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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디오 리뷰는 처음이었다. 턴테이블과 포노스테이지, 그리고 이 둘을 수납한 오디오 랙까지 동시에 리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턴테이블에는 톤암과 옵션인 배터리 전원부가 포함됐고, 포노스테이지는 아예 처음부터 전원부가 분리형이다. 결국 한 브랜드에서 내놓은 총 6개 기기를 듣고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캐나다 크로노스 오디오(Kronos Audio)의 CAS(Complete Analog System). 말 그대로 아날로그 재생을 위한 완전체 시스템이라는 것인데, 1) 크로노스 프로(Kronos Pro. 턴테이블), 2) 블랙 뷰티(Black Beauty. 톤암), 3) SCPS-1(턴테이블 배터리 전원부), 4) 레퍼런스 포노(Reference Phono. 포노앰프), 5) 프리앰프 전원부, 6) 레퍼런스 랙(Reference Rack. 랙)으로 짜였다.

이 시스템에 일본 직스(Zyx)의 얼티밋 오메가(Ultimate Omega) MC 카트리지를 장착해 독일 옥타브(Octave)의 프리파워(Jubilee Pre, Jubilee 300B Mono), 독일 아방가르드(Avantgarde Acoustics)의 스피커(Trio Luxury Edition 26 + BassHorn XD)로 들었다. 가격대와 매칭 변수를 감안하면 평소 자주 접하기 힘든 조합인 것만은 분명하다.

크로노스 오디오는 왜 전용 랙까지 만들었나

이들 시스템을 접하면서 먼저 든 궁금증은 왜 크로노스 오디오는 굳이 전용 랙까지 만들고, 왜 CAS라는 말까지 만들어냈을 만큼 ‘완전체 아날로그 재생 시스템’을 염원했을까, 하는 점이다. 제품 발표 순으로 보면 턴테이블(Kronos Pros, Spartan, 0.5), 톤암(Black Beauty, Helena), 옵션 전원부(SCPS-1), 포노스테이지(Reference Phono), 전용 랙(Reference Rack)이다.

필자가 파악하기에 그 핵심은 ‘진동 및 공진 제거’다. 잘 아시는 대로 LP 재생은 진동에 살고 진동에 죽는다. 카트리지의 스타일러스가 LP 그루브에서 음원 정보를 캐낼 수 있는 것은 스타일러스가 그루브 폭과 깊이에 따라 ‘진동’한 덕분이다. 더욱이 이 진동은 ‘미세한 운동에너지’에 불과하고, 이를 코일과 마그넷의 협업으로 원 음악 신호로 복원해도 그것은 ‘미세한 전기에너지’에 다름 아니다. MC 카트리지에서는 많아야 0.5mV 전압밖에 안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LP 재생 시스템(카트리지, 톤암, 턴테이블, 포노케이블, 포노스테이지)은 무엇보다 이 미세한 운동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목숨처럼 지켜야 한다. 크로노스 오디오는 이를 위해 2개의 플래터가 서로 역방향으로 도는 서스펜디드 턴테이블을 개발했고, 트래킹 에러가 0.0135%에 불과한 톤암을 만들었으며, 배터리 전원부(턴테이블)와 별도 전원부(포노스테이지)를 통해 전자기장 및 전원 노이즈를 격리시켰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인터뷰를 했던 루이 드자르댕(Louis Dejardins) 크로노스 오디오 대표는 ‘진동 및 공진 제거’라는 말을 수없이 했다.

“턴테이블은 2개 플래터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감으로써 섀시의 진동을 상쇄시킨다. 또한 흔들거리는 서스펜디드 턴테이블이 오히려 섀시가 단단하게 고정된 리지드 턴테이블보다 진동 제어에 유리하다.”

“포노앰프에서 섀시는 매우 중요하다. 포노앰프에서는 60~66dB 게인(증폭)이 이뤄지기 때문에 매우 작은 공진도 섀시를 통해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사운드 오브 섀시’(sound of chassis)라는 것이다. 포노앰프 섀시를 특별히 알루미늄 구리 합금 재질로 만든 이유, 포노앰프 섀시의 4개 기둥에 턴테이블에 투입된 것과 동일한 서스펜션 모듈이 적용된 이유다.”

하지만 루이 드자르댕 대표는 턴테이블과 톤암, 포노스테이지만으로는 완전체가 될 수 없으며, 이들은 반드시 자신이 만든 오디오 랙에 수납돼야 한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 같다. 포노스테이지 본체와 SCPS-1 전원부 양 측면에 이미 랙과 연결을 전제로 한 볼트 구멍이 뚫려 있는 점이 그 증거다. 올해 5월 뮌헨 오디오쇼에서 첫 선을 보인 레퍼런스 랙은 4개 기둥에 서스펜션 모듈을 투입, 턴테이블과 포노스테이지, 2개 전원부에서 발생하는 2차 진동과 공진을 흡수하고, 바닥에서 기어올라는 외부 진동을 차단시킨다.

Kronos Pro 턴테이블

크로노스 프로는 2015년 250대 한정 생산됐던 크로노스 250 리미티드 에디션(Kronos 250 Limited Edition)의 양산 모델. 첫눈에 봐도 강고하고 늠름한 섀시 디자인과 유저 친화적인 인터페이스가 돋보인다. 무게가 무려 41kg이나 나간다. 이 턴테이블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2개의 플래터가 서로 역방향으로 회전, 서스펜디드 턴테이블의 취약점으로 지목됐던 뒤틀림(torsional forces) 현상을 없앤 것이다.

턴테이블 앞면에 나있는 2개의 표시창은 이 2개 플래터의 회전속도를 표시한다. 왼쪽이 위 플래터, 그러니까 실제 LP가 놓이는 플래터의 회전속도, 오른쪽이 아래 플래터, 그러니까 위 플래터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감으로써 섀시의 진동을 상쇄시켜주는 플래터의 회전속도를 표시한다. 동일한 회전속도가 관건인 만큼 CPU로 제어되는데, 실제로 33 1/3 회전 LP를 돌려보면 두 표시창에 '33.3'이 뜬다. 두 플래터를 돌리는 것은 스위스제 DC 모터로, 각 플래터를 2개의 실리콘 밴드가 돌린다.

서스펜디드 섀시 자체도 꼼꼼하게 설계됐다. 개당 14kg이나 나가는 무거운 플래터가 2개나 얹힌 섀시이지만, 네 기둥 곳곳에 박힌 특수 고무와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24개 링이 전체 시스템을 플로팅시켜 적은 전력으로도 손쉬운 구동을 가능케 한다. 이것이 바로 크로노스에서 말하는 ‘서스펜션 모듈’이다. 플래터는 특수 알루미늄으로 제작됐고 상단에 카본 매트가 부착됐다. 암보드 역시 카본 재질이다.

Black Beauty 톤암

크로노스 프로 턴테이블에는 다른 톤암도 장착할 수 있지만, 루이 드자르댕 대표는 블랙 뷰티 톤암만이 자신의 턴테이블로부터 최고의 성능을 뽑아내준다고 강조했다. 이 톤암은 캐나다 몬트리올의 안드레 테리오(Andre Theriaud) 씨가 크로노스 오디오를 위해 독점 제작하는 12인치 롱암으로, 트래킹 에러가 0.0135%에 불과하고 공진주파수도 8.5Hz에 그친다. 베어링은 유니피봇(uni-pivot) 타입, 암 튜브 재질은 카본. 트래킹 포스, VTA, 아지무스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7~16g 카트리지를 장착할 수 있다.

Zyx Ultimate Omega MC 카트리지

블랙 뷰티 톤암에 장착된 카트리지는 최근 단품 리뷰를 했었던 직스의 얼티밋 오메가 MC 카트리지. 이 카트리지는 기본적으로 0.24mV의 저출력, 2g의 중침압, 4옴의 저임피던스 카트리지이며, 스타일러스는 마이크로 리지 타입의 3um x 60um 다이아몬드, 캔틸레버는 직경 0.3mm의 C-1000 카본, 코일은 직경 0.035mm의 6N OFC 동선을 쓴다. 폴리카보네이트 바디에 카본 터미널 보드, K18 금 터미널 핀을 갖췄으며 무게는 7.9g을 보인다.

정면에 보이는 푸른색 구슬은 카트리지의 무게중심을 정확히 잡아주는 용도. 직스에서는 라피스 라줄리 밸런스 웨이트(Lapis Lazuli Balancing Weight)라고 부른다. 또한 라피스 라줄리라는 보석 자체가 여러 종류의 소달라이트(sodalite. 광물)로 구성돼 있어서 자신에 전해진 카트리지의 불필요한 진동을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위가 아닌 정면,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대신 굳이 광물 보석을 선택한 이유다.

Kronos SCPS-1 턴테이블 옵션 전원부

크로노스 프로 턴테이블은 기본 제공되는 DC 파워서플라이로부터 전원을 공급받지만, 옵션으로 SCPS-1을 중간에 투입하면 저역 재생 품질이 몰라보게 좋아진다. 그 안에 슈퍼 커패시터가 잔뜩 들어간, 일종의 배터리이기 때문이다(Super Capacitor Power Supply). 깨끗한 DC 전원을 매우 낮은 임피던스로 공급해줌으로써 DC 모터의 토크를 향상시키고 전원 노이즈를 더욱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섀시는 항공 등급의 통 알루미늄을 절삭한 후 니켈 도금했다. 설치 사진에서는 포노스테이지 바로 밑에 있어 포노스테이지 전원부로 보이지만 엄연히 턴테이블을 위한 것이다.

Kronos Reference Phono

전원부 분리형 포노스테이지

크로노스 레퍼런스 포노는 2섀시 구성의 포노스테이지다. 덩치가 좀 더 큰 것이 전원부이고, 상판에 진공관 통풍용 구멍 4개가 있는 것이 미세한 LP 출력 신호를 증폭시키는 본체다. 쌍3극관 12AU7과 12AX7을 각각 2개씩, 그리고 MC 신호 증폭을 위한 승압 트랜스를 투입했다. 듀얼 모노로 설계된 전원부에는 6개의 전원 트랜스와 EZ81 진공관을 정류관으로 투입했다. 전원부와 본체 모두 육중한 알루미늄 구리 합금 재질로 섀시를 만든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섀시를 통해 확대되는 공진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포노스테이지 본체 섀시의 4개 기둥에는 턴테이블에 투입된 것과 동일한 서스펜션 모듈이 적용됐다. 전면 패널에는 게인 선택 및 EQ를 위한 2개의 노브가 있는데, 왼쪽의 SUT(Step Up Transformer) 노브로는 MC 승압 트랜스의 승압비를 바꿀 수 있다. 로우는 10배, 하이는 20배다. 오른쪽 노브는 포노커브 EQ를 위한 것으로, +를 선택하면 저역이 늘어나는 대신 고역이 감쇄하고, -는 그 반대다. N은 표준 RIAA 커브 재생을 위한 것이다.

Kronos Reference Rack

크로노스 전용 오디오 랙

개인적으로 지난달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이 오디오 랙의 설치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이 랙이 작정하고 크로노스의 턴테이블과 포노앰프, 2개 전원부 수납을 전제로 만들었다는 것. 크로노스 프로 턴테이블 섀시의 4개 기둥이 오디오 랙 4개 기둥 상단에 꼭 맞도록 설계됐고, 레퍼런스 포노와 SCPS-1 전원부 양 측면에는 오디오 랙 체결을 위한 볼트 구멍이 4개씩 이미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크로노스 레퍼런스 랙 역시 서스펜디드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랙에 수납된 포노스테이지와 그 전원부를 손으로 밀어보면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기기와 랙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공진을 소멸시키기 위한 설계다. 이처럼 랙 자체는 서스펜디드 구조이지만, 포노스테이지와 SCPS-1 전원부 자체는 연결 뭉치를 통해 랙에 단단하게 결합됐다. 위부터 턴테이블, 포노스테이지 본체, SCPS-1, 포노스테이지 전원부 순으로 수납된다.

시청

지난해 말 루이 드자르댕 대표를 인터뷰하는데, 그가 불쑥 필자에게 물어봤다. "왜 오디오를 좋아하나요?" 엉겁결에 "무엇보다 오디오를 통해 1973년의 정경화를 지금 2018년에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맞습니다. '크로노스'가 그리스어로 '시간'을 뜻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크로노스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입니다. 녹음이 이뤄졌던 그때 그곳으로 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번 리뷰 첫 곡은 정경화 LP에서 골랐다. 

정경화

Bach: Violin Partita No.2

Bach. 1975. Decca

처음부터 굵고 진하며 에너지감이 가득한 음이 흘러나온다. 크로노스 프로 턴테이블과 레퍼런스 포노 포노스테이지는 몇 차례 수입사인 씨웍스의 아날로그 라운지 시청실에서 들어봤지만, 레퍼런스 랙이 가세하자 다이내믹 레인지가 보다 늘어나고 배경이 몰라볼 정도로 정숙해졌다. 시스템의 SNR이 높아지니 정경화의 움직임에 따른 미세한 공기 움직임도 포착이 되고, 녹음 장소인 영국 올세인트 교회의 앰비언스도 충분히 느껴지는 것 같다. 저역의 무게감과 두께감, 고역의 쭉쭉 뻗음이야 크로노스 턴테이블과 포노스테이지의 트레이드 마크이고, 광활한 사운드스테이지와 정교한 음상은 블랙 뷰티 톤암과 얼티밋 오메가 카트리지가 빚어낸 합작품이라고 해도, 음들이 말쑥하고 홀톤까지 안개처럼 다가오는 것은 이들을 수납한 레퍼런스 랙의 공이라 할 수밖에 없다. 

Elvis Presley - Little Sister

Elvis Golden Records Vol.3. 2013 리이슈. RCA Victor

지난해 루이 드자르댕 대표와 재미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크로노스 프로 턴테이블의 하단 플래터를 정지시킨 상태에서 똑같은 LP를 들었을 때, 그리고 명함 수십 장을 턴테이블 섀시 중간에 끼워 넣어 자연스러운 흔들림이 없는 리지드 턴테이블로 만들어 역시 똑같은 LP를 들었을 때 음질을 각각 AB 테스트한 것이었다. 결과는 누가 들어도 곧바로 알 수 있을 만큼 변화가 극심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의 감소, 파워의 약화, 무대의 평면화였다. 턴테이블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 역시 너무나 소극적으로 변했던 것이다. 그때 테스트에 나섰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이 곡을 이번 시스템에서 틀자, 보다 싱싱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재생음, 음원의 원초적 에너지가 보다 가득한 재생음이 흘러나왔다. 보컬과 악기의 분해능, 무대의 깊이와 디테일은 어쩌면 기본. 사운드스테이지가 넓은 데다 반주 악기가 유난히 잘 들리는 것을 보면 이번 아날로그 시스템이 정보량 복원 과정에서 일절 손실이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J.J.Johnson - Blue Nun

J.J.Johnson. 1981. Pablo Today

음들이 미끈하게 빠져나온다. 무대를 점령한 재즈 악기들이 그야말로 삼지사방에서 출몰하고, 특히 색소폰이 빚어내는 거친 숨결과 단단한 에너지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고음을 뱉어내는 트럼펫은 무기질에 무표정한 악기가 아니라, 뜨거운 피가 흐르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드럼 솔로는 트램펄린 같은 탄성을 자랑했다. 두 악기 모두 대단한 실체감을 선사했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하면 평소 디지털 파일이나 스트리밍으로 듣는 이 곡은 한없이 얇고 가볍기만 했던 것 같다. 진동과 공진 컨트롤에 올인한 아날로그 풀 시스템에서는 과연 이 정도의 두께와 무게가 펼쳐진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턴테이블과 포노스테이지 전원부를 모두 분리한 설계도 신의 한 수라고 본다. 

Gennady Rozhdestvensky, Bolshoi Theatre Orchestra

Prelude, Dance

The Carmen Ballet. 1968. His Master's Voice

1968년 '히즈 마스터즈 보이스' 시리즈로 발매된 오리지널 LP인데, 처음 들리는 종소리의 원근감부터가 '대박'이다. 녹음 공간의 분위기와 공기감, 각 악기들이 앞뒤로 차곡차곡 레이어를 쌓아가며 등장하는 모습, 앞에 나온 음들이 재빨리 사라져서 뒤에 나오는 음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모습이 대단하다. 팀파니 스킨의 질감 역시 징그러울 정도로 생생하고, 광폭의 다이내믹 레인지는 '이러다 LP에 구멍이 나는 것은 아닐까' 싶을 만큼 무지막지했다. 평소 듣던 디지털 음원과는 레벨 자체가 다른 느낌. 트랜지언트, 다이내믹스, 음수, 원근감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비교가 되지를 않는다. 스피커가 아니라, 그냥 현장에서 실물 악기로부터 나는 음을 온몸으로 듣는 듯했다. 침투력이 대단한 음이었다. 

총평

턴테이블 제작사에서 전원부 분리형 포노스테이지까지 만든 것에 한 번 놀랐고, 심지어 이들 모두를 수납할 수 있는 전용 오디오 랙을 내놓은 것에 두 번 놀랐다. 게다가 단지 기기를 각 단에 올려놓는 수준이 아니다. 턴테이블은 상단 4 기둥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올려지고, 포노스테이지와 SCPS-1은 축면에서 연결 뭉치를 통해 단단히 고정됨으로써 일종의 공중부양 효과를 누린다. 이런 랙에 수납된 턴테이블과 포노스테이지는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진동과 공진에서 자유로워진 이들은 어떤 LP를 만나서도 그루브 안에 새겨진 거의 모든 정보를 긁어 변환하고 증폭해서 프리앰프로 넘겨주는 책무를 멋지게 수행했다. 그 결과는 전기신호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실체감이 분명한 음, 시청실 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넓고 깊숙한 무대였다. 진동과 공진 컨트롤에 관한 한 아날로그 완벽주의자의 상상이 비로소 현실이 됐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