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지난해 8월 차폐 트랜스를 자택 오디오 시스템에 투입했다. 몇 년 전 단종된 EGA Nature 3500 mk2라는 국산 모델이다. 차폐(isolation)와 다운(step-down)을 겸한 10구 트랜스로, 6구는 220V, 2구는 117V, 2구는 110V를 출력한다. 원래 미국 쉬트 오디오(Schiit Audio)의 파워앰프 Vidar에 117V 전원을 물릴 생각으로 트랜스 떨림이 없는 다운트랜스를 찾다가, 이런저런 인연으로 구매하게 됐다. 지금은 차폐 성능에도 매우 만족해 6구 모두를 사용하고 있다.

이 차폐 트랜스는 30kg이나 나간다. 아마 안에 함침된 토로이달 트랜스 무게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몸체에 귀를 바싹 갖다 대도 조그만 노이즈조차 들리지 않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든다. 차폐 트랜스로서 효과는 음이 단정해지고, 배경이 정숙해진 점이 가장 크다. 파워 앰프를 차폐 트랜스에 물리면 에너지감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절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1 대 1 권선비의 6구(220V)는 멀티탭으로서도 유용한 상황. 하여간 이 차폐 트랜스는 앞으로도 필자 오디오 시스템을 지켜줄 것 같다.

최근 싱가포르 플릭서(Plixir)의 차폐 트랜스 Elite BAC 3000을 시청했다. 다운 트랜스 기능은 없고 그냥 220V 출력의 8개 소켓이 달렸다. 폭 38cm, 높이 14cm, 안길이 35cm에 무게는 무려 40kg. 가격도 만만찮다. 인터넷에 공개된 내부 사진을 보니 내부 대부분이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큰 토로이달 트랜스를 본 적이 없다. 이 차폐 트랜스는 도대체 어떤 목표를 갖고 탄생했고 또 어떻게 설계됐을까. 무엇보다 필자에게 또 어떤 신세계를 보여줬을까. 이번 리뷰는 이에 대한 리포트다.

차폐 트랜스와 밸런스 전송

우선 차폐 트랜스와 밸런스 전송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길어야 2, 3m짜리 값비싼 파워케이블이나 전원 장치를 투입한다고 해서 일단 수백 km를 달려 집에 들어온 전기가 뭐가 달라질까 의심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오디오 환경은 그야말로 고주파 노이즈 투성이다. 필자 집만 해도 공유기, TV, 노트북, 컴퓨터, LED, 네트워크 플레이어 등이 온갖 노이즈와 EMI(Electro Magnetic Interference. 전자기장 간섭)를 일으킨다. 이들 기기 때문에 본인들 스스로는 물론 멀쩡히 잘 있던 DAC나 앰프, 스피커까지 노이즈 몸살을 앓고 있다.

차폐 트랜스는 이러한 노이즈를 걸러주는 대표적인 전원 장치다. 물론 차폐는 노이즈를 격리(isolation) 시킨다는 의미. 그런데 노이즈를 격리하는 장치로 트랜스포머(transformer)를 쓰는 것은 이유가 있다. 트랜스포머는 잘 아시는 대로 1차 권선과 2차 권선이 물리적으로 절연됐지만 두 권선 사이에서 발생한 전자기장을 타고 교류 신호를 ‘트랜스’시키는 장치다. 때문에 1차 권선을 타고 들어온 노이즈는 2차 권선으로 건너 뛸 수가 없다. 앰프에서 EMI나 RFI 같은 커먼모드 노이즈 유입을 막는 장치로 입력 트랜스를 즐겨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차폐 트랜스 2차 권선에서는 3가닥 전선이 빠져나온다. 라인선(Line. Hot)과 중성선(Neutral. Return), 그리고 접지선(Ground, Earth)이다. 대부분의 220V 차폐 트랜스의 경우, 라인선에 +220V, 중성선에 0V가 흐른다. 접지선도 당연히 0V다. 이것이 언밸런스(unbalanced) 차폐 트랜스다. 그런데 이번 시청기인 Elite BAC 3000은 직접 테스트기로 재보니 라인선에 +109V, 중성선에 -109V, 접지선에 0V가 흐른다. 이처럼 라인선(+라인선)과 중성선(-라인선)에 전압은 똑같고 위상만 정반대인 전기가 흐른다고 해서 플릭서에서는 밸런스(Balanced) 차폐 트랜스라고 부른다. 모델명에 ‘B’가 들어간 이유다.

이렇게 차폐 트랜스를 밸런스로 설계하면 뭐가 좋을까. 밸런스 인터케이블과 밸런스 앰프의 이점을 떠올리면 된다. 즉, 1) 전송하고 증폭하는 음악 신호에 노이즈가 끼어들더라도, 2) + 신호선과 - 신호선에 같은 전압에 위상만 반대인 신호가 흐르기 때문에, 3) 동일 위상의 노이즈는 접지선(0V)에서 만나 서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위상 + 역위상 = 0’이라는 얘기다. 차폐 트랜스도 마찬가지. 차폐 트랜스를 통과한 전원이 정확히 밸런스로 전송되면 이후에도 ‘노이즈 프리’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문제는 2차 권선에서 정확히 탭을 내 +109V, -109V, 0V를 뽑아내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이다.

플릭서와 밸런스 차폐 트랜스

플릭서는 싱가포르 태생의 제임스 소(James Soh)라는 엔지니어가 2014년 탄생시킨 전원 장치 전문 브랜드다. 모 기업은 제임스 소가 한 해 전인 2013년에 설립한 하이파이 오디오 전문 기업 사운드 어페어(Sound Affair). 싱가포르국립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제임스 소는 필립스 싱가포르에서 SACD 플레이어 963SA와 DVP9000SA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고, 오디오 세미컨덕터(Audio Semiconductor)를 거쳐 시러스 로직(Cirrus Logic)에서 오디오 코덱과 DSP 전문가로 활약했다. 그는 또한 9세 때부터 튜바를 연주, 싱가포르 필하모닉 윈드(The Philharmonic Winds)를 창립하기도 했다.

플릭서는 오디오 전원 솔루션에 대한 제임스 소의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에 따르면 전원 장치는 1) 음향 엔지니어링 원칙에 기반해 근본적인 개선이 있어야 하고, 2) 오디오 장비가 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원 장치를 거친 톤(tone)이 중립적이고 순수해야 하며, 3)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플릭서에서는 2014년 5월부터 다양한 전원 장치를 내놓고 있는데 그 간략한 출시 연표는 다음과 같다.

= 2014년 5월 BAC 300 : 밸런스 AC 파워 컨디셔너

= 2014년 10월 BDC : 밸런스 DC 파워 서플라이

= 2015년 2월 BAC 150 / 500 / 800 / 1200 : 밸런스 AC 파워 컨디셔너

= 2016년 1월 Elite BAC 150 / 400 / 3000 : 플래그십 밸런스 AC 파워 컨디셔너

= 2016년 2월 Elite BDC : 플래그십 밸런스 DC 파워 서플라이

= 2016년 8월 Elite BAC 1500 : 밸런스 AC 파워 컨디셔너

= 2016년 9월 Elementa BAC 2500 : 엔트리 밸런스 AC 파워 컨디셔너

= 2016년 9월 Elementa DC Power Supply 2A/4A/6A : 엔트리 DC 파워 서플라이

= 2017년 2월 Signature Power Cord : 밸런스 파워케이블

= 2017년 5월 Elite BAC 3000V : Elite BAC 3000의 타워형 버전

요약하면 1) 플릭서의 주력 제품은 밸런스 전송의 파워 컨디셔너(차폐 트랜스)이고, 2) 밸런스 차폐 트랜스에는 AC/AC 트랜스인 BAC와 AC/DC 파워 서플라이인 BDC가 있으며, 3) 플래그십 모델에는 Elite(엘리트), 엔트리 모델에는 Elementa(엘리멘타)가 붙고, 4) 모델에 붙는 숫자는 전원 용량(W, A)을 뜻한다. 플릭서에서는 특히 차폐 트랜스를 밸런스로 설계하면 접지선에 확실한 0V가 흐르기 때문에 그라운드 루프(Ground Loop) 현상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Elite BAC 3000, 플래그십 밸런스 AC 파워 컨디셔너

너무 에둘러 왔다. 시청기인 엘리트 BAC 3000은 차폐 트랜스 기능에만 올인한 파워 컨디셔너다. 때문에 다운트랜스나 승압 트랜스 기능은 없고 오로지 220V 입력 전원(AC)을 220V 출력 전원(AC)으로 8개 소켓을 통해 분배해줄 뿐이다. 일종의 앰프라 할 액티브 필터도 없고 디지털 필터는 물론 그 흔한 LED 조차 달지 않았다. 8개 출력 소켓을 통해 최대 3000W까지 핸들링할 수 있기 때문에 클래스 A 앰프는 최대 240W까지, 클래스 AB 앰프는 최대 600W까지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외관은 그야말로 심플 그 자체다. 섀시는 알루미늄을 CNC 머신으로 자른 후 블랙 아노다이징 처리, 다시 샌드블라스트로 마감했다. 덕분에 손으로 만지면 매우 매끄럽다. 바닥은 8mm 두께의 알루미늄인데 독일 비플라이 오디오(Bfly Audio)의 인슐레이터 4개가 달려 있다.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후면에는 슈코(Schucko) 소켓 8구와 전원 스위치, 전원 인렛단이 달려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소켓 옆에 새겨진 번호인데, 왼쪽 위에 1번, 아래에 2번, 그 오른쪽에 3번, 그 위에 4번, 이런 식의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2차 권선에서 밸런스로 나온 3개 전선이 이 번호 순서대로 각 소켓을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

노라텔(Noratel) 트랜스포머

역시 핵심은 내부의 트랜스포머 성능과 완성도인데 역시나 노르웨이의 트랜스 명문 노라텔(Noratel) 제품을 밸런스로 특주해 사용하고 있다. 노라텔은 1925년 노르웨이 뤼사케르(현재 본사는 오슬로)에 설립된 전통의 트랜스포머 제작사. 엘리트 BAC 3000에는 노라텔의 노이즈 저감기술인 XQ(eXtra Quiet) 테크놀로지가 투입됐다. 한편 플릭서와 노라텔이 차폐 트랜스로 도넛 모양의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즐겨 쓰는 것은 360도 방향으로 코일을 코어에 감을 수 있고, 구조상 타 트랜스에 비해 용량 대비 크기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 누설 자속이 적어서 누설 리액턴스(leakage reactance), 즉 전기 전송의 방해 성분이 낮다는 이점도 있다.

ABA 테스트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에서 진행된 시청은 ABA 테스트로 진행했다. 먼저 플릭서 제품을 투입한 상태에서 듣고(A), 일반 멀티탭에 각 오디오 기기 전원을 꽂은 상태에서 들은 다음(B), 다시 플릭서 제품을 투입해 들은 것(A)이다. 소스기기는 에어의 디지털 허브 QX-5 Twenty, 앰프는 매킨토시의 프리 C53과 스테레오 파워 MC462를 동원했다. 스피커는 B&W의 802 D3 프레스티지 버전. 이들 기기는 최근 몇 차례 시청을 하고 리뷰까지 썼던 터라 그 사운드에 비교적 익숙한 편이다.

Claudio Abbado, Berliner Philharmoniker

Requiem In D Minor, K.626 3-2. Sequenz. Tuba Mirum In B Flat Major

Mozart: Requiem

엘리트 BAC 3000 6,7,8번 소켓에 각각 에어, 매킨토시 프리, 파워 전원 케이블을 꽂은 상태에서 룬 타이달 음원으로 ‘축배의 노래’를 들었다. 첫인상은 음의 감촉이 뽀송뽀송하고 고우며 노이즈가 정말 낮다는 것. 뒤로 펼쳐지는 무대의 공간감과 성악가들과 앞에 위치한 오케스트라의 거리감도 잘 느껴진다. 배경이 워낙 조용하고 깨끗하다 보니 바리톤과 테너의 음색 구분은 일도 아니고 심지어 목소리에서 윤기마저 난다. 해상력과 입자감, 정숙도가 돋보이는데, 이는 예전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파워케이블에 붙은 접지선을 벽체 콘센트 접지단에 연결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이어 멀티탭에 직결해서 들어보면, 바리톤 음색이 낯설 만큼 거칠고 딱딱해진 모습이 확연하다. 투바와 바리톤이 따로 논다는 인상도 있다. 밀도감도 약해서 군데군데 성긴 모습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음이 싱싱하지가 않다. 다시 플릭서 차폐 트랜스를 투입하면, 맑고 리퀴드한 음이 위로 쭉쭉 뻗는다. 선명하고 또렷한 데다 먼지 한 톨 날리지 않는 것 같다. 비 온 다음날 먼 산을 바라보는 것 같다. 체감상 오디오적 만족도가 150%나 좋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Nils Lofgren - Keith Don’t Go

Acoustic Live

첫 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깜짝 놀랐을 만큼 파워앰프의 트랜지언트 능력이 대단하다. 수십 번은 들었던 곡인데 이렇게나 일렉 기타의 실체감이 느껴지는 것은 거의 손에 꼽을 만하다. 서슬 퍼런 음이 필자 바로 앞에서 튀어나온다. ‘역대급’ 정도가 아니라 그냥 ‘넘버 원’ 수준이다. 스피커는 이미 사라졌고, 기타와 보컬만이 무대 중앙에 있다. 똑 부러지고 분명하며, 야무지고 단단한 음이다. 그런데도 쓸데없이 강하다거나 경직되었다는 느낌도 없다. 기타에서 음들이 마치 용접 불꽃처럼 팍팍 튀어나온다. 대단한 에너지감과 디테일이다.

이어 멀티탭에 직결해서 들어보면, 곡 처음을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쳤을 만큼 약하고 둔해졌다. 엣지감이 없어진 것이다. 그냥 평범한 음이 되어버렸다. 기타 톱을 손바닥으로 쳐서 내는 사운드의 타격감이나 음의 뻗침, 에너지감 모두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결국 노이즈 플로어가 플릭서 차폐 트랜스 때에 비해 상당히 올라갔다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니 이 곡에 담긴 모든 마이크로 디테일이 죽어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멋진 오작교가 볼품없는 징검다리로 변해버렸다. 다시 플릭서 차폐 트랜스를 투입하면, 관객 환호소리부터 다르더니 음의 선명함과 또렷함 레벨이 아예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놀라운 변화다.

Michael Stern, Kansas City Symphony 

Introduction et rondo capriccioso in A Minor, Op. 28, R. 188

Saint-Saens:Symphony No. 3

엘리트 BAC 3000을 투입해서 들어보면, 바이올리니스트의 코로 숨 쉬는 기척과 오케스트라의 잔잔한 배음이 모두 포착된다. 바이올린과 연주자를 둘러싼 공기감, 바이올린의 통울림도 잘 느껴진다. 3분 19초 무렵, 쾅 터뜨려주는 대목도 엄청나다. 이 곡에서는 모래가 아니라 밀가루를 집어넣은 포대처럼 폭신폭신하고 빽빽한 음의 밀도에 크게 감탄했다. 이어 멀티탭 직결로 들어보면, 거의 모든 음들이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다. 축구로 비유하면 폼이 갑자기 안 좋아졌다고나 할까. 음량이 높아지는 대목에서도 연주자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인상도 받았다. 다시 플릭서 차폐 트랜스를 투입하면 기대했던 그대로 선도가 아주 높은 음이 나온다. 밸런스 전원 전송과 확실한 접지 기준점이 마련돼 거의 모든 노이즈가 휘발된 덕분일 것이다.

Anette Askvik - Liberty

Liberty

“뭐야? 이 베이스는?” 첫 음이 들리자마자 청음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그만큼 베이스와 드럼, 일렉 피아노, 색소폰의 실체감이 장난이 아니다. 첼로는 “이렇게 굵어도 되나?”라고 적었을 만큼 바닥을 박박 기고, 색소폰의 양감은 스피커를 터트릴 만큼 크게 부풀어 올랐다. 피아노 고음은 청명하면서도 강렬하다. 이어 멀티탭에 직결해 들어보면, 처음부터 음이 얌전해졌고 노이즈 플로어가 올라간 때문인지 각 악기들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좀 전 필자의 가슴과 배를 뒤흔들었던 손아귀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엘리트 BAC 3000으로 들어보니, 변화가 확실하다. 그것은 ‘단정하다, 색 번짐이 없다, 임팩트가 있다, 디테일과 분해능이 돋보인다’였다. 보컬은 깨끗하고 첼로는 군더더기 없이 더 밑으로 처박히며, 색소폰의 입김은 훅 거세고 뜨겁게 다가온다.

총평

워낙 변화가 큰 탓에 이 밖에도 여러 곡을 신기해하며 들었다. 콜레기움 보칼레가 부른 바흐 B단조 미사의 ‘Cum Sancto Spiritu’는 확실히 플릭서 엘리트 BAC 3000을 투입했을 때 합창단원 수가 늘어났고 단원들 전부가 보다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듯했다. 룸 어쿠스틱이 좋은 성당으로 자리를 옮긴 듯도 했다. 플라시도 도밍고와 일레나 코트루바스가 부른 ‘축배의 노래’는 플릭서 차폐 트랜스를 빼버리자 마치 CNC 밀링을 한두 단계 생략한 듯한 거친 음이 나와 버렸다. 혓바늘이 돋은 듯 음에서 까칠한 느낌이 드는 점도 안타까웠다.

정리해본다. 플릭서의 엘리트 BAC 3000은 노이즈 격리라는 차폐 트랜스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전원 장치로 보인다. 해상력과 마이크로 디테일, 공간감(이상 디지털 허브, 프리앰프), 에너지감(파워앰프)이 높아지고 노이즈 플로어가 낮아진 점이 그 확실한 증거다. 또한 차폐 트랜스도 밸런스 설계를 하면 음이 너무나 선명하고 깨끗해지는 것을, 마치 접지 대책을 잘 세워진 시스템에서 듣는 것처럼 바뀐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사실, 차폐 트랜스에 꽂은 파워케이블 라인선과 중성선에서 각각 +109V와 -109V가 찍히는 모습 자체를 처음 봤다. 트랜스 떨림? 1도 없었다. 만약 자택 시스템에 투입, EGA 차폐 트랜스와 1 대 1 비청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몹시 궁금하기만 하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