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um 9 Resonator : Hifistay Centum Nine -음악의 공기를 바꾸다.

Hifistay Centum Nine -음악의 공기를 바꾸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

저는 자동차를 좋아합니다. 음악을 인생 깊이 애정하며 매일 흰 종이를 채워주는 만년필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제 20대를 쓸데 없이 바삐 만들어준 사진, 그리고 최근에는 기계식 시계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왜 좋아하느냐는 스스로의 물음에는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평생 꿈 꾸는 시계가 하나 있습니다. 롤렉스의 오이스터 퍼페츄얼 익스플로러죠. 최초로 에레베스트에 등정한 탐험가의 시계라는 뻔한 이야기부터(실제로 최초는 아니었다고 합니다만) 단순하고 완벽함이 주는 미학, 내구성과 무브먼트의 신뢰성, 브랜드의 가치, 최초의 탄생부터 변치 않는 디자인 철학까지… 생각의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 보았지만 그럼에도 이것들이 익스플로러에의 동경에 대한 모든 이유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좋아함을 넘어 사랑하게 됨에는 어떤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좋기 때문에 좋습니다. 어쩌면 이유 없이 무언가를 좋아하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하이파이스테이 센텀 9(Hifistay Centum Nine Resonator)>

센텀 9 레조네이터는 오디오 진동 제어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하이파이 스테이의 신제품입니다. 기기나 스피커 위에 올려놓는 하이엔드 진동제어 제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이파이클럽의 김편 선생님, 오사모 마티님과 제주 카오디옹님 리뷰를 통해 그 성능은 익히 들었지만, 막상 제가 사용하게 되면서 덜컥 겁이 났습니다. [1,2,3] 제 청력이나 시스템의 한계로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Omni60과 Sol80에서도 경험했듯이 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4,5]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자신은 다만 완벽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할 뿐이라던 인터뷰를 기억합니다. 주제 넘는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오디오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시스템을 통해 완벽에 조금 더 가까워질 뿐이고, 사실 그 완벽함의 기준과 방향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제 하이파이 시스템은 여기까지라고 구분지었던 경계를 한 걸음 더 넘어서면서 오디오란 끝이 없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음악의 공기가 바뀌었다.’

하이파이 스테이 센텀 9이 제 시스템에 불어넣은 변화에 붙이고 싶은 이름입니다.

<하이파이스테이 센텀 9의 메카니즘>

하이파이스테이 센텀 9을 실물로 보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고강도 스레인리스 스틸 위에 새겨진 아름다운 마감 때문입니다. 곱게 폴리싱된 케이스 상단에 흩뿌려진 Sunburst Pattern은 각도에 따라 무지개 빛을 보입니다. 이는 손으로 만져봐도 어떤 요철도 느껴지지 않았는데요, 아마도 Sub-Micrometer 수준의 정밀 가공이 된 결과로 추측합니다. (동사의 하이엔드 오디오 랙에서도 이러한 초정밀 가공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완벽함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붙여진 ‘Centum’ 이란 이름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센텀 9의 단면을 보면 동사가 자랑하는 Swing Mechanism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진자 운동(Pendulum Movement)를 통해 오디오에 악영향을 주는 진동을 운동 에너지로 변환하여 자연스러운 소멸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센텀 9은 하이엔드 제품 답게 Multi-Layered Swing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진자 운동은 위 그림과 같이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 사이에서의 에너지 교환이 이루어지는 에너지 보존 법칙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6]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마찰 등으로 인한 손실이 있으므로, 감쇠운동(Damped Oscillation)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7]

하이파이스테이 센텀 9은 앰프 상단의 뒷 부분에 올리고 시청했습니다. 자세한 청음 환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피커: 사운드포럼 특주 Praha(Scan-Speak D3004/6640, Audiotechnology 18H52, Eton 11-581/C8/50)

-앰프: Waversa W AMP 2.5mk2

-소스: Aprilmusic Eximus CD10, Simon Audio D30 DAC(Macbook Pro with Audirvana&Tidal)

-전원 케이블: 네오복스 첼리비다케, Power Strada 308, LS Cable Power Priority Noble Plus

-인터 케이블: 네오복스 오이스트라흐 레퍼런스(XLR)

-디지털 케이블 : 네오복스 첼리비다케(Coaxial)

-스피커 케이블: 네오복스 첼레비다케

-시청 공간: W X D X H = 2.9m X 4.3m X 2.3m

센텀 9은 추억의 책장을 뒤로 넘겨 까까머리 학창 시절을 소환했습니다. 재생 용지 위에 연필로 글씨를 쓰면 또각 또각 거리던 소리를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갱지와 연필, 그리고 책상이 만나 울리는 특유의 음색이 선연하게 떠올랐습니다. 책상의 나무 무늬를 따라 글씨를 쓰다보면 마치 스타일러 팁이 Vinyl Groove 위를 지나가듯 소리를 내는 것만 같습니다. 수업 시간에 필기를 하다가도 문득 또각 거리는 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된 적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무대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약음 포착력이 센텀 9으로 인한 변화였습니다. [8, 9]

랑랑과 고티에 카퓌송의 를 들으면, 볼륨을 더 올리게 됩니다. 대음량에서 소란스러워지지 않는 안정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노이즈는 걸러진 채 Ambiance와 Reverberation 등 음악적 약음 신호만 정확히 증폭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앰프 위에 놓인 센텀 9을 치우는 A/B Test를 하면 더 분명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랑랑의 의 4분 10초경부터 시작되는 마지막 음표는 맥놀이처럼 무대 위에서 울리는데, 그 끝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정명훈의 음반을 들어봅니다. 스스로 피아니스트는 이제 아니라며 겸손하게 말하는 정명훈. 그가 손녀 손자를 위해 준비했다는 음반은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슈만의 어린이 정경, 아라베스크, 쇼팽의 녹턴,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등 친숙한 곡들에서 타건음이 동심원을 그리며 공간을 넉넉히 채웁니다. 공기 입자가 모이기도 했다가 흩어지는 시각적 효과가 돋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인디밴드 담소네 공방을 들어봅니다. ‘친구’, ‘마음 다해 사랑하는 일’에서 마이크의 감도가 좋아진 듯 Ambience가 생생해집니다. ‘잘 지내길 바래요’에서는 공기에도 표정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명 위로 일렁이는 먼지들, 마이크 위로 쏟아지는 비말 등을 느끼면서 말이죠.

취향은 경험을 따라 익어가고 ‘좋다’와 ‘나쁘다’ 사이에는 무지개 빛처럼 무수한 스펙트럼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분석적 비평이 시작되는 단계라고 할까요? 오디오의 바꿈질과 그 미시적 효과를 낱낱이 따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경계를 넘었을 때 ‘Wow’라는 감탄만 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그저 좋아서 좋습니다. 그동안 네모진 화면을 통해 바라본 풍경이라면 지금은 음악의 현장으로 내가 뛰어든 것만 같습니다. 때로는 콘서트 홀, 라이브 무대, 소극장, 스튜디오 속으로... 하이파이스테이의 센텀 9을 통해 음악의 공기를 느껴봅니다.

[1]김편 선생님 ‘하이파이스테이 센텀 9 리뷰’

https://m.blog.naver.com/kimkwmy/222266032483

[2]마티님 ‘하이파이스테이 센텀 9 리뷰’

https://m.blog.naver.com/matiari/222306419499

[3]제주카오디옹님 ‘하이파이스테이 센텀 9 리뷰

http://naver.me/FwnYcv2Z

[4]하이파이스테이 Sol80 리뷰

http://naver.me/F3eXQ8JC

[5]하이파이스테이 Omni60 리뷰

http://naver.me/IG4tUyyg

[6]A simple harmonic oscill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