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클럽 어워즈 2016
하이파이클럽 선정 올해의 기기 1편 : 스피커 부문
하이파이클럽 어워즈 2016 스피커 부문 인사말 - 리뷰어 오승영
2016년의 오디오 시장은 라이프스타일 오디오와 헤드파이의 양적 확산, 네트워크 시스템의 발전과 영역 확장, 그리고 이 둘이 견인한 하이파이 브랜드들의 생사를 건 신사업 포트폴리오 등으로 요약할 수 있어 보인다.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어느 해와 마찬가지로 시장상황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꾸준한 ‘And the Next’를 선사하며 점차 고갈되어 가는 아이디어와 기술의 한계 속에서도 자신의 팬들에게 의미있는 발전을 선사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제조국을 기준으로 하자면 유럽산의 약진이 두드러져서, 오디오 페어의 참여업체 수와 비중 또한 CES에서 뮌헨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점점 뚜렷해져서 하이파이 시장의 중심축도 북미에서 유럽으로 분명한 이동을 한 것으로 관측되는 한 해 였으며, 삼성전자가 8조 매출의 공룡 하만그룹을 전격인수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인터내셔널 차원은 물론이고 국내 오디오 시장에서 또한 산업적 파생효과에 대한 기대가 일부 있겠으나, 하이파이 산업이 일반적으로 삼성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부문으로 여겨지며 업계 및 오디오파일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의미를 갖을 것으로 기대된다.
*리뷰 게재 가나다순(김편 - 오승영 - 이종학 - 코난)
Sonus Faber Il Cremonese Speaker : 김편
올해 들은 스피커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3기종은 소너스 파베르의 ‘Il Cremonese’, B&W의 ‘802 D3’, 그리고 매지코의 ‘M3’였다. 그러나 몇날며칠을 꼼꼼히 체크해가며 들은 모델은 ‘Il Cremonese’였다. 청음 내내 온 몸을 휘감던 그 차원이 다른 재생음의 세계는 ‘선명하고 투명하며 색감이 또렷해 음악이 즐겁게 들리는’ 그런 세계였다. 또한 ‘가청대역 전역을 물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려줘 편안히 몸과 마음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세계이기도 했다.
‘Il Cremonese’는 이탈리아 스피커 제작사 소너스 파베르가 선보인 ‘오마주’ 라인의 최상위이자 최신 모델. 외관은 붉은 망토를 두른 근위병이 연상될 정도로 미끈하게 잘 빠졌다. 붉은 래커로 광택을 낸 월넛을 바탕으로 곳곳에 검은 가죽과 블랙 알루미늄, 강화유리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구성은 트위터 1개(1.1인치), 미드레인지 유닛 1개(7인치), 우퍼 2개(7인치. 이상 전면), 서브우퍼 2개(8.66인치. 측면 한쪽)로 이뤄진 6유닛 베이스 리플렉스형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The Sonus Faber’(2010년), ‘Aida’(2012년), ‘Lilium’(2014년)이 포진한 ‘프리미엄’ 라인에 투입된 모든 기술력(튠드 매스 댐퍼, 제로 비브레이션 트랜스미션, 스텔스 리플렉스 시스템)이 고스란히 이양됐다는 점. ‘Il Cremonese’를 들으면서 비온 뒤 맑게 갠 먼 산과 파란 하늘이 떠올랐던 것은 유닛 자체의 탁월한 물성과 함께, 이같은 공진과 진동, 노이즈 제거와 관련된 소너스 파베르의 첨단 기술력이 결합된 결과였던 것이다.
Kaiser Acoustics KAWERO! Classic Speaker : 오승영
70년 구력의 목공 마이스터와 자동차 공진제어 기술이 최적화되어 결합된 하이엔드 스피커는 제작자 3인의 이름을 합쳐서 KAWERO!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미국산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수십년간의 노하우로 발전시킨 고유의 고분자 제조기술에 필적 혹은 능가하는 특수목재 합성기술로 제조한 펜저홀츠(Panzerholz)목으로 캐비닛을 제작해서 특유의 카이저공명을 완성시켰다. 피라미드형 인클로저 상단에 얹혀진 트위터 어셈블리는 윌슨오디오의 방식처럼 전후좌우로 조절해서 세팅할 수 있으며, 세르비아의 RAAL사에 특주해서 퓨어 알루미늄 리본박막, 저항 대신 사용한 전용 트랜스, 금-은-팔라디움 합금 와이어링 등으로 제작되었다. 오디오 테크놀로지 특주품 미드레인지와 베이스는 완제품 콘의 표면에 카본 페이퍼를 부착한 샌드위치 콘 구조에 ‘스타인뮤직 마에스트로(Steinmusic Maestro)’ 래커로 마감처리했다.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스피커를 의식할 수 없는 성향을 지닌 전형적인 스피커이며, 샤프함을 주장하지 않으면서 현장음에 좀더 가깝게 위치를 선명하게 감지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스피커에서 입체음향을 만들어내며 미세한 위치이동과 동작의 변화, 세세한 스테이징 구현으로 홀로그래픽한 무대를 만들어내는 품질이 뛰어나다. 풀레인지 대역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일급 레퍼런스.
Graham Audio Chartwell LS3/5 Speaker : 오승영
차트웰과 스위스톤을 모두 인수하면서 실질적인 BBC 모니터 리바이벌을 추진했던 폴 그래험 프로젝트의 백미와도 같은 제품. 특히 LS3/5 사운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스펜도의 데렉 휴즈를 참가시키고 고증을 통해 오리지널 소재와 제조방식을 재현했다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외관과 내부 설계, 스펙까지도 불과 20조 정도 존재하는 전설의 오리지널 LS3/5를 따라 제작되었다. 그래서 그래험이란 타이틀과 더불어 차트웰버전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공칭 9Ω 임피던스, 160Hz 부근에서 의도적인 임피던스 로딩을 준 부스팅, 9mm 두께의 고밀도 판넬로 구성된 밀폐형 인클로저 등 오리지널 크로스오버 설계를 따른 능률은 83dB, 벡스트렌 콘과 네오프렌 서라운드 구조, 마일라 코팅이 된 돔 트위터 등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대부분 변형 버전인 ‘-a’타입을 중고상태로 시청해올 수 밖에 없었던 전설의 BBC 모니터를 50년 전의 상태로 확인하는 의미가 큰 제품으로 기본적으로 스트레이트하면서 중역-고역에 걸친 탁 트인 전망과 기존에 가장 깊은 미드베이스를 들려주던 15Ω 버전 스펜도 보다 고품질의 다이나믹스를 들려준다.
Graham BBC LS5/8 Speaker : 이종학
사실 BBC를 전면에 내세워 스피커를 판 회사가 얼마나 될까? 그 모델만 해도 얼마나 많을까? 따라서 그레험이라는 회사가 BBC 간판을 달고 나왔을 때, 나 또한 심리적인 저항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되도록 오리지널에 가깝게 디자인하면서, 장점뿐 아니라 단점까지 아울러 수용한 자세가 일면 오만해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음을 들어보고 깜짝 놀랐다. 매우 성능이 좋고, 밸런스가 뛰어나며, 어딘지 모르게 브리티쉬 사운드의 향수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브리티쉬 계열이라고 해도, 이를테면 재즈나 록에서 적극적인 표현이 돋보이고, 클래식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감히 누가 이 스피커를 BBC를 위한 검청용으로 생각할까? 또 자료를 조사해보면, 실은 BBC가 매우 까다로운 조건과 스펙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BBC라는 마크는 단순히 방송용이라는 차원을 떠나, 마치 식품이나 약품에서 FDA 인증처럼 일종의 훈장에 속한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음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Focal Scala V2 Utopia Speaker : 이종학
개인적으로 혼 타입을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재즈를 메인으로 삼기 때문에 저 멀리 알텍, JBL, 클립쉬 등으로 이어지는 계보에 친숙한 편이다. 그 흐름을 최근에는 윌슨 오디오가 이어갔고, 그 핵심에 역돔 트위터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트위터가 베릴륨으로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계보는 프랑스의 포컬로 연결되고 있다. 아무튼 음을 자세히 들어보면 과거 혼 타입에서 느꼈던 시원스러움과 박력, 기세 등이 잘 숨쉬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 혼에서 힘들었던 클래식, 특히 현과 보컬의 재생에서 보다 유려하고, 고급스런 느낌이 잘 살아있다.
요즘 트위터만 해도 많은 시도가 행해지고 있고, 심지어 NASA까지 동원된 형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혼~역돔~베릴륨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내게 일종의 계보처럼 다가온다. 스칼라의 경우 V2로 진화하면서 음도 아울러 진화했다. 새로운 드라이버 및 인클로저 기술이 듬뿍 담겨있으며, 애호가가 이것저것 음을 다듬을 수 있는 옵션이 장착되어 있다. 매우 현대적이고, 엘레강스하면서 또 한편으로 힘과 기세가 잘 살아있다. 특히, 3개의 대역에 각각 하나씩의 드라이버만 처리한 3웨이 3스피커 타입의 장점은 본 기를 들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Rockport Technologies Cygnus Speaker : 코난
이미 Avior 와 Atria 로 락포트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켜 준 앤디 페이어. 그가 이번엔 Avior 의 상위급 Cygnus로 돌아왔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사용하지만 그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락포트 테크놀로지의 시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기존에 모노코크 스타일 캐비닛에 엄청나게 높은 밀도와 강도를 갖는 유리섬유와 에폭시 수지 등의 사용은 동일하다. 하지만 전면 패널 내부에 알루미늄 패널을 도입한 것. 결국 Cygnus에서 보여주는 락포트 사운드는 더욱 견고해졌고 더욱 섬세하며 거대한 스테이징을 만들어낸다.
개인적으로 에소타와 함께 가장 선호하하는 트위터, 스캔스픽과 함께 제작한 락포트만의 베릴륨 트위터 탑재는 여전히 반갑다. 게다가 새로운 디자인의 웨이브가이드가 고역의 확산 범위를 더욱 확장시켜주었다. 6인치 카본 소재의 샌드위치 콤포지트 콘을 사용한 미드레인지 그리고 10인치 구경의 더블 베이스 우퍼. 중역과 저역의 다이내믹스, 밴드위스는 더욱 넓어졌지만 오히려 디스토션을 혁신적으로 낮추었다.
무려 130kg 의 무게에 Avior 보다 더 비대해진 몸매. 그러나 초저역에서 초고역까지 힘 있게 뽑아내는 Cygnus의 사운드는 현존하는 하이엔드 스피커의 표본이다. 단지 광대역에 첨예한 해상력으로만 승부했다면 나는 락포트를 뽑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스피커는 너무나 흔하기 때문이다. 깊고 영롱한 고역에 겹겹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레이어링, 탈색되지 않은 고운 입자와 촉감. Cygnus로 인해 모든 음악들은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체처럼 표현된다. 향후 리스닝 룸을 옮기게 된다면 1순위로 구입하고 싶은 스피커가 락포트다.
Bowers & Wilkins 802 D3 / 805 D3 Speaker : 코난 / 오승영
한 때 매트릭스 801-3를 운용하면서 지금 이 시대에서 여전히 빛나는 B&W 사운드의 내공에 놀랐다. 이후 노틸러스 시리즈가 출시되었고 그 사이 사이 Signature 등 몇 가지 기념 모델이 출시되었다. B&W의 혁신은 트위터에 다이아몬드를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나갔다. D1, D2, 그리고 다이아몬드 트위터는 이제 3세대에 이르렀다.
처음 접했을 때 800 시리즈 D3 다이아몬드 버전은 바로 적응하기엔 매우 급진적인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B&W 가 무엇을 만들면 그것은 처음의 이질감을 뒤로 하고 그일종의 트랜드가 되었고 상징이 되었다. 이번도 마찬가지가 될 것 같다. D3 버전은 기존의 점층적인 변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폭의 변화를 이뤄냈고 그 결과는 잔잔한 변화 정도가 아니라 급진적인 진보다.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 모두 그 진동판 소재와 내부 구조 등 기존 800 시리즈는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강력한 신소재와 구조가 구현되었다. 락포트처럼 B&W 또한 알루미늄 구조물이 내/외부에 일부 투입되었다. 전체적인 디자인 아웃라인 외엔 모두 해체되었고 새로운 구조와 소재 하에 재구성된 형태. 그 중 802D3를 가장 현실적인 하이엔드 플로어스탠딩으로 꼽고 싶다. B&W 는 800D3를 통해 하이엔드 스피커의 미래에 새로운 질서와 청사진을 성공적으로 제시했다고 평하고 싶다.
5세대에 거쳐 진화한 롱런 셀러 노틸러스 805의 최신 버전. 왜 802나 800이 아닌 805냐고 한다면 이 선정 기준은 가능한 국내 오디오 시장과 오디오파일들을 감안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위 기종들의 퍼포먼스는 그 수직적 구간 만큼 가치를 지닐 것이다.
외부 인클로저 디자인 또한 조금씩 변경이 있지만, 가장 큰 변화는 상하 드라이버와 새롭게 개발된 콘 재질에 있다. 개발에 8년이 소요되었다고 전하는 실버톤의 컨티뉴엄 콘(Continuum Cone)의 새로운 물성과 재생특성에 따라 드라이버와 크로스오버가 개편되었고 프레임도 알루미늄으로 처리했다.
동사의 오랜 사운드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뉘앙스가 일부 개편되었다고도 확장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사운드적으로 미드베이스의 응답특성이 다소 두터워져서 전반적으로 풍윤해진 느낌이 드는 805가 되었다. 트위터 어셈블리 또한 기존 D2 버전의 겹 하우징 구조를 일체형 알루미늄 합금으로 변경해서 댐핑효과를 크게 업그레이드시켜 자연스러운 고해상도를 달성시켰다. 청감상으로는 수치 이상으로 확장되어 느껴지는 역대 가장 대역이 넓은 805가 되어있고, 여전히 맑고 투명한 상위 대역과 양감마저 늘어난 미드베이스 그리고 이 둘을 유연하게 연결하는 새로운 네트워킹 시스템은 B&W를 새롭게 느끼게 하는 레퍼런스로 완성시켰다.
Marten Mingus Quintet Speaker : 코난
찰리 파커와 버드 파웰, 맥스 로치와 디지 길레스피 등 비밥의 역사를 만든 레전드 재즈맨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 독창적인 재즈 어법과 LMO 활동 등, 굳건한 철학과 사회적 이데올로기로 똘똘 뭉친 음악인이 한 명 있었다. 다름 아닌 재즈 베이시스트 찰스 밍거스다.
그리고 마르텐은 마치 찰스 밍거스가 평생을 바쳐 균형 잡아온 비밥, 하드 밥 재즈의 왕조처럼 새로운 아큐톤 스피커 왕조를 건설했다. 스웨덴에서 이런 메이커가 나올 줄을 꿈에도 몰랐으나 현재 아큐톤이라는 이 까다로운 유닛을 가지고 이처럼 지속적인 성과를 내놓고 있는 메이커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흔치 않다.
마르텐이 변화를 예고한 건 콜트레인3였다. 알루미늄 우퍼를 탑재하고 등장한 콜트레인은 카보으로 온 몸을 두른 채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이제 밍거스 퀸텟이다. 콜트레인 3보다 몸체는 작아졌지만 나는 우리 일반 가정에서 가장 현실적인 스피커로 밍거스 퀸텟을 꼽고 싶다. 고역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모를 아큐톤 다이아몬드 트위터에 5인치 세라믹 유닛 그리고 새롭게 개발한 아큐톤 알루미늄 우퍼가 총 세 발 탑재된다.
무려 5개의 아큐톤 유닛과 독보적인 크로스오버 그리고 60kg 하중의 견고한 캐비닛으로 이뤄진 밍거스 퀸텟은 마치 고정밀 클럭처럼 빈틈이 없다. 새로운 차원의 해상력과 공간 장악력, 마치 북구의 새벽 공기 같은 앰비언스를 느끼고 싶다면 밍거스 퀸텟은 짜릿한 인터플레이와 생동감 넘치는 임프로바이제이션으로 응수할 것이다. 마치 더 큇텟이 그리고 밍거스가 그랬던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