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진보인가 퇴보인가

인간의 귀는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다. 일례로 이미 1930년대 비국 벨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있었던 플래처과 먼슨은 이러한 인간의 가청 패턴을 연구해 발표했다. 그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냈는데 이를 ‘Equal-Loudness Contour’, 우리나라 말로 ‘등청감 곡선’이라고 한다. 이 그래프를 보면 저역으로 갈수록 무척 둔감하며 중, 고역대에서 가장 민감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대략 중역과 고역에 걸친 구간이 인간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영역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듣는 어미니의 목소리도 이 구간에 걸쳐있다.

하드웨어 영역에서 언제부턴가 주파수 도메인, 시간축 도메인을 중심으로 기계로 측정한 측정치를 공개하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귀가 아닌 기계가 들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참고 자료로서 훌륭한 자료가 되긴 하지만 맹신해서도 안 되는 이유가 바로 등청감 곡선으로 설명된다.

최근 들어 디지털 소스 기기에서 보이는 커다란 흐름 중 하나는 R2R 래더 DAC의 유행이다. 심지어 어떤 메이커의 경우는 진공관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미 지난 세대의 전유물이라고 단정 짓고는 기억에서 잊은 사람들도 많지만 R2R이 다시 살아나고 디지털 기기에 진공관을 투입하는 등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여타 가전제품, 예를 들어 TV를 과거 브라운관 TV로 되돌리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겠지만 하이파이 디지털 소스 기기에선 이런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곤 한다. 이전 시대의 유물처럼 생각했던 풀레인지 스피커가 여전히 건재한 것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이파이는 과연 어느 방향으로 진보할지 또는 퇴보할지 자문을 해보곤 한다.

WDAC3의 진화를 바라보며

결국 아날로그로 향한다는 주장은 일면 억측 같지만 가장 고순도의 음질을 추구하는 하이엔드 디지털 소스 기기 분야에서 이런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나이키스트 박사가 고안한 아날로그의 디지털 양자화 이론 하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달려왔건만 여전히 디지털은 디지털이고 아날로그는 아날로그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국내 웨이버사 시스템즈가 진화시켜온 디지털 기술은 디지털이 극단으로 향할 때 얼마나 순수한 아날로그 신호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 증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소재에 과거의 설계 방식을 대물림하는 얄팍한 회고적 설계를 하지 않는다. 웨이버사는 첨예한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재에 독창적으로 개발한 최신 테트놀로지를 입히는 방법론을 택하고 있다.

WDAC3 등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핵심 기술인 WAP가 이를 뒷받침해왔다. 실제 WDAC3를 직접 오랫동안 사용해오면서 가장 커다란 업데이트는 다름 아닌 WAP 업그레이드였다. 이 회사는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 한정한다면 여타 메이커에 비해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은 업데이트를 진행해왔다. 이젠 이 정도 기술적 진보가 이뤄졌다면 오히려 새로운 모델로 변경해서 출시하는 게 회사에 많은 이익을 줄 것 같지만 웨이버사는 그러지 않았다. 계속해서 WDAC3 계열 DAC를 업그레이드해주었고 그중 지난 4월에 진행한 WAP 레벨 3단계 추가 및 32비트 업데이트는 드라마틱했다. 이 외에 클럭 및 WNDR 자체 전송 프로토콜 등 약 일곱 번에 걸친 유/무상 업그레이드 정책은 도대체 다른 DAC로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는 성능 향상을 일으켰다.

WDAC3C : 음질 최우선 미니멀 디자인

어느 순간이 되자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기술력은 차고 넘쳤고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미 발매한 V DAC를 뛰어넘는 레퍼런스 DAC가 그것이다. 현재 개발 진행 중으로 R2R 래더 DAC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고 웨이버사 디지털 기술이 총망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기존 WDAC3의 컴팩트 버전이자 진화의 산물 WDAC3C다. 크기는 WDAC3보다 작게 만들고 여러 부분에서 물리적 사이즈를 줄이려는 의도가 보인다. 예를 들어 섀시나 전원부, 출력단 등의 축소다. 기존에 출시했던 W코어 그리고 W라우터와 동일한 크기와 디자인이다.

그러나 입력과 출력 단자는 전혀 줄지 않았고 오히려 늘어났다. 우선 USB 입력단 및 옵티컬 그리고 AES/EBU, 동축 입력단 등 네 개 디지털 입력단이 보인다. 옆으로는 USB 메모리 재생을 위한 USB A 타입 및 네트워크 연결을 위한 이더넷 단자가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WDAC3C에선 외부 클럭을 연결해 동기화시킴으로서 음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BNC 단자까지 추가하고 나왔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내부에 리니어 전원 장치를 탑재하고 있으나 향후 웨이버사에서 출시한 배터리 전원 장치와의 연동을 위한 입력단까지 추가해놓고 있다.

전면엔 스탠바이 스위치와 소스 선택 버튼, 메뉴, 선택 버튼 등 네 개 버튼이 보인다. 디스플레이 창은 OLED 방식으로 시인성은 꽤 좋은 편이다. 미니멀 디자인을 뒤로하고 내부를 열어보면 무척 체계적이고 오밀조밀한 설계를 드러낸다. 알루미늄 빌렛을 절삭해 신호 경로와 전원부 등 각 부위를 철저히 분리 수납하고 있는 모습인데 MSB 등 수천만원대 DAC에서나 볼 수 있는 기구 디자인이다. 더불어 내부 메인 PCB 보드를 섀시로부터 플로팅 시켜 물리적/전기적 간섭을 최소화했고 전원부 또한 별도의 수납공간에 디지털과 아날로그 대응 두 개 트랜스포머로 분리 공급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신 웨이버사 기술 총망라

작은 사이즈의 DAC라고 해서 가볍게 보아선 곤란하다. WDAC3는 기존 WDAC3 시리즈에 비해 크기는 작아졌지만 보다 진보한 디지털 기술을 총망라하고 있다. 우선 DAC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DAC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DAC 자체는 물론이며 그 주변부 회로 설계가 중요하다. 클럭 및 필터는 물론이며 전원부 그리고 아날로그 회로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그리고 하이엔드 DAC 메이커의 경우 스피커 메이커가 상용 유닛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특주 또는 개조, 직접 생산하듯 상용 DAC 칩셋의 일부 기능만 사용하거나 심지어 직접 만들기도 한다.

웨이버사 같은 경우 칩셋은 ES9038PRO라는 현존 최고 수준의 상용 칩셋을 사용하지만 오직 DA 컨버팅 부분만 사용하고 DSP를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바로 ‘Waversa Audio Processor’, 줄여서 WAP를 만들어 사용하는데 이번엔 무려 두 개의 WAP를 투입해 기능을 양분하고 있다. 이번 WAP는 이미 WDAC3의 마지막 업그레이드에서 경험한 바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32bit/1.5Mhz 플랫폼에서 작동하도록 만들어져 굉장히 정교한 신호처리가 가능하다. 양자화로 인한 디지털의 태생적 약점으로 보완해 아날로그 파형과 가장 가깝게 추적, 복원하는 기능을 가진 WAP는 WDAC3C에서 9레벨까지 상승하며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모습이다.

뿐만 아니다. DAC 칩셋으로 사용한 ES9038PRO의 경우 하나의 소자 중 하나로 사용할 뿐 DA 컨버팅 외엔 모두 웨이버사 기술력으로 디지털 회로를 치밀하게 채워 넣고 있다. 웨이버사는 WAP 외에도 WMLET이라는 회로를 개발해 주파수 대역을 총 네 개로 분리 후 ES9038PRO로 전달한다. 여러 하이엔드 DAC를 테스트해보고 리뷰했지만 이런 기술은 전 세계를 통틀어 처음 접하는 기술이다. 이는 에너지가 중역대로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로서 고역, 중고역, 중저역, 저역을 각각 분리, 전송하면서 대역 간 에너지를 조절해주는 기술이라고 한다.

퍼포먼스

WDAC3C는 기본적으로 DAC면서 네트워크 플레이어다. 또한 ROON을 지원하므로 ROON 사용자들에겐 별도의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필요 없이 WDAC3C 하나로 ROON을 즐길 수 있다. 또한 DLNA, 에어플레이 모두 지원하므로 여러 음원 서비스를 사용하는데도 유용한다. 흥미로운 것은 WNDR로서 웨이버사의 독자적인 프로토콜인데 만일 ROON을 사용할 경우 RAAT 대신 WNDR을 통해 훨씬 더 뛰어난 음질을 들을 수 있다. WDAC3에서 WNDR을 처음 경험했을 때의 감흥을 필자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필히 WNDR 사용을 권하고 싶다.

참고로 테스트를 위한 기본 세팅에서 해상도는 바이패스로 설정했고 WNDR 전송 프로토콜을 선택해 시청했다. 더불어 ROON 재생을 위해 W코어 및 W라우터를 전단에 사용했음을 밝힌다. 테스트 시스템은 B&W 802D3 및 골드문트 텔로스 590NextGEN 등 최대한 간단한 조합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게인의 경우 0, 25, 50, 75, 100에서 선택 가능한데 디폴트 세팅인 50으로 설정하고 시청했고 이때가 가장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Radka Toneff -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Fairytales

처음 웨이버사 WDAC3C를 들어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굉장히 넓은 대역폭이다. 스피커의 경우 40~50kHz, 심지어 100kHz까지 재생 가능한 유닛이 필요한 이유는 20kHz까지만 재생 가능한 트위터보다 고역 롤오프가 적기 때문이다. 웨이버사 WDAC3C에서도 비슷한 인상인데 매우 높은 대역까지 롤-오프 없는 출력 특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라드카 토네프의 ‘The moon is a harsh mistress’(24/192, Flac) 같은 곡에서 인위적인 고역 컷오프가 포착되지 않아 가슴이 뻥 뚫리는 싱싱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스피커 후방으로 느껴지는 생생한 앰비언스로 표현되는데 음악과 청취자 사이에 어떤 장벽을 걷어낸 듯 뮤지션과 더 가깝게 만든다.

James Taylor - Handy man

JT

웨이버사 디지털 사운드는 전작들에서도 경험해온 바지만 특정 대역으로 에너지가 몰리지 않는다. WAP와 WMLET 같은 독보적인 기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WDAC3C 같은 경우도 스튜디오 모니터 타입 또는 최근 유행하는 R2R DAC와도 다른 음질 경향을 보여준다. 모든 입력된 신호를 양자화된 디지털 신호가 아닌 아날로그 신호처럼 만들어서 재구성 후 출력하기 때문에 마치 화장을 지운 듯 선명하고 분해력이 굉장하다. 스피커로 치자면 매지코 같은 스피커를 연상케 하는 소리다. 예를 들어 제임스 테일러의 ‘Handy man’(16/44.1, Flac) 같은 지극히 평범한 포크 송에서도 골격이 선명하며 탄탄하게 들린다. 특히 여타 DAC에서 잘 구분되지 않았던 후방의 여성 코러스 보컬이 별도의 레이어링을 만들어내며 뚜렷하게 구분된다.

Fausto Mesolella - Sonatina Improvvisata D'inizio Estate

live ad alcatraz

이따금 라이브 레코딩에서 박수소리가 흘러나오면 음악이 실제 녹음된 공간을 연상하며 환희에 빠지곤 한다. 파우스토 메소렐라의 ‘Sonatina Improvvisata D'inizio Estate’(24/88.2, WAV)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이 녹음에서 WDAC3C가 재현하는 가상의 공간은 과장하지도 그렇다고 축소하지도 않은 현장 바로 그것이다. 웨이버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 세계 최초의 가장 진화한 WAP 프로세서는 시간축 관련 특성에서도 매우 정확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최신 DAC들에서 장점이자 단점으로 갈리는 부분이다. 오히려 하이엔드 DAC들의 과도한 FPGA 프로그래밍 때문인데 어떤 DAC는 오히려 본래 음원에 담긴 공간 정보를 과도하게 부풀려 표현하곤 한다. 작은 라이브 홀에서 녹음한 곡이 마치 커다란 성당에서 녹음한 듯 공간 표현을 부풀리곤 하는 DAC도 있다. 한편 최근 R2R 래더 DAC 인기에 편승한 일부 DAC의 경우 그 반대의 경우로 녹음 공간의 원래 크기를 축소하고 정위감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도 보았다.

Cafe Zimmermann

Bach: Brandenburg Concertos

카페 침머만의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16/44.1, Flac)에서 보여주는 WDAC3C가 보여주는 소리의 색상과 촉감은 이 곡에 높은 실체감을 부여해준다. 관악기들의 블로윙은 눈을 감으면 마치 관악기의 표면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하다. 녹음 현장의 싱싱한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이런 능력은 엄청난 정보량과 디테일로부터 나온다. 더불어 들숨과 날숨까지 구분될 정도여서 연주자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리얼하다. 이런 능력들은 풍부한 하모닉스 구조까지 모두 남김없이 흡수한 후 추적, 보정한 WAP의 역할이 지배적이라고 판단된다.

개인적으로 여러 DAC를 사용해오지만 사실 과도한 필터 사용은 피하는 편이다. 사용자에 따라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 볼륨, 필터 등 제조사가 편의상 마련해놓은 경우는 모두 바이패스로 설정한다. 마찬가지로 ROON을 사용할 때도 별도의 EQ는 적용하지 않는다. 가능한 착색이나 음질적 변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웨이버사의 경우 WDAC3C에서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 WUS(Waversa Ultra Sound), 즉 WAP 적용을 ON/OFF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WAP를 채용한 웨이버사 제품들은 기존 DAC와 완전히 다른 기초에서 굉장히 복잡한 구조로 지어진 현대 건축물과 같다. 그래서 처음 접하면 쏟아지는 정보와 광대역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WUS를 껐을 때와 켰을 때의 차이는 어떨까?

Neeme Jarvi, Royal Scottish National Orchestra

Saint-Saens: Danse macabre

타이달에서 예르비의 생상 ‘죽음의 무도’(16/44.1, Flac)를 재생해보면 약 4분 정도 구간부터 서서히 고조되는 연주에서 약음과 약음들이 미세하게 구분되어 들리며 절대 페이스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하이라이트 부분까지 무척 자연스럽게 점진적인 운행의 굴곡을 여실히 보여준다. 즉,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부분에서 대단히 높은 경지에 올라서 있는 모습이다. 단지 동일 비트 레이트와 샘플 링레이트를 가진 음원에서 업샘플링한 소리가 아니다. 이것은 입력된 음원을 아날로그 신호에 가깝게 재구성한 소리다. 과거 웨이버사의 WDAC3 초기 버전 때 소리와는 이미 많은 진화가 이루어졌다.

다시 카페 침머만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16/44.1, Flac)을 들어본다. 처음부터 WUS를 끄고 재생할 경우 그 상태만으로도 비슷한 가격대 DAC는 충분히 압도할만한 성능이다. 하지만 한번 WUS를 경험하고 나면 다시 끄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필자는 LP를 주로 감상하는데 트랜스로터 ZET3MKII 아날로그 시스템에서 여러 LP를 비교해보곤 한다. WUS의 ON/OFF를 LP에 비유하자면 오리지널 아날로그 마스터로 사용해 찍은 LP와 디지털 마스터를 사용해 찍은 LP 사운드의 차이와 유사하다. WUS를 적용했다가 꺼버리면 소리의 표면이 상대적으로 거칠고 입자가 커진 느낌을 받게 된다. 이건 취향의 차이가 아닌 성능의 차이다.

총평

고해상도 디지털 음원 시대가 열리면서 여러 하이엔드 디지털 메이커가 각자 도생의 길을 걷고 있고 신생 메이커들이 다수 이 세계에 진입하고 있다. 각자 설계 엔지니어의 디지털 관련 기술과 제작팀의 취향,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자신들이 최고라고 자부한다. 어떤 메이커는 시간축 특성을 상상 이상으로 정교하게 다듬고 있고 어떤 메이커는 주파수 특성에서 여러 필터를 가미해 최상의 소리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또 어떤 경우는 클럭에 집중하며 때론 진공관을 적용해 튜닝하곤 한다.

그 어떤 설계 이념도 정답은 아니며 완벽할 수 없다. 여러 부분들이 모두 총체적으로 제대로 융합되었을 때 좋은 음질로 화답한다. 웨이버사 WDAC3C 같은 경우는 디지털 음원의 아날로그 변환과 그 이전 과정에 대해 집요하리만큼 첨예한 장치와 프로그램을 설계해놓았다. 더불어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한지 이해하기 힘든 독보적 기술들을 이 작은 DAC에 압축해놓았다. 아날로그와 진공관 그리고 디지털과 집적회로에 대한 전방위적 경험과 기술이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창조적 설계다.

아마 영화 ‘다크 나잇’을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접했을 때의 그 압도적인 영상을 기억한다면 WDAC3C에서 이와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시각의 폭을 최대화한 아이맥스처럼 WDAC3C는 동일한 음원도 여타 DAC에서 듣던 것에서 몇 배 더 확장된 디테일로 들려준다. 요컨대 디지털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디지털이다. 참고로 자체 리모트 앱이 없는 건 아쉽지만 음질만큼은 압도적인 네트워크 스트리머 부분은 그저 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천만 원대 미만에서 나는 WDAC3C보다 더 뛰어난 음질을 들려주는 DAC를 아직 보지 못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