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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케이블의 공중부양 효과는 이미 많은 애호가들이 체험하셨을 것으로 믿는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스피커케이블을 바닥에서 띄워 쓰고 있다. 오디오 제품은 아니고 나무로 만든 일반 머그컵 걸이다. 한 채널당 3개를 써서 바닥에서 15cm 정도 띄웠다. 정확한 AB테스트는 안해봤지만 이 ‘자작’(?) 받침대를 뺄 생각은 전혀 없다. 

이번 시청기는 미국의 하이엔드 케이블 제작사 노도스트(Nordost)가 내놓은 케이블 받침대 ‘Sort Lift’다. 전문 제작사가 작정하고 만든 케이블 받침대(cable support)인 셈인데, 기회가 기회인 만큼 정말 작정하고 AB테스트를 해봤다. 물론 스피커케이블을 바닥에 그냥 놓았을 때와 ‘Soft Lift’로 들어올렸을 때의 비청이다. 거두절미하고 다른 리뷰 때와는 달리 청음결과를 먼저 소개한다. 청음은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에서 진행됐으며, 소스기는 맥북에어, DAC과 프리, 파워앰프는 모두 웨이버사 V 시리즈, 스피커는 사운드포럼의 심포니9이었고, 스피커케이블은 러시아 체르노프의 레퍼런스 케이블을 동원했다. 한 채널당 ‘Sort Lift’를 2개씩 투입해 스피커케이블을 받쳤다. 

먼저 바닥에 놓았을 때. 동원한 오디오 시스템이 이미 검증된 제품들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처음 들어보는 체르노프 스피커케이블이 대단해서 그런지, 소리에 전혀 불만이 없다. 다양한 사운드의 실험실로 평가받는 곡인 만큼, 이미징과 스테이징이 기대했던 대로 잘 잡힌다. 신호대잡음비, 울림과 잔향, 색채감 모두 하이엔드 오디오급이다. 이어 ‘Sort Lift’로 들어올려 들어봤다. 음상이 선명해지고 전체적인 사운드에서 박력이 느껴진다. 각 악기의 표정과 색깔이 세밀히 상승한다. 마치 프리앰프를 업그레이드한 것 같다. 퍼커션이 아까는 ‘자르륵’ 울렸다면, 지금은 ‘짜르륵’ 분명하게 울린다. 좀전에는 놓쳤던 베이스의 존재감이 쉽게 포착된다.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겠다 싶어 부양 지점을 가리고 테스트했다. ‘Sort Lift’를 투입하거나 그냥 옆에 두는 순간에는 등을 돌렸다.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다. 

A. 칙 코리아 곡을 들었을 때보다 다이내믹스가 저하된 느낌이다. 음량 역시 만족스럽지가 않아 볼륨을 24에서 27로 올렸다. 음상이 번지는 느낌이다. 색채감과 박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악기간 분리도는 여전히 만족스럽다. (이는 나중에 확인한 결과 스피커케이블을 그냥 바닥에 놓았을 때였다) 

B. 너무 차이가 나 웃음부터 나왔다. 팀파니가 아까보다 더 멀리서 다가온다. 음의 쓸데없는 보푸라기가 일제히 사라졌다. 강약과 음영의 대비가 대폭 두드러졌다. 한마디로 디테일이 살아난 느낌. 모든 음들이 선연하다. (Sort Lift 투입)

A. 베이스의 현들이 강단있게 울려댄다. 그러면서도 저역이 과하거나 퍼진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혼탁하지가 않은 것이다. 현을 문지르거나 때리는 이 곡 특유의 장기가 여실히 포착되는 것을 보면 분명 스피커케이블을 들어올렸음이 분명하다. (Sort Lift 투입) 

B. 저역의 울림이 갑자기 과해진다. 거의 부밍 수준이다. 점점 귀가 예민해지는 것일 수도 있겠고, 스피커케이블 부양시의 변화되는 음질의 특성을 슬슬 파악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명약관화하다. 저역 재생 품질의 저하. 이게 결정적인 것 같다. 하지만 세밀한 묘사감이나 악기간 분리도, 사운드 스테이징, 이런 항목에서는 유의미한 변화를 못느꼈다. (바닥에 놓았을 때)

A. 호흡이나 파찰음, 기척 이런 것들이 잘 파악된다. 그녀가 노래 부르는 위치도 정중앙에 핀포인트로 맺힌다. (이 때만 해도 ‘Sort Lift’를 투입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한 결과 그냥 바닥에 놓았을 때였다) 

B. 아, 지금이 스피커케이블을 들어올린 것이구나, 단박에 알겠다. 그녀가 좀전보다 필자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고, 이미징이 더 리얼해진 것이다. 보컬 뒤로 깔리는 악기들 소리도 더 분명하게 들린다. 피아노는 더 맑게 들린다. 볼륨을 더 높인 듯하다. 색소폰 소리는 더 영롱하게 들린다. 한마디로 보컬과 악기의 존재감이 일제히 상승했다. 곡이 끝나갈 무렵의 여운과 잔향, 서스테인도 확실히 아까보다 증가했다. 단언컨대 지금이 ‘Sort Lift’를 투입했을 때다. (Soft Lift 투입) 

이제 어느 정도 분별력이 생긴 것 같다. A. 3가지 악기가 부드럽고 그윽하게 울린다. 하지만 바이올린과 첼로의 음색 구분이 쉽지 않다. 대역밸런스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생기와 활기도 처진다. (바닥에 그냥 놓았을 때) 

B. 모든 것이 일순 단정하고 명료해진다. 첼로는 더욱 깊고 중후하게 낙차 큰 커브를 그리고, 바이올린은 약간 왼쪽 위에서 까칠한 고역을 들려준다. 스테이징이 넓고 깊어졌다. 색채감이 좋아졌다. 음들은 혼탁하거나 뭉개지지 않는다. 연주의 활기가 갑자기 돈다. 가장 큰 변화는 좀 전보다 ‘크게 들린다’는 것.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까는 저역이 풀어져버려 대역밸런스가 무너졌던 것이다. (Sort Lift 투입)

더이상의 비청은 무의미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마지막곡으로 선택했다. A. 워낙 녹음이 잘 된 앨범이라서 전체 사운드에서 윤기가 좔좔 흐른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Rich & Deep’이다. 색소폰 소리는 거침이 없고, 하이햇의 리듬감도 더할나위 없이 좋다. 이 때만 해도 케이블을 들어올린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닥에 그냥 놓았을 때였다) 

B. 처음 듣자마자 ‘Sort Lift’를 투입했음을 알겠다. 필자가 무슨 황금귀라서가 아니라 그냥 몸으로 느껴진다. 하이햇이 더 분명하게 들리고, 리듬파트에 더 생기가 돈다. 스테이징 역시 더 두터워졌다. 색소폰의 고역은 더 매끈해졌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사운드가 좀 전보다 홀로그래픽해졌다는 것. 음들은 혼탁하지 않고 음영이 분명해졌다. 안개와 황사가 갑자기 사라진 바로 그런 느낌이다. (Sort Lift 투입)

‘Sort Lift’를 투입, 스피커케이블을 바닥으로부터 떨어뜨렸을 때 효과는 대단했다. 핵심적인 음질변화 항목은 이렇다. ‘디테일의 상승, 홀로그래픽 이미지의 강화, 저역품질 개선, 이를 통한 대역밸런스의 회복, 다이내믹 레인지의 확대’다. 이쯤 되고 보면 스피커케이블 공중부양 효과의 이론적 근거와, 도대체 노도스트는 ‘Sort Lift’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먼저 이론적 근거다. 모든 오디오케이블에는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그 주변에 전자기장(electromagnetic field)이 발생한다. 이는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과학 원리다. 그런데 이 케이블을 바닥에 놓았을 때는 이 전자기장의 방사형태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케이블에서 원통형 모양으로 방사되는 전자기장이 바닥으로 인해 찌그러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찌그러진 전자기장이 케이블에 흐르는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고, 음악신호가 흐르는 인터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의 경우에는 음질을 왜곡시킨다는 사실이다. 특히 전력선 못지않게 대전류가 흐르는 스피커케이블의 경우에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또하나는 바닥과 케이블의 접촉으로 생성되는 정전기, 마찰전기의 문제다. 이는 특히 청음실 바닥에 천연섬유든 인조섬유든 카펫을 깐 애호가들은 이미 몇번씩 경험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도 예전 개인 사무실 바닥에 인조섬유 카펫을 깔았는데, 카펫 자체는 물론 그 위 랙에 올린 앰프에 손을 댈 때마다 아주 기분 나쁜 정전기에 몸살을 앓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도 그때는 그 카펫 위에 보란듯이 멀티탭과 파워케이블, 그리고 스피커케이블을 무슨 자랑거리인 양 그대로 놓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아찔하다. 케이블을 공중 부양하는 것은 이 바닥으로부터의 정전기에서 그만큼 자유로워진다는 얘기다. 

마지막 근거는 역시 ‘진동’과 ‘공진’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것. 이는 예전 오디오 랙을 테스트하면서 비교적 절감한 부분인데, 오디오 청음실의 바닥 진동은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앰프를 바닥에 놓았을 때와, 잘 설계된 오디오 랙에 올렸을 때의 차이가 너무나 확연했던 것이다. 오디오를 업그레이드하기에 앞서 제대로 된 랙부터 사야되는 것 아닌가 한동안 고민을 했을 정도다. 케이블 역시 바닥에 그냥 놓았을 때는 이 진동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바닥과의 접촉면이야 그저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케이블 길이만큼 그 바닥과의 접촉이 계속 이어진다는 게 문제다. 오디오에 있어서 진동제어, 즉 ‘제진’(anti-resonance, anti-vibration)은 두고두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이다.  

 

노도스트는 잘 알려진대로 세계적인 케이블 전문제작사다. 1991년 조 레이놀즈(Joe Reynolds)가 미국 매사추세츠주 홀리스턴에 미항공우주국(NASA) 및 우주공학용 하이엔드 케이블 생산을 위해 설립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뒤퐁이 개발한 FEP(Fluorinated Ethene Propylene) 소재를 케이블 피복으로 사용, 절연성을 드높인 플랫 스피커케이블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2013년에 나온 발할라2(VALHALLA2) 시리즈, 2015년에 나온 오딘2(ODIN2) 시리즈는 그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오디오 애호가들이 인정하는 대표적인 하이엔드 케이블이다. 2013년에는 비행기 제조 등급의 알루미늄으로 노도스트 케이블 전용 단자인 ‘홀로 플러그’(HOLO PLUG)까지 개발했다. 

이런 노도스트가 ‘오디오의 주적’이라 할 진동 및 공진 제어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을 터. 그래서 선보인 것이 ‘Sort System’이라는 시리즈인데, 원추 모양의 알루미늄 몸체에 세라믹 볼을 올려놓은 일렉트로닉스(CDP, DAC, 앰프) 인슐레이터 ‘Sort Kone’, 알루미늄과 브론즈, 세라믹 볼 3개를 결합시킨 스피커 및 오디오 랙용 인슐레이터 ‘Sort Fut’이 이미 선보였다. 이 ‘Sort System’ 시리즈에 이번 시청기인 ‘Sort Lift’가 최근 합류한 것이다. 

‘Sort Lift’는 크게 2부분으로 구성됐다. 하단은 아노다이징한 알루미늄 베이스(base)이고, 상단은 티타늄 합금 선재를 할용한 케이블 삼각 지지대이다. 참고로 노도스트는 이 삼각 와이어 지지대를 ‘플로팅 스프링 시스템’(Floating Spring Systme)으로 명명했다. 우선 직경 10cm의 알루미늄 베이스는 오디오 케이블을 1차 공중부양시켜 바닥에서 케이블로 전하(electrical charge)가 이동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절연체’로서 작동하는 것. 알루미늄 베이스는 또한 위에서 언급한 바닥과 케이블의 접촉에서 생기는 정전기도 없애준다. 

알루미늄 베이스로 1차 공중부양된 오디오 케이블은 ‘플로팅 스프링 시스템’을 통해 최종 24mm 높이로 2차 부양된다. 일부 케이블 받침대들이 쐐기 모양으로 파낸 목재로 1차 부양에 그치는 것과는 큰 차이다. 노도스트의 ‘플로팅 스프링 시스템’은 FET 코팅한 티타늄 합금 선재로 오디오 케이블을 아래에서 받쳐주고 양 옆에서 지지해주는 구조다. 일부 다른 제품들처럼 절연된 선재 위에 오디오 케이블을 올려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양 옆에서 최소한의 접촉면으로 케이블을 지지, 케이블 자체의 공진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영리한 구조다. 물론 스피커케이블이 얇고 플랫한 형태인 노도스트 자사 제품을 염두에 둔 디자인인 것은 분명해보인다. 어쨌든 이같은 2차 공중부양을 통해 케이블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은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방사된다. 

 

각종 오디오 케이블의 공중부양 효과는 케이블간 이격과 함께 이미 ‘유용한 오디오 음질 개선 팁’으로 자리잡았다. 아니, 단순한 팁 정도가 아니라 필요조건으로까지 여겨지고, 일부에서는 각 케이블 받침대에 대한 성능 비교까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노도스트 ‘Sort Lift’의 경우 그 판매가격대(1조 2개 구성)에 대한 심리적 관용 혹은 저항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이를 불문한다면 하이엔드 케이블 전문제작사의 설계철학과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스피커케이블을 단지 바닥에서 24mm 들어올림으로써 얻어진 ’디테일의 상승, 홀로그래픽 이미지의 강화, 저역품질 개선, 이를 통한 대역밸런스의 회복, 다이내믹 레인지의 확대’ 체험은 그만큼 상상 이상이었다. 이번 시청에서는 비록 스피커케이블에만 적용해봤지만, 추후 기회가 된다면 파워케이블도 ‘Soft Lift’로 들어올려보고 싶다. 또 어떠한 음질변화가 이뤄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Specification
Type	Proprietary Floating Spring System
Finish	Titanium alloy and FEP coating & Anodized aluminum base
Effects	Reduces boundary effects Electrical interference Inhibits transference of electrical charge Rids the dielectric of static build-up Elevates sound stage, improves dynamic range Increases detail in low frequency reproductions
Total height	84mm
Diameter	100mm
Cable height off of floor	24mm
Nordost Sort Lift 케이블 받침대
수입사	DST코리아
수입사 연락처	02-719-5757
수입사 홈페이지	www.dst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