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하베스의 모니터 중 일반 가정용 시청에 가장 적합한 기종이다. 기존 하베스의 모니터 시리즈에 0.1을 더한 버전들은 생각보다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예들 들면 베이스 유닛을 자사가 직접 개발에 착수하고 개발한 래디얼 2로 교체한 것과 네트워크와 밸런스를 조정해서 가정용 모니터로 스타일을 다소 변경했다는 것 등이 그렇다. 이 과정에서 시어즈의 트위터 또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있다. 스펜도의 데렉 휴즈를 적극 영입하면서 생겨난 대표적인 변화로서 컴팩트 시리즈와 성향면에서 좀더 분명한 거리를 두는 계기가 되었다.

상위 모델인 모니터 40.1이 BBC의 최상위 모니터였던 LS5/8을 계승했다면 본 제품은 그 다음 버전이자 미디움 사이즈 모니터였던 LS5/9를 재현한 사이즈와 스펙을 구현한 제품이다. BBC의 LS5- 시리즈를 가장 최근에까지 제조해 온 히스토리 또한 하베스가 본 제품을 개발하게 된 고유 권한에 가까운 배경이 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도 넓은 팬층을 거느린 LS3/5a에서 종종 아쉬움을 호소하는 대역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보완한 가장 근접한 BBC 모니터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물론 사운드 스타일이  LS3/5a의 연장선상에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컴팩트 시리즈에 비해 확실히 단정해진 베이스를 특징으로 해서 전체 대역을 안정적으로 구성한다. 시청 스피커들 중에서 가장 큰 구경(8인치)의 우퍼를 장착하고서도 말쑥한 저역을 만들어 낸다. 특유의 화사하고 맑은 고역은 본 제품의 최대 장점이 될 것이며 공간의 구체적인 표현과 뛰어난 해상도를 기반으로 하는 미세한 묘사력을 잊지 않는다. 하베스는 예쁜 음색으로 듣는 스피커라는 선입관을 쉽게 사라지게 할 것이다. 높은 대역에서 조금씩 음상이 커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스피커의 배치에 따른 운용의 묘 또한 중요한 제품으로 보인다.

‘Way Down Deep’에서의 베이스는 울림이 크지 않아 사리즈를 감안하면 말쑥한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만, 보컬의 음상이 다소 크게 전면으로 나오는데 시청위치를 이동, 특히 전후로 이동할 때 마다 변화가 크다. 참고로 필자의 시청위치는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의 소파 뒤쪽 정중앙. 뒷벽에서 약 1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시청했다. 보컬의 음상으로 인해 다른 악기들이 다소 소극적이 된 듯한 인상을 받았지만 악기들의 레이어링이 훌륭하게 그려져서 입체적인 스테이징이 잘 그려졌다.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You Look Good To Me’는 하베스의 명징한 높은 대역이 잘 부각되는 곡이다. 스피커 좌우를 살짝 넘어서는 하이햇과 차임의 소리는 손에 잡히는 감촉이 느껴지는 듯 훌륭했다. 하지만 높은 대역에서 기름진 질감이나 온기같은 칼라레이션은 느끼기 어려운 모니터적인 기질을 보인다. 베이스의 위치와 사이즈 또한 구체적으로 잘 감지되었다. 다이나믹스는 좋은 의미로 날뛰지 않고 단정한데 이로 인해 베이스에서 고품질의 해상도를 얻게 되었다. 스테이징이 크고 입체적이며 전 대역에 걸쳐 전망이 좋은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열정’ 3악장은 기본적으로 단정하지만 다이나믹스의 폭이 큰 편이라서 호쾌하게 치고 받는 느낌이 살아났다. 피아노 곡이지만 왼 손에서 풍성함이나 기름기가 빠진 듯 중간 색조의 느낌을 받게 되며, 투티에서 여러 건반을 강하게 타건하는 순간에도 음이 필요 이상으로 울린다거나 섞이는 느낌 없이 분명한 음조를 들려준다. 입체적인 스테이징이 느껴지면서도 잘 통제된 피아노 울림으로 투티에서도 절제된 연주를 잘 표현해주어서 좋았다. 낮은 대역에서의 위력이 좀더 살아났으면 싶었는데 이건 전체 시스템과도 관련이 있는 현상으로 보였다.

‘Cum Sancto Spiritu’는 밝고 화사한 고역이 주도를 한다. 특히 산뜻한 고역에서 세부적인 묘사와 정밀한 표현이 좋은 연주로 들린다. 중역으로 가면서 다소 덜 적극적인 듯한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기도 하지만 솔로보컬의 주변에서 하모닉스가 잘 살아나고 위치에 대한 정보가 분명하게 떠올라서 입체적인 레이어링 표현이 잘 살아난다. 명료하고 잘 정돈되어 있는 스테이징,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대역 밸런스 등 소스를 잘 노출시키면서도 물리적으로 소스에 담긴 정보를 잘 전달해주어서 단순히 모니터적이라는 표현보다는 이 곡과 잘 맞아 떨어지는 성향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그렇지만, 필자 역시 하베스의 잠재적 응원군 중 한 명이다. 밀폐형 P3ESR의 크기를 잊게 하는 똘망똘망하면서도 음악성 높은 사운드, Compact 7ES-3의 착실한 올라운드적 성향, Super HL5 Plus의 믿음직한 베이스 재생음 등등. 적절한 통울림이 빚어내는 넉넉한 사운드 역시 하베스만의 큰 매력이다. 여기에 또 하나 하베스를 대표할 스피커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30.1이다. 윗급 40.1이 BBC 모니터 스피커로 납품된 LS5/8 직계인데 비해 30.1은 그보다 작은 LS5/9 직계 모델이다(P3ESR은 LS3/5, Super HL5 Plus는 LS3/7). 이 30.1이 2013년 미국의 유명 오디오잡지 스테레오파일로부터 클래스A 스피커로 추천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참고로 P3ESR은 클래스B에 추천. 우선 스펙과 설계 디자인으로부터 예상되는 모니터 30.1 Domestic의 사운드를 적어봤다. 

1. 탄력있고 명료한 중역 = 하베스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7.9인치 RADIAL2 미드베이스 유닛이 탄력적이며 명료한 중역 사운드를 내줄 것으로 기대된다. RADIAL2 콘은 폴리프로필렌 재질 위에 특수 용액으로 도포한 하베스만의 전매특허 유닛. 세계 최초로 페이퍼 대신 폴리프로필렌을 콘 재질로 사용, 재생음의 응답특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회사가 바로 하베스(모델 HL mk1)였다.  

2. 적절한 통울림 사운드의 가미, 넉넉한 저역 사운드 = 하이엔드 스피커 제작자들이 인클로저의 진동을 극도로 억제하려 알루미늄 인클로저에 수많은 내부 보강재를 대거 투입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하베스는 목재 인클로저의 적절한 통울림을 적극적으로 활용, 저역대 주파수의 원할한 재생을 돕는다. 여기에 하베스의 튜닝 솜씨가 크게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인클로저의 두께는 비교적 얇은 편이며, 인클로저 크기 역시 가로 277mm, 높이 460mm, 안길이 275mm로 북쉘프 치고는 제법 커서 이러한 저역 사운드 재생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3. 광대역 재생, 핀포인트 음상은 아닐 것이다 = 주파수응답 특성이 50Hz~20kHz(+,-3dB)에 머물고 있는 만큼, 하이엔드 광대역 재생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치는 수치일 뿐, 배음을 얼마나 정확히 재현하느냐에 따라 청자는 재생 대역을 벗어난 초저역과 초고역 사운드를 실제처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 유행하는 폭이 좁은 전면 배플이나 다면체 형상의 인클로저가 아닌, 전통적인 박스형 인클로저이기 때문에 음상이 핀포인트로 맺힌다거나 회절이 배제된 극도로 투명한 사운드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4. 다양한 장르를 두루두루 소화할 것이다 = 미드베이스 유닛이 북쉘프 치고는 제법 큰 7.9인치이다. 직경이 크다는 것은 정교하고 스피드한 재생에서는 불리하지만, 풍성한 저역을 언제든 크게 한 방 터뜨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RADIAL2 콘 자체의 물성과 헥스 그릴을 장착한 1인치 소프트 돔과의 튜닝 솜씨에 따라 클래식은 물론 재즈, 팝 계열에서도 올라운드적인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예상은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에서부터 맞아 떨어졌다. 앰프의 게인을 올린 것처럼 음량이 커졌다. 시원시원하게 음들이 빠져나오고 있다는 인상. 하지만 이전에 들었던 스피커가 워낙 선명한 소리를 들려주었던 느낌이라 하베스의 소리는 다소 부드러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각적으로 비유하면 캔버스에 칠해진 유화 혹은 수채화 물감들이 조금 번진다는 느낌. 캔버스 자체는 커졌지만 캔버스를 수놓고 있는 개개 형상들이 부드럽게 맺혀져 있다.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에서는 ‘땡 땡’ 거리는 트라이앵글의 존재감이 다인오디오 때보다 급상승했다. 좌우 스테이지 역시 넓게 펼쳐졌고, 피아노의 타격감도 크게 높아졌다. 드럼의 킥 동작이나 하이햇 움직임도 눈에 보이는 것처럼 확연하다. 하지만 저역을 지배하는 베이스의 떨림은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하이엔드 스피커가 던져주는 화사한 색채감 보다는 재즈 라이브의 열기가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잘 전해졌다.

약간의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버린 것은 길렐스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3악장. “오 좋다”라는 감탄사가 연신 쏟아졌다. 고역의 해머링이 약간 마스킹된 것처럼 들리지만 저역의 울림은 아주 제대로 전해준다. 두 스피커가 빚어낸 사운드 스테이지에 실제 그랜드 피아노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며, 길렐스의 기척 또한 세밀히 포착된다. 전체적으로는 큰 붓으로 시원시원하게 음의 윤곽을 굵고 선명하게 그린 느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웨이버사 앰프와의 조합에서는 장르를 타는 것으로 보인다. 

바흐 B단조 미사에서는 더욱 제 실력을 발휘했다. 우렁찬 합창소리에 현장감과 공간감, 공기감이 단번에 급상승한다. 합창단원들의 발음이 다인오디오 때보다 훨씬 잘 들린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음의 알갱이들이 큼직큼직하게 흩뿌려지는 느낌. 맞다. 이게 바로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한번 빠져들면 좀체 벗어나올 수 없는 하베스 사운드라는 것이다. 

역시 하베스 스피커는 얇은 목재 인클로저의 울림을 최대한 활용하는 섬세한 튜닝이 이뤄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달래면서 들어야 한다. 때문에 대출력 디지털 앰프나 트랜지스터 앰프보다는 양질의 소출력 진공관 앰프와 매칭했을때 최상의 소리를 들려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