을 들려주는 제품" 이라는 것이 첫째로, 실제 자연음을 생성해주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음향판 고유의 특성(톤컬러)가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라는 것이 둘째인데, 이것은 이 음향판이 가지고 있는 대단히 특필 할만한 점이다. 실제로 이렇게 존재감이 없으면서도 또 은근하고 자연스러운 존재감을 내어주는 음향판은 오디오악세사리를 통틀어서 처음 만나보았다.

작년까지 집에서 애용하던 1950년대 후반 영국 LOWTHER 사의 TP-1A 스피커는 유닛이 스피커 내부의 바닥을 향해있고 스피커 내부의 반사음이 자연스럽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형태인데 RWL-3는 마치 이러한 느낌으로 인위적인 느낌이 거의 들지 않은 자연스러운 잔향감을 더해주는 특성이 있다. 사실 이 음향판을 거의 2달에 걸쳐 시청은 물론이고 여러 음반 레코딩 작업에서도 무척이나 효율적으로 잘 사용했다.

(오디오가이 레이블의 DSD 레코딩 신보 "국악모음집")

최근 오디오가이에서 발매한 "국악모음집" 음반과 창작국악그룹 "불세출" 에서도 거문고, 피리, 아쟁, 대금의 실내합주에서 소리가 조금 작은 악기 뒤에 이 음향판을 가져다 두는 것만으로도 악기의 소리가 더 멀리 울려 퍼져나간다. 함께 한 아티트스들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소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

현재 하이엔드 스피커들에서는 좌우의 스테이지가 훨씬 더 넓게 펼쳐지는 소리를 들려준다. 그렇지만 아주 높은 초고역대의 소리들은 살짝 흡음이 되기 때문에 높은 초고역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배치를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RWL-3는 지금까지 오디오와 함께한 20년간 만나본 제품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제품이다. 게다가 그것이 음향판이라는 것이 더욱 놀라울 뿐이다. 

어쿠스틱 리바이브의 제품들은 항상 독창적이면서도 효율적이고 뛰어난 음악적 성능을 올려주는 악세서리를 만들어 내는데, 참 재미있는 회사인듯 하다. 결국에는 이러한 멋진 음향판을 만든 것이 참으로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