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독특한 모듈 방식의 이 제품은 원래는 멀티 유닛 스피커의 구성품이지만, 2웨이로 사용하도록 별도의 타이틀까지 지정되어 있는 제품이다. 가로와 깊이의 사이즈가 거의 유사하며 높이가 약간 높은 비율의 이 제품을 들어올려보고 혹시 액티브 스피커가 아닐까 싶기도 했던 중량급 제품이다. 풀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캐비닛의 구성이나 정육면체에 가까운 큐빅스타일 디자인, 중량과 가격대 등 여러 면에서 나머지 제품들과는 이질적인 데가 많아서 다른 그룹으로 편성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지만 오히려 한 등급 위의 하이엔드 스타일로서 좋은 비교 혹은 참고의 의미가 되었다. 

스위스출신의 스텐하임은 생김새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골드문트출신들이 설립한 회사이며, 알루민 2웨이는 스텐하임의 처녀작이라는 데서 관심은 좀더 고조될 것이다. 트위터는 시어즈의 패브릭 돔을 사용해서 돔 주변을 만곡된 웨이브가이드 디자인으로 설계해서 지향성과 분산을 역시 정밀하게 조합시켰다. 미드베이스에는 프랑스의 PHL사의 펄프콘을 코팅처리해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러버에지를 사용한 본 미드베이스 유닛은 실리콘 가스켓을 사용해서 캐비닛에 거의 밀봉장착시켰다고 한다. 바디가 금속이기도 하지만, 시계회사에서 미세한 부분까지 정교하게 가공한 만듦새는 다른 참가 스피커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모습이다. 

캐비닛 자체의 무게와 더불어 대편성구조의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는 이 제품을 무겁게 한 이유가 되는데, 대형 기판에 대용량의 유명 부품들이 대거투입되어 제작되었다. 하지만 다차필터를 사용했다거나 하지 않고 간결하고 명쾌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밝고 적극적인 스트록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조셉의 펄사와 대조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시청실이 작은 편은 아니지만 시청을 하다보니 이보다 넓은 공간에서 시청하거나 이보다 소출력의 앰프에서 보다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Way Down Deep’은 맑고 거침없이 울린다. 시청 제품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의 정숙도가 일단 눈에 뜨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투명한 스테이징과 레이어링이 매우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저역이 깊이 있게 내려가는 스타일이 아니고 선명하고 짧게 사실적인 울림을 남기는 저역이다. 다만 음압이 높아진 듯 음상이 다소 커지고 울림도 많아졌다. 제품의 컨셉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이 낮고 공간과 시청위치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이지만 공진이 나타나는 구간이 나타나곤 한다. 스트레스가 없는 저역과 투명한 고역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랄까? 공간에서 사라져 버린 공기가 아니라 스트록의 궤적으로 채워진 공간이다.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You Look Good To Me’는 깊고 어두운 중량감보다는 시작부터 밝고 맑다. 특히 도입부의 차임벨 소리는 짧은 파동들을 가장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어 보였다. 고역의 표현력이 좋아서 이런 투명함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어 보이며 미묘한 뉘앙스를 대단히 선명하게 관찰하는 수준이 되었다. 감촉과 밸런스에 있어서 종종 대역이 넓은 고능률 스피커를 시청할 때의 느낌과 유사하다. 스피커 좌우를 훌쩍 넘어서는 스테이징은 예상 밖이었다. 큰 무대가 짧은 시간 매우 적극적인 연주로 채워졌다. 

‘열정’ 3악장의 밝은 연주는 진지함이 덜하다는 인상을 받았으나 왼손 연주의 음들이 또렷히 들리는 품질은 과연 하이엔드적인 스타일로 대단히 사실적이다. 그래서 이 연주가 전 대역에 걸친 대역밸런스에 있어서 안정적이며 풍부한 하모닉스를 기반으로 하는 화려하고 기교넘치는 연주가 되었다. 타건의 동작과 손의 운행이 잘 포착되며 시야에 잘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울림의 짧은 구간 사이에서의 표정들이 풍부하게 그려진다. 음의 무게중심이 위쪽 대역에 형성된 듯한 느낌, 중량감이 다소 아쉬울 뿐이다. 

‘Cum Sancto Spiritu’에서의 음의 감촉이 좋다. 오히려 따뜻하다고도 느껴지는 이 미세한 음의 분산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깨알같은 입자의 집합이 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듣기 좋은 음색이 되었다. 이 곡이 알루민 2웨이의 대역이나 음조와 잘 어울린다고도 생각되었다. 그런 상황이 되자 다분히 높은 음의 표현만 좋은 것이 아니라 바소 콘티뉴오의 운행도 잘 감지되고 존재감이 분명해져 있어서 무대 위의 전체 모습이 구체적이고 생동감이 살아난다. 잘 훈련된 조직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듯한 열기가 느껴진다. 훌륭한 조합이다.  

개인적으로 사운드가 가장 궁금했던 것이 스위스 스텐하임의 Alumine 2Way였다. 지난 5월 뮌헨 국제오디오쇼에서 5000만원이 훌쩍 넘는 초고가의 Alumine 3Way를 너무나 감명있게 들었기 때분. 2Way 밑에 20.3cm짜리 우퍼와 큼지막한 베이스 리플렉스 2개를 단 베이스 인클로저가 그야말로 하이엔드 사운드를 들려줬는데, 과연 이 2Way(이번 6종 북쉘프 스피커 중에서 가장 비싸다) 자체로는 어떤 소리를 내줄지 며칠 전부터 궁금했다. 사실 골드문트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스텐하임이 처음 만든 공식 스피커가 이 Alumine 2Way이기 때문에 스텐하임 사운드는 애초 이 2Way에서 그 본질과 성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일단 스펙적으로는 6종 스피커 중 가장 앞선다. 재생주파수 대역은 45Hz~30kHz로 넓고, 감도도 93dB로 가장 높다. 무게도 가장 무겁다(17kg). ’인클로저는 최대한 자체 울림이 없어야 한다’는 스피커 설계철학에 맞춰 두께 15mm의 알루미늄 합금으로 인클로저를 짰다. 하베스나 오데온과는 아예 설계 출발부터가 다른 셈이다. 또한 노르웨이 시어스사가 제작한 1인치 패브릭 돔에 3인치짜리 원통형 웨이브 가이드를 설치, 일종의 혼 스타일을 구현한 점도 눈길을 끈다. 미드베이스 유닛은 프랑스 PHL사가 제작한 6.5인치 셀룰로스-파이버 콘 드라이버로 중앙의 1.75인치 더스캡 재질이 카본 파이버인 점이 특징이다. 

 

Alumine 2Way의 기대 사운드는 이랬다. 

 

1. 사운드에서 잡내가 안날 것이다 = 단단히 조여진 알루미늄 합금 인클로저가 스텐하임 스피커 설계의 요점이다. 각각의 면을 구성하는 패널들을 초정밀 가공에 의해 절삭, 외부에서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60여개의 나사로 조여졌다. 더욱이 나사로 조일 때 실리콘 개스킷도 함께 압축돼 최고의 밀폐율을 자랑한다고. 역시 (지독한 편견일지 모르지만) 스위스 제품답다. 

2. 중저역이 예상 외로 쉽게 그리고 강하게 터져나올 것이다 = 6.5인치짜리 셀룰로스-파이버 콘 자체의 물성과 이 유닛에 바짝 붙은 큼지막한 위상반전 덕트, 109dB에 달하는 높은 SPL 수치가 이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여기에 단단한 주조 알루미늄 프레임과 소프트한 고무 소재의 서라운드가 콘지의 움직임을 최대한 리니어하게 보장해줄 것으로 보인다. 

3. 약간은 작위적인 정교한 사운드 = 상판에 매달린 엄청난 크기와 부품의 크로스오버 회로가 이같은 사운드를 짐작케 한다. 스텐하임에 따르면 크로스오버 회로에는 육중한 에어-코어 인덕터, 다양한 종류의 M-Cap 폴리프로필렌 캐패시터, 대용량 데일제 메탈-필름 저항이 한가득 투입됐다. 크로스오버는 2.2kHz에서 이뤄진다. 

이같은 예상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우선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에서는 스피커 크기를 잊게 할 정도로 엄청난 저역의 펀치감에 놀랐다. 곡 초반 래틀 사운드에서는 그야말로 여러마리의 방울뱀이 청음실에서 울어대는 듯했고, 슬며시 나타나는 제니퍼 원스, 그녀의 존재감 역시 대단했다. 음의 온도는 쿨하면서 핫한듯, 한마디로 쿨과 핫 사이에서 교묘하게 ‘썸’을 타고 있다. 음상은 통울림을 극도로 억제한 덕분인지 핀포인트로 맺히며 음의 윤곽 또한 분명하다. 무엇보다 사운드 전체에서 느껴지는 색채감은 단언컨대 이번 6종 스피커 중 발군이었으며 보컬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이것이 바로 하이엔드 사운드’라는데 기꺼이 한 표!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You Look Good To Me’에서 트라이앵글의 존재감 역시 6종 중 최고였다. 아예 “나 여기 있다”고 외치는 형국. 저역의 떨림 폭 역시 결과적으로 6종 중 최고였다. 베이시스트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선명히 들리고, 재즈곡 특유의 리듬&페이스도 분명히 살아났다. 전체적으로 재생음에 잡티가 없다. 그러면서도 현장의 열기가 생생히 전해지는 대목에서는 두손두발 다 들었다. 

Conclu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