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쑥한 정장을 빼입은 1500W 괴물 인티의 등장
Jeff Rowland Daemon Integrated Amplifier
미국 제프 롤랜드(Jeff Rowland)의 앰프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말쑥한 정장’ 이미지다. 깨끗하고 단정해서 ‘말쑥’이고, 제대로 갖춰입어 ‘정장’이다. 우선 전면 패널. 두꺼운 알루미늄을 정밀 가공해 반짝반짝 빛이 나는데다 세로줄까지 규칙적으로 나있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이는 제프 롤랜드 앰프들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패밀리 룩’이다. 로고를 가린 채 100대의 앰프를 앞면만 보고 그 브랜드를 맞추라고 한다면, 아마 웬만한 오디오파일들은 ‘제프 롤랜드’를 단박에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소리다. 제프 롤랜드가 들려주는 소리는 언제나 차분했다. 쓸데없는 과장과 열기, 착색과 왜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소쇄원 대나무 숲에 부는 바람처럼 늘 청명하고 상쾌했다. 그렇다고 스피커 드라이빙에서 일말의 모자람이 느껴지지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남을 도와주거나 이끌어줄 재력과 체력 없이 ‘말쑥한 신사’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거짓이고 욕심일 뿐이다. 사운드 성향에 관한 이 같은 이미지는 어떤 하이엔드 앰프 제작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클래스D’ 증폭방식과 ‘스위칭모드’ 파워서플라이, 그리고 입력단에 ‘트랜스포머 커플링’을 채택해온 브랜드의 기술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번 시청기는 제프 롤랜드가 2015년에 선보인 최상위 인티앰프 ‘Daemon’(데몬)이다. 8옴에서 1500W, 4옴에서 2500W를 뿜어내는 괴물 혹은 슈퍼 인티앰프다. DSD DAC까지 장착돼 있다. 덩치와 무게도 상당하다. 폭이 445mm, 높이가 235mm, 안길이가 438mm이고 무게는 무려 45kg이다. 이래저래 ’데몬’이라고 이름을 붙일 만하다. 디자인적으로는 커다란 구멍이 여러개 숭숭 뚫린 양측면 방열판 구조, 예의 ‘제프 롤랜드표’ 전면 패널에 자리잡은 가로 7인치, 세로 5인치의 큼지막한 터치스크린, 돌리는 맛이 꽤 괜찮은 회전식 볼륨 베젤이 눈길을 끈다.
“내외부 디자인, 그리고 인터페이스”
우선 ‘Daemon’이 어느 정도 ‘괴물’급인지, 제프 롤랜드의 기존 최상위 인티앰프였던 ‘Continuum S2’(컨티늄 S2) 모델과 비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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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inuum S2 |
Daemo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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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 |
400W(8옴), 800W(4옴) |
1500W(8옴), 2500W(4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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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
135mm(H), 394mm(W), 380mm(D) |
235mm(H), 445mm(W), 438mm(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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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
15.9kg |
45k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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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응답특성 |
5H~70kHz(-3dB) |
10Hz~70Hz(-3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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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N |
<0.05% |
<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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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컨트롤레인지 |
99.5dB |
99.5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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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C |
없음 |
DSD DA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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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밸런스 2조, 언밸런스 1조 |
밸런스 2조, 언밸런스 3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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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 |
밸런스 1조, 언밸런스 1조 |
밸런스 1조, 언밸런스 1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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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바인딩포스트 |
채널별 1조 |
채널별 2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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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 |
없음 |
가로 7인치, 세로 5인치 |
이제 ‘Daemon’의 외관과 내부 디자인, 그리고 인터페이스를 좀더 세세히 짚어보자. 섀시는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버텍 툴(Vertec Tool)이라는 회사에서 항공등급의 6061-76 알루미늄 바를 절삭가공했다. 이 회사는 25년 동안이나 제프 롤랜드의 섀시를 책임져왔다. 무거운 알루미늄 섀시는 앰프의 진동방지와 내외부 라디오주파수(RF)와 전자기장(EMI) 간섭을 막는데 최적의 조건. 터치스크린은 덴마크의 유저 인터페이스 설계하우스인 묠니르(Mjolner)와 협력해 설계했다. 물론 리모컨 조절도 가능하다. 회전식 볼륨 베젤은 2개의 산업용 베어링 사이에 마운트됐으며, 0.5dB 스텝으로 99.5dB까지 정밀 조절이 가능하다.
내부는 좌우측 채널을 미러링으로 설계한 듀얼 모노 구조. 물론 좌우 채널의 음압편차인 크로스토크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왜곡과 노이즈(커먼모드 시그널) 유입을 막기 위해 입출력과 전원부 모두를 밸런스로 설계했다. 전원부는 심지어 디지털과 아날로그 파트를 완전히 분리시켰다. 물론 전자기장 같은 상호간섭을 막기 위해서다. DSD DAC과 터치 스크린 등 디지털 파트 설계는 제프 롤랜드의 단품 DAC인 ‘Aeris DAC’과 인티앰프 ‘Continuum S2’ 디지털 파트 디자이너였던 토마스 홈이 맡았다. 기판은 초강성 세라믹 재질의 로저스(Rogers) PCB로, 모두 6장이 투입됐다. ‘Continuum S2’에 비해 기판이 2장 더 늘어났다.
“설계철학 및 기술”
필자가 파악한 이번 ‘Daemon’의 핵심 설계철학 및 기술은 이렇다. 1) 클래스D 증폭 모듈, 2) 파워 팩터 커렉션(PFC) + 스위칭 모드 파워서플라이(SMPS), 3) 입력 트랜스포머 커플링, 4) 밸런스 입출력단 설계. 한마디로 지금까지 제프 롤랜드를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시켰던 대표 기술들이 총망라됐다.
우선 ‘Daemon’은 제프 롤랜드가 그동안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클래스D 증폭 앰프의 완성형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제작사에서는 이번 클래스D 모듈이 덴마크 B&O사의 ICE파워인지, 노르웨이 파스칼(Pascal)사의 커스텀 모듈인지 정확히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ICE파워가 주로 예전 인티나 파워앰프에 채택된 점을 감안하면 현행 ‘Continuum S2’와 마찬가지로 파스칼 클래스D 모듈이 채택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프 롤랜드 라인업 중 클래스D 모듈을 탑재한 앰프는 플래그쉽 모노블럭 파워앰프 ‘Model 925’, 스테레오 파워앰프 ‘Model 825’와 ‘Model 525’, ‘Model 125’, 그리고 인티앰프 ‘Continuum S2’다.
제프 롤랜드가 ‘하이엔드 앰프는 클래스D 증폭을 쓰지 않는다’ 혹은 ‘클래스D 사운드는 왠지 디지털스럽다’라는 선입견에 맞서 이처럼 클래스D 증폭기술을 전가의 보도처럼 써오고 있는 것은 ‘탁월한 퍼포먼스 능력’ 때문이다. 특히 가청영역대에 걸쳐 왜곡(THD+N)이 0.004%(Model 925, 825의 경우)에 그치는 점이 가장 놀랍다. 또한 출력 임피던스가 0.003옴에 불과해 어떠한 스피커라도 수월하게 드라이빙할 수 있는 점도 잘 설계한 클래스D 증폭의 장점. 이밖에 효율이 좋다거나(증폭도 못시키고 쓸데없이 그냥 버려지는 전기가 5%가 채 안된다!), 크기를 줄일 수 있으며, 발열이 적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클래스D 증폭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역시 전원부와 입력단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통의 클래스D 앰프가 ‘딱딱, 건조, 냉랭, 서먹, 서늘’한 소리를 내는 것은 다름아닌 이러한 전원부와 입력단의 적극적 도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가격과 효율만을 위해 클래스D 모듈을 채택해놓고는 전원부와 입력단을 부실하게 설계했으니 그 소리가 좋을리 만무한 것이다. 제프 롤랜드가 파워 팩터 커렉션(PFC)과 스위칭모드 파워서플라이(SMPS) 조합을 통해 완벽에 가까운 전원부를 구성하고, 입력단에 통상의 캐패시터 대신 스위스 룬달제 입력트랜스포머로 커플링을 한 것도 클래스D 증폭을 최적의 조건에서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제프 롤랜드가 1999년 파워앰프 ‘Model 10’에 처음 채택한 ‘파워 팩터 커렉션’(Power Factor Correction)은 말 그대로 ‘파워 팩터’를 1에 가깝게 해주는 기술. 즉, 파워서플라이에 들어온 교류전기가 100% 직류전기로 바뀔 때를 ‘파워 팩터 = 1’로 보고 이것이 가능하도록 파워서플라이 앞단에 미리 배치해놓은 회로설계 기술이 바로 ‘PFC’다. 제프 롤랜드가 ‘PFC’를 ‘Pre-power supply current rectification’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제프 롤랜드에 따르면 이 ‘PFC’ 기술이야말로 뒷단의 ‘SMPS’와 결합해 안정적이며 초저노이즈 상태의 직류전원을 뽑아내주는 일등공신. 일반적인 ‘SMPS’ 앰프의 파워 팩터가 0.6에 그치는 반면, 제프 롤랜드 앰프는 ‘PFC’ 기술을 통해 파워 팩터가 거의 0.99에 이른다고 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입력단에 캐패시터 대신 트랜스포머로 커플링한 점도 눈길을 끈다. 통상은 캐패시터를 통해 음악신호에 뒤섞여 들어오는 직류성분이나 외부 노이즈를 걸러주는데, 이러한 ‘캐패시터 커플링’의 문제는 캐패시터는 언제나 ‘에너지 소비 소자’인 저항을 함께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음질이 저하된다는 점. 또한 대용량 캐패시터는 반응속도가 느려 고역이 깎이고 저역이 죽는 단점도 있다. 일부 하이엔드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 제작사와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 모델에 입력 트랜스 커플링이 즐겨 사용되는 결정적 이유다.
입력트랜스 신호 커플링의 장점은 또 있다. 원래 트랜스포머는 진공관 앰프에서 진공관 앰프의 높은 출력 임피던스와 스피커의 낮은 임피던스를 매칭시키거나(출력트랜스), 앞단에서 들어오는 음악신호의 낮은 임피던스를 진공관의 높은 입력 임피던스에 매칭시켜주는(입력트랜스)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트랜스포머는 1차 권선과 2차 권선이 물리적으로 ‘떨어진’ 그 구조상, 그라운드 루프(ground loop)와 이로 인한 험이나 노이즈가 발생할 수 없다. 또한 밸런스 입력단과 맞물린 입력 트랜스포머의 경우, 흔히 ‘커먼모드 시그널’(Common Mode Signal)이라 불리는 라디오주파수 간섭(RFI), 전자기장 간섭(EMI), 그리고 앞단의 소스기기로부터 직접 들어오는 그라운드 노이즈 등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더욱이 제프 롤랜드가 투입한 입력트랜스의 코어는 퍼멀로이(Permalloy) 합금이다. 보통은 철심이나 실리콘 스틸을 코어로 쓰는데, 니켈과 철의 합금인 퍼멀로이는 자속의 순간 반응속도를 뜻하는 초투자율(Initial Magnetic Permeability)이 철보다 8~100배 높아 그만큼 전류나 자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는 그만큼 광대역에 걸쳐 음악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얘기. 실제로 제프 롤랜드에서는 퍼멀로이 입력 트랜스의 대역폭을 ‘0.5Hz~180kHz’로 밝히고 있다.
이밖에 정위상과 역위상 신호의 음압은 물론 임피던스까지 똑같이 맞춘 밸런스 입출력단도 ‘제프 롤랜드 사운드’를 만들어낸 주인공으로 보인다. 밸런스 회로는 ‘Balanced’라는 말 그대로, 하나의 신호를 서로가 완벽하게 위아래 대칭을 이루는 정위상과 역위상 신호로 쪼갠 뒤, 이를 나중에 합침으로써 각 위상에 끼어든 그라운드 노이즈를 ‘제로’로 만드는 기술. 하지만 제프 롤랜드에서는 각 위상의 ‘음압’이나 ‘파형’ 뿐만 아니라 ‘임피던스’까지 똑같아지도록 밸런스 회로를 설계했다. 신호에 연결된 어떤 부품도 임피던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 위상의 임피던스가 서로 뒤틀려서는 (설령 각 위상의 모양이나 크기가 똑같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밸런스 설계가 아니라는 게 제프 롤랜드의 설명이다.
“시청”
‘Daemon’의 시청은 로이코 시청실에서 이뤄졌다. 린의 네트워크플레이어/DAC ‘Klimax DS/3’와 밸런스 연결했고, 스피커는 B&W의 ‘802 D3’를 동원했다. ‘Klimax DS/3’는 예전 옥타브 진공관 인티앰프 ‘V80 SE’에 매칭해서 그 실력에 크게 감탄했던 네트워크플레이어. 초저 노이즈에 보드라운 입자감, 거침없는 해상력에 그야말로 탄복하고 또 탄복했던 모델이다. 한마디로 가격만 빼면 흠잡을 데가 어디 하나 없다. ’802 D3’는 잘 알려진 대로 케블라 대신 컨티넘(Continuum)으로 콘 재질을 바꾼 6.5인치 미드레인지 유닛을 채택한 B&W의 신예 모델. 감도가 90dB에 이르지만, 최저 임피던스가 3옴까지 떨어지는데다 8인치짜리 우퍼가 2개 달려 역시 앰프의 구동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스피커다.
다이애나 크롤 ‘Temptation’ = 우선 보컬곡으로 몇 곡 들어봤다. ‘The Girl In The Other Room’ 앨범에 실린 ‘Temptation’에 대한 일감은 클래스D 앰프의 느낌이 전혀 없다는 것. 촉촉하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오히려 평소 익숙한 클래스AB 앰프에 가깝다. 그러나 무게중심이 아주 낮은 클래스A 느낌까지는 아니다. 그 다음 느껴지는 것은 이미징과 스테이징이 마치 별도의 하이엔드 프리앰프를 단 것 같았다는 것. 이는 물론 ‘Klimax DS/3’의 칼같은 해상력 공이 크지만, ‘Daemon’ 프리단의 성능이 그만큼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동력 또한 인티앰프 한 대로 8인치짜리 우퍼 2발을 밀어낸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빠른 스피드도 역시 제프 롤랜드답다.
A Case of You
’Live In Paris’ 앨범에 실린 역시 다이애나 크롤의 대표곡 ‘A Case of You’을 들어보면, 페달 밟는 소리, 건반에 손가락이 스치는 마찰음까지 하나하나 포착된다. 정숙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 보컬의 아티큘레이션이 정확히 전달된다. 피아노의 좌우펼침, 보컬과 피아노의 원근감이 잘 느껴진다. 확실히 클래스D의 냄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음들은 스피커에서 완전히 이탈되어 나오고 있다. 안네 소피 폰 오터 ‘Baby Plays Around’에서는 이 곡 녹음 특유의 잔향감이 잘 그려진다. 그러면서 ‘열기’를 가장한 ‘오버’를 하지 않는 제프 롤랜드 앰프의 특징도 잘 드러난다. 하지만 음들을 꾹꾹 눌러서 스피커로 보내주는 성의도 잘 느껴진다. 고역도 편안하게 들린다. 전원부에 크게 신경을 쓴 덕분일 것이다.
Waltz For Debby
빌 에반스 트리오 ‘Waltz For Debby’ = 이번 ‘Daemon’ 인티앰프의 가장 큰 미덕이 정숙도와 저왜곡, 이로 인한 ‘디테일의 완벽에 가까운 재생’임을 알 수 있겠다. 현장의 소란스러운 잡소리는 물론 베이스 슬래핑의 아티큘레이션까지 모조리 잡아낸다. 특히 현이 약간 헐렁하게 풀린 듯한 재즈 장르 특유의 묵직한 업라이트 베이스 사운드가 평소보다 더 잘 들린다. 인티앰프로는 좀체 얻기 힘든 경지다. 4옴에서는 2500W까지 뿜어내는 출력과 ‘802 D3’의 우퍼 2발, 그리고 넓은 시청공간 덕분일 것이다. 이 곡에서 또 놀란 것은 각 악기간 원근감. 드럼과 베이스가 도열한 라인이 피아노보다 훨씬 앞에 나와있다. 막판 박수소리도 왼쪽에서 점차 오른쪽으로, 위에서 밑으로 홀로그래픽하게 움직이는 점도 재미있다.
이어 들은 파질 세이의 ‘Paganini Jazz’는 그랜드 피아노의 통울림이 장난이 아니다. 확실히 업라이트 피아노 소리로는 안들린다. 건반 터치의 상쾌함은 역시 제프 롤랜드 앰프의 전매특허라 할 만하고, 건반가 현이 부서지고 끊어질 듯한 강력한 타건음은 1500W 출력과 세심하게 설계된 전원부의 협공이라 할 만하다. 시청실 공기마저 반쪽을 낼 것 같은 이 기세, 이 에너지감이 진정 클래스D 앰프의 것이 맞나 싶다. 그러면서 건반음, 현음, 통울림, 공기감, 잔향 이런 것들이 모두 생생하다. ‘Daemon’을 들으며 자꾸 진공관 앰프의 품세가 느껴진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청량한 퓨전 재즈곡인 쳇 앳킨스의 ‘Up In My Treehouse’는 그야말로 ‘Daemon’에 최적화된 곡. 넓게 펼쳐지는 차임, 선명한 밴조, 슬쩍 나타나 한방 터뜨려주는 드럼까지. 오디오적 쾌감이 상당하다.
Gute Nacht
나탈리 슈트츠망 ‘겨울나그네 중 Gute Nacht’ = 하지만 이번 ‘Daemon’과 ‘Klimax DS/2’, ‘B&W 802 D3’ 조합에서 가장 감동을 먹은 곡은 바로 ‘Gute Nacht’. 처음부터 평소와 다르게 들렸다. 슈트츠망의 목소리 자체도 그렇고 발성, 특히 처음 도입부의 숨소리마저 다르게 느껴진다. 매끈하게 잘 빠진 소리는 분명한데, 슈트츠망이 평소보다 더 가까이서, 바로 필자 앞에서 숨을 들이마시며 노래를 하고 있다. 온갖 세부 디테일이 현미경처럼 관찰되는 것이다. 맞다. 해상도와 정숙도가 최고조에 이르니 이렇게 ‘극사실적 묘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확실히 큰 붓으로 획획 색칠해가는 유화 스타일은 아니다. 필립 헤레베헤가 콜레기움 보칼레 합창단/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바흐 B단조 미사 중 Cum Sancto Spiritu’를 들어보면, 탁 트인 전망이 그대로 느껴진다. 어디 하나 옹색한 구석이 없다. 합창단 멤버들의 도열 위치와 입모양까지 그려내는 이미징과 스테이징에 감탄했다.
MAHLER SYMPHONY NO.2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뉴욕필 연주 ‘말러 교향곡 2번’(1987년 녹음) = 대편성곡을 연이어 들어봤다. ‘말러 2번’에서는 첼로와 베이스의 저역 사운드가 오른쪽에서 상당히 두껍고 둔중하게 밀고 나온다. 왼쪽에서는 바이올린군이 디테일한 여린 음의 세계를 소곤소곤 잘 펼친다. 그러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오케스트라의 바디감! 투티에서 ‘확’ 터뜨려주는 솜씨도 대단하다. 이게 인티 한 대로 나는 소리인가 싶다. 클래스D라는 선입견이 자꾸 훼방을 놓지만, 어디 하나 거칠거나 조악하고 우악스러운 맛이 전혀 없다. 낙차 큰 음들의 폭주에서도 너무나 매끈하게 음들이 이어진다. 진공관에 비유하면 푸쉬풀 5극관의 힘과 싱글 3극관의 섬세함과 투명함이 잘 조화된 소리다.
Shostakovich Symphony No.5
안드리스 넬슨스 지휘,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2015년 녹음)에서는 팀파니와 혼의 원근감과 전체적인 에너지와 스케일, 스테이지의 두께에 놀랐다.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의 ’베르디 레퀴엠 중 Dies Irae’(1970년 녹음)에서는 오케스트라를 뒤에서 감싼 합창단의 이미지가 잘 구현됐다. 무대가 전체적으로 낮게 펼쳐진 점도 마음에 든다.
“총평”
제프 롤랜드의 ‘Daemon’ 실물을 시청실에서 처음 본 순간, 필자 자신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 휘황하고 찬란한 알루미늄 전면패널과 시인성이 좋은 터치 스크린에 그냥 홀리고 만 것이다. 음악을 듣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터치 스크린의 불빛이 꺼지는 점, 볼륨 베젤이 회전시 가속도가 붙는 스타일이어서 재빠른 볼륨 조절이 가능한 점은 ‘유저 친화적’인 설계로 보여진다. 일단 외관과 인터페이스부터 소유욕을 자극했다.
하지만 역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Daemon’을 시청하면서 감탄한 것은 제프 롤랜드가 그동안 거의 파격에 가까울 정도로 도입해 숙성시킨 여러 기술력이었다. 차분하고 리퀴드한 음색과 가공할 출력을 자랑하는 클래스D 증폭, 최적화된 직류전기를 뽑아내는 파워서플라이, 여기에 노이즈 유입을 원초적으로 차단시킨 입력트랜스 커플링과 밸런스 입력단의 협공이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이들이 빚어낸 소리는 다름 아닌,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의 품격과도 같았다. 차분하고 말쑥하되 언제나 한방을 터뜨릴 수 있는 능력자로서 신사! ‘Daemon’은 완벽한 재생음을 향해 제프 롤랜드가 내디딘 또한번의 힘찬 발걸음이다.
by 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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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ficatio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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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 Power Output |
8 Ω: 1500 W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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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 Power Output |
4 Ω: 2500 W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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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quency Response |
10 Hz - 70 kH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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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N (20 Hz - 20 kHz ) |
< 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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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modulation Distortion (CCIF) |
18 kHz +19 kHz, 10 W, 8Ω 0.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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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k Output Current |
30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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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 Phase |
Non-Inver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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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 Inputs |
3x RCA Unbalanced / 2x XLR Balanc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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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Inputs |
2x RCA SPDIF / 2x BNC SPDIF / 1x AES/EBU / 1x USB / 3x TOSLIN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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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ume Control Range |
99.5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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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ght |
99 lbs / 45 k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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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ention (h/w/d) |
235 x 445 x 438 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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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 Rowland DAEMON Integrated Amplifie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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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
로이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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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연락처 |
02-335-0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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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홈페이지 |
www.royco.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