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Hi-Fi 서비스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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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론 Hi-Fi 서비스 초기화면

멜론은 작년 7월에 자사의 원음전용관을 개편한 '멜론 Hi-Fi'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의 멜론 원음전용관이라 함은 무손실압축 FLAC 음원만을 모아놓은 페이지를 뜻한다. 원음전용관이 멜론 하이파이로 개편되면서 16 / 24비트 FLAC 음원 및 하이파이 페이지 전용의 풍부한 컨텐츠를 제공하게 되었다.

FLAC 음원의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은 기존의 원음전용관 시절에도 지원했던 부분이다. 스트리밍의 경우 'FLAC 스트리밍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이용권이 판매됐었다. 이 이용권 역시 하이파이 서비스가 시작되고 나서 그 이름을 최근 'Hi-Fi 스트리밍 클럽'으로 바꾸었다. 스트리밍 이용권 기격은 기존과 동일하게 월 12,000원(VAT 별도)이다.

서비스 브랜드 네임의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는 멜론이 FLAC 음원뿐 아니라 추가적으로 DSD, MQA 등 고해상도 오디오 전용 특수 포맷의 지원 가능성을 점쳐볼 수도 있겠다. 현재 국내 음원 서비스 중 DSD 음원을 취급하는 곳은 그루버스 뿐이며, 그 음원도 해외 클래식 앨범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멜론 같은 대중적인 서비스들도 매니아 성향의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고해상도 오디오 포맷 확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 멜론 Hi-Fi 서비스를 안드로이드폰에서 실행한 모습, 최상단 곡제목 왼쪽에 'FLAC' 파일이란 마크가 뜨고, DLNA 버튼을 누르면 오른쪽 사진과 같이 기기를 선택할 수 있다.

하이파이 서비스로 개편되며 멜론 모바일 앱에는 DLNA 기능이 추가되었다. DLNA 기능을 사용하면 멜론 앱과 다른 오디오 기기들을 와이파이로 연결해서 멜론의 음원을 바로 재생할 수 있다. 최근의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은 인터넷과 연결된 뮤직서버를 소스 기기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런 하이파이 오디오의 생태계에 이제 멜론도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다른 국내 서비스들에 비하면 지원이 좀 늦은 편이기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DLNA을 지원해 준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 맥OS에서도 앱스토어를 통해 멜론 앱을 다운받으면 전용앱을 실행할 수 있으며, 이전에 지원되지 않았던 멜론 Hi-Fi 서비스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번 멜론 하이파이 서비스에서 주목할 부분은 사실 위와 같은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새롭게 제공되기 시작한 풍부한 컨텐츠들이다. FLAC 음원, 혹은 고해상도 음원 자체가 아직까지는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MP3나 FLAC이나 얼핏 들어서는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굳이 돈을 더 써가며 고음질 음원을 써야 되는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꼭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고음질 음원이 무엇인지 대중들에게 알리고 또 고음질 음원에 입문하는 소비자들에게 가이드를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멜론 하이파이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여 앞으로 그런 가이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 멜론 Hi-Fi 서비스 Rising 차트 화면

멜론 Hi-Fi 웹페이지의 메뉴 구성은 [투데이 / Hi-Fi 차트 / Hi-Fi 컬렉션]의 세 가지로 편성되어 있다. 각 메뉴에 대한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오늘의 선곡 '투데이' : 유명 아티스트 명품 음악, Hi-Fi로 듣기 좋은 명반, Hi-Fi 전문 매거진, 전문가들이 선곡한 플레이리스트 컨텐츠 제공

고음질 인기 순위 ‘Hi-Fi 차트’ : 고음질 음원 중 최근 뜨는 음악 순위를 제공하는 [Rising 차트], 그리고 꾸준하게 사랑받는 고음질 음원의 순위인 [All-Time 차트]로 구성

고음질 취향 저격 ‘Hi-Fi 컬렉션’ : 아티스트/장르별 명반, 장르별 전문가 선곡 플레이 리스트, 16bit / 24bit 최신 앨범 목록 제공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멜론이 이러한 풍부한 컨텐츠와 차트 구성을 이용자들이 고음질 음원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 주었으면 한다. 열악한 녹음과 저음질 마스터링을 거쳐 만들어진 음원은 비싼 값을 치르고 고음질 음원을 구입해 봤자 소비자에게는 아무 이득도 없고 그저 음원 서비스의 이익 창출이 기여하는 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멜론 하이파이의 컨텐츠들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판단으로 제대로된 고음질 음원을 소개하는 일종의 정성적 검증 시스템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내가 위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최근 벅스의 행보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음원 서비스들 중 어느 곳보다도 적극적으로 고음질 음원 서비스를 푸시하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벅스이다. 벅스의 경우 고음질 검증 서비스(SONAR), 24비트 FLAC 음원 스펙트럼 미리보기 등 기계적인 정량적 음질 검증 수단에 치중하고 있다. 물론 이런 기계적인 음질 검증 수단은 몇백, 몇천만 곡이나 되는 음원을 다루는 음원 서비스로서는 당연히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멜론을 비롯한 다른 음원 서비스들도 벅스의 FLAC 음원 서비스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 하이파이클럽 청담시청실에 위치한 멜론 Hi-Fi 플레이스

그러나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이 아무리 좋다 한들,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사람이 음악을 들을 때 음원에 관련해서 느끼는 음질을 정확히 판단하기가 힘들다. 벅스 SONAR를 예를 들면 압축 음원의 패턴과 고음 한계를 가지고 '가짜 음원'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좁은 의미에서의 엔지니어링적인 음질만을 판단해줄 뿐이다. 단순히 가짜 음원이 아니라고 해서 고음질 음원이 무조건 일반 MP3 음원보다 좋게 들리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말로 고음질 음원이라고 하려면 음원의 제작 과정 자체가 고음질로 이루어져야 한다. 작곡과 마스터링 과정에서 고음질 음원이 가진 높은 음질 폭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녹음을 하고 마스터링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사실 CD 음질과 동일한 16bit / 44.1kHz 샘플링의 FLAC 음원의 경우 MP3 대비 이점은 그냥 원본 PCM 오디오의 데이터를 손실하지 않는다는 것밖에는 없다. 물론 그것 자체만으로도 FLAC 음원을 쓰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데 샘플링 스펙이 높아져서 24비트 음원이 되면 얘기가 상당히 달라진다. 샘플링 스펙이 높아지면 그만큼 음원이 가질 수 있는 다이나믹 레인지가 높아지고 고음 재생 한계도 높아진다.

고음 재생 한계만 비교해도 일반적인 44.1kHz 샘플링은 22.05KHz까지의 고음만 기록할 수 있지만, 96kHz 샘플링에선 그 두 배가 넘는 48kHz까지의 초고음을 기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음질 마이크로 녹음해서 고작 20kHz까지 밖에 녹음되지 않았다면? 24비트의 폭넓은 다이나믹 레인지를 활용하지 못하고 컴프레션을 걸어서 전체 음량을 높이는 데만 집중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16비트 음원보다 2배나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24비트 음원을 구입해야 할 이유가 당연히 없어진다.

▲ 멜론 Hi-Fi 서비스를 청음하는 방문객들

앞으로의 음원 서비스의 중심은 점점 고음질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LP와 CD를 거쳐 점점 음질이 좋아지던 음원 포맷이 MP3 시대를 맞아 갑자기 그 수준이 급격히 하락했었다. 그러다가 요즘은 과거처럼 편집증적으로 음원 용량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고음질을 찾는 수요도 자연스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소위 '뻥튀기 음원' 논란 등으로 인하여 고음질 음원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여전히 깊다. 멜론을 비롯하여 고음질 음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그런 소비자들의 불신을 뛰어넘는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큰 숙제이다. 멜론 Hi-Fi와 같은 서비스들이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여러모로 기대를 걸어 본다.

- 테크니컬 라이터 여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