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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적회로(IC) 기술의 발달에 따라, 과거에는 트랜지스터와 저항, 커패시터 등 전자부품들을 일일이 조합해서 구성하던 전자회로가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실리콘 위에 새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한 바람은 전자회로에 기반을 두면서도 비교적 발전 속도가 느리던 오디오 분야에도 점차적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DAC, 앰프 등 오디오 제품을 구성하는 핵심 회로가 칩 하나로 통합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심지어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작은 사이즈의 본체로도 하이파이 사운드를 담아내는 제품들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날로 발전해 나가는 집적회로 기술 덕분이다.

  

핵심 회로의 집적회로화에 따라 성능이 평준화되어, 이제는 본질적인 성능보다는 제품이 제공하는 기능성에 의해 경쟁력이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현재 신규 브랜드의 진입이 활발한 USB DAC 시장에서는 특히 다양한 컨셉들을 가진 제품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 원래 하이엔드 오디오 케이블 전문 회사인 미국의 오디오퀘스트 역시 USB DAC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회사 중 하나이다. 오디오퀘스트의 드래곤플라이 DAC은 PC뿐 아니라 iOS/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에서도 안정적인 연결을 지원하면서 간편하게 고음질을 제공하는 컨셉의 소형 USB DAC 제품이다. 그 범용성과 높은 완성도가 어우러져 전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드래곤플라이 DAC의 가장 최신 버전은 내장 DAC과 출력에 따라 블랙/레드 모델로 나누어진다. 블랙 모델은 기존의 드래곤플라이 DAC에서 업그레이드된 버전 1.5에 해당한다. 레드 모델은 기존 모델에 비해 전체적으로 사양이 업그레이드된 신규 설계 모델이다.

  

  

  

  

드래곤플라이 DAC의 디자인은 얼핏 보면 USB 메모리가 떠오른다. 엄지손가락만 한 스틱 형태의 USB DAC으로서 매우 간편하게 휴대하여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PC와의 연결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OTG 케이블을 사용해서 iOS/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모바일 기기들과도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다. 

  

드래곤플라이 DAC을 휴대용으로 사용하기 유리한 이유가 이 작은 크기 덕분이다. 소스기기 본체만한 크기의 앰프는 별도의 밴드로 소스기기와 묶어주어야 하며 휴대성이 크게 떨어지는 등 여러 불편함이 따른다. 그에 비해 드래곤플라이 DAC은 그저 소스기기에 젠더를 연결하는 감각으로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스마트폰 본체에서 제공하는 음질보다 훨씬 고음질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뿐 아니라 유투브 등을 통해서 영상을 감상할 때에도 그 고음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하이파이 애호가뿐 아니라 휴대성이 크게 떨어지는 외장형 기기를 선호하지 않는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분히 고려한 제품이다.

  

드래곤플라이라는 이름 대로 잠자리를 연상시키는 스타일 포인트는 상태 표시 LED 창이다. 잠자리 모양의 LED 창이 현재 재생 중인 샘플링 레이트에 따라 그린(44.1kHz)-블루(48)-엠버(88.2)-마젠타(96) 색상으로 발광한다. 제품의 이름이 시각적으로 연상되어 기억에 오래 남을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LED 창이 크므로 색상 확인이 쉬운 소소한 장점이 있다.

출력 단자는 3.5mm 스테레오 미니 단자를 사용한다. 본체에는 별다른 볼륨 조절 수단이 없으므로 소스기기의 소프트웨어적인 볼륨 제어에 의지하게 된다. 그래서 일단 드래곤플라이 DAC을 연결하고 나면 제품 자체에 대한 존재는 완전히 잊어도 좋으며, 평소에 소스기기를 사용하는 방식대로 자연스레 사용하면 된다. 입력 단자는 USB 단자가 전부로, USB로 디지털 데이터 및 전원 공급을 모두 해결하여 간편하다. 순정 악세사리 중 하나인 '지터버그'를 사용하면 USB의 전원과 데이터를 각각 필터 처리하여 보다 깨끗한 전원/데이터 품질을 입력받을 수 있다.

  

  

  

  

신형 드래곤플라이 모델들은 USB 리시버로 PIC32MX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사용한다. 이 컨트롤러는 기존에 드래곤플라이 DAC에서 쓰던 리시버보다 소비전력이 매우 낮을 뿐 아니라 음질적으로도 유리한, 드래곤플라이 DAC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USB 리시버이다. 전력 소비를 수치적으로 보자면 기존 드래곤플라이 버전에 비해서는 77%, 다른 회사들이 많이 채용하고 있는 XMOS 마이크로컨트롤러에 비해서는 95%나 낮다고 한다. 이렇게 USB 리시버에서 절약된 전력만큼 실제 사운드 출력에 전력을 더 많이 할당할 수 있으므로 음질적으로도 유리해진다.

  

DAC 칩은 ESS사의 32비트 Sabre DAC을 사용한다. 블랙 모델은 ES9010, 레드 모델은 ES9016 칩을 사용한다. 사운드 신호에서 부자연스러운 전울림을 억제하는 최소위상(Minimum Phase) 필터를 사용하여 보다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의도하고 있다. DAC의 스펙은 고해상도 음원도 얼마든지 지원하지만 드래곤플라이 DAC은 드라이버 별도 설치 없이 간편한 연결성을 제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USB 오디오 1.0 규격을 사용한다. 그래서 음원 재생은 24bit/96kHz 까지의 PCM 음원을 지원한다. 물론 음원 제한과는 별도로 DAC 자체의 우수한 음질은 그대로 유지된다.

  

헤드폰 앰프 역시 블랙과 레드 모델이 차이가 있다. 블랙 모델은 기존의 드래곤플라이 DAC과 동급의 헤드폰 앰프를 사용하며 1.2Vrms의 최대 출력을 제공한다. 레드 모델은 ESS 사의 헤드폰 앰프 칩을, 사용하며 2.1Vrms의 최대 출력을 지원한다. 볼륨 제어 방식 역시 블랙은 아날로그 방식, 레드는 비트퍼펙트 디지털 방식으로 차이가 있다.

  

 

모바일 기기와의 OTG 연결은 아이폰과의 연결은 애플 순정 악세사리인 카메라킷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의 연결은 오디오퀘스트 순정 악세사리인 마이크로 USB 변환 젠더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드래곤플라이 레드를 안드로이드 기기와 연결할 경우 유료 앱인 USB 오디오 플레이어 프로를 사용하면 최상의 음질로 사운드를 재생할 수 있다.

  

  

  

  

드래곤플라이 DAC의 음질은 어지간한 PC 내장형 사운드의 음질을 확실히 상회하는 수준이다. 가장 먼저 배경 노이즈의 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내장형 사운드의 음질이 열악한 노트북과 윈도우 태블릿에서 바로 체감이 된다. 노트북에서는 USB 메모리를 꼽는 감각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므로, 노트북의 음질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 드래곤플라이 DAC이 매우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일반 PC에서도 USB 연장선을 사용한다면 책상 위에서 매우 적은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우수한 음질을 제공하는 헤드폰 앰프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USB 연장선을 기본 구성물품으로 제공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주파수응답은 초저음에서부터 초고음에 이르기까지 매우 평탄하다. 그래서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 없이 충실도 높은 사운드를 들려 준다. USB 리시버의 샘플링 레이트를 의도적으로 96kHz까지로 제한해서 오히려 Sabre DAC 본연의 초고음 한계가 봉인되어 있는 느낌이다. 따라서 샘플링 레이트 제한에 의한 음질 열화 등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재생 가능한 샘플링 스펙 내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하모닉스 및 왜율 특성은 별도의 외장 전원 없이 USB 버스전원만을 사용하는 DAC으로서는 우수한 수준이다. 주파수응답 특성은 블랙/레드 모델 모두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으나, 왜율 특성은 아무래도 레드 모델이 상대적으로 좀 더 우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기본적인 다이나믹 레인지 역시 최대출력의 차이에 의해 레드 모델이 더 우수하여 보다 시원시원한 사운드를 들려 준다. 이러한 차이는 역시 저감도 거치형 헤드폰에서 두드러진다. 

  

출력 임피던스는 레드 모델이 0.3Ω, 블랙 모델이 0.35Ω의 실측 수치를 보여, 레드 모델이 미묘하게 더 우수하긴 하나 두 모델 다 매우 우수한 축에 속한다. USB DAC의 경우 출력 임피던스를 높임으로써 노이즈를 숨기는 설계를 적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드래곤플라이 DAC은 출력 임피던스가 매우 낮으면서도 우수한 노이즈 특성을 동시에 제공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두 모델 공통적으로 고감도 이어폰을 쓰기에 음질적으로 적합하다.

참고로 볼륨 조절 시, 낮은 볼륨에서 볼륨이 증가되는 정도가 동일 단계에서 레드 모델보다 블랙 모델이 더 크다. 그래서 레드 모델이 최대출력이 더 높음에도 아이러니하게도 저볼륨에서의 볼륨 제어가 더 쉽다. 이는 블랙 모델이 상대적으로 출력이 낮으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설정으로 추측된다. 만약에 고감도 이어폰을 주력으로 사용하면서 주로 낮은 볼륨 영역을 사용한다면 참고할 필요가 있다.

  

USB 신호/전원 필터 역할을 하는 순정 악세사리인 지터버그를 사용했을 때에는, 기본적으로 USB 단자의 신호/전원 품질에 문제가 없는 PC에서 사용할 경우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간혹 USB 단자의 신호/전원 품질이 열악한 노트북에서는 배경 노이즈를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이는 드래곤플라이 DAC뿐 아니라 지터버그와 연결했을 때 PC에서 인식 문제가 없는 다른 모든 USB DAC들에서도 공통적으로 음질 개선 효과가 있다. 만약에 어느 USB DAC을 사용해도 노이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터버그를 한번 사용해 볼 것을 권장하고 싶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서의 고음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LG에서는 아예 자사 스마트폰 전용 외장형 하이파이 사운드 모듈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런 전용 모듈에 비하면 드래곤플라이는 휴대성을 약간 양보하는 선에서 보다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드래곤플라이 DAC은 자체적인 USB 단자로 PC와 바로 연결할 수 있는 만큼, 1차적으로는 PC와의 사용이 가장 어울리는 제품이다. 기본적으로는 PC용으로 사용하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스마트폰과 연계해서도 사용이 가능한 고음질 USB DAC으로 이해할 수 있다.

  

1. USB 메모리와 같은 감각으로 간편하게 PC 및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고음질 USB DAC

2. 복잡한 설정 없이도 PC와 연결하자마자 바로 고음질을 즐길 준비가 끝나는 우수한 편의성

3. 작은 크기로 우수한 음질과 높은 출력을 제공하여 저감도 헤드폰과의 매칭도 문제없는 시원스러운 사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