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연결해주는 케이블은 고음질을 추구하는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그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단지 기기와 기기를 연결해 음악 정보를 손실 없이 전달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제 여타 컴포넌트와 거의 동일한 위상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여전히 동일하다. 음악 신호을 손실과 과도한 착색 없이 순수하게 전달해야하는 것이 케이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케이블 메이커는 때로는 잘못된 과학적 논리로 음질의 드라마틱한 상승효과를 광고하기도 한다. 한편 과학적 증거를 밝힐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음질적 상승이 관찰되기도 한다. 

▲ Hemingway The Creation Speaker Cable

이것은 단순히 기기와 기기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뛰어넘어 결국은 객관적 음질을 상승시키거나 특정 개인의 음질적 취향을 만족시켜야하는 하이엔드 케이블의 사용 목표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파이 케이블의 용도를 항상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케이블이 특정 시스템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는 있지만 잘못된 매칭을 바로잡기는 어렵다. 그래서 케이블 매칭과 그 조합은 최종 매칭된 시스템에서 그 음질을 최대한 향상시켜 자신이 원하는 소리로 얼마간 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컴포넌트 사이의 전기적 또는 물리적 매칭을 케이블이 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하이엔드 케이블은 그 마이크로 세계에서 상당히 커다란 역할을 이끌어내고 있다. 단지 기기 사이의 연결 플랫폼으로서의 역할 이상으로 전체 사운드의 질을 상당히 많이 바꾸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시스템에 어떤 종류의 케이블을 사용했느냐다. 아무리 뛰어난 케이블도 이를 적용하는 시스템에 따라 음질 향상의 성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하이파이 클럽에서 기획한 6개 브랜드의 케이블 리뷰 특집은 이를 위해 레퍼런스 시스템을 구축, 각 케이블 브랜드의 특성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망해보는 시간이다. 

케이블의 미묘한 차이와 그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시스템은 레퍼런스급 하이엔드 시스템으로 꾸려졌다. 스피커는 미국 음장형 스피커의 대명사 아발론 어쿠스틱의 Compas Diamond, 앰프도 역시 미국의 광대역 초스피드 하이엔드의 총아 스펙트랄 오디오의 레퍼런스급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사용했다. 아발로과 스펙트랄 오디오는 초창기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협력 작업이 많았던 메이커다. 광대역에 초스피드, 소스에 담긴 모든 정보를 남김없이 광활한 공간에 뿌려놓는 아메리칸 하이엔드 사운드가 두 메이커의 동일한 목표다. 따라서 많은 오디오쇼에서 그리고 유저들 사이에서 두 메이커의 제품을 매칭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스펙트랄 오디오의 키스 존슨(Keith O. Johnson)은 걸출한 엔지니어이자 고음질 레코딩 전문 레이블 'Reference Recording'의 수석 엔지니어다. 그리고 스피커는 현대를 대표하는 고음질 레코딩의 기준을 제시한 스펙트랄과 함께 항상 레퍼런스 매칭으로 군림해온 아발론 Compas Diamond 의 매칭이다. 

▲ JPS Labs Aluminata RCA Cable

따라서 여러 메이커의 전원케이블 및 인터커넥트 그리고 스피커케이블 등을 테스트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정확한 지표가 되어준 시스템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참고로 Compas Diamond 는 1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4인치 세라믹 미드레인지 그리고 9인치 세라믹/허니콤 우퍼 두 발을 채용한 3웨이 3스피커 구성이다. 재생 대역은 27Hz에서 50kHz 까지 엄청난 광대역을 커버하며 공칭 임피던스 4옴에 91dB 능률을 보이는 풀레인지급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다. 

▲ PSC Monolith Golden Star MK3 Speaker Cable

여기에 매칭한 스펙트랄 프리앰프 DMC-30SS 와 DMA-360 파워앰프는 8옴에 3백와트로 2옴까지 대응하는 대출력 광대역 하이엔드 앰프다. 여기에 더해 소스기기로 사용한 웨이버사 DAC3 는 PCM에서 DSD 까지 대응하는 최신 DSD DAC 로서 최근 여러 사용자들로부터 극찬을 이끌어내고 있는 모델이다. 게다가 하이파이클럽에서 최근 가장 오랫동안 소스기기로 사용되면서 리뷰어들에게도 익숙한 사운드로 각인되어 있다는 점도 이번 테스트에 장점으로 작용되었다. DAC3를 네트워크 스트리밍과 DAC 기능을 활용, QNAP NAS 에 저장된 음원을 반복 재생하면서 테스트했다.

▲ MAMBA AUDIO Bigbang Stratosphere Speaker Cable

케이블 테스트는 각 브랜드별로 묶음 단위로 변경해가며 각 케이블 메이커의 일관적인 성질과 시스템 안에서의 음질적 움직임을 포착해나가며 진행했다. 참고로 케이블에 따른 미묘한 변화를 가장 크게 인지할 수 있는 구간은 소스기기와 프리앰프 사이다. 따라서 인터케이블을 스펙트랄 프리앰프와 DAC3 사이에 파워케이블은 소스기기에 적용한 후 테스트했음을 밝힌다. 이 외에 여러 조건 변수는 모든 케이블에 동일하게 적용했다. 또한 상당히 미세한 음질적 흐름을 포착해내기 위해 로테이션을 돌면서 중간 중간 휴식시간을 두어 피로도를 조절했다. 이번 연재는 단 하나의 동일한 시스템에서 테스트한 것으로 레퍼런스 시스템을 통해 가장 객관적인 성향을 파악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실사용자의 시스템에 따라서는 부분적으로 약간씩 다른 특성을 보일 수도 있음을 감안하길 바란다.

오승영

더 크리에이션(The Creation)은 헤밍웨이의 최근 시리즈인 크리에이션(Creation) 라인업의 세 가지 중에서 최상위 제품이다. 변조 캐비티 방식(FMFC)이라는 특유의 방식을 기반으로 소재 변경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온 동사의 방식에 비해 크리에이션 라인업 자체가 구조공학적으로 접근한 신기원을 이룩한 시리즈가 된다. 그래서 이전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선재를 새로운 성분으로 교체했다거나 공정을 변경하는 등의 재료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배열과 조합의 운용을 통해 창조(creation)를 시도했다. 

크리에이션 제품은 기본적으로 동선+은도금동선의 구조를 하고 있는데, 더 크리에이션의 경우 4종류의 동선을 투입시켜서 은도금동선의 비율이 전체 선재 단면적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을 통해 각 대역별 특성을 강화시키도록 한 것이 더 크리에이션의 설계방식이며, 소위 ‘멀티웨이’ 제조방식에 따라, 낮은 대역에서의 매크로 다이나믹스, 미드레인지에서의 마이크로 다이나믹스, 높은 대역에서의 포커싱과 콘트라스트 특성들을 부각시켜 발휘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더 크리에이션 조합의 사운드를 일괄하자면 동선 특유의 두터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우선 받게되는데, 낮은 대역에서의 중량감과 높은 대역에서의 말쑥한 공기의 울림이 조화를 이룬 사운드라는 표현으로 많은 부분이 설명되지 않을까 싶다. 동적이고 위력적인 다이나믹스가 오디오적인 쾌감을 주는 스타일이지만 전반적인 프레즌테이션이 명쾌하고 자연스러운 연주를 들려주는 조합이다. 

Cassandra Wilson - Another Country

Cassandra Wilson - Another Country
카산드라 윌슨의 ‘Another Country’는 특히 두터운 질감과 중량감이 전체 사운드의 틀을 형성하고 있어 보인다. 채도 높은 어두운 색감이 일정해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그 위로 떠오르는 베이스의 그루브와 중후한 보컬이 중량감과 안정감을 준다. 악기의 음색은 대비가 크게 나타나서 낮은 대역에서의 프레이징에서는 두터운 느낌을 주지만 도입부의 기타나 트라이앵글 등의 악기들은 섬세하고 밝게 빛난다. 무대의 스테이징은 비교적 크게 구성되며 화려한 느낌을 줄 만큼 입체감이 있지만 깊이감이 인상적일 만큼 뒷길이를 만들어 내는 편은 아니었다.

Boccherini - La Musica Notturna delle strade di Madrid

Die Rohre - The Tube
보케리니의 ‘마드리드의 야간행군’(La Musica Notturna delle strade di Madrid) 또한 짙은 색채감과 중량감을 일정한 기조로서 유지하고 있는 곡이었다. 특히 이 곡에서는 크고 작은 에너지 변화의 순간마다 대비가 선명하게 느껴졌는데, 특히 바이올린이 급격히 약음으로 줄어드는 순간의 구체적인 트랜지언트 묘사는 편성이 그리 크지 않은 이 곡에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급격하거나 느리거나 변화의 속도와 무관하게 강약의 변화가 분명하게 대비되면서 유연한 스트록을 여유있게 묘사한다. 악기간의 거리와 음색 구분이 선명해서 무대가 명쾌하게 그려진다. 넓은 대역 구간 속에서 소위 헤드룸이 느껴지는 여유있는 스타일로 이 곡을 들려주었다.  

Gustavo Dudamel - Mahler 5 

Gustavo Dudamel - Mahler 5 
두다멜과 그의 시몬 드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말러의 교향곡 5번 1악장은 곡의 분위기를 지나치게 심각하거나 둔탁하게 연출하지 않으면서도 소위 집중력이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도입부의 혼 연주는 광채넘치는 화려함이나 강렬함을 주장하지 않는 말쑥한 울림이 이 조합의 특징을 들려주고 있는 듯 싶었다. 특히 여운이 상당히 길고 구간별로 정교하게 감쇄해서 사실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낮은 대역에서의 운행은 예상대로 선명하게 윤곽을 만들어내어서 해상도가 좋은 베이스라고 여겨졌다. 대편성 합주의 순간에 발휘되는 분해력은 이 부분을 위력적이면서도 명쾌하게 들려준다. 안정적이며 산만하다는 느낌이 적다. 대신 윤기라든가 적당히 기름진 듯한 인상은 다소 덜 적극적이어서 약간 성긴 듯한 느낌을 주는 구간도 있었다. 

케이블의 존재는 우선 시스템의 성향 자체를 바꾸는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케이블은 그 바탕이 되는 요리에 양념이나 소스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그 요리의 맛을 최대로 끌어올려 미각을 더욱 돋게 만드는 것이다. 1차로 테스트한 헤밍웨이는 어쩌면 기본이 되는 요리, 즉 아발론 Compas Diamond 와 스펙트랄 앰프 그리고 웨이버사 DAC3 로 이루어진 시스템에 뿌려진 묵직한 양념이다. 새롭게 개발된 크리에이션 시리즈는 총 세 종류의 도체를 조합해 일종의 멀티웨이 방식으로 신호를 전송하도록 설계되었다. 동선에 더해 특수합금으로 도금된 도체가 추가되었다는 제조사의 설명이다. 아마도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 유수의 케이블 메이커에서도 시도된 적이 거의 없는 독특한 방식이다. 

이러한 독특한 제작 방식, 다양한 도체를 통한 소재의 다양화와 독자적인 지오메트리는 헤밍웨이라는 케이블의 존재를 또 한 번 새롭게 조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헤밍웨이 케이블의 특징, 즉 남성적인 무게감과 두께감 그리고 탱글거리는 탄력감 등 모든 헤밍웨이의 최대공약수가 일관적으로 관통하고 있다.

사용한 케이블은 헤밍웨이 The Creation 스피커 케이블과 XLR 인터커텍트 그리고 전원케이블이다.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떠올리는 케이블 이름처럼 헤밍웨이는 압도적인 힘과 다이내믹스로 시스템을 장악하는 임팩트를 보여준다. 그 바탕이 되는 아발론과 스펙트랄 그리고 DAC3 의 사운드는 DAC3 의 독특한 음색을 감안하더라도 아메리칸 하이엔드의 레퍼런스 사운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어떤 독자적인 컬러가 강하지 않으며 밸런스 자체가 대단히 중립적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헤밍웨이 Creation 삼총사는 시스템이 낼 수 있는 최대 다이내믹스를 끌어내준다. 대신 착색을 통해 감미로운 미각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어둡지도 아주 밝지도 않은 중립적인 밸런스를 그대로 확대 복사해주며 볼륨에 따라서 변동이 없이 심지가 곧다. 중립적이고 사실적이며 동시에 자칫 늘어질 수 있는 대형 시스템의 다이내믹스를 팽팽하게 당겨준다.

예를 들어 카산드라 윌슨의 ‘Another Country’ (24bit/192kHz, Flac)을 들었을 때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저역 무게감의 상승이다.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와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넘친다. 게다가 소리의 표면이 마치 앙상한 뼈에 도톰하게 새살이 돋아나듯 부드럽고 탄력감 있는 표면 질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이아몬드 트위터의 광대역 특성에도 불구하고 보컬의 치찰음이 거슬리지 않으며 그렇다고 과도하게 짓눌려지지도 않는다. 어찌 보면 시청했던 케이블 중에서는 중립적인 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케이블로 음원이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늬앙스와 정보를 임팩트있게 뱉어낸다. 한편 스테이징을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편으로 앞으로 약간 나오는 형태가 감지된다. 스테이징 역시 크고 장대하며 호쾌하게 펼쳐져 군더더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Die Rohre - The Tube] 중 ‘La Musica Notturna delle strade di Madrid’(24bit/192kHz, Flac)에서는 피아노와 현악 총주에서 다이내믹스가 돋보인다. 타격감이 상당히 뛰어나 임팩트 있고 생동감 넘친다. 날렵하고 빠르게 신호를 처리하는 스타일은 아니며 약간 중후하다는 인상이 더 강해 묵직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저역이 뭉개진다거나 고역이 백색잡음처럼 터져버리는 오류는 범하지 않는다. 때문에 현악기 사운드에서의 표면 질감은 육즙처럼 진하고 악기 텍스처를 끈끈하게 표현해준다. 반대로 아주 화려하게 치장을 하지도 않는다. 기본적인 디테일을 고역에서 저역까지 균형 있고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 힘과 질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양수겸장의 사운드다. 

Jazz At the Pawnshop - High Life
[Jazz At the Pawnshop]

[Jazz at the Pawnshop] 중 'High Life’(16bit/44.1kHz, Flac)에서는 총 세 종의 헤밍웨이 삼총사가 시스템의 현장감, 스테이징에 미치는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약 80여석 규모의 클럽에서 이루어진 공연을 녹음한 본 레코딩은 수없이 리뷰에 사용했다. 그 중 아마도 가장 대담하고 개방감 넘치는 호방한 무대를 표현해준다. 아발론과 스펙트랄, DAC3 가 표현 가능한 산의 크기를 산 입구나 중턱이 아니라 정상에서 바라보는 듯한 시원시원한 조망을 선사한다. 마이크로 다이내믹보다는 매크로 다이내믹스가 돋보이며 각 악기들의 이미징이 크고 선명하다. 특히 넉넉한 펀치력을 바탕으로 표현하는 비브라폰 같은 타악기는 전체 공간을 오가며 콘서트 현장의 생생한 열기를 뜨겁게 발산해준다.

마지막으로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한 말러 교향곡 5번 1악장 ‘Part 1. Trauermarsch’(16bit/44.1kHz, Flac) 에서는 위에서 말한 중립적인 음색과 호방한 무대, 다이내믹스 등 모든 특징들이 총체적으로 그 민낯을 드러낸다. 여러 악기들 각각의 음색 특성이 선명하게 구분되며 순간적인 어택이 빠르고 강렬한 임팩트를 발산한 후 묵직한 여운을 남기며 사라진다. 온도감 측면에서는 예상보다 차가운 느낌이 없어 기존에 아발론과 스펙트랄로 들었던 사운드보다 좀 더 음악적으로 들리며 음악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응집력이 발휘된다. 강음과 약음, 근음과 배음이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어 이미징이 크고 명징하며 말쑥하다. 그럼에도 텅 비거나 연약한 대역이 없이 밀크 같은 농밀함과 활처럼 탄력적인 다이내믹스를 가지고 있다. 약동하는 심포니의 동적인 구조가 역동적으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