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유튜브

지금부터 15년 전, 2004년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슈퍼볼 중간에 펼쳐지는 자네트 잭슨의 공연에서 쇼킹한 일이 발생했다. 실수로 가슴이 노출된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이것은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전달되었다. 공연 자체가 생중계로 방송된 탓에 이런 사고가 아무 여과 장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인 것이다.

한편 몇 달 후에, 인도에서 거대한 쓰나미 사고가 벌어진다. 엄청난 인명 피해를 동반한 자연재해였다.

이 두 개의 사건을 인터넷에서 영상으로 열심히 찾던 청년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자우드 카림이다. 비록 독일에서 출생했지만, 부친이 방글라데시 사람이다. 따라서 자네트 잭슨뿐 아니라, 인도에서 벌어진 일도 궁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영상은 어디도 없었다.

유튜브 공동 설립자 3명 중 한 명, 자베드 카림(Jawed Karim)

당시 그는 페이팔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제안을 했다. 야, 이런 화제의 영상을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사이트 하나 만들자. 여기에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이 공감했다. 이 세 명의 창조적인 발상이 유튜브를 만든 것이다. 그때가 2005년 2월. 자네트 잭슨의 사고가 벌어지는지 정확히 일 년 만의 일이다.

이 아이디어를 높이 산 구글이 이듬해에 유튜브를 매입하기에 이르는데, 그 가격이 무려 16억 5천만 불이다. 헌대 잭팟은 이 세 명뿐 아니라, 구글에도 터졌다. 나중에 구글이 안드로이드까지 인수해서 현재 엄청난 제국을 건설했으니까. 물론 그 시작이 유튜브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올해 초 기준으로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영상의 양을 보자. 무려 일 분에 500시간 분이 올라간다. 요즘은 개인뿐 아니라, 거대 방송국이나 특정 집단도 올리기 때문에 앞으로 그 양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제는 스마트 TV나 비디오 게임기 등에 장착될 정도로 유튜브는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아마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이제는 누굴 기다리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아무튼 무조건 시간을 때워야 할 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유튜브가 있으니까.

끝없이 진화하는 유튜브

그런데 최근에 유튜브를 이용하는 법이 보다 진화되었다. 4K 영상이 가능해지면서, 보다 전문적인 영역으로 파고든 것이다. 무엇보다 영상 자체가 압도적이지 않은가.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작년에 취재를 위해 어느 수입상의 전시장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때 150인치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4K 영상에 압도되고 말았는데, 그 순간 무조건 4K 영상을 구축해야겠구나 결심했다.

Venice in 4K(예시)

그때 사용되었던 영상 소스는 PS4 프로를 통한 유튜브의 4K였다. 주로 여행 쪽이었는데, 특히 베니스 항목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도시를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다. 작년 가을에도 며칠 지낸 적이 있다. 전혀 낯설지 않은 곳이다. 헌데 4K 영상으로 만난 베니스는 매우 남달랐다. 현실보다 더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내 시력이 5.0 정도로 올라갔다가 할까? 아무튼 방문 당시 보지 못했던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후 부랴부랴 4K 모니터를 구하고, AV 리시버를 바꾸고, X BOX ONE X를 도입하는 등, 나름대로 유튜브의 4K 영상에 대비했다. 이후 본격적인 공연이나, 여행기를 편하게 즐기고 있다. 정말 유튜브는 끝없는 정보의 바다, 아니 대양이다. 가끔 캘리포니아의 산 브루노에 있는 본사를 상상해본다. 대체 얼마만 한 크기의 저장 장치가 설치되어 있을까? 보안은 물론이고, 냉각 장치라던가, 습도 조절이라든가, 아무튼 그 규모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기회가 되면, 여기를 꼭 방문해 보고 싶다.

라이브 감상의 천국

사실 유튜브에 대해서 말하라면, 소책자 한권 분량은 자신이 있다. 이미 구독 중인 채널이 100개가 넘는다. 그나마도 300개 이상을 지운 덕분이다. 각종 공연, 음악뿐 아니라, 뉴스, 여행, 요리, 맛집 기행,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등등 끝이 없다.

요즘엔 전설적인 록밴드의 공연들을 챙기고 있다. 얼마 전엔 HD 화면으로 깔끔하게 리마스터링된 비틀즈의 여러 공연을 봤다. 세상 이럴 수가! 정말 최신 공연 못지않은 화질과 음질이다. 영화 덕분에 퀸의 인기도 높아서, 아예 퀸 전문 채널이 만들어질 정도. 여기서 이 슈퍼밴드의 다양한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음악만 한정 지어 말하면, 재즈와 클래식에도 추천할만한 컨텐츠가 많다. 사실 오디오를 깊이 추구하려면, 기기뿐 아니라 음악에도 조예가 있어야 한다. 재즈에서 드럼의 구조라던가, 트럼펫과 테너 색소폰의 차이, 더블 베이스의 존재감 등 챙길 게 많다. 클래식? 오케스트라를 살펴보자. 저 수많은 악기들이 어떻게 배열되고, 각각의 악기는 어떤 음을 내는지? 또 평소에 자주 들었던 음악을 이렇게 영상으로 만나면 해당 뮤지션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 오디오와 유튜브와 조화시킬 수 있을까, 이 부분을 생각해봤다.

물론 내 경우처럼 일반적인 홈시어터의 접근법이 있다. AV 리시버를 중심으로 소스와 디스플레이 그리고 스피커를 준비하면 된다. 5.1이면 더 좋겠지만, 2 채널도 괜찮다. 2 채널에 센터 스피커를 더해서 3 채널로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하게 서브 우퍼만 더해서 2.1 채널로 확장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방식에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음질이다. 그냥 뉴스나 여행기를 본다면 상관이 없지만, 제대로 음악을 듣고 싶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일반적인 2 채널 하이파이 오디오로 유튜브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려고 한다.

유튜브와 하이파이의 접속

일단 준비물. 스마트 TV, 앰프(로텔의 A14) 그리고 스피커(바워스 앤 윌킨스 603).

첫 번째 방법은 셋톱 박스를 쓰거나 혹은 스마트 TV에 담긴 유튜브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마 보다 간편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후자가 나을 것이다. 그럼 이 스마트 TV를 어떻게 앰프에 연결하느냐? 그것도 음질을 희생하지 않고?

옛날 같았으면, TV의 아날로그 아웃단을 사용했을 것이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접속법은 손실도 많고, 노이즈도 심하다. 아날로그 TV 때나 쓰던 수법이다. 지금은 스마트 TV 시대. 보다 진보된 방식은 없을까?

여기서 잠시 스마트 TV를 살펴보자. 요즘 이 물건의 진화된 스펙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놀랍게도 디지털 아웃풋이 있다. 이번에 만난 TV의 경우, 옵티컬 단자가 보였다. 옳거니.

사실 이번에 동원된 A14처럼, 요즘 인티 앰프에는 DAC와 디지털 입력단이 제공된다. 많은 제품이 그렇다. 시대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스마트 TV의 디지털 아웃단을 활용하면, A14처럼 제대로 구성된 DAC를 통해, 거의 손실과 왜곡이 없는 음을 만날 수 있다.

한편 보다 다른 접근법도 제안하고 싶다. 요즘 휴대폰은 나의 분신과도 같다. 당연히 여기에도 유튜브가 장착되어 있다.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있다. 바로 구글에서 나온 크롬캐스트를 동원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 TV의 HDMI 입력단에 꽂으면 된다. 그리고 와이파이를 스마트 TV와 휴대폰에 연결하면 끝. 이것이 하나의 생태계가 되어 서로 커뮤니케이션한다. 즉, 내 휴대폰에 담긴 유튜브 정보를 TV에 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휴대폰에서 일단 유튜브를 꺼내온다. 이 유튜브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측 상단에 사각형 박스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을 클릭하면 된다. 그럼 크롬캐스트와 연동이 되는 것이다.

한편 이 방식을 사용하면, 큰 이점이 있다. 바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보진 않더라도, 나중에 봐야 될 영상이라면 여기에 담아두면 편리하다. 정말 세상 좋아지지 않았는가?

전문 하이파이 기기의 강점

자, 이렇게 유튜브와 하이파이가 행복한 랑데부를 펼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알아봤다. 이번 시청에서 나는 크롬캐스트를 활용했다. 현재 이 기기는 3세대까지 진화한 상태. 크롬캐스트 3이라고 검색하면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번에는 이것을 썼다.

왼쪽부터 Google Chromecast 3, Chromecast Ultra 

단, 이것은 HD 급 영상까지만 처리한다. 4K까지 커버하고 싶으면 크롬캐스트 울트라를 권한다. 이 또한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

여기서 잠깐, 앰프와 스피커에 대해 간략히 짚고 넘어가자. 기본적으로 로텔과 바워스 앤 윌킨스의 궁합이 좋다. 이렇게 상성이 좋은 제품들이 만나면, 일종의 윈-윈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객관적인 퀄리티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이게 바로 매칭의 묘미다. 이 부분부터 이해하고 각각의 기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선 로텔의 A14. 채널당 80W를 내는 이 제품은 마치 전천후 요격기를 연상시킨다. 뛰어난 스피커 구동력뿐 아니라, 매력적인 음색을 갖고 있고, 가성비도 뛰어나다. 한편 MM 카트리지에 대응하는 포노단이 있을 뿐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대로 DAC도 장착되어 있다. 

여기서 놀란 것은 DAC의 높은 사양. 기본적으로 AKM의 프리미엄 칩이 달려 있다. 따라서 32/768이라는, 전문적인 단품 DAC 못지않은 스펙을 갖추고 있다.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물량 투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편 603을 보면, 3웨이 톨보이 타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편성 오케스트라도 충분히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이 돋보인다. 실제로 담당 주파수 대역이 29Hz~33KHz. 이 클래스의 경쟁자들을 생각하면 동급 최강이라 해도 좋다. 무엇보다 800 시리즈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이양하면서 가격적인 메리트를 아울러 갖고 있어서,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제품이다.

더블 돔 방식의 트위터는 일종의 슈퍼 트위터 역할까지 하고 있고, 콘티늄 방식으로 제작된 미드레인지라든가 페이퍼 콘의 우퍼 등, 각 드라이버마다 가장 적합한 소재를 투입하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구성임에도 전체적인 밸런스나 앙상블이 뛰어나, 하나의 통일된 음색을 들려준다. 무게도 무려 24Kg. 본격적인 하이파이용 스피커로 손색이 없다.

시청평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시청에 들어가겠다. 참고로 시청에 사용한 유튜브 소스는 다음과 같다.

- 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안네 소피 무터(바이올린)

-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1악장’ 재클린 뒤 프레(첼로)

- 에릭 클랩튼 ‘Wonderful Tonight’

- 데이빗 길모어 ‘Comfortably Numb’

Anne-Sophie Mutter

Dvorak: Violin Concerto

유튜브 링크

우선 드보르작부터. 사실 개인적으로 무터를 좋아해서 많은 시청에 동원한 바 있는데, 이렇게 영상으로 살아 숨 쉬는 모습을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어느 특정 시기에 녹음된 것을 줄곧 들어온 내게 있어서 무터는 하나의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인식되어 있다면, 유튜브를 통한 공연 장면은 하나의 구체적인 실체로 다가온다. 이 부분은 다른 음원에서도 마찬가지.

빨간 드레스를 입고 나온 그녀는, 활을 사용하는 방법에서 이미 대가 티가 우러난다. 맨 위에서 맨 밑까지 길게 쭉 긋는다. 말하자면 활 전체를 다 쓰는 것이다. 당연히 깊이와 힘이 남다르다. 또 음악의 흐름에 따라 미묘하게 표정이 변화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더욱 음악에 빨려 들어간다. 오케스트라의 투티라던가 바이올린의 미세한 음색 등은 역시 본격적인 하이파이 기기가 아니면 안된다. 왜 유튜브의 음악 감상에 이런 하이파이가 필요한지는 이번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Jacqueline du Pre

Dvorak: Cello Concerto

유튜브 링크

이어서 뒤 프레. 사실 그간 사진으로만 보고, 음반으로만 만났지만, 실제 영상으로 보니 상당한 거구에다가 당당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악단 전체를 이끌어가는 위용이 느껴진다. 당시 그녀의 애인이면서 젊고 야심만만 한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악단을 배경으로, 차분하면서 안정적인 플레이가 펼쳐진다.

한편 오케스트라의 전주나 중간 부분에서 여러 악기들이 릴레이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무슨 말인가 하면, 호른 파트에서 한 사람만 불고, 이어서 클라리넷 파트에서 또 한 사람이 이어받는 식이다. 이렇게 오케스트라 내에서도 합주와 솔로가 번갈아 이어지면서 매우 복잡한 양상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영상과 함께 하지 않으면 결코 포착할 수 없다.

Eric Clapton - Wonderful Tonight

유튜브 링크

이번에는 장르를 바꿔서, 에릭 클랩튼. 익히 아는 곡이지만, 이제 나이 지긋해서 노련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니 또 그것대로 매력적이다. 감각적인 인트로 이후 텁텁하고 구수한 음성으로 노래하는데, 여기서 관록이 묻어난다. 또 기타 솔로를 가만히 보면, 손가락이 워낙 긴 탓에 엄지손가락을 활용하는 대신 새끼손가락은 쓰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미묘한 디테일은 그의 연주를 이해할 때 또 도움이 된다. 당연히 펜더 기타를 쓰고 있다. 중간중간 피킹하는 대목에서 그만의 절묘한 기술을 파악할 수 있다.

David Gilmour - Comfortably Numb

유튜브 링크

마지막으로 데이빗 길모어. 이 노래는 원래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 앨범에 수록되어 있고, 최고의 기타 솔로로 찬사 받고 있다. 역시 머리가 하얘진 모습으로, 경험과 노련미가 물씬 풍겨 나온다. 헌데 같은 펜더 기타를 써도 클랩튼과 방식이 다르다. 피킹 대신 길모어는 바(bar)를 애용한다. 이를 통해 음을 길게 끌거나 혹은 떨리게 한다. 같은 악기를 갖고도 동원하는 액세서리나 주법에 따라 맛이 다른 것이다.

이렇게 눈으로 확인하고, 나중에 음반을 들으면 훨씬 더 깊이 해당 아티스트를 이해할 수 있다. 또 공연장의 열기라던가, 공연마다 연주의 패턴이나 음이 달라지는 부분도 재미있다. 왜 유튜브로 음악 감상을 할 때 본격적인 오디오 시스템이 필요한지는, 이런 디테일한 부분만 따져 봐도 금세 수긍이 가리라 생각한다.

결론

처음 유튜브를 만날 땐, 그냥 휴대폰 정도로 봐도 족했다. 워낙 재미있는 채널이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떤 면에서는 킬링 타임용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제는 4K 영상을 처리하고, 보다 심도있는 내용이 나오면서, 음악만 한정 지어도 더 이상 휴대폰이나 AV 리시버 갖고는 안된다. 그만큼 유튜브가 진화했기 때문에, 디바이스 역시 이제는 전문적인 오디오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런데 너무 거창하지 않고, 그냥 간단하게 스마트 TV와 연동할 수 없을까,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아마 조금만 신경 써서 이번에 제안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정말로 흥미진진한 세계를 만나리라 자신한다.

이 종학(Johnny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