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Finite Elemente] 오디오 과학의 결정체 파고다에디션

이종학 2010-01-1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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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라, 옥타브, 에소테릭, 오디오피직, B.A.T, 보우 테크놀로지, 다빈치, 마란츠, 앙상블, 임메디아, 린데만, 망거, mbl…. 그리고 마이클 프레머에 이르는 이 리스트의 공통점은? 아주 간단하다. 모두 피니트 엘리먼츠(이하 FE)의 랙을 사용하고 있다. 독일에서 나온 이 신생 브랜드의 랙이 이토록 짧은 시간에 폭넓은 전파가 이뤄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 또한 간단하다. 음질에 좋으니까.

이렇게 쓰면, 아니 세상에 한참 케이블이니 뭐니 하다가 이제는 랙까지 들먹이냐 라고 언성을 높일 분도 계시겠다. 충분히 이해한다. 필자 또한 비교 테스트를 하기 전까지는 이 정도로 음에 영향을 끼칠 줄 몰랐으니 말이다. 물론 랙이 제일 먼저 관여하는 것은 진동에 대한 부분이다.

좀 더 오디오적으로 말하면 공진의 영역까지 다루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오디오 기기들은 이런 공진에 대한 대응책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새시를 설계하거나 특별히 스파이크를 박거나 해서 기본적인 조치는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FE에 올려놓으면 할 말을 잊게 한다. 이 모든 고안이 실은 인사치레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마치 처음 파워 코드의 교체를 통해 받은 충격에 버금가는 강도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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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서 사명으로 내건 '피니트 엘리먼츠'라는 게 대체 무슨 뜻인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은 이것은 FEM(Finite Element Method)라는 기술에 관계되어 있다. 이는 일종의 수학으로써, 복잡하게 얽힌 부분적인 비균형 상태를 적절한 계산을 통해 균등 상태로 전체를 일정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이를 PDE(Partial Differential Equations)라고 하는데, 이는 비균형적인 요소를 제거하거나 혹은 다른 요소로 보상하면서 이뤄진다. 말은 쉽지만, 그 방법론은 복잡하기 짝이 없는데다가, 본격적인 수학에 들어가므로 이쯤 해두자.

처음 FEM을 내건 이는 알렉산더 흐레니코프(1941년), 리차드 코런트(42년) 등이 꼽힌다. 서로 방법론은 달랐지만, 복잡한 현황을 보다 단순하게 처리하자는 개념에서 '요소'(element)라는 개념을 도입시킨 부분은 일치한다. 여기서 피니트라는 단어를 붙인 것은, 그것을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요소가 아닌, 구체적이고 유한한 요소로 요약하자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 1950년대에 이 FEM은 큰 발전을 이루게 되어, 이를테면 에어프레임, 그러니까 엔진을 제외한 기체에 대한 연구라던가 구조 분석 등에 도입되었다. 특히 65년부터 나사(NASA)가 본격 개입해서 큰 전진을 이뤘고, 73년에 스트랭 & 픽스라는 두 저자가 공저로 쓴 『An Analysis of the Finite Element Method』라는 바이블이 나오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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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FEM이 제일 많이 쓰이는 부분은 자동차 산업이다. 이른바 충돌 테스트를 할 때, 예전에는 더미까지 앉혀서 직접 벽에 충돌시켰지만, 지금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대신하고 있다. 그만큼 FEM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또 하나는 기상청을 들 수 있는데, 일기예보가 대표적이다. 즉, 전 지구의 기상 상태를 종합해서 다음의 구체적인 예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 외에 항공, 바이오 등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분야가 열역학, 유체역학, 전자기 등으로 확대되어 드디어 오디오의 랙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FE의 랙이 유니크한 것은, 이런 고도의 수학과 연산 그리고 소프트웨어 등을 응용해서 구체적인 솔루션을 갖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서 왜 파고다(Pagode)라는 이름을 갖고 본기가 나왔는지 잠깐 추정해보자. 우리가 흔히 파고다라고 부르는 것은 불교 사원의 탑을 가리키는 것으로, 흔히 불타나 그 제자의 유골, 의복 등을 넣어두거나 불교 경전, 불상 등을 안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탑을 쌓는 공법에서 진동이나 여러 역학적인 부분의 고려가 많아, 이를 기준으로 본기를 제작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부른 것이다. 참고로 원어 'Pagode'는 포르투갈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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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FE는 네 종류의 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전술한 오디오 랙부터 각종 액세서리, 모듈 LS 스피커 시스템 그리고 모듈 퍼니처 시스템. 실은 이미 뮌헨 쇼에서 이들의 라인업이 총 망라된 부스를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거니와, 소리도 소리지만 일종의 가구와 오디오가 엮여서 토털 인테리어로 다가오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러므로 FE를 단순한 랙 회사로 판단하면 좀 곤란한 것이다. 소리로 말하면, 지극히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며, 밸런스가 좋았다고 기억한다.

파고다 시리즈는 크게 세 개로 나뉜다. 하나는 예전에 소개된 마스터 레퍼런스 시리즈와 마스터 시그너쳐 시리즈고 또 하나는 지금 리뷰할 마스터 에디션 시리즈다. 디자인만 보면 마스터 레퍼런스의 경우 두툼한 두께를 가졌다면, 이번 에디션 시리즈는 특주 마감인 Makassar 라커 마감으로 좀 얇은 두께를 가졌고 또 앞에 알루미늄이 덧대어 있으므로 금세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오디오 랙에 구체적으로 FEM 테크닉이 어떻게 쓰였을까 잠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강도와 경도 등을 비주얼화해서 무게, 소재, 비용 등을 절감하는 게 목표다. 즉, 무턱대고 무겁고 단단하게 만든다고 해서 오디오의 진동이라는 요소를 잡을 수는 없는 것이고, 상업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진동 역학의 전문가인 도르트문트 응용과학 대학의 보르헤르트 교수를 초빙, 레조네이터 테크놀로지를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이미 창업자인 브로크호프와 페르난데스가 전문가인 데다가 교수까지 더해졌으니, 이 세 사람의 협동이 어떤 효과를 얻었을지는 충분히 상상하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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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기의 구조는 얼핏 보면 단순하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볼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제일 중요시되는 재질을 보면, 캐나다산 단풍나무가 쓰였다. 그러나 여러 가공 처리를 해서 최대한 진동을 흡수할 수 있는 선반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강도의 향상 및 댐핑 테크놀로지의 놀라운 증가를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비자성체 소재와의 조합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상당한 호평을 받은 전작을 능가해야 한다는 부담도 대단했으리라 보인다. 그 결과 숱한 시행착오를 반복한 바, 이를테면 랙과 기둥을 연결시키는 사이드 스파이크의 경우 수 천 번의 테스트 끝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또 바닥에 박은 스파이크 역시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단품으로도 상당한 가격이 책정된 제품이다.

한데 이런 기능성이 뛰어나면서도 일반적인 오디오 랙에 비해 경랑화를 이룩한 것은 전술한 FEM 테크놀로지의 승리이며, 이는 이 회사의 독자적인 노하우가 얼마나 상당한지 역설적으로 짐작하게 한다. 하긴 위에 언급한 숱한 오디오 회사며 평론가가 쓸 정도면, 그 자체만으로도 별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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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필자의 관심은 과연 이 가격표를 달 만한 효과가 있느냐 인데, 이 부분에서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았다. 왜냐하면 오디오 컴포넌트에 각각 양질의 파워 코드를 달고, 수준급의 인터 커넥터를 연결했을 때의 음이랄까 느낌이 진득하게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어지간한 케이블 하나에 1천만원을 호가하는 지금, 본기의 퀄리티는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번 제품의 시연을 위해 앰프는 제프 롤랜드의 신작 컨티늄 인티 앰프가 쓰였고, 스피커는 B&W 노틸러스 800D가 동원되었다. 한편 소스는 에소테릭의 P03 & D03이 동원되었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랙 환경에서 사용한 후, 앰프 및 소스 순으로 본기에 올려서 차이를 시험했다. 그 결과는 거의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참고로 시청 CD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No. 24" 에프게니 키신(p)

-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야나인 얀센(vl)

- Miles Davis with Gil Evans "Summertime"

- 이글스 "Take the D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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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키신을 들어보면, 앰프만 올릴 경우 저역이 놀랍도록 안정되면서 밸런스가 좋아진다. 공격적인 현악군의 음이 단정해지고, 관악 쪽도 들뜨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차분해지면서, 살집이 좋아지고, 디테일이 살아난다. 특히 팀파니를 두드리는 부분에서 음이 퍼지지 않는다. 피아노도 상당히 울림이 좋아져서, 잔향이 놀랍도록 피어난다.

이어서 소스까지 랙에 올리니 음의 풋워크가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 사뿐사뿐 기분 좋은 음이 나온다. 스피드도 나아져서,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이나 피아노를 두드리는 손놀림이 더욱 활기차게 다가온다. 정위감이나 해상도 면에서도 놀라운 발전이 있을 뿐 아니라, 사운드 스테이지도 좀 더 커진 느낌이다. 여러 면에서 괄목할 만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얀센의 경우, 앰프만 올려도 바이올린의 음색이나 에너지에서 확연한 차이가 발생한다. 말하자면 여성적인 면이 부각되어 좀 더 요염해지고, 섬세해졌다고나 할까? 오케스트라의 움직임도 절묘해져서, 강하게 몰아칠 때와 작게 백업할 때의 차이가 좋고, 솔로 연주자의 손가락 움직임도 보다 정치하게 다가온다. 고역이 순화되면서 디테일이 살아나고, 저역의 깊이도 몰라보게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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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소스까지 올리니,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곡 자체가 갖고 있는 오리지널리티가 살아난다고 할까? 이를테면 비장하고 스산한 기운이 감돌면서 한 차원 높은 음악성이 발현된다. 바이올린으로 말하면, 살집이 붙으면서 독특한 찰기가 나오고 힘과 기교의 적절한 조화가 감지된다. 해상도로 말하면 SD급에서 HD급으로 진화한 듯하다. 과장해서 말하면 악단의 멤버 하나하나를 다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그 만큼 여러 면에서 확실한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있다.

마일스를 들어보면, 이런 순차적인 음질 향상이 더욱 리얼하게 다가온다. 일단 앰프만 올려도, 마일스다운 연주가 나온다. 뮤트 트럼펫에 두께감이 더해지고, 톤의 조절이나 리듬 체인지 등이 일목요연하게 다가온다. 배후의 악단도 역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바, 좌우에서 번갈아 출몰하는 브라스 군의 백업이라던가, 심벌즈가 더욱 찰랑찰랑해진 드럼의 존재 또 더블 베이스의 기분 좋은 라인 등이 확실히 부각된다.

이제 소스까지 올려보니 더욱 재즈다운 재생이 된다. 무엇보다 마일스의 트럼펫이 다르다. 이제는 손가락 및 블로잉의 미세한 움직임과 기교가 포착되어, 섬세하게 음을 다듬는 부분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베이스나 드럼의 저역부가 더욱 튼실해져서, 이렇게 저역이 좋아진 만큼 중고역의 해상도도 자연스럽게 개선된다. 곡이 갖고 있는 약간의 느슨하면서 관능적인 부분을 제대로 표현해서, 음악성이라는 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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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글스를 들어보자. 앰프만 올려봐도 차이가 확 난다. 초반의 킥 드럼이 일체 퍼지지 않고, 적절한 펀치력으로 다가온다. 어쿠스틱 기타만 해도 강하게 긁지만 않고 때론 부드럽게 긁는 부분도 나온다. 베이스 기타로 말하면 퍼진 음이 아닌, 적당한 텐션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록 특유의 파괴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밸런스가 좋아져서 전체 악기 구성의 짜임새가 꽤 좋아졌다.

이윽고 소스까지 올려놓으니 더 할 말이 없다. 해상도가 좋아지고, 악기와 보컬의 음 끝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바뀌어서 일체 귀를 자극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대역이 넓어져서 킥 드럼의 펀치력이나 심벌즈의 화려함, 어쿠스틱 기타의 청량함 등이 절묘하게 살아난다. 이 정도로 음이 좋아진다면, 본기에 대한 의구심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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