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영국 PMC의 플래그십 스피커로 ‘Fenestria’(페네스트리아)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5월 독일 뮌헨오디오쇼를 통해서였다. 필자는 현장에서 직접 페네스트리아를 봤는데 기존 PMC 스피커와는 외모도 소릿결도 달랐다. 상위 ‘se’ 시리즈의 다부지고 볼륨감 있는 외관이 아니라 요즘 추세인 슬림 배플이었고, 키도 엄청나게 컸으며, 한눈에 유닛들이 안 들어올 정도로 시스템이 복잡했다. 소릿결은 깨끗하고 고우며 대역밸런스가 잘 잡힌 모습이었다. PMC가 뭔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지난달 페네스트리아를 리뷰했다. 리뷰에 앞서 PMC 설립자인 피터 토마스(Peter Thomas)씨를 인터뷰했고, 하이파이클럽 시청회에서 이뤄진 프리젠테이션도 지켜봤다. 덕분에 평소보다 시청기를 좀 더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다. 또 개인적으로 6년 전 PMC 엔트리모델 ‘TB2i Signature’를 집에서 1년여 써본 터라, PMC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ATL(Advanced Transmission Line) 등과 익숙한 점도 리뷰에 크게 도움이 됐다. ‘TB2i’가 시그니처 모델이라 후면에 새겨진 피터 토마스씨의 사인을 유심히 바라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Fenestria 팩트 체크

페네스트리아는 6유닛, 3웨이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다. 정면에서 보면 PMC가 ‘네스트’(nest. 둥지)라고 명명한 중고역 하우징을 사이에 두고 위아래에 6.5인치 우퍼 2발이 각각 별도 캐비닛에 수납돼 상하 대칭으로 배열됐다. 우퍼는 ‘IB2 se’ 등에서 보이는 평평한 카본 파이버 진동판을 채택했다. 미드와 트위터는 솔리드 알루미늄 하우징에 수납됐는데, 옆에서 보면 다이폴(dipole) 스피커처럼 미드와 트위터 후면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트위터는 0.77인치 소노맥스(Sonomex) 소프트 돔, 미드레인지는 3인치 소프트 돔 진동판을 썼다.

우퍼 후면 파가 빠져나오는 ATL 벤트는 위아래에 한 개씩 나 있다. 벤트 앞쪽에 상어 아가미처럼 칸막이들이 나 있는데 이것이 바로 PMC가 몇 해 전부터 전 모델에 채택해오고 있는 ‘라미네어’(Laminair) 포트다.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해 F1 레이싱카 환기구에 적용된 에어 댐핑 기술을 응용한 것. 실제로 피터 토마스씨의 아들이자 현 PMC R&D 센터를 이끄는 올리버 토마스(Oliver Thomas)씨는 옥스퍼드대학에서 모터스포츠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뒤 영국 레드불 레이싱팀에서 엔진 쪽 엔지니어링 파트를 담당했다.

양 사이드 패널도 눈길을 끈다. 자세히 보면 회색빛의 쿠션을 사이에 두고 본체 캐비닛과 분리돼 있다. 위아래 우퍼 캐비닛 양 사이드에 한 장씩 붙었으니 모두 4장이 동원됐다. 이 패널들은 스피커 진동과 공진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고층빌딩 꼭대기에 건물 움직임과 반대로 움직이는 무거운 추를 달아 진동을 없애는 TMD(Tuned Mass Damper)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패널 마감은 타이거 에보니, 리치 월넛, 화이트 실크, 그라파이트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네트워크 회로 기판은 분리 설치되는 바닥 플린스에 수납됐다. PMC는 전통적으로 -24dB이라는 가파른 크로스오버 설계를 애용하는데 이번 페네스트리아에도 4차 오더(-24dB)를 썼다. 플린스 뒤쪽에는 트리와이어링 또는 트리앰핑을 할 수 있는 4mm 로딩 도금 바인딩 포스트 3조가 가로로 나 있다. 왼쪽부터 고역(HF), 중역(MF), 저역(LF) 순이다. 바인딩 포스트 양쪽에는 각각 고역과 저역 주파수응답특성을 3단계(+, 플랫, -)로 조절할 수 있는 노브가 달려있다.

이렇게 해서 페네스트리아는 23Hz~25kHz라는 광대역한 주파수응답특성을 보인다. 크로스오버 주파가 380Hz와 3.8kHz에서 이뤄질 정도로 네스트에 수납된 3인치 소프트 돔 미드레인지 유닛의 주파수 커버 범위가 무척 넓은 점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고역대와 저역대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되도록 중역대와 멀찌감치 떨어뜨려 설계하는 것 역시 PMC의 오랜 전통이다. 공칭 임피던스는 4옴, 감도는 86dB이며 높이는 170cm, 무게는 80kg이나 나간다.

Fenestria 설계디자인 :

오픈 네스트, TMD 패널, ATL+라미네어 벤트, 슬림 배플

이제 좀 더 파헤쳐보자. 페네스트리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가운데에 박혀있는 리본 모양의 알루미늄 블럭일 것이다. 중앙에 미드레인지 유닛, 그 위에 소프트 돔 트위터가 박혀 있고, 두 유닛 후면은 모두 개방됐다. 한마디로 전통적인 캐비닛이 사라진 것이다. 또한 미드레인지 유닛 뒤쪽, 그러니까 보이스코일과 포머 직후방에 총알 모양의 알루미늄 캡이 씌여진 점이 눈길을 끈다.

이 네스트 설계에 대해 피터 토마스씨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말했다. “네스트 모듈은 캐비닛이 없기 때문에 소리 이미지가 더욱 좋아지고 플랫한 주파수응답특성을 얻을 수 있다. 배플이 없고 반사음이 없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스피커들을 들어보면 저역은 없지만 포커싱이 좋은데, 네스트 모듈도 이를 위해 최대한 작게 만들었다.” 트위터에 대해서는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진동을 차단하기 위해 오리올(Aurole)이라는 실리콘 댐퍼 처리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위아래로 분리된 우퍼 캐비닛은 미로형 ATL 설계다. 우퍼 2발 뒤쪽으로 총 길이 2.4m의 트랜스미션 라인이 있고 맨 끝에는 위에서 언급한 라미네어 벤트가 달려있다. ATL(Advanced Transmission Line)은 ‘진보된’(advanced)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대로 기존 트랜스미션 라인 설계를 PMC에서 업그레이드시킨 기술. 둘 다 베이스를 컨트롤하는 기술로, 100Hz 이상 주파수는 안에서 흡수하고 100Hz 이하 주파수는 그대로 통과시킨다.

“트랜스미션 라인과 ATL은 모두 제2의 베이스 유닛처럼 일한다. 이렇게 되면 우퍼의 부하가 적어져 왜곡이 줄어들고 유닛 자체가 작아질 수 있다. 하지만 트랜스미션 라인은 100Hz 주변에서 응답특성이 고르지 않은 문제가 있다. 기존 우퍼 유닛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저음의 양은 많아졌지만, 속도가 줄어들었고 울(wool)이 100Hz 이상 주파수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캐비닛을 더 크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PMC는 유닛을 자체 제작하기 때문에 ATL에 맞춰 유닛을, 또 유닛에 맞춰 ATL을 설계할 수 있다. PMC가 트랜스미션 라인 스피커보다 캐비닛과 유닛을 훨씬 작게 만들 수 있는 배경이다.”(피터 토마스)

PMC ATL의 변화는 최근 벤트에서 이뤄졌다. 전에 필자가 쓰던 ‘TB2i Signature’만 해도 스펀지로 틀어막힌 벤트가 스피커 후면 위쪽에 있었는데, ‘Twenty’ 시리즈 때부터 전면 벤트로 옮겨지더니 최근에는 ‘라미네어’ 벤트로 바뀌었다. ‘라미네어’ 기술은 한마디로 차 바닥에서 생기는 와류(turbulence)를 막아 공기가 미끈하게 빠져나가게 하는 F1 레이싱 카의 설계 디자인을 스피커에 이식시킨 것. 소프트웨어를 돌려보니 라미네어 벤트를 채택했을 때 벤트 앞쪽의 난기류가 상당 부분 사라진 점이 확인됐다고 한다.

다음은 TMD(Tuned Mass Damper) 패널이다. 우퍼 캐비닛이 진동할 때 그 진동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진동을 상쇄시키는 원리다. 물론 각 패널이 진동을 상쇄시킬 만한 무게를 갖춰야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패널이 캐비닛의 움직임을 어떻게 알고 반응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감이 안잡혔다. 그래서 PMC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 질문과 답변을 일단 영어로 옮겨본다.

= Planar wings work like tuned mass damper. But they look very different compared to usual tuned

mass damper in buildings. Would you explain the principle of it?

“In the design stage, the cabinet is covered in accelerometers to detect small residual resonances in the cabinets. Then the mass of the wing and the compliance of the rubber mounts are calculated to vibrate in opposition at the same frequencies, damping the remaining resonances in the cabinet. The calculation is similar to that calculating the arm resonance on a turntable,…the mass of the arm and cartridge with the compliance of the stylus assembly.”

공개된 일반 자료에는 없던 ‘accelerometer’(가속도계)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즉, 페네스트리아 우퍼 캐비닛에는 캐비닛의 작은 공진까지도 감지할 수 있는 가속도계가 덮여있고, 이 가속도계로 인해 고무 마운트와 패널이 공진 주파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진동을 댐핑 시킨다는 얘기다. 턴테이블에서 톤암과 카트리지의 무게를 스타일러스 어셈블리에 맞춤으로써 톤암의 공진을 제거하는 원리와 비슷하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슬림 배플도 페네스트리아를 눈에 띄게 하는 설계 디자인. 원래 스튜디오나 프로페셔널 오디오에서 쓰기 위해 만든 ‘se’ 시리즈(IB2 se, MB2 se, BB5 se)는 여전히 배플 폭이 넓지만, PMC의 다른 라인은 갈수록 배플이 좁아지고 있다. 페네스트리아가 플래그십이면서도 기존 ‘fact’ 시리즈(fact3, fact5c, fact8, fact12, fact10c)로 분류된 것도 슬림 배플 때문이다. 슬림한 디자인을 일반 소비자들이 선호하기도 하지만 음향적으로도 슬림 배플은 회절 감소를 통한 정확한 이미지 메이킹 등 유리한 점이 많다.

이 밖에 카본 파이버 우퍼 진동판이 평평한 것은 작은 직경이면서도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콘 우퍼의 경우 안쪽에 많은 압력이 몰리기 때문에 압력이 강해지면 진동판이 구부러지고 왜곡이 생긴다. -24dB이라는 가파른 크로스오버 슬로프를 보이는 것은 각 유닛이 크로스오버 포인트 위와 아래에서 곧바로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론적으로는 1차 오더(-6dB)가 부품 수가 적다는 점에서 음질과 비용면에서 최선이지만 실제로는 크로스오버 포인트 위아래에서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소리를 낸다는 것이 PMC 설명이다.

시청

시청은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에서 이뤄졌다. 소스 기기는 오렌더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ACS 10’, 코드의 업스케일러 ‘Blue MKII’와 DAC ‘DAVE’, 프리앰프 ‘CPA5000’, 모노블럭 파워앰프 ‘SPM1400 MKII’를 동원했다. 음원은 타이달(Tidal)과 NAS 음원, 그리고 ’ACS 10’이 CD 리핑이 가능한 만큼 CD 리핑 음원을 들었다.

몸풀기로 블론디의 ‘The Tide Is High’를 들어보니 하이엔드 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졌다. 극강의 해상도와 또렷한 윤곽선, 싱싱하고 파릇파릇한 음이다. 무엇보다 높이가 170cm, 무게가 80kg이나 나가고 알루미늄 솔리드 중고역 하우징, 6.5인치 우퍼 4발, TMD 패널 4장, 2.4m ATL과 라미네어 벤트 등으로 중무장한 스피커가 순식간에 사라진 점이 놀랍다. 개인적으로는 스피커가 이처럼 음악만을 남겨두고 쓱 사라질 때가 가장 짜릿하다. ‘나, 여기 있어요~’ 이런 스피커, 한마디로 하급이다.

Alf Linder, Marianne Melinas, Oscar’s Motet Choir - Christmas Song

Cantate Domino

조용히, 안길이가 깊은 무대가 펼쳐진다. 처음부터 깔리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깨끗하고 순결하다. 코러스의 음 확산은 부드럽고 이음매가 좋다. 숭고함이 느껴질 정도로 결이 곱다. 코러스 하나하나의 조금씩 다른 발음과 입의 위치, 음색이 모조리 느껴지는 점도 마음에 든다. 입술에 부딪히는 파찰음도 잘 관찰된다. 정리해본다. 페네스트리아는 일단 해상도가 높은 스피커다. 윤곽선이 또렷하고 선명한 것은 캐비닛이 없는 중고역 하우징과 TMD 패널 덕분일 것이다. 우퍼 4발을 갖춘 대형 스피커가 처음부터 공간과 음악만을 남겨둔 채 사라진 점도 놀랍다. 눈을 감고 들으면 음이 어디서부터 출발한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저역에서 이질감이나 혼탁함, 애매함이 전혀 없다. 이런 소리, 이런 경지에 도달하려고 그 복잡한 설계가 필요했나 싶다.

Marcus Miller - Trip Trap

Laid Black

귀에 음의 섬광이 쑥 찔러온다. 움찔했을 정도로 예리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쾌감이 느껴진다. 이 맛에 비싼 하이엔드 스피커를 사는 것이다. 전기 베이스기타의 풋워크가 경쾌한 것을 보면 6.5인치 플랫 타입 카본 파이버 우퍼가 제 실력을 발휘하고 있고, 그 에너지감이 좋은 것은 우퍼 4발과 2.4m에 달하는 2개의 ATL이 사이좋게 협력하고 있다는 증거다. 6유닛에 4차 오더라는 복잡한 유닛/네트워크 설계인데도 마치 유닛 하나짜리 풀레인지 소형 스피커처럼 통일감 있고 자연스러운 소리가 나온다. 빅마우스도, 음상이 부풀어 오르는 구석도 없다. 평소 안 들리던 음까지 들리는 것은 코드 업스케일러와 DAC 덕이 크지만, 이를 묻히지 않고 남김없이 전해준 페네스트리아 공도 무시할 수 없다.

Andris Nelsons, Leipzig Gewandhaus Orchestra - Bruckner Symphony No. 3

Bruckner, Wagner

해상력과 디테일은 이 곡에서도 처음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아, 이 소리가 그냥 마구 들리네’라고 메모했을 정도다. 그만큼 유닛과 캐비닛의 노이즈와 공진을 작정하고 제거하려 했던 PMC의 의도가 멋지게 구현된 것 같다. 음에서 보드랍고 촉촉한 감촉이 느껴진 것은 역시 소프트 돔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의 물성 덕분. 메탈 진동판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매력이다. 계속해서 싱싱하고 탄력감이 좋은 저역이 돋보이는데, 이는 플랫 타입 카본 파이버 진동판의 탁월한 물성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 곡에서 진짜 감탄한 것은 대역간 이음매가 아주 매끄러운 음이, 그것도 쑥쑥 유닛에서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어디에도 달라붙거나 머뭇거리지 않는 모습이 마치 빙판이나 숲속에서 즐겁게 노래하는 요정들 같다. 촉촉하고 윤기 있고, 보드랍고 뽀송뽀송한, 이 이율배반적인 음의 감촉에 헛웃음만 나왔다.

Norah Jones - And Then There Was You

Live At Ronnie Scott’s

이 곡에 앞서 필자의 애청곡 중 하나인 안드리스 넬슨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쇼스타코비치 5번 4악장을 들었다. 막판 팀파니 연타는 그야말로 멀리서 천둥번개가 치는 듯했다. 음들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그러다 노라 존스의 보컬 곡으로 바꿔보니, 세상에, 그냥 조용한 재즈클럽으로 타임슬립해왔다. 기침 소리에 시청실로 누가 들어왔나 싶어 확인했을 정도. 마찬가지로 드럼 심벌즈가 처음 들렸을 때, 노라 존스가 마침내 등장했을 때도 깜짝 놀랐다. 그 기척들이 너무나 실감 났던 것이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그녀가 바로 저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로니 스콧 재즈클럽의 공간감과 공기감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막판 노라 존스가 길게 뿜어내는 숨결에는 소름마저 돋았다.

총평

시청기에서 제대로 전해드렸는지 모르겠지만, 페네스트리아의 가장 큰 매력은 ‘사라짐의 미학’이었다. 저역이야 무지향성이라 그렇다 쳐도, 중고역마저 그냥 정면 벽에서 들리는 듯했다. 혹시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안 움직이는 것 아닌가 가까이서 지켜봤을 정도다. 하여간 ’네스트’ 모듈은 이번 페네스트리아에 베풀어진 최대의 신의 한 수다. 실제로 이 모듈만 따로 떼어다 소형 스피커에 달고 싶다고 피터 토마스씨에게 말했더니, 그러잖아도 이 모듈을 채택한 다른 스피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해줬다.

페네스트리아의 디자인은 개인마다 호불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단히 밀착되는 것이 보통인 캐비닛의 양 사이드 패널이 실제 만져보면 ‘움직이다’. 가운데에 붕 뜬 듯한 네스트 모듈도 사실 파격적인 디자인이다. 하지만 페네스트리아의 소리를 들어보면 호불호는 있을 수 없다고 본다. 대역밸런스, 해상력, 정숙감, 광대역은 개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수와 악기들, 그리고 사운드스테이지만 남겨 놓은 채 자신은 슬쩍 빠지는 미덕까지. PMC의 진정한 플래그십이 탄생했다.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