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마침 올해는 하이파이 스피커에 케블라(Kevlar)가 사용되기 시작한 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이 혁명적인 섬유조직은 방탄복 소재로 개발된 직후 B&W에 의해 스피커 진동판에 응용되면서 방탄복보다 더 많은 화제와 유명세를 이끌어 내기에 이르렀다. B&W는 케블라로 상징되었고, 가장 유명한 케블라는 B&W 였다. 이로부터 B&W는 BBC나 기타 영국스피커의 전형에서 다소 노선을 달리해서 일찌감치 미국의 하이엔드 시장에까지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었고, 40년간 수많은 스테디셀러들을 양산해왔다. 

하지만 스피커 진동판의 소재 개발에는 스피커의 어쿠스틱 기술을 넘어서는 투자와 연구가 끊임없이 시도되어왔고, 물리적으로는 이미 케블라를 추월할 만큼의 신소재들 - 세라믹이나 박막 알루미늄 합금 등 -  의 추격을 받으며 한 세대를 넘어 철옹성으로 남기에는 이미 새로운 것이 필요했었다. 트위터에 다이아몬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복선으로부터 이미 중장기적으로 기획되었던 절차를 따르고 있어 보이는 이 프로젝트는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전 라인업에 걸쳐 미드레인지와 베이스 유닛, 그리고 인클로저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노틸러스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변화가 생겨났다. 이제 막 뚜껑을 열기 시작한 이 프로젝트의 타이틀은 ‘D3’이고, 언제나처럼 엔트리 모델이자 스테디셀러인 805 D3는 이 프로젝트의 지표와도 같은 제품이다. 

805 D3는 몇 가지 점에서 전체 D3 프로젝트에서도 특유의 영역을 갖는다. 플래그쉽이 될 800 D3는 아직 출시 이전이지만, 전체 라인업의 인클로저가 원통형에 가깝게 큰 변이를 결정했는데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제품이 805 D3이다. 물론 오리지널과 똑같지는 않고 원통형에 접근하고 있기는 해서, 오리지널 805와 비교하자면 전면배플을 중앙으로 갈 수록 약간 불룩하게 돌출시켰다고도, 측면을 곡면으로 파냈다고도 할 수 있는 라운드 배플이 되었다. 이에 따라 오리지널 805에서는 거의 매립되어 있던 미드베이스 어셈블리는 805D에서부터 조금씩 이탈을 하기 시작하더니 D3에 와서는 어셈블리 유닛의 프레임 외곽선이 드러나게 디자인되었다. 얼핏 동사의 2008년작 ‘시그너쳐 다이아몬드’의 상단을 커트한 듯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역시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실버톤의 ‘컨티뉴엄 콘(Continuum Cone)’ 진동판일 것이다. 이 새로운 소재가 결정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을테니까. 드라이버와 크로스오버가 개편되었고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프레임도 알루미늄으로 처리했다. 컨티뉴엄 콘은 외관은 색깔만 다른 케블러와 거의 똑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 동사의 오랜 사운드의 기조를 변경하지 않으면서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선택으로서 성향은 유지하고 물성은 향상시킨 소재로 보인다. 작년 가을에 있었던 D3 시리즈 발표회에서 동사의 수석엔지니어 스튜어트 네빌이 설명한 내용을 참조하면, B&W 연구소는 본 컨티뉴엄 콘의 개발에 8년간의 시간과 70회의 반복실험을 거쳤으며, 그로 인해 전반적인 성능이 케블라로부터 크게 발전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컨티뉴엄 콘은 본 제품을 포함해서 총 7개 신제품에 장착되었다.

거의 완벽한 독립을 선언했던 트위터 드라이버 어셈블리 또한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겨났다. 기존 D2 버전까지 유지되던 이중 구조 – 중심축 대롱 + 플라스틱 하우징 – 를 일체형 알루미늄 합금 어셈블리로 변경했다. 알루미늄을 머시닝으로 깎아내고 중심축에 가이드홀을 내서 가볍고 견고하며 이전보다 댐핑효과를 크게 업그레이드시켜 자연스러운 고해상도를 달성시켰다고 한다. 트위터 어셈블리의 마감은 D2마세라티 버전의 이력에 힘입어 롤스 로이스 분체도장을 입혔고, 그릴도 별모양 패턴의 망으로 교체되었다. 다만, 다이아몬드 진동판 재질은 기존 D2 버전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원통형에 접근한 컨셉 이외에는 외형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용적과 사이즈가 거의 유사한데, 제품의 키가 약간(5cm) 높아진 반면, 뒷길이는 같은 길이만큼 줄어 있다. 중량은 약 1킬로그램 정도 늘어났다. 미드베이스의 영향으로 대역 또한 확장되었다. 스펙을 보면 유효 응답 주파수를 기준으로 D2에 비해 7Hz 정도 더 낮은 대역까지 응답(42Hz-28kHz)한다고 되어 있다. 전용 스탠드 또한 마세라티 버전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두 개의 칼럼으로 지지하는 디자인을 따르고 있다. 전체 라인업이 모두 변경된 것에 기여하는 바 크겠지만, 개발기간과 교체내용의 범위를 감안해 볼 때 본 제품의 제조원가를 크게 올리지 않은 것은 기존 사용자들이 환호할 만한 내용으로 보인다. 

본 제품의 시청은 하이파이클럽 메인시청실에서 진행했으며, 린의 아큐레이트 DS로 파일전송을 해서 오디오 리서치의 신형 인티앰프인 GSi75로 스피커를 드라이브해서 시청했다. 스피커 케이블과 기타 케이블은 모두 헤밍웨이의 제품을 사용했다. 

특히 오디오 리서치의 경우,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한동안 오리지널리티가 다소 희박해져 있던 오디오리서치가 KT120이 채용된 이래 필자가 알고 있는 오소독스함을 기반으로 뭔가 진보했다는 생각을 갖게 했기 때문이었는데, 본 제품은 상위 버전 KT150을 출력단에 사용해서 UL접속으로 75와트의 출력을 내며 드라이브단에 6H30을 사용하고 있어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보이는 제품이었다. 다른 스피커를 포함해서 시청해 본 결과 파워풀하고 기민한 드라이브를 하고 있지만 의식할 수 없는 온건함으로 포장되어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되었다. 805 D3의 전 대역을 표현해주기에 잘 선택된 제품인 한편, 805 D3를 북쉘프 사이즈를 넘어 같은 높이의 톨보이 느낌의 무대를 만들어주었다. 여전히 인티앰프의 보편성과 편리성을 존중한 앰프임을 감안한다면, 사용자에 따라서는 북쉘프의 예리한 외곽선과 보다 템포가 선명한 뉘앙스로 구사할 수도, 보다 입체적인 무대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오디오 리서치와 B&W의 조합의 최대 미덕은 매킨토시의 경우 못지 않는 미드레인지에서의 표현력에 있어 보였다. 종종 보편적인 귀를 가진 오디오파일들의 경우 B&W에서 미드레인지의 호소력이 풍부해진다면 바랄 게 없다는 반응이 많은데, 오디오 리서치의 GSi75는 이런 요구에 대해 순위권에 드는 훌륭한 표현력을 보유한 앰프라고 생각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선호하지만, 개성보다는 보편적인 앰프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아쉬움이라면 최근에 제작된 인티앰프들에서 탑재되곤 하는 네트워크 기능이 없다는 점인데, DAC까지 장착하고 있는 본 제품에 이 기능을 옵션으로라도 두었으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품과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를 했다면 보다 분명하겠지만, 805 D3의 사운드는 이미 많은 변화가 보인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양감이 좀더 매시브하게 늘어났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또한 고역의 슬로우프가 좀더 완만해진 듯한 느낌이다. 다소 예각을 주어서라도 높은 선예도를 추구하는 듯 싶었던 기존 805시리즈들과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 805 만의 결정인 지에 대해서는 상위 제품들을 시청해봐야 알 것 같다.

핀포인트가 정확하고 실제와 같다고 느껴지는 이미징을 허공에 띄우는 능력은 805의 고유영역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 스피커 선택의 가장 큰 포인트 중의 하나이며, 805 D3의 경우 좀더 자연스러움과 명료함이 공히 나타나고 있어서 쉽게 시선을 끌었다. 오래 듣고 싶어지는 뛰어난 선예도를 지닌 스피커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아델의 ‘Hello’는 아주 컴팩트하지는 않지만 실제의 느낌을 주는 사이즈로 입체적인 이미징을 만들어 낸다. 

무뚝뚝하거나 건조한 미드레인지가 아니라 풍부하다고해도 좋을 만큼의 색채로 음역이 이동하거나 발음이 바뀌는 순간마다 대비가 분명한 컨트라스트가 드라마틱한 기분으로 이끈다. 파워핸들링을 크게 잡는 투티에서도 불안하지 않은 베이스와 높은 대역에서의 유연한 재생이 이 스피커에 대한 관심을 좀더 고조시켰다. 스피커가 쉽게 시선을 끌 수 있는 대표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스피커의 다이나믹스는 정확한 템포와 커플링이 되는 순간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다프트펑크의 ‘Get Lucky’ 도입부의 짧은 비트가 반복되는 부분은 호쾌하기도 하지만 진폭이 축소되어 들리지 않아서 꽤나 역동적이다. 구체적인 해상력이 뒷받침되어 있어서 이보다 양감이 큰 대형스피커에서 듣는 이 곡보다 열기를 고조시키는 느낌도 우월해 보인다. 

단단하고 굳건한 연주자와 보컬이 적극적으로 노래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기타와 보컬의 이미징이 흔들림 없이 견고해서 선명한 윤곽을 보여주었다. 805 D3를 클래식 모니터로 주로 사용할 계획으로 구매하거나 시청할 오디오파일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곡은 꼭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완급이 복합된 고음질의 현악합주와 독주는 최신예 B&W 표 질감을 확인하기에 적당한 카테고리이다. 빠른 패시지와 갑작스런 높은 대역의 순간에도 805 D3는 결코 신경질적이거나 사운드품질만을 주장하는 정보량으로 어필하지는 않는다. 윤택하고 능수능란한 특성이 빛을 발휘하는 영역이다. 

레이첼 포저가 연주하는 바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알레그로는 기민한 동작이 명쾌하게 진행되는 동안에도 심지가 굵고 현의 표면을 근거리에서 실감케 하는 뛰어난 질감표현을 보여주어 좋았다. 이 곡에서도 맑고 깨끗한 배경 속에 안정적이고 무언가 품위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훈훈한 하모닉스가 가득해서 스피커의 사이즈를 의식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복합악기와 어쿠스틱, 그리고 넓은 공간에서의 연주는 이 스피커의 진면모를 확인하기에 여전히 최적의 곡이다. 푸치니의 라보엠 중에서 비야존과 네트렙코 커플의 ‘O Suave Faciulla’는 가장 칭찬할 만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비야존은 골격이 분명하고 단단한 바닥을 딛고 서 있고, 네트렙코는 가늘고 강하게 성량을 늘려오는 내내 앙칼지지 않고 감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 다 기름지다고 할 정도의 여유있는 호흡과 음색으로 무대를 순간 가득 채우고 사라지지만 어느 순간에도 무대는 광활하고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두 보컬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의 스트록이 강렬하고 선명해서 홀로그래픽한 스테이징이 좀더 짙고 쉽게 떠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보컬의 전후간에 느껴지는 광활한 깊이감은 일품이었다. 종종 이 곡에서 뛰어난 해상력이 갖춰지면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공간 속에 그라데이션을 채우는 장면은 사실적인 무대가 주는 훌륭한 효과가 되었다. 

매우 다양한 음원을 시청하는 동안 이 제품은 재생장르에 있어서 이전 제품에 비해 눈에 띄게 버라이어티하며 멀티성향을 보인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기할 만한 사실이다. 이런 특성은 음원의 특징에 따라 작게도 크게도 반응하고 동작하는 제품특성이 제작시에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D3 시리즈는, 타이틀에도 나와 있듯이, B&W가 다이아몬드를 피쳐링한 지 세 번째 버전에 해당하는 최선단의 포트폴리오 라인업이다. B&W는 대부분의 경우 선도적인 방식과 소재로 브랜드 칼라를 입히는 데 성공하면서 언제나 신제품에 귀추가 주목되는 대표적인 스피커 브랜드였다. 본 D3 라인업만 해도 전체 공장 라인을 대대적으로 변경한 후 제작한 첫 번째 시리즈라고 하며, 전술한 R&D 플랜과 입체적으로 편성된 신제품 일정이 밀착되어 완성된 결과물일 것이다. 이들의 방식은 언제나 이러해서 현재 B&W 연구소가 착수 중인, 우리가 상상 못 할 제품은 대략 십년 정도 후가 되면 또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간혹 상상해보면 B&W는 언제나 신선하다. 

종종 필자는 B&W의 사운드를 놓고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누가 들어도 좋은 소리를 내주지만, 아무나 쉽게 구사할 수 없는 스피커’라고… 감각적인 디자인과 명쾌한 사운드로 이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지만, 사용자로 하여금 그 이상에 접근을 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게 하는 화수분같은 매력이 있다. 그래서 스튜디오용 모니터에서 가정용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같은 이유로 필자 또한 이 제품에서부터 805 D3에 대한 깊은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