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디지털의 무한 확장"

CD 이후 디지털 음원 포맷 그리고 그 플랫폼은 확장 일로를 걷고 있다. 음원 포맷은 MP3는 물론 WAV, FLAC, ALAC 등 수없이 많은 포맷들이 준비되어 있다. 더 나아가 16비트가 아닌 24비트 PCM 포맷이 계속해서 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와중에 MQA라는 압축 알고리즘이 뮤직 컴퍼니와 음원 플랫폼 전반을 잠식해나가고 있다. 과거 LP냐 CD나 카세트테잎이냐를 놓고 고민하던 시대를 지나 훨씬 더 많은 포맷을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진 우리를 발견한다.

확장하고 있는 것은 포맷만이 아니다. 음원을 전송하는 전송 규격 그리고 온라인 서비스까지 가세했다. 더불어 안테나를 세우고 듣던 아날로그 FM을 인터넷 라디오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와중이다. 이미 블루투스, 에어 플레이는 기본이며 유선 네트워크 스트리밍이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 서비스 업체는 서로 빠르게 경쟁하며 누가 더 많은 대중을 회원으로 모셔오는지 혈안이 되었다. 스포티파이를 필두로 애플뮤직, 타이달, 냅스터 그리고 국내 벅스뮤직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업체들이 경쟁중이다.

이 와중에 진지한 하이엔드 오디오파일은 여전히 보수적 음악 감상을 고집한다. 고립무원 상태를 고수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CD 라이브러리를 리핑해 여전히 16비트 WAV 이상의 음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하드웨어 수준에 더 무게를 둔다. 과연 어떤 포맷, 어떤 방식이 더 옳을까 ? 타인의 취향에 시비를 걸 필요는 없다. 우리는 좀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즐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하드웨어 메이커는 확장과 파편화를 함께 격고 있는 상황을 해체 상황까지 몰고 가지 말고 체계적으로 정리, 통합할 책임이 있다. 하드웨어 메이커들 당신도 이런 카오스 상황에 대해 많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블루사운드"

최근 국내 소개된 블루사운드는 사실 과거부터 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런 상황을 정리할 메이커가 필요했으나 보수적 하이엔드 메이커는 외부 수혈을 통해 어렵게 감내해내는 처지였고 오히려 축적된 IT 기술과 컴퓨터 기반으로 성장해온 메이커들이 이 보수적인 하이파이 시장에 참여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블루사운드는 이 분야에 빠르게 연착륙한 대표적인 브랜드다. 해외에서는 소노스 등의 메이커가 멀티룸 기능 등을 앞세워 유명세를 떨치고 있으며 이후 수많은 아류가 등장했다. 하지만 블루사운드는 컨슈머 프로덕트를 넘어 하이파이 오디오 마니아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만큼 좀 더 프로페셔널한 집단이다.

"볼트 2"

이번에 리뷰한 제품은 블루사운드의 여러 제품군 중 무선 스테레오 컴포넌트, 그 중에서도 노드2, 파워노드2에 이어 방대한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는 볼트 2라는 제품이다. 현재 굉장히 다양해진 디지털 음원 포맷에 거의 모두 대응(DSD 제외)하며 룬(ROON)을 통한 스트리밍 그리고 가장 많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대응 능력을 갖추었다. 뿐만 아니라 2TB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CD를 리핑할 수 있는 리핑 머신으로써 기능한다. 자체 리모트 앱을 지원함은 물론 룬 사용자라면 룬 리모트 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대신 USB B 타입 입력단은 과감히 빼버렸다. 애초 기획 의도가 PC나 주변기기 없이도 여러 디지털 음원과 플랫폼에 대응해 쉽고 편리하게 고음질 음악을 즐기자는 데 그 목적이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볼트 2는 듀얼 코어 ARM® CORTEX™ A9, 1Ghz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기본 무게는 약 1.84kg으로 가볍고 디자인 자체는 무척 심플한 미니멀 스타일로 어디에 놓아도 멋진 자태를 뽐낸다. 모든 기능적인 부분은 상단과 후면에 마련해놓아 전면에서는 눈을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이 전혀 없이 매끈하다. 상단엔 자주 사용하는 메뉴가 간략하게 설치되어 잇다. 볼륨 업/다운과 재생 버튼 그리고 이전 트랙과 이후 트랙 실행 버튼 등이 일목요연하게 마련되어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 중앙엔 LED를 마련해놓고 열 개가 넘는 모드를 LED 신호 타입으로 작동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후면을 살펴보면 볼트 2가 가진 기능 및 외부 연결 대응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우선 전원은 제공되는 케이블을 통해 AC 전원을 그대로 받아 공급된다. 디지털 입력은 옵티컬 입력 그리고 LAN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으며 USB A타입 입력을 지원한다. 이는 외부 포터블 플래시 메모리나 외장 하드를 연결해 내장된 음원 재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 옆으로는 USB B타입 미니 입력단이 보이는데 이는 사후 서비스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사용자가 활용할 일이 없다.

디지털 출력은 옵티컬 및 동축 출력을 모두 지원한다. 따라 외부 디지털 장비를 연결해 좀 더 향상된 음질을 즐길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디지털 음원 트랜스포트로서 한정해서 볼트 2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상위 전용 DAC와 연동해 볼트 2의 룬 기능 및 내장 음원 재생 등의 기능을 활용하면 상당히 경쟁력 있는 트랜스포트로서 하이엔드 시스템에도 간단히 적용 가능하다.

아날로그 입/출력 기능은 매우 심플하게 구성해놓았다. 일단 입력 같은 경우 3.5mm 아날로그 케이블을 통해 활용 가능하다. 아날로그 출력 같은 경우는 스테레오 RCA 한 조 그리고 서브우퍼 출력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는 볼트 2를 별도의 인티앰프나 리시버 또는 파워앰프 그리고 액티브 스피커 등과 모두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왜냐하면 볼트 2 자체적으로 볼륨 기능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헤드폰 출력단을 갖추고 있어 데스트탑 환경에서 늦은 밤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음악 감상을 즐길 수 있다.

요컨대 볼트 2는 다재다능, 만능 스트리머이며 CD 리핑 머신이고 뮤직 서버다. 특히 볼트 2는 해외 온라인 음악 서비스 지원에 있어서 전세계 최대 대응 목록을 자랑한다. 그 중엔 벅스와 그루버스 등 국내 서비스 업체도 포함된다. 블루사운드의 자체 앱을 활용하면 자동으로 벅스 등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어서 별도로 벅스 앱을 켜지 않아도 간단히 검색과 재생 등이 가능하다.

"선명하고 당찬 사운드"

블루사운드 볼트 2 테스트는 System Audio Saxo 액티브 스피커를 매칭해 진행했다. 추가로 활용한 것은 동봉된 전원 케이블 외에 LAN 케이블 그리고 마스터와 슬레이브 채널 스피커 연결을 위한 체르노프 스피커 케이블과 알베도 인터케이블이 전부였다.

웅산 - On any Sunday

The Best Wong San

오직 볼트 2와 액티브 스피커 한 조로 구성된 시스템은 막강한 컴팩트 시스템으로 손색이 없다. 웅산의 ‘On any Sunday’ 등 보컬 레코딩을 들어보면 무대는 오밀조밀하게 형성되며 음상, 포커싱이 정 중앙에 핀포인트로 맺힌다. 그라데이션이 아주 다채로운 결로 표현되지는 않으나 선명한 포커싱과 이미징은 청자를 음악에 빠르게 몰입시킨다. 적당한 해상력과 함께 BGM으로 흘려듣는 용도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쾌감이 크고 집중해서 듣게 만드는 소리로 전체적으로 색조 대비가 크게 느껴진다.

Epiton Project - 선인장

Short Stories 01

조그만 북셀프를 활용한 시스템이지만 약 세 평정도 규모의 시청실을 가득 매우는 입체적 사운드스테이징이 놀랍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선인장’같은 곡에서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는 다소 앞으로 전진해 호소력 짙게 들린다. 특히 상쾌하게 뻗어나가는 고역과 분명한 윤곽으로 인해 군더더기가 없다. 이완된 편안함보다는 팽팽한 긴장감과 짜릿한 고역이 인상적이다. 참고로 컴팩트 액티브 시스템이므로 북셀프의 저역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만일 더 웅장한 사운드와 저역 확장 능력을 원한다면 볼트 2의 서브우퍼 출력단을 활용할 여지가 남아있다.

Max Richter - Three works : music from woolf works

Max Richter

본 시스템이 들려주는 사운드는 서재에서 간단히 고음질을 구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컴팩트 하이파이 사운드다. 현악, 피아노, 어쿠스틱 악기와 일렉트릭 악기를 가리지 않고 생생한 입자를 응축해 단단하게 표현해준다. 예를 들어 막스 리히터의 ‘Three works : music from woolf works’를 들어보면 단정한 중저역에 더해 고밀도로 쭉 뻗는 상큼한 고역이 생생한 실체감을 더한다. 상큼한 유러피언 사운드를 이처럼 컴팩트한 시스템에서 얻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박지하 - 멀어진 간격의 그리움

Communion

룬을 끄고 대신 블루사운드 자체 앱을 사용해 벅스에 접근하는 과정은 무척 간편하다. 그리고 이런 인터페이스는 가요를 듣고 싶을 때 상당히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곡 재생시 번개처럼 빠른 속도를 보이진 않으나 한두 시간 동안 재생하는 동안 에러 없이 깔끔한 작동을 보였다. 혹시나 해서 박지하의 ‘멀어진 간격의 그리움’을 찾아 재생해보면 생황과 비브라폰 사운드의 몽환적이며 상쾌한 앰비언스가 리스닝 룸을 가득 메운다.

"총평"

블루사운드 볼트 2처럼 현재 매우 다양해진 포맷과 재생 플랫폼을 거의 모두 지원하는 모델은 많지 않다. 볼트 2는 네트워크 스트리머이며 뮤직 서버이고 라디오이며 CD 리퍼다. 그래서 활용도가 굉장히 많지만 그 사이즈는 무척 작고 멋진 전용 앱을 지원하는 등 편의성 측면에서도 사이즈과 가격 대비 최선을 다한 모습이다. 물론 외부기기와 연동, 확장성 측면에서도 여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볼트 2는 복잡한 매칭과 변수로부터 벗어나 심플하게 디지털 생태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태어난 제품이다. 만일 이런 다목적 올인원 시스템을 찾고 있었다면 이 제품은 무척 매력적인 모델로 다가갈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볼트 2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군살을 빼 컴팩트 아키텍쳐 안에 그들만의 디지털 플랫폼을 멋지게 완성하고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