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스테레오파일에서 A등급에 오르면서 펄사는 이미 스타덤에 오른 제품이다. 필자가 아직 시청을 못해본 채로 대면을 해서 본 세션의 컨셉상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약간의 문제가 있었는데 시연에 사용한 제품이 시청 당일 박스를 오픈한 신품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드라이브가 충분히 되지 않고 있는 저음압 밀폐형 스피커처럼 다소 소극적으로 들린다는 점이었는데 이런 부분은 에이징이 충분히 이루어 진다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 상태로도 파워풀하고 육중한 베이스가 들릴 때마다 순간 메모를 멈추고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명성에 비해 오히려 양감이 많게 들리지는 않았으며 그 대신 낮은 대역의 품질이 훌륭했다.

아마 죠셉오디오의 제품이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한 스피커가 아닐까 싶은 시어스(SEAS)사의 소나텍스(Sonatex) 패브릭 돔 트위터를, 미드베이스로는 탄환모양 가이드로 유명한 시어즈사의 드라이버 유닛을 사용하고 있다. 좌우측면에 배플을 덧대어 보강한 캐비닛은 조셉의 팀칼라 그대로이다. 스피커 터미널은 바이와이어링 대응이 가능한 특유의 카다스 단자를 선택했다.

 

물리적인 프레즌테이션의 방식을 교과서처럼 갖춘 제품특성의 한편에서, 핵이 깊은 베이스가 작은 신호에도 분명히 동작을 하고 있어서 전 대역에 걸쳐 명쾌하고도 파워풀한 프레즌테이션이 펼쳐진다. 시종 차분하고 안정된 스트록으로 음악을 들려주어서 밀도감이랄까 무게중심이 분명히 느껴지며 응축된 에너지가 작열할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Way Down Deep’의 베이스는 다소 진지하고 집중력을 발휘하는 깊고 강렬한 스트록을 선사한다. 긴장감이 돌 정도로 강력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장 통제되고 정돈되어 있는 저역이다. 이보다 2-3배 정도 큰 사이즈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양감과 스테이징으로 느껴지지만 부스팅이 있다거나 과하게 생각되는 부분은 없었다. 이런 베이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이미징이 컴팩트하게 떠오르고 핀포인트가 정밀하게 맺힌다. 이 곡의 하이엔드적인 덕목들을 선명하고 자연스럽게 그려주었다.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You Look Good To Me’에서의 악기수가 늘어난 연주에서도 정돈이 잘 되어있는 스타일은 그대로 연장된다. 핵이 깊고 무대의 깊이를 정교하게 그려내 주어 입체감이 잘 부각되는 연주가 되었다. 베이스의 강렬함아니 탄력은 온건한 편이지만 그 대신 배경이 차분히 가라앉아서 대비의 효과가 잘 살아났다. 음량과 악기수가 확장되어도 날뛰지 않고 전 대역이 어떤 카리스마에 의해 고르게 통제되고 있는 듯 하다. 다만 스테이징이 다소 축소된 듯 하고 ‘Way Down Deep’에서 유추한 만큼은 적극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게 다소 아쉬움을 준다. 

‘열정’ 3악장은 격조와 품위가 생겨났다. ‘오르페오’가 스타인웨이였다면 ‘펄사’는 뵈젠도르퍼에 가까운 중후함을 들려준다. 낮은 대역으로의 이동이 신속하면서도 핵이 깊고 중량감있는 소리를 들려주지만 양감을 크게 만들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스테이징이 다소 축소된 듯한 인상을 받기도 하지만 다이나믹스와 해상도는 감쇄되지 않는다. 이 부분을 감안해서 유심히 들어보면 피아노의 사이즈와 대역이 축소되었다기 보다는 울림이 단정해져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음의 입자, 그리고 음색이 곱고 점잖은 채로 윤기가 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중역대의 어조가 분명하고 응집력이 있어 좋다. 다이나믹스가 다소 평범한 듯 하지만 표정변화가 다양하고 분명하게 구분된다. 

‘Cum Sancto Spiritu’에서의 스피커 뒤로 펼쳐지는 스테이징에 눈이 다 밝아지는 듯 하다. 이 부분만을 놓고 본다면 시청 스피커 중에서 백미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준다. 밝은 음색이 아니면서도 뛰어난 해상도로 구체적인 위치를 떠올려서 보여준다. 울림의 반경도 크지 않고 스테이징을 확장시켜 그려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무대를 매우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그려낸다. 코러스의 음색이 세련된 어조를 들려주고 무대를 세련된 분위기로 만들어낸다. 화려하거나 귀를 잡아 끌지 않고도 원곡의 분위기를 유지한 채 심도있게 들려준 훌륭한 연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