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엔진을 켤 시간
Aurender N100C
"고해상도 시대"
대세는 온라인 스트리밍이다. 전 세계적으로 스포티파이는 가입자 1억명을 돌파했고 그 뒤를 애플 뮤직, 랩소디, 냅스터, 판도라 등이 잇고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에서 언제든 즐길 수 있고 그에 걸맞는 포터블 기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별도의 저장장치가 필요 없다는 부분도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온라인 스트리밍을 넘어 최적의 고음질, 고해상도 음원의 재생에 있다. 물론 대안이 있다. 타이달이 계속해서 고음질 음원 서비스 중이며 최근엔 24bit 음원의 새로운 압축 포맷 MQA까지 타이달 하이파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하이파이 오디오 진영에서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HI-RES AUDIO 표준을 정립하고 고해상도에 대응하는 플레이어를 다수 내놓고 있다. 문제는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포맷과 인터페이스에 대한 대응이다. 또 하나는 이런 급박한 흐름 속에 과연 얼마나 정확하며 품질 좋은 사운드를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다. 기능적인 차원에서 하이파이 제조사들은 대체로 조금 늦은 편이었다.
룬랩스 같은 소프트웨어 엔진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최근 몇년간 이보다 더 나은 음원 라이브러리 관리 및 재생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돈을 지불해야한다. 온라인 스트리밍은 음질적인 퀄리티에 있어 확고한 기준과 그에 걸맞은 엔지니어링 능력이 요구된다. DLNA, UPnP, 에어플레이, 블루투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송 포맷에 대응하면서 음질적인 퀄리티까지 보장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하이엔드 메이커는 여전히 소프트웨어 엔진에서 구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다.
오렌더가 하이파이를 넘어 음질에 무척 민감한 하이엔드 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기존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쉽게 개발할 수 없는 분야를 속 시원하게 선도적으로 개척했기 때문이다. W20을 필두로 S10, X100이 있었고, 그 후 N10, N100 등이 뒤를 이었다. 뮤직 서버는 물론 네트워크 스트리머로써 기능하며 타이달 및 벅스뮤직 등에 모두 대응하는 전천후 음원 트랜스포트로 그 입지를 굳건히 했다.
"N100C"
이후 오렌더의 방향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A10이라는 제품을 통해 단지 트랜스포트가 아닌 그 자체로 완전한 디지털 플레이백을 발표했다. 내부에 뮤직서버, 네트워크 스트리머 뿐만 아니라 DAC까지 내장한 A10은 오렌더의 정체성과 시장에서의 지평을 확장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모델 N100C을 출시했다. 특별히 새로운 것이 많지는 않지만 호환성 측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꾀하며 대응할 수 있는 DAC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N100C는 기존 N100과 거의 모든 하드웨어 설계 및 소프트웨어를 공유한다. 내부에는 120G SSD가 내장되어 있으며 별도로 2테라 용량의 HDD가 내장된다. 별도의 NAS같은 기기가 없다고 해도 HDD에 음원을 저장해 뮤직서버로 사용할 수 있다. SSD 캐싱 방식 재생도 여전하다. HDD에서 처음 음원을 읽어들인 후에 HDD 작동은 멈추고 재생 자체는 SSD에 일임하는 형태로 HDD 소음이나 음질적 저해요소로부터 최대한 자유롭게 했다. 참고로 내장된 HDD는 Western Digital Blue (WD20NPVZ)라는 모델이다. 내부 메인보드 등은 모두 오렌더가 음원 재생에 최적화해 제작한 것으로 일반적인 PC의 그것과는 차별화된다. 또한 노이즈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는 방열 시스템 또한 내부에 별도의 히트싱크를 마련했으며 팬은 보이지 않는다.
전원부는 모든 하드웨어의 심장이다. N100C 또한 기존 N100과 동일하게 리니어 타입 전원부를 설계해 놓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푸른색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에서 붉은색 트랜스포머로 변경되었다. 다른 메이커 제품으로 A10에서부터 새롭게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외 부분은 육안으로 변화한 것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외관도 동일하다. 전면 좌측에 스탠바이 버튼이 위치하며 중앙에 3인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좋은 편이다. 우측으로는 메뉴, 재생, 곡 넘김 등 아주 기본적인 기능만 버튼으로 마련해놓았다. 후면으로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및 리모트 앱 컨트롤을 위한 이더넷 단자 그리고 전원 인렛 등이 있다. 더불어 USB 메모리 스틱 또는 외장 하드 연결을 위한 USB 단자가 마련되어 있는 모습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DAC 와 연결되어 음원을 송출하는 오디오 전용 USB 출력단자와 새롭게 추가된 동축 S/PDIF 단자다.
기존 USB 단자는 N100과 동일하게 USB 2.0 규격이며 전기적으로 절연되어 USB전송시 문제되는 노이즈를 최대한 억제했다. 더불어 동축 출력이 추가되었는데 이는 사실 기존에 X100등이 출시될 당시부터 있었으면 했던 출력단이다. 모든 전송 규격 및 단자 타입이 완벽하지는 않다. 어떤 것이든 장단점이 존재한다. USB는 가장 빠르게 커다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기에 고해상도 음원 재생에 적합하지만 입력에서 출력까지 노이즈에 대한 부분을 신경써야한다. 최근 여러 메이커에서 USB 허브 등을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뮤직서버나 DAC의 중간에 상당히 많은 예산 출혈을 감내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더불어 구형 DAC를 사용하는 경우USB 출력만 지원했던 N100이나 X100은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동축 입력만 지원할 경우 N100을 사용하려면 중간에 DDC 등을 추가로 연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N100C의 경우 S/PDIF 동축출력을 마련함으로써 두 가지 이득을 안겨준다. 우선 USB 출력과 DAC 입장에서 부실한 USB 입력단을 가진 경우 차선으로 동축 인터페이스를 활용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기존에 구형 DAC를 사용하는 유저들이다. 예를들어 dCS, EMM labs, 메리디안, 코드 등 여전히 수 많은 구형 레퍼런스 DAC들이 오디오파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심지어 버클리오디오의 대표는 여전히 자사의 DAC에 USB입력단 탑재를 거부하고 별도의 DDC를 출시해 오디오파일의 애를 먹이고 있다. USB전송에 회의적이며 타협을 안하는 엔지니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 경우 오렌더 N100C의 동축출력은 여로모로 환영할만 하다.
문제는 전송한계에 있는데 현재 오렌더 N100C의 동축 디지털출력을 사용할 경우 전송규격 한계는 DSD를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16bit/44.1kHz는 물론이며 24bit/192kHz까지 문제 없이 전송 가능하다. 다만 DSD 포맷에서는 한계가 있어 신호를 내보내는 쪽이나 입력받는 쪽에서나 네이티브가 아닌 DoP(DSD over PCM) 방식으로 재생할 수 밖에 없다. 재생포맷은 DSD를 비롯해 FLAC, AIFF, WAV, ALAC, APE 등 거의 모든 고음질 포맷에 대응하고 있다. 이로써 오렌더에서 출시했던 UC100은 필요 없어졌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테스트는 사용하고 있는 시놀로지 NAS와 연동해 이루어졌다. 이 외에 USB 메모리 재생도 테스트해보았다. 고해상도 음원을 위주로 테스트했으며 셋업과 재생과정에서 어떤 문제도 발견할 수 없었다. 특히 AMM 이라는 미디어 매니저 프로그램은 무척 쉬운 인터페이스로 NAS음원의 공유를 도와주었다. 셋업 시스템은 마이텍 맨하탄 II DAC에 제프롤랜드 시너지 프리앰프 및 플리니우스 파워앰프, 다인 C4 등이다.
오렌더의 재생 음질은 자신의 존재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기 색을 드러내지 않고 음원 트랜스포터로써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정확한 전송을 위해 철저히 복무한다. 이런 특성은 과거 마크레빈슨 플래그십 CDT와 비교에서도 알 수 있는데, 동일한 CD를 EAC로 리핑 후 비교했을 경우 오히려 오렌더가 해상력 및 분해력에서 우수한 특성을 들려주었다.
Larry Coryell, Badi Assad, John Abercrombie
래리 코리엘과 존 에버크롬비, 바디 아사드가 함께한 ‘Seu jorge e dona ica’(24/96, flac)를 들어보면 마치 단단한 구슬이 아큐톤 유닛 위를 굴러가는 듯 깨끗하고 반짝이는 기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모든 정보를 밝고 명징하게 쏟아내며 크리스탈처럼 투명하다.
Hoff Ensemble
N100C은 동축출력 성능이 가장 큰 이슈가 된 제품이다. 그러나 USB출력과 동축출력의 음질적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동축출력이 좀 더 심도있게 들리긴 하나 한 쪽이 무조건적으로 뛰어나지는 않다. 예를 들어 호프 앙상블의 ‘Blagutten’(24/192, flac)을 반복적으로 비교해보면 그렇다. 그만큼 태생적으로 열악한 USB인터페이스임에도 출력단 설계가 잘 되어 있다는 방증이다. 슬램한 저역 타악기, 그 반대로 중고역을 우아하게 넘나드는 톤의 대비가 극명하며 어떤 롤오프도 발견할 수 없었다.
Salvatore Accardo & Orchestra da Camera Italiana
DSD음원을 동축으로 재생해보면 이 부분에서는 USB쪽이 우세하다. 모든 DAC가 그렇지만 싱글 동축 입력으로는 DSD음원의 네이티브 재생이 불가능하다. 마이텍 맨하탄 II DAC의 경우도 싱글 동축 입력에서는 DoP재생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살바토레 아카르도의 피아졸라 ‘Oblivion’ 등을 들어보면, 아무래도 DSD 포맷의 매력, 즉 자연스럽고 풍부한 하모닉스, 부드럽고 포근한 프레이징 등은 USB쪽에서 두드러진다. 한편 동축 입력 쪽에서는 좀 더 엣지있고 첨예한 소리로 두 인터페이스 사이에 음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Valery Gergiev / Kirov Orchestra & St. Petersburg Chamber Choir
N100C 는 시종일관 고해상도에 더해 매우 빠르고 정확한 표정 등 음원에 담긴 정보를 매우 정직하게 표현해준다. 이글스 ‘Hotel California’에서 드럼은 단단하게 응축되어 있고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에서 곡이 가지고 있는 각 악기들의 미묘한 볼륨차, 정교하게 조율된 다이내믹스가 정확하게 드러난다. 어떤 음색적인 늬앙스나 독자적인 텍스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음악 및 녹음의 가장 솔직한 민낯을 그대로 표출해준다. 발레리 게르기에프가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5번 교향곡 중 4악장처럼 수십개 악기들이 동시에 연주할 때도 이런 악기 분리도와 또렷한 음장형성 능력이 절대 증발하지 않는다.
"총평"
과거 알릭스나 PC개조품은 물론 조악한 리모트 앱으로 연명하던 당시 네트워크 스트리밍은 오래 된 일인 듯 하지만 사실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그만큼 디지털 소비 방식은 급격하게 변화해왔다. 이 와중에 나타난 오렌더는 탁월한 하드웨어 특성과 탄탄하고 스마트한 소프트웨어 엔진으로 일거에 뮤직서버 및 네트워크 스트리머 시장을 석권했다. 동시에 소비자들은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 사실 N100은 애초에 N100C로 나왔어야 했다. 그랬다면 UC100이나 별도의 DDC 등 방황도 없었을 것이다. 더불어 룬랩스 같은 프로그램과 연동이 가능해진다면 더욱 커다란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N100이 출시되고 리뷰를 썼던 것이 벌써 2년전 5월이었던 것을 상기하면 N100은 상당히 앞서간 제품이었다. 한편 디지털 트렌드의 변화에 발맞추어 앞으로 N100 시리즈가 짊어지고 나가야할 일도 무궁무진해 보인다. 다시 오렌더 엔진을 켤 시간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