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최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베이를 통해 여러 LP를 구입하면서 오랜만에 ‘수집’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의 모 음악 평론가가 별세하면서 평생 모았던 LP 수천장을 이베이에 경매로 올리는 것을 목격했다. 시작은 10불이 안되는 가격에 올라왔지만 ‘Watch’ 기능을 이용해 마지막에 낙찰되는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기 일쑤다. 과거 한동안 LP 수집에 열을 올렸을 때와는 또 엄청나게 올라버린 LP 가격에 혀를 찼다. 예를 들어 리뷰할 때 자주 듣는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 같은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RLP399 넘버의 블루/화이트 라벨, 리버사이드 로고가 선명한 오리지널 First Pressing 의 가격은 수백불을 주고도 비딩에서 낙찰받기 힘들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RLP 351 번 빌 에반스의 [Explorations] LP 초반 가격이 525불에 올라와있으나 군침만 다시고 있다.

이렇게 초반을 찾아 부산을 떨며 수백, 수천불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재발매 LP 와 그 음질에서 현격한 차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매된 신보만 듣는다면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5~60년대에 걸쳐 전세계 수많은 레이블에서 출시되었던 LP를 즐기는 오디오파일이라면 적어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높은 가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재발매 LP를 구입해서 즐기고는 한다. 물론 몇몇 고음질 중량반을 생산하는 레이블이 있다. 

예를 들어 Mobile Fidelity, ORG, Analog Productions, Music Matter, Mosaic, Rhino, Speakers Corner, Reference Recordings 등 대략 이정도 레이블이 떠오른다. 이들 레이블은 오리지널 마스터를 그 음원 소스로 마스터링 및 커팅 후 프레싱하기도 하며 최소한 오리지널 마스터를 사용해 고해상도로 마스터링한 후 이를 커팅해 LP를 제작한다. 하지만 이들 외에 많은 메이저와 군소 재발매 LP 레이블은 오리지널 소스가 아닌 기존 CD를 마스터로 LP를 커팅, 프레싱하기도 한다. 당연히 주파수 대역은 좁고 수많은 아름다운 음원 정보를 담은 주파수 대역이 죽어버린다. 하모닉스는 사라지며 음악은 차갑고 딱딱해지기 일쑤다. 

평소 많은 사람들이 최근 몇 년간 붐을 일으키고 있는 LP 시장을 보며 향수에 젖어 턴테이블을 구입한다. 그리곤 그럭저럭 깨끗한 LP를 구입해 즐기지만 사실 본래 음원과는 멀어져 왜곡된 음악을 듣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턴테이블과 카트리지의 수준도 중요하지만 최초로 그루브에 기록된 음악신호를 담은 LP 와 함께 간과하는 것이 포노앰프다. 특히 모노 LP 라면 포노앰프의 다양한 PECC(Pre-Emphasis Cutting Curve) 대응 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로 인한 음질적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LP를 오래 들어왔다면 1950년대 중반 만들어진 RIAA(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커브 규격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후 1964년이 되어서야 RIAA PECC의 표준이 전세계에 자리 잡았고 음반사들과 포노앰프 제작사들에게 이를 준수하도록 서로 약속했다. 

이것이 생긴 이유는 기존에 여러 음반사들이 자사 고유의 PECC 기준을 가지고 커팅했기 때문에 표준이 없었고 이에 따라 재생음의 편차가 매우 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RIAA 커브가 제정되기 이전 녹음된 여러 레이블의 LP를 구하기 위해 장당 수십, 수백만 원을 아끼지 않는 오디오파일이 존재한다. 문제는 당시 초반을 어렵게 그리고 값비싸게 구입하고 고가의 카트리지를 사용해 재생한다고 해도 포노앰프에서 당시 다양한 PECC 로 커팅된 음반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냥 당시 레코딩을 흉내만 내는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이러한 만행을 저지른 데카, 컬럼비아 등 여러 음반사들에게 저주를 퍼붓고 싶지만 이미 수십 년 지난 일을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이를 위해 몇몇 하이엔드 메이커가 다양한 레이블의 각기 다른 PECC 에 대응할 수 있도록 회로를 설계해 포노앰프를 만들어냈다. 이 분야의 대표 주자는 다름 아닌 FM Acoustic 이다. FM122, FM222 같은 포노앰프는 데카, 컬럼비아, EMI 외에 수많은 방계 레이블과 중소 인디펜던트 레이블의 커브에 대응한다. 이 외에도 그래험 슬리의 Jazz Club이나 Revelation 같은 포노들이 몇가지 커브에 대응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독일 EMT, Monk Audio 등에서도 유사한 컨셉의 포노앰프를 출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매우 다양한 레이블의 각 커브에 모두 대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저역과 고역을 모두 다른 파라미터로 다양한 조합에 대응해야하기 때문이다. 데카, 컬럼비아 LP 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저역의 부스터를 말하는 turnover 와 고역의 감쇄 정도를 의미하는 rolloff 조합은 적게 잡아도 수십가지다. 대표적으로 NAB, 컬럼비아, 데가 ffrr, EMI, AES, CCIR 등으로 크게 분류는 가능하지만 어떤 경우엔 동일한 레이블에서 비슷한 시기에 찍은 LP 마저도 Turnover 와 rolloff 수치가 다른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FM Acoustic 의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에도 불구하고 FM122MK2 같은 포노앰프는 아날로그 애호가의 비장의 무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포노앰프에만 수천만 원을 지불해야한다.

최근 웨이버사 시스템즈에서 새로운 포노앰프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출시되기 전 하이파이클럽에서 이 포노앰프를 보고는 매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다양한 EQ 커브를 구현할 수 있는 포노앰프는 FM Acoustic 외에는 거의 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외 메이커가 아닌 디지털 기술로 혁신을 이루고 있는 웨이버사에서 그에 대적할만한 포노 EQ 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RIAA 커브도 포함하고 있으며 커브에 대한 대응은 turnover 와 rolloff 등 저역과 고역에 따라 각각 5개의 설정을 조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총 25가지 조합의 EQ 커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면에는 톤 게인 노브가 마련되어 있어 게인을 조절할 수 있으므로 이 조합까지 합한다면 모노 LP 재생의 음향적인 가짓수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하지만 포노앰프의 퍼포먼스를 단지 커브 보정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커브 보정은 포노앰프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본적으로 증폭단, 승압 회로, 입/출력단 구성에 따른 음질 차이도 고려해야한다. 그런데 이 부분을 짚어보니 MCH 의 커브 보정 회로는 본 포노앰프 설계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표면적으로 볼 때 MCH 는 보편적인 레퍼런스 포노앰프들의 요건은 기본적으로 모두 갖추었다. 

MM과 MC 카트리지에 대응하며 내부 룬달 LL1678을 채용해 두 가지 게인 선택이 가능하다. 또한 내부 딥 스위치 조정을 통해 다양한 High, Mid, Low 등 MC 카트리지의 다양한 로딩 임피던스에 대응한다. 전세계 거의 대부분의 MC  카트리지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MCH 는 기본적으로 풀 밸런스 회로로 설계해 밸런스드 출력이 가능하다. 게다가 MM 와 MC 입력단을 별도로 분리해놓아 두 개의 턴테이블을 운용할 경우 별도의 포노앰프 추가 또는 카트리지 착탈 과정 없이 동시에 MM 과 MC 카트리지를 간단히 운용할 수 있다.

전면에 게인을 조절할 수 있는 노브가 마련되어 있는데 단순히 게인이 아니라 저역과 고역 배율이 조정되는 일종의 톤 컨트롤 노브로 디폴트는 12시 방향이다. 여기에 더해 DAC3처럼 트랜스 출력과 디스크리트 출력을 선택할 수 있다. 출력단에 따른 음질적 다양성을 유저에게 부여해주고 있는 것으로 음악 감상의 묘미를 하나 더 즐길 수 있다. 또한 상단에는 정류 방식을 다이오드 또는 진공관 등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는 토글스위치가 마련되어있다. 디폴트는 다이오드 모드지만 정류를 진공관 6X4 로 선택하면 진공관의 풍부한 잔향감이 살아나 좀 더 풍윤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MCH 포노앰프는 PSVANE 의 쌍삼극관 12AX7 TII 진공관 네 알을 사용하며 승압트랜스 및 출력트랜스로 모두 룬달 제품을 채널별, 입력별 모두 별도로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채널당 2개씩 투입되는 웨이버사의 버퍼 모듈은 물론 DACT 어테뉴에이터, 위마 커패시터 등 신호 전송구간에서 왜곡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가 빛난다. 뿐만 아니라 NFB 방식이 아닌 TCR 형 설계에 더해 저역 컨트롤 스테이지를 두 단계로 만들어 중, 고역에서 탁 트인 개방감과 홀톤은 물론 저역대역에서도 NFB 에 비해 훨씬 뛰어난 증폭 특성을 얻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NFB 와 CR 형 포노앰프의 장, 단점을 모두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양수겸장의 설계 패턴이다. 이런 독창적이며 탁월한 설계방식을 누구나 상상할 수는 있었겠지만 실제로 이렇게 멋지게 구현해낸 것을 본 것은 처음이다. 

전체 시스템에서 아날로그 시스템은 마치 액자 구성의 소설처럼 시스템 안의 또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엄연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웨이버사 포노앰프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높게 평가하는 웰템퍼드 Amadeus MKII 턴테이블에 다이나벡터 DV20X2 저출력 카트리지를 사용해 테스트했다. 이 후 신호는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V 프리와 파워앰프 순정 조합을 사용했고 스피커는 얼마 전 리뷰했던 심포니 9 대형기를 매칭했다. 여러 번 여타 리뷰를 통해 매칭해본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기질과 특성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 시스템과 융합한 사운드는 또 다른 제 3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젖혔다.

Albert Wolff Conducting

먼저 이정도 다양한 기능과 설계방식이 적용된 전문가급 포노앰프를 사용하는 이유는 LP 소스에 대해 좀 더 정확한 재생, 좀 더 당시 레코딩에 근접한 사운드를 얻기 위함이다. 나는 데카 ffrr 재생을 일반적인 RIAA 커브 보정을 하는 포노앰프로 재생했을 때 매우 부족한 저역과 닫혀있는 고역으로 인해 해당 LP 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자주 듣지는 않게 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다. 따라서 만일 이러한 LP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거나 또는 50~60년대 모노 레코딩을 앞으로 많이 즐기고 싶다면 MCH 는 구세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먼저 데카 ffrr 커브로 커팅, 프레싱한 비제의 카르멘 모노 LP를 들어보자. SXL 도 아닌 LXT 데카 레코딩이다. 

일단 RIAA 커브의 turnover 와 rolloff 는 각각 500c/-13.7db 임을 명심해야한다. 이를 일반적인 RIAA 커브와 데카 ffrr 의 500c/-10db 로 고역 rolloff 는 3.7db 높여서 재생해본다. 아마도 당신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전/후 뎁스는 매우 깊어지며 새김이 훨씬 더 진해진다. 단지 평면적인 모노 사운드였던 소리는 강/약 대비는 물론 고역의 홀톤이 살아나 고역의 장막이 벗겨진 소리에 당황해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전체적인 토널 밸런스를 순식간에 바꾸어버려 고역의 하모닉스가 중역과의 밸런스를 더욱 확연하게 대비시키고 저역도 빠르고 강력해진 느낌을 줄 것이다. 어차피 모노이기 때문에 좌/우 공간 정보에 대한 스테레오 이미징이 향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대 형성과정에서 전/후 깊이감이 형성되며 훨씬 생동감 있는 연주를 들을 수 있다.

Heifetz - Sibelius Violin Concerto

다양한 커브 보정 지원은 단지 초반에만 적용해 음질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이후 발매된 재발매 LP 에도 적용해 음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야사 하이페츠의 재발매 LP 중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이를 검증해기도한다. 본 LP 는 Analog Production에서 제대로 마스터링, 커팅, 프레싱 과정을 거쳐 출시한 LP 다. 

스테레오 초창기에 출시된 앨범이지만 이러한 레코딩에서 500r turnover를 적용할 경우 RIAA 커브 보정과는 또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저역 특성이 더욱 안정적이고 컨트라스트가 선명하다. 저역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중/고역과의 대비도 명확해지고 전체적으로 밸런스와 질감표현이 상승한다. 이른바 계조 영역이 확장되어 좀 더 생생하고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다이내믹스 상승은 물론 강,약 완급조절에서 더욱 깊이 있고 진한 컨트라스트가 도드라진다. 마치 LP 의 음구를 더욱 깊게 읽어 다이내믹레인지가 증가한 느낌과 유사하다.

Gary Karr - Adagio in G Minor

게리 카의 ‘Adagio in G Minor’ 재발매 LP 로 들어본다. RIAA 표준인 500c/-13.7db 로 보정해 들어보면 저역이 파이프 오르간의 저역 재생에서 약간 뭉개지는 현상이 있다. 이는 앰프와 스피커가 아닌 소스와 카트리지, 포노앰프와의 세팅에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Turnover를 500c 이하로 낮추고 전면 게인 컨트롤 노브를 높일 경우 깔끔하게 해결된다.

저역의 깊이 자체를 손해 보지 않으면서 양적인 밸런스를 조정해 청취자가 원하는 이상적인 토널 밸런스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재발매 LP 의 경우 그 해당 LP 의 마스터링, 커팅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천만원대 카트리지나 턴테이블을 사용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MCH 포노앰프의 성능은 이러한 재발매 LP 의 재생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다양한 파라미터에 대응하는 멀티 EQ 가 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Jazz at the pawnshop] LP 의 경우 PROPRIUS에서 재발매 한 LP 로 매우 완성도 높은 레코딩이며 제작 품질 또한 뛰어나다. 가장 유명한 레코딩 ‘High Life’를 재미삼아 웨이버사 DAC3 와 비교해 동일한 앰프/스피커 시스템 안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운드를 비교해본다. 우선 아날로그 시스템의 사운드는 매우 풍성하며 자연스러운 하모닉스가 공간에 흩뿌려지며 화사한 음색을 만들어낸다. 

잔향 특성이 뛰어나며 짝수차 배음의 풍부한 울림은 실키한 홀톤을 형성하며 무대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디테일 또한 뛰어나 매우 작은 타악기들의 작은 몸짓까지도 생동감 넘치게 포착해낸다. 반대로 DAC3 는 아날로그 시스템의 미세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와 홀톤까지는 미쳐 표현하진 못한다. 그러나 토널 밸런스와 하모닉스의 늬앙스 자체는 매우 유사하다. 아마로 DAC3 의 상급 DAC 가 출시된다면 본 아날로그 시스템과 거의 동일한 소리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예상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사운드의 장족의 발전이 놀랍기도 한 순간이다.

Kojian, Utah Symphony

MCH 포노앰프와 웰템퍼드 턴테이블 그리고 다이나벡터 카트리지가 이루어내는 다이내믹스는 매우 치밀하고 정교하다. 예를 들어 Reference Recordings에서 발매한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중 ‘Dream of a Witches Sabbath’를 들어보라. 

45rpm 스피드로 제작된 이 LP에서 음색의 미묘한 늬앙스와 정교한 피치는 물론 세부적인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까지 매우 명확하게 구현해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커다란 팀파니 연주가 번개처럼 몰아치는 구간에서도 일체의 찌그러짐이나 혼탁한 느낌이 없다. 매우 시원하고 정교하게 중후장대한 다이내믹스를 펼쳐낸다. 많은 재발매 LP 들이 오리지널 마스터테잎이 아닌 CD로부터 커팅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절대 표현되지 못하는 다이내믹레인지다. 

이번 MCH 포노앰프에서도 확실히 느꼈지만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여러 기기들을 들어보면서 핵심을 꿰뚫고 있는 한 가지 설계 철학을 알 수 있었다. 단 하나로 그 컨셉을 요약하자면 ‘음원 소스를 추적, 보정’하는 것이다. DAC3 에서는 여러 독보적인 FPGA를 통해 일반적인 업샘플링이 아닌 추적(Estimator) 개념을 도입했다. AMP2.5에서도 이러한 개념이 도입되었고 Mini 시리즈에서도 동일한 개념이 DAC 에 탑재되었다. 

결정적인 것은 MCH에서 구현한 모노 LP 의 커브 추적이다. 단순히 음원 소스의 레코딩을 그대로 재생하고자 하는 수동적인 형태의 장비들이 아니다. 웨이버사는 소스의 레코딩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왜곡을 의심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음원 소스을 읽어 들이는 과정에서 이를 추적해 오리지널 레코딩의 핵심에 더욱 근접한 후 이를 판독, 분석 후 보정, 재생한다.

따라서 때로는 음악 소스의 잘못된 레코딩 또는 프레싱의 단점까지도 잡아내 청취자를 당혹케한다. 아마도 LP 제작과정에 참여한 커팅 엔지니어나 프레싱을 담당한 엔지니어가 이를 본다면 매우 당황해할지도 모른다. 일부 재발매 LP는 6kHz 이상 고역대역이 급격히 롤오프되어 밋밋하고 엷으며 생생한 잔향이 모두 사라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MCH 는 이런 경우에도 rolloff db를 조정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보정이 가능하다.

MCH 포노앰프는 최근 몇 년간 경험해보았던 포노스테이지 중 LP 소스를 가장 혹독하게 평가하게 해준 장비다. 아쉽게도 이번 리뷰 테스트에서는 진행하지 못했으나 개인적으로 MCH를 사용하게 된다면 MONO 전용 카트리지를 사용해보고 싶다. MCH 포노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현재 가지고 있는 LP 중 1964년도 이전에 발매된 LP를 모두 오리지널 MONO 초반으로 구입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재발매된 LP 의 음질 퀄리티도 매우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상승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아날로그 세계에서 흔히 만날 수 없는 축복이다. MCH 포노앰프는 과거 그리고 현재 전설의 뮤지션이 오디오파일 각자의 공간에서 그들의 음악을 더욱 생생하게 노래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