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케이블 담론은 당분간 열기가 식을 것 같지 않다. 제품군과 브랜드의 버라이어티 이면에서, ‘케이블은 재미있다’는 분위기가 비교적 폭넓게 확산되어 있다는 게 그 단서가 된다. 그래서 빈번한 교체가 되었든, 비싼 제품을 굵게 한 번 지르던, 잔뜩 조여져 있던 마음들은 많이 완화되어있어 보인다. 특히 헤드폰과 모바일 제품들이 가세한 이래, 케이블 애호가 그룹은 고전적 오디오파일의 카테고리를 훌쩍 넘어서 있다. 선순환과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케이블 시장은 앞으로도 조금씩 반경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분한 확산이 인위적인 간섭이 없이 한동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케이블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기세가 꺾인 듯 싶었던 클래식 브랜드들은 각기 편차가 있을 뿐 여전히 그 존재감이 약화되지 않았다. 약속이나 한 듯 1980년을 전후해서 입장한 동기생들처럼 하이엔드 케이블의 원조가 되었던 대략 4개 제조사들은 한 세대가 넘도록 조금씩 다른 방식과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서, 신기술과 디자인을 앞세운 신규 브랜드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퇴조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일관된 블랙톤과 특유의 네트워크 박스로 선명한 정체성을 발휘해 온 트랜스페어런트는 여전히 부동의 지위를 의심받지 않고 있는 이름이다. 

트랜스페어런트는 유사 시점에 등장한 하이엔드 케이블 브랜드 중에서도 전원에 대한 관심과 연구노력을 기반으로 해서, 90년대가 오기 이전에 이미 다양한 전원장치들을 개발하고 시장에 소개했는데 참고로 지금은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MIT의 초기 제품들은 트랜스페어런트에서 개발한 것이어서 네트워크 박스 디자인을 한 90년대의 ‘블랙(트랜스페어런트) & 화이트(MIT)’는 모두 트랜스페어런트로부터 기원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히스토리를 배경으로 작년에 자신들의 5세대 제품을 소개하기에 이른 트랜스페어런트가 후대의 케이블사들을 향해 ‘니들이 80년대를 알아?’라고 한다고 해서 꼰대 소리를 들을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매그넘 오퍼스 시리즈가 처음 오디오파일들에게 모습을 나타낸 것은 2015년 CES 부터였다. 바로 전 4세대 라인업이었던 오퍼스 MM2로부터 7년이 걸린 업버전으로서 MM2를 기본 플랫폼으로 하고 있다. 두 제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몇 가지 변화를 살펴보자면, 우선 선재 내부와 네트워크 박스 전반에 구조적인 개선이 있었으며 그 결과 네트워크의 트리거, 도체의 구경과 전체 케이블의 굵기가 증가했다. 

트랜스페어런트가 1999년 설립한 ‘Music and Film Studio’는 R&D 센터의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MM2를 완성한 2008년 이후 의욕적으로 확장시켰다. 매그넘 오퍼스는 이 확장된 시스템의 첫 번째 작품이며 약 3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완성되었다. 이로써 총 9개 등급에 걸쳐 있는 트랜스페어런트의 최상위 라인업에 위치하는 매그넘 오퍼스 시리즈는 다음과 같은 제품특성을 표방하고 있다.

본 시리즈의 기본도체인 OFHC(Oxygen-Free High-Conductivity Copper)의 비중을 높인 등급을 사용해서 물성을 높였고 이를 통해 해상력을 향상시키고 자연스러운 음원재생품질을 구현시켰다. 도체 자체의 전기적 품질을 순도높게 향상시킨 결과물은 다이나믹스와 해상도의 증가와 더불어 전 대역에 걸쳐 자연스러운 음색을 균형있게 들리도록 했다.

MM2로부터 전반적으로 규격을 향상시킨 구성으로 인해 각 도체의 게이지 및 내부의 어셈플리 구경과 물론 전체 선재의 구경이 늘어나게 되었다. 네트워크 박스의 경우, 베이스 플레이트와 아웃트리거 사이의 공간구성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동사의 네트워크 박스 내부구조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대외비로 되어 있다.

케이블의 내부는 각 도체의 개별 인슐레이팅, 댕핑처리 방법의 개선으로 각 레이어의 와이어링을 타이트하게 하고, 내외부 레이어간에도 결속력을 높여서 선재를 구부리거나 비틀어도 레이어가 서로 분리되지 않도록 결속을 시켜 제작되었다. 선재 이외의 공간, 그리고 네트워크 박스의 빈 공간은 특수 에폭시 레진으로 포장해서 물리적 진동 및 전자 구조간 잔향을 제어하도록 설계되었다.

 

선재의 구경이 바뀌게 되면서 케이블 단자의 규격과 네트워크 박스의 아웃트리거 구경 또한 변경된 새 제품으로 교체되었으며, 늘어난 전송규격에 맞도록 커넥터의 품질 또한 향상되었다.  

주로 네트워크 박스의 퍼포먼스에 해당하는 음원 대응 캘리브레이션은 증가된 정보량과 전송용량에 따라 장르특성, 대역, 다이나믹스 등에 따라 세분화시켜 세밀한 캘리브레이션을 거쳐 제작되었다. 이에 따라 매그넘 오퍼스 라인업을 통한 시청과정에서 장르에 따른 편차나 케이블이 대응하지 못하는 음원은 이론적으로는 없다고 한다.

시청제품은 10피트 버전이었는데, 이 길이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만져보면 오퍼스 MM2에 비해 촘촘해져 있다는 느낌과 함께 뻣뻣해져 있어서 구부리기에 덜 유연해져 있다. 기본적으로 전술한 제조방식의 이유로 내부가 뭔가 가득차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3세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카본재질이 아니고 이전의 알루미늄 재질 네트워크 박스를 사용했다면 매우 육중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의 동급 케이블들의 경우를 떠올려 보면 과도하게 뻣뻣하지도, 육중하게 굵은 규격이라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네트워크 박스만 없다면 고밀도의 날렵한 고체의 느낌을 준다.  

본 매그넘 오퍼스 밸런스 인터는 DAC에서 프리앰프 사이에 연결해서 진행했는데, 프리앰프 쪽인 출력쪽에 네트워크 박스가 두 개 장착되어 있다. 밸런스 케이블에만 이렇게 두 개를 사용하게 되어 있는 구성은 3세대인 오퍼스 라인업에서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설계이다. 두 개를 사용한 이유는 동일한 기능의 병렬연결이 아니라 차동회로처럼 한쪽이 + 일 때, 다른 한 쪽이 - 역할을 하도록 한 설계라 설명하고 있다. 알려진 바, 본 네트워크 박스의 개념은 케이블을 독립된 패시브 콤포넌트로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앰프와 같은 다량의 전류함유물과 연계시 원래 소스의 신호를 약화시키지 않기 위한 트랜스페어런트 고유의 솔루션이다. 재생 주파수를 분리시키고 개별적인 임피던스 보정을 하도록 설계된 본 방식의 결과물은 원 소스 신호 이외의 노이즈의 원천봉쇄와 이를 통한 ‘투명한’ 프레즌테이션에 있어왔다. 간략히 말해서 트랜스페어런트의 본질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그럼 소리를 들어보기로 한다.

시청은 하이파이클럽 메인시청실에서 약 두 시간 정도에 걸쳐 진행했는데, 스피커가 소너스 파베르로 변경되어 익숙한 곡들로 이 소리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을 소요하고 나서 이전부터 이 공간에 익숙한 채로 처음 이 제품을 연결하면 매그넘 오퍼스를 통한 소리는 기본적으로 점잖다. 매우 점잖다고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몇 곡을 시청하는 동안 이 제품의 소리에 빠른 속도로 익숙해지며 제품의 성향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뜨이는 품질은 역시 스피커 뒤로 품위 있게 펼쳐지는 스테이징이었다. 음상이 약간 위쪽에 맺히는 현상은 스피커의 키가 이전 제품보다 커져 있었기 때문인, 다분히 물리적인 사이즈의 이유인 것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과장되지 않은 온건함으로 들렸지만, 미세한 부분과 약음에서 들려오는 세부묘사와 다이나믹스는 필자에게 익숙한 이 음원으로 다른 케이블에서는 잘 들리지 않던, 뭐랄까? 약동하는 생동감 같은 게 느껴져서 약간 놀라웠다. 작은 지점에 스폿조명을 해서 안 보이던 부분이 보이고 있는데, 빛의 조도가 적절히 조절되어 하얗게 반사되는 부분이 없이 색깔과 외곽선을 잘 보이고 있는 그런 상황과 유사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굳이 유별난 녹음일 필요 없이 평범한 곡도 다르게 들린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24/96 버전 FLAC 파일로 들어보면 오히려 날카롭다거나 예리한 윤곽을 그리지 않은 채로 뛰어난 해상도가 나오는 독특한 리얼리즘을 그려낸다. 중역대를 밀도 높게 채우거나 채도를 높인 음색도 아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지금 듣고 있는 게 이 음원의 오리지널리티라고 여겨졌다. 연주자의 윤곽만을 남긴 나머지 부분은 과연 까맣게 지워져 있으며, 컴팩트한 음상은 홀로그래픽한 이미지로 떠오른다. 

매우 자연스럽고 세부동작을 빠뜨리지 않고 보일 만큼만 남긴 채로 과도한 불빛은 가라앉힌 차분함이 있다. 그래서 사실감이 더해져 있다. 다이나믹스 또한 단정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파워풀하다. 과도하지 않은 정동작을 해서 생겨나는 에너지가 가감없이 드러나고 있다. 몇 가지 환경이 바뀌어 있지만, 특히 이 조합에서 들은 베이스는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들었던 최고품질의 베이스가 아닐까 싶었다. 담백하고 청순하며 강렬하다. 

이런 느낌은 약간 하드한 보컬로 가도 그대로 유지된다. 아델의 ‘Hello’는 퀸 보다는 솔로곡이라서 좀더 샤프한 음상을 만들어 내지만 여전히 예리하다거나 선예도를 눈에 띄게 하는 윤곽선을 그리지는 않는다. 다만 입체적이고 배경이 적막하다. 

고역으로 그리고 강한 에너지로 치고 올라가는 ‘Hello From Me… ‘ 대목에서도 마치 마이크와의 거리를 순간 조절하는 가수의 동작처럼 귀를 자극할까 싶은 배려를 하고 있는 듯, 자연스럽게 피치를 올려놓는다. 이 곡은 이렇게 촉촉하면서도 아름답게 강렬할 수도 있음을 알려주려는 듯 싶다. 얼마 전 시청한 네임오디오의 플래그쉽 라인업에서도 이와 유사한 품질의 피치가 느껴진 바 있다. 

이 케이블의 장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으로서 ‘Waltz For Debby’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 녹음한 유사성향의 녹음을 듣는다면 더 극명해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원의 녹음 시점과 품질, 원래의 화이트 노이즈 등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적막하고 단정하게 잘 정돈되어 있는, 좌우가 막혀 있고 천정 높이가 느껴지는 매우 넓은 공간의 사이즈가 잘 전해진다. 

연주가 시작되면 피아노의 또각거리는 소리와 베이스의 중첩음이 공간적으로도 대역적 차별로도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악기의 수가 늘어나고 에너지가 늘어나서 연주의 열기가 더해지면 열띤 무대를 성기지 않고 복잡하지도 않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주에 집중하게 되지만 긴장감을 느끼게 하지 않고 편안한 감촉을 준다. 

Beethoven Piano Sonata

이보다 배경 특성이 뛰어나고 좀더 녹음이 잘 된 피아노 독주를 들어보면 이번에는 오히려 미세하고 정교한 하모닉스가 비로소 외곽선을 샤프하게 떠올려주는 느낌을 갖게 된다. 폴리니가 연주한 베토벤의 ‘고별’ 1악장을 들어보면 본 제품 고유품질의 단서가 될 만한 특성이 문득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약음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의 변화를 작은 눈금의 그라데이션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 하모닉스의 감쇄가 미세하게 포착된다. 끝자락까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제품들이 있지만, 매그넘 오퍼스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 언제 사라지는 줄 모르는 채 투명한 채광 속에 먼지가 일어나고 가라앉는 자연스러움 쪽이다. 

역시 노이즈가 제거된 디테일이 샤프함과 어떻게 다른 지 대비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된다. 힘이 실리고 빠르게 넓은 대역을 동시에 스트록을 몰아가면 비로소 낱낱이 샤프함을 일으켜 세우곤 했다. 특이한 느낌이다. 이로 인해 이 연주가 매우 진지한 분위기로 예리하지 않은 채로 실제 사람이 연주하고 있는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연주였다. 공간은 넓지 않지만, 어떤 면에서는 다른 사람이 입장하지 않은 독주자의 연주를 듣는 묘한 정적의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품의 시청은 소너스 파베르의 일 크레모네제, 오디오 리서치 레퍼런스 210 파워, 레퍼런스 6 프리, 오렌더 N10 으로 진행했고, 스피커와 파워앰프간에는 헤밍웨이의 인디고 2를 사용해서 진행했다. 

케이블시장의 활성화 이면에서 케이블이 얻은 게 있는가하면 잃어가고 있는 것도 목격된다. 최근에 론칭한 브랜드들일 수록 좀더 그런 경향이 분명해 보인다. 물리적 특성은 향상되었고 도체와 관련된 새로운 이론들로 잘 무장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상황이 그런 진화를 가져오는데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음악을 극적으로 고조시켜 어필하는 능력은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높은 수준에 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마치 프로듀서의 역량에 달려있는 레코딩처럼, 제작비의 많은 부분이 연출력에 동원되어 있어 보인다면 필자만의 특이한 견해일 지 모르겠다. 판매를 해야 하는 신예의 입장에선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눈에 뜨이지 못하면 안된다는 건 매우 당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을 불문하고 일단 연결하면 깜짝 놀랄 쇼를 펼쳐야 하는 연예인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놀라움의 정도가 클 수록 사용기간도 짧아진다는 건 대략 한 세대의 하이엔드 케이블 히스토리가 잘 가르쳐주고 있다. 

트랜스페어런트를 최고의 케이블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음원을 이해하고 음원속 정보에 덜 개입하려는 생각은 오랜 동안 제품으로 남게 될 거라는 사실,  트랜스페어런트는 그런 철학과 방향을 같이 하는 제품들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어 보인다. 매그넘 오퍼스는 그런 면에서 매우 신선한 제품이다. 한 세대 이상 누적해온 생각과 개발비용, 신소재의 적용 등으로 인해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가격이 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매그넘 오퍼스는 우선, 트랜스페어런트를 애호해온 사용자들을 위한 제품이다. 4세대 오퍼스 MM2 사용자들에게는 다른 제품이 대신할 수 없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케이블을 다수 사용해온 오디오파일로서 아직 트랜스페어런트를 진지하게 시청해볼 기회가 없었다면 이 제품부터 시청을 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최근의 케이블들에 익숙해진 경우라면,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 생각은 삼십분 이상을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음악들로 시청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수많은 생각의 안개 또한 서서히 걷힐 것이다. 

Specification
Standard termination	XLR > XLR
Lengths	1 meter, 1.5 meter, 2 meter, 10 feet, 15 feet, 20 feet, 25 feet
Custom	terminations / lengths / singles always available
Adaptors	XLR > RCA, XLR Y, RCA Y
Magnum Opus Balanced Interconnect
수입사	코포사운드
수입사 연락처	02-2157-1501
수입사 홈페이지	www.kophosoun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