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타협은 없다

21세기 현재 메이저 가전 메이커들은 스마트 기기 등 여러 다양한 기기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융합되고 있다. 사물 인터넷, 딥러닝,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신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알렉사 등 AI 기술이 등장하고 최근엔 체조 점수 심사 시스템이나 쓰레기 분리수거 감시 카메라 등에 AI 기능이 머지않아 실용화될 예정이라는 뉴스가 들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은 극단적으로 결벽증적인 모습을 보여 왔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믿음엔 변함이 없다. 과거 마크 레빈슨은 피셔 단자를 활용해 타사 기기들과 인터페이스를 가로막았다. 네임오디오는 여전히 DIN 전송을 그들의 메인 인터페이스로 삼고 있고 XLR을 채용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라질 것 같았던 BNC 규격은 여전히 가장 정밀도 높은 디지털 규격으로 자리 잡았고 클럭 제너레이터 등에 활용 중이다. MSB 같은 메이커는 디지털 기기 내부에서나 활용되던 i2S 인터페이스를 외부로 빼내 사용하게 만들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는 까다로운 인터페이스를 요구하며 타협을 모르는 듯하다. 때로 타협과 균형, 융합과 통섭을 요구하는 21세기엔 걸맞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다시 말하면 입 아플 음질 때문이다. 어찌 보면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는 철저히 상업적인 이유로 발전해온 메이저 가전회사와 협회의 규범과 규격에 철저히 반론을 제기하면서 성장해왔다. 때로 그들은 자본 논리에 의해 때로는 자사의 이익을 위해 전 세계 가전회사의 전송 규격을 통일해버리기도 했다. 그런 역사를 통해 이젠 하이엔드 메이커들은 더욱더 견고히 자사의 독보적 인터페이스를 공고히 하고 있다.

웨이버사 시스템즈

여러 하이엔드 메이커들은 극단적으로 그 레벨이 올라갈수록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내부 소자까지 웬만한 것은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수정하거나 특주 형태로 공급받아 사용한다. 이것은 스피커의 드라이브 유닛이나 앰프의 출력 소자 등 다방면에 걸쳐있다. 때로 자사의 제품엔 어떤 케이블이 어울리니 그것을 사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때로는 제품 자체에 포함해버린다. 제3자가 튜닝 키트나 튜닝 버전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애초에 봉쇄하려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제조사가 권하는 것이 맞는다는 걸 확인하는 일도 요즘 들어 잦아지고 있다.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경우 WDAC3 MKII를 사용해오면서 그들만의 독보적 시스템 또한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더넷 입력과 USB 등의 입력을 모두 가진 네트워크 스트리머이자 USB DAC였던 WDAC. 그러나 ROON에 대응하면서 이 모델은 변화를 거듭했다. 룬 코어로 제작된 W 코어가 출시되면서 USB 전송이 필요 없이 오직 LAN 케이블만으로 완전한 RAAT 전송을 구축해냈다. 이것이 첫 번째 혁신이었다면 두 번째 WNDR 전송 규격 적용은 혁명에 가까웠다. RAAT를 뛰어넘는 정보량과 해상도 등을 이루어나가면서 전송 프로토콜까지 자신의 것을 사용하는 제품으로 거듭났다. 물론 그때마다 여러 번의 펌웨어 업데이트가 시스템 성능을 업그레이드해주었다.

W LAN2

그리고 이제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예전에도 웨이버사 시스템즈는 자사의 제품에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된 W LAN 케이블을 출시했었다. 그리고 웨이버사 시스템즈 제품 사용자들은 W LAN 케이블의 뛰어난 성능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후 잠잠했던 웨이버사 시스템즈가 이번엔 VSHIELD 라는 일종의 지오메트리를 들고나오면서 인터 케이블, 스피커 케이블부터 LAN 케이블까지 출시하고 나섰다. 온전히 자사의 케이블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고 직접 테스트해본 VSHIELD 케이블의 성능을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한 가지 테스트하지 못했던 케이블이 있다. 바로 W LAN2 케이블이다.

W LAN2 케이블에 대한 설명은 길지 않다. 왜냐하면 웨이버사 시스템즈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VSHIELD 절연기법에 대해 대외비로 봉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사에 문의해 케이블의 도체는 OCC 계열 동선에 은을 일정량 입힌 은도금 선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커넥터는 커스텀 단자로 꽤 큰 금속 재질이다. 그리고 그 표면은 무려 24K 금도금으로 처리해 번뜩이는 존재감을 살리고 있다. 커넥터의 좌/우에 단자 결합을 위해 조여놓은 나사를 풀어보니 단자는 총 세 개로 분리된다. 기기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부분 외에 총 세 개의 조각이 합해져 단말 처리부를 무척 단단히 결속하고 있는 형태다.

잠시 기존에 체험 신청을 통해 테스트해본 VSHIELD 인터 케이블과 스피커 케이블의 소리가 생각났다. VSHIELD 라인업으로 아직 완전한 제품은 아니고 샘플 제품이지만 사운드는 상상 이상이었다. 일단 중립적인 대역 균형감이 뛰어났고 다이내믹스 감쇄가 없으며 전체적인 골격이 선명한 소리였다. 특히 대역폭이 넓어 하이햇이나 브러쉬 표현까지 막힘없이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요컨대 대역폭과 디테일 상승이 명확히 드러났다. 아날리시스 플러스 등의 레퍼런스급 케이블을 생각나게 하는 사운드였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이번에 리뷰를 위해 대여받은 W LAN2 케이블을 테스트하기 위해 W 코어와 WDAC3 MKII 사이에 적용해보았다. 더불어 W 코어와 W 스트리머 사이에 적용해 마이텍 맨하탄 II DAC로 테스트해보기도 했다. 물론 DAC에 따라 약간의 온도 차는 있으나 W LAN2가 만들어내는 전반적인 경향은 유사하다는 결론이 다가섰다. 이 외에 앰프는 제프 롤랜드 시너지 프리앰프와 플리니우스 A 클래스 파워 그리고 베리티 피델리오 앙코르 등을 테스트에 사용했음을 밝힌다.

Ola Gjeilo - Ubi Caritas

PIANO IMPROVISATIONS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백그라운드 처리 능력에 대한 부분이다. 매우 조용한 배경, 노이즈로 직접적으로 들리지는 않지만, 피아노 솔로 등의 녹음을 들어보면 한층 차분해진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올라 야일로의 ‘Ubi caritas’를 들어보면 노이즈 억제로 인해 순수 원음의 정보가 더 또렷하게 인지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특별한 것은 포커싱 능력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여타 LAN 케이블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드라마틱한 경향이다. 피아노 타건을 무척 투명하며 음상 또한 더 또렷하게 앵글에 잡힌다.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던 일출이 검은 적막의 배경 위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듯하다.

문혜원 - Kiss Me

Kiss Me

역시 보컬 레코딩에서도 음상의 크기와 윤곽 그리고 포커싱 등 공간적 위치 표현이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문혜원의 ‘Kiss me’ 같은 경우 좌측의 피아노 우측의 기타 그리고 그 사이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중앙에 보컬의 모습이 명료하다.

대개 이런 경우 중역이 홀쭉해지면 생기는 반사효과인 경우도 있어 포커싱은 선명해지지만 반대로 앙상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W LAN2의 경우 중역이 왜소해지지도 번지지도 않으며 밀도가 빠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 명료하고 디테일이 뛰어나며 배음도 충분히 유지한다. 중, 고역 디테일이 향상되면서 각 악기의 분리도까지도 향상되는 부가 효과도 만만치 않다.

Michael Jackson - Jam

Dangerous

미세 약음들의 기척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며 특히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의 상승이 눈에 띈다. 이런 현상은 음악을 전체적으로 훨씬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마이클 잭슨의 ‘Jam’ 같은 경우 시작과 함께 터져 나오는 파열음을 통해 실제 이미지를 손쉽게 눈앞에 펼쳐놓는다. 강, 약 대비가 더 다채로운 에너지를 통해 다층적으로 표현되는 모습이다. 따라서 동일한 타격음도 더 펀치력 넘치게 들린다. 어둠의 짙기가 높을수록 빛의 밝기도 더 환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Isabelle Faust - Berg, Beethoven Violin Concertos

아마도 가장 큰 수혜를 입는 레코딩은 클래시컬 뮤직, 그중에서도 오케스트라 연주들이다. 이자벨 파우스트의 바이올린에 착색을 만들어내지 않으며 중립적이고 정확한 톤 컬러와 옥타브 이동 그리고 뚜렷한 윤곽을 살려준다. 사운드 스테이징의 넓이와 깊이를 순식간에 바꾸어놓진 않는다. 기존에 눈 앞에 펼쳐진 전망을 보는 시야를 좀 더 선명하게 조망해준 뿐이다. 그러나 다중 악기가 복잡한 악곡 구조 안에서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 연주에 적용될 때 그것은 더 이상 작은 차이가 아니게 된다.

총평

필자는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 코어와 WDAC3 MKII를 계속해서 나의 리뷰 시스템에 사용해오면서 끊임없는 진화에 놀랄 때가 있다. WDAC3 MKII는 W 코어와 합체하면서 기존의 사운드를 한번 넘어섰다. ROON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와 음질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WNDR이라는 전송 프로토콜이 적용되었을 때였다. ROON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WNDR 전송을 통해 드라마틱한 음질 상승이 이어졌다. 이젠 W LAN2 케이블까지 가세하면서 웨이버사 시스템즈가 그리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사운드의 화룡점정을 찍고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