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2015 CES Report를 통해 들은 뉴스 중에 유독 관심을 끄는 앰프가 있었다.  특이하게 가죽으로 마무리를 한 845 푸쉬풀 진공관 모노블록이었는데 Rockport의 Avior 스피커와 조합을 이루었다. 외형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Avior를 가볍게 울리는 구동력을 갖추었으며 CES 기간 내내 놀라운 소리를 들려주었다는 것이다. Stereophile의 Kalman Rubinson은 ‘Absolare : Absolutely Beautiful!’ 이란 제목으로 2015 CES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앰프로 손꼽았다.

2015 뮌헨 오디오쇼 Report 에서 역시 50와트 싱글엔디드 진공관 앰프로, 울리기 쉽지 않은 Rockport의 Aquilla 스피커를 완벽하게 구동해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이렇게 지난 몇 년간의 해외 주요 오디오쇼에서 극찬을 받은 Absolare의 제품에 대해 무척 궁금하던 차에 Absolare의 대표인 Kerem Kucukaslan씨가 직접 주관하는 Absolare의 국내 런칭 시연회가 열려 참석하게 되었다.

생각외로 Kerem씨는 나이가 젊고 열정적인 터키인이었다.  Absolare 앰프를 설명할 때 자부심과 의욕이 넘쳤고 눈은 반짝거렸다.  꽤 긴시간 설명이 이어졌고 많은 음악을 함께 들었다. 일반적으로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를 설명할때는 음질 좋은 오디오 파일용 음반들로 시청 음원을 채우곤 하는데 Kerem씨는 플레이되는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제작자라기 보다는 매니아의 모습이라 보기 좋았다.  

참석자들의 요청으로 들었던 음반들 중 마음에 들었던 음반들은 적극적으로 제목을 물어보고 사진을 찍어가는 것이 설명자로 왔다기 보다는 시연회에 참석자로 참여한 것 같았다.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보이는 듯 했고 Absolare의 따뜻한 사운드는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을 대변하는 듯 느껴졌었다. 시연회 중간중간에 고객 및 친분 있는 오디오계 인사들을 초청해 가진 시연회 사진들도 보여주었는데 이중에는 챔버 오케스트라와 Absolare의 오디오 시스템을 현장에서 비교해 들려주는 행사도 있었다. 예전에 Mark Levinson씨가 Cello에 있을 때,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한 것을 바로 첼로 시스템으로 녹음하여 비교하는 자리를 종종 가졌다고 한다. 이러한 비교는 시스템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Absolare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소스와 스피커를 제외한 모든 기기와 액세서리까지 생산한다는 점이다. 프리, 파워, 포노이큐, 전원장치와 모든 종류의 케이블들, 심지어 오디오랙 까지도 자사 브랜드로 공급하여 Absolare가 추구하는 소리가 어떤 것인지 손실 없이 사용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

Absolare의 디자인과 오디오 시스템의 개발 방향, 고객과 음악에 접근하는 기본적인 자세는 탐미적이었고 그 사운드 또한 그러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에 이번 Absolare의 Signature 프리 파워 앰프 리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Absolare는 기본적으로 Passion, Signature, Altius 세개의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얼마나 더 특별한 부품을 사용했느냐 하는 것이 모델간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고 음질적인 차이도 여기서 비롯된다고 한다. 기본적인 라인업인 Passion 시리즈는 문도르프에 특주한 Silver-Gold-Oil/TubeCap 캐퍼시터와 은/금/팔라디움 합금의 에꼴(Echole) 배선을 사용하고 있다. Absolare는 Echole이라는 케이블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데 모델별로 매치가 케이블이 있어서 동급의 Echole의 케이블을 함께 사용할 경우 앰프 내부 배선을 비롯한 모든 신호경로에 동일한 선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Signature 시리즈는 내부 배선재도 Echole의 Signature 선재를 사용하고 신호 경로에 Duelund의 선별된 캐스트 커플링 캐퍼시터를 함께 사용하여 Passion 시리즈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보여준다. 진공관 또한 선별된 NOS(신품 수준의 구관) 진공관을 사용하여 음의 순도를 극대화 했다. 프리앰프의 경우 Passion 모델은 E82CC만 사용할 수 있으나 Signature 모델에서는 E80CC도 사용할 수 있다.  Signature 프리앰프의 전원부 역시 개선된 상위의 것을 사용하고 있다.

극소량만 생산하는 최상급 모델인 Altus 시리즈에 대해서는 구매자가 별도의 문의를 통해 사양을 확인해야 한다.

Absolare는 수 년간의 연구 결과를 통해 신호경로를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개발했고, 가격을 불문하고 최고의 엄선된 부품만을 사용하여 ‘신호의 순도, 공진제어, 깨끗한 전원’ 세가지 기준을 가지고 설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로 만들어진 Absolare 프리앰프는 하나의 샤시 내에 별도의 전원부를 가지고 있으며 두꺼운 알루미늄으로 내부에 격벽을 만들어 전원부와 신호 경로부를 분리해 놓았다. 커넥터들은 모두 텔루리움 구리에 금/은 코팅을 한 것을 사용하고 있고 진공관 소켓들은 모두 고순도의 테플론에 금도금 구리 접점을 사용한다.

이렇게 전기적인 필터링은 세번을 거치는데 pi-type 캐퍼시터-레지스터 필터, 액티브 레귤레이터와 또 다른 대형 pi-type 필터이다. 신호의 디테일과 다이나믹스를 극대화 하기 위해 모든 필터는 문도르프의 최상급을 사용하고 있다.

Absolare 파워앰프 또한 동일한 방식이지만 다이나믹스의 극대화와 노이즈의 최소화를 위해 전원 바이패스 캐퍼시터가 모든 진공관 핀에 대응해 자리하고 있다. 모든 진공관 신호부는 푸쉬풀 구동을 위해 완벽하게 대칭적인 신호를 보장하도록 드라이브단과 출력단 사이에 트랜스 커플링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845 출력관을 파워풀하게 드라이브 하기 위해 EL34 진공관을 사용하고 있으며 대전류(High Current)의 12AT7을 통해 분상(Phase Splitting, 1개의 상(相)에서 위상을 달리하는 두 가지 자속을 만드는 것) 을 한다. 

Absolare의 앰프들은 실제로 보면 사진상으로 본 것 보다 상당한 크기를 자랑한다. 거기다 앰프를 감싸고 있는 가죽은 인테리어적인 효과 뿐만 아니라 공진을 컨트롤 하는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기본 컬러인 Amond색 외에 5가지(Black, Honey, Nutella, Red, Terra), 바늘땀 색도 기본 Ivory 외에 추가적으로 3가지(Brown, Black, Red) 색을 옵션으로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블랙에 레드 스티치, 레드에 아이보리 스티치를 선택하면 최고급 스포츠카 실내에서 주는 느낌을 누릴 수 있다고 할까?

Tedor Currentzis - Forets Paisibles

처음 만나는 오디오 기기를 들을 때 습관처럼 듣는 음반이 몇 있다. 그 중에서 Teodor Currentzis지휘의 Rameau 음반을 먼저 선택했다. 오페라 Les Indes Galantes(우아한 인도의 나라들) 중에서 'Forets Paisibles(평화로운 숲)'이란 곡을 들었다. 이 곡은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오디오적으로도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관현악, 독주 바이올린, 남녀 혼성 이중창, 합창 등 비교할 수 있는 요소들도 많이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녹음도 훌륭하다.

기본적으로 Teodor Currentzis의 연주는 스피디하고 명쾌한데, 이 녹음은 아주 훌륭하지만 자칫하면 관현악 연주가 조금 딱딱하게 들릴 수 있다.  Absolare 프리 파워 시스템은 전반적인 사운드를 여유있고 부드럽게 들려주었다. 힘을 강조하기 보다는 살짝 느리고 유려하게 끌어가는 현악군에는 온기가 베어있고 독주 바이올린은 상당한 사실감을 가진 소리를 들려주었다. 독주바이올린과 소프라노, 두터운 남성 보컬의 삼중주가 유난히 아름답게 들렸으며 뒤따라 오는 합창은 공간을 자연스럽게 채워줄 뿐 아니라 분리도가 상당히 뛰어났다. 전체적으로 온도감이 있고 음끝이 예리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해상도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뛰어난 해상력이 뒷받침 되어 놀라게 했다. 

John E. Gardiner - Cum Sancto Spiritu

이러한 해상력에 대한 장점은 Gardiner의 B단조 미사에서 명확히 보여졌다. Gardiner는 최근 B-단조 미사의 새 음반을 내 놓았으나 이번 시청에서는 1985년 Archive 판을 사용했다. Gloria의 마지막 곡인 Cum Sancto Spiritu는 연주하기도 어렵지만 재생하기도 까다로운 곡이다.  빠르고 복잡한 푸가가 이어지고 그 밑으로 첼로의 선율이 더해진다. 이번에 깜짝 놀란 것은 바로 이 첼로이다.

남녀 혼성의 4성 푸가가 이어지는 사이로 담담한 첼로 선율이 밑받침을 해주는데 이 첼로 선율의 분리가 명확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론 들리기는 하지만 그 존재 여부에 신경이 가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Absolare는 놀랍게도 선명하게 이 첼로 선율을 들려주었다. 이런 뛰어난 분해도로 이 곡을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고 생각될 정도로 명쾌한 분해 능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중저역 해상력의 뛰어남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음악적인 따뜻함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대역 밸런스를 잃지 않으면서, 이런 중저역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대부분의 경우 중저역 디테일이 이 정도까지 우수해지면 왜소해지거나 피치가 올라간 것처럼 느껴진다. Absolare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Rostropovich - Symphony No.5

로스트로포비치가 지휘한 Shostakovich의 교향곡 5번 2악장은 Absolare의 음악성을 잘 표현해 주었다. 로스트로포비치는 동구권의 익숙한 지휘자들과는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이 곡을 연주하고 있다. 2악장 중간에는 독주바이올린이 랜틀러(Ländler 오스트리아 민속 무곡)를 연주하는 부분이 있다. 이 교향곡이 가지고 있는 부제가 ‘혁명’이듯 러시아 지휘자들은 어딘가 어둡고 무거운 연주를 들려주지만 로스트로포비치는 진하고 따스하며 생생한 기교의 바이올린을 통해 곡 전체의 분위기를 떠난 실존주의적 감정이입이라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의 아름다운 선율로 이 부분을 연주하고 있다. 이렇게 연주 방식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자꾸 듣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아름다움이 있고 Absolare는 이런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Mullova와 Bezuidenhout의 Beethoven Violin Sonata는 바이올린보다 피아노에 더 눈을 돌리게 했다.  Mullova의 소박하고 꾸밈없는 바이올린의 표현은 Absolare가 원래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피아노가 훌륭한 것은 덤이라 하기에는 꽤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중저역 해상력의 우수함이 여기서도 다시 표현되었다. 바이올린 음색의 따뜻함이 유지되면서 피아노는 타건의 명쾌함을 함께 가지고 있었고 통이 다른 두 악기의 울림의 차이가 명확히 표현되었다. 왼손과 오른손의 음색은 잘 유지되었으며 향판의 울림도 정확히 살아있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처음에 스치듯 들으면 어딘가 고역 끝이 예리하지 못한 기분이지만 음악을 듣다보면 얼마나 정확하게 재생해 주고 있는지 알게 되어 사뭇 놀라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고, 실내악이나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 그 투명함에 미소 짓게 될 것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지휘자를 두 사람 꼽으라면 아마도 대부분 빌헬름 푸르트뱅글러와 토스카니니를 이야기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에 더 인상에 남는다. 푸르트뱅글러는 해석하는 지휘자의 전형이었고 토스카니니는 악보에 적힌대로 연주하는 연주자로 유명하다. 

하지만 빼 놓을 수 없는 지휘자가 한사람 더 있다.  바로 말러의 제자로 유명한 부르노 발터(Bruno Walter)이다. 말러가 죽은 후 대지의 노래 초연을 지휘했고, 지금도 대지의 노래는 케서린 페리어와의 잊을 수 없는 명연이 최고로 평가 받는다.

앞서 이야기한 푸르트뱅글러나 토스카니니와는 달리 인간적인 따듯함과 서정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연주들을 남겼다. 인품 또한 훌륭하여 그의 음악을 통해 드러나는 따스함은 그의 인품에서 비롯된 것이란 평을 받는다. 

말러의 대지의 노래, 베토벤의 6번 교향곡, 브람스의 교향곡 4번, 모짜르트의 교향곡 40번은 더 잘 연주한 지휘자는 있을지언정 부르노 발터보다 더 아름답게 연주한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 음반들을 찾을 때는 부르노 발터의 따뜻하고 정감 어린 연주를 항상 첫손에 들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부르노 발터만큼 아름답게 음악을 표현할 줄 아는 지휘자는 흔하지 않다. 음악을 바라보는 인간적이고 따듯한 시선은 그의 음악에 그대로 녹아있다.

Absolare의 앰프가 가진 제1의 미덕은 소리보다 음악에 빠지게 만들 줄 아는 따스함에 있다. 소리를 평하려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음악에 취해서 음반을 바꿔 걸게 하는 그런 힘 말이다. 흔치 않은 부르노 발터의 마력을 Absolare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오디오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평가 항목적인 미덕들, 물리적인 특성들의 우수함…. 그렇지만 단순히 잘 연주하는 것 이상의 음악적인 어떤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Absolare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bsolare는 가격을 떠나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