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평범한 엔지니어는 모순이 따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일정 성능을 희생해서 원하는 기능을 향상시키는 이른바 최적화라 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천재는 남들이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모순을 해결한 이상적인 해결법은 뜻밖에도 난잡하지 않고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해결법이 난잡하다면 아직 이상적인 해결법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발명의 차원이 낮은 상태라고 진단할 수 있다.
 
션야타 리서치를 이끌고 있는 캘린 가브리엘이 만들어낸 Hydra 제품은 기존의 파워 컨디셔너와는 다른 해법을 제시하여 모순을 해결하고 전체 오디오 시스템의 성능을 높일 수 있었다. 그것도 난잡함을 주지 않고서. 그래서 Hydra가 발매되자마자 오디오 애호가와 오디오 산업 그리고 레코딩 산업계에서 즉각적인 호응을 했다. Sony Music Mastering, Philips Crest National Studios, Astoria Studios, Lookout Studios, Skywalker Sound, James Guthrie, Rick Rubin, Peter Mcgrath, Doug Sax의 스튜디오에 Hydra가 설치 되었고 제프 롤랜드, 뮤지컬 피델리티, 심오디오, 핼크로, 테너, 윌슨 오디오, 오디오 리서치, 메리디언, 루멘 화이트 등등의 오디오 업체들은 오디오 쇼에서 자신의 제품을 데모할 때 Hydra를 사용했다.
 

Hydra의 성공 법칙
 
Hydra의 성공 법칙을 알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파워 컨디셔너가 가져야 할 요건과 종래의 파워 컨디셔너가 어떤 점에서 모순을 가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이상적인 전원장치라면 외부의 문제 (EMI, RFI, 서지, 스파이크, 조명조절기, 냉장고나 에어컨디셔너가 발생하는 노이즈)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전류 제한이 없고, 위상을 망가트리지 않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겠다.
 
종래의 파워 컨디셔너는 외부에서 발생한 노이즈를 오디오로 들여보내지 않기 위해서 밴드패스 필터 (쵸크, 인덕터/코일, 트랜스포머, 페라이트를 이용한 L필터, T필터, P필터)나 콘덴서를 사용했다. 그런데, 이런 부품은 임피던스를 높여 파워 전달을 제한시키고, 위상을 비틀어 소리의 타이밍을 교란시키고, 전류 공급에 복잡한 레조넌스를 띄게 하고, 리액티브한 반응을 하는 문제를 만들어 내어 문제를 개선시키기 보다는 되려 소리를 복구 불가능하게 왜곡시키는 문제를 가져왔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이런 류의 제품은 설령 어떤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우연히도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해도 앰프를 바꾸기만 해도 곧바로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파워 컨디셔너를 개발해서 만들어 파는 것은 비유하자면 난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잘 보인다고 해서 난시교정이 들어가 있는 안경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는 안경이라고 만들어 파는 것과 비슷하다. 함부로 권할 수 없는 물건이다.

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접근법은 파워 리제네리션이다. 외부의 노이즈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되 리액티브하게 반응을 하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장치는 전력 전달의 제한을 해결하지 못해서 앰프에 적용할 수 없다. 열과 진동과 험을 유발하기도 하여 이상적인 해결이라고 보기에 어딘가 석연치 않다.
 
한편, 캘린 가브리엘은 각각의 오디오 컴포넌트 내부에서 AC를 DC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항상 발생하고 있는 노이즈(리니어 파워서플라이의 브리지 렉티파이어, 또는 스위칭 파워서플라이에서 발생하는)나 디지털 오디오 재생장치에서 발생하는 노이즈가 다른 오디오 컴포넌트의 해상도를 낮추는 주범인 것을 알아냈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방식의 파워컨디셔너나 파워 리제네레이션 장치를 사용하는 경우 오디오 시스템의 내부에서 만들어낸 노이즈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가로 막아 최종적으로 오디오 재생 성능이 더 나빠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오디오 재생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해 주고 부작용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해결법은 Hydra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Hydra의 버전별 변화
 
2000년 Hydra 파워 디스트리뷰션 센터 출시. 션야타는 오디오 장치의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노이즈가 다른 장치에 침입하는 것을 줄여야 전원에 의한 오디오 신호 열화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보고 오디오에서 발생하는 노이즈에 해당하는 주파수 대역을 선택적으로 감쇄시키는 노치 필터를 개발해서 적용했다. 이를 '베놈' 필터라고 명명했다. 또한 디지털 오디오 재생기에서 발생하는 노이즈가 아날로그 제품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고자 디지털용 아웃렛과 아날로그용 아웃렛을 각각 분리해 두었다. 그리고 외부에서 유입이 되는 노이즈에 대해서는 '스타 더스트'라고 명명한 전자파 흡수 물질을 통과시켜서 감쇄시켰다.

파워전달에서의 제한이 없고 베이스 라인이 명확해 지고 사운드 스테이지의 공간감 재생과 디테일을 재생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3년 Hydra 8 출시. 외관을 알루미늄으로 변경했으며 AV 시대를 맞이하여 아웃렛을 8개로 늘렸다. 종전에 사용하던 NEMA 15A 트위스트록 소켓 대신 20A IEC 소켓으로 대체했다.

초기 모델에 없었던 서지 보호기능을 집어넣고 (퓨즈를 없애는 대신 TMOV, 일렉트로마그네틱 서킷 브레이커가 추가됨) 기존 베놈 필터를 묶어 'Trident Defence System' (3중 방어 시스템)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전류를 전달하는 버스 어레이를 개선시켰다. CDA-101 등급의 최상급 동을 깎아 만든 버스 시스템을 알루미늄 샤시에 넣고 스타 더스트를 대신할 'FeSi-1000 컴파운드'로 채워 밀봉시켰다. 또한 은도금 위에 로듐 도금을 한 '베놈 아웃렛'을 채용했다.
 
2007년 Hydra V-Ray 출시. 기존 Hydra 8에서 청감상으로 미세하게 에지가 덧붙여지는 것처럼 들리는 현상을 개선시키고자 베놈 아웃렛을 폐기하고 'SR-Z1 아웃렛'을 도입했다. 필터 네트워크를 재설계 했으며 전류의 쏠림 현상이 없도록 버스 시스템을 재설계했다. 이런 개선을 통해서 사운드 스테이지가 스피커 뒤쪽에 자리잡는 경향이 있었던 Hydra 8에 비해서 Hydra V-ray는 약간 스피커 앞쪽에 형성되었고, 유동성이 늘어나고 트랜지언트 스피드가 빨라져서 음악을 좀 더 스무스하고 좀 더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2010년 Hydra V-Ray II 출시. 전자파 흡수물질을 FeSi-1000에서 'ZrCa-2000'으로 변경해서 투명도를 개선시켰다. 버스 바는 에디 커런트와 웨이브폼 리플렉션을 줄이기 위해서 재설계했다. 네트워크 필터도 다시 손봤다.
 

2012년 Hydra Triton 출시. 캘린 가브리엘이 전류의 다이나믹 퍼포먼스를 측정할 수 있는 DTCD (Dynamic Transient Current Delivery)를 고안하여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객관적인 목표를 가지고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제품을 DTCD로 측정해 보니 마이크로 세컨드 단위의 링잉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새로운 제품에서는 링잉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품레벨부터 철저하게 다시 재설계 하기로 했다.

베놈 필터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설계한 'MPDA 필터'로 대체되었고, MPDA 필터로 디지털 오디오 재생장치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제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아날로그용 아웃렛과 디지털용 아웃렛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디스토션을 줄이기 위해서 전력을 공급하는 버스 바의 재질도 황동으로 바꿨다. 그리고 내부 케이블이 낼 수 있는 고유의 링잉 인자까지도 감안하여 전체 제품에서 링잉이 측정되지 않도록 정확하게 맞춰냈다. 그에 따라 기존 제품에 비해서 Hydra에 사용한 소자와 부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소리 특성이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한편, 전자파 노이즈 감쇄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자파를 흡수하는 ZrCa-2000 사용량을 늘리기로 했다. 원통형 격실에 ZrCa-2000을 채운 'NIC' (Noise Isolation Chamber)를 3개 마련하고 Hot, Cold, Ground 케이블을 각각 통과시켰다.

설치 & 청취
 
매뉴얼을 보니 Hydra TRITON에 파워플러그를 연결하거나 뽑기 전에 Triton의 파워 스위치를 끈 상태에서 할 것을 당부하고 있고 (스파크에 의한 버스 바의 접촉면 손상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사항), 그리고 무른 바닥에 두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한 번인 하는 데 200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히고 있다. 스위치를 켜둔다고 해서 번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를 켜서 전력을 소비해야 번인이 됨에 유의하시기 바란다.
 
Hydra Triton을 사용하고 나면 저역이 뭉쳐짐 없이 명확해지며 깨끗하고 세부가 잘 들리게 된다. 주의 깊게 들어야 알 수 있는 미묘한 차이가 아니라 오디오를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봐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한 차이가 있게 들린다. 노이즈가 줄어들어서 음색을 표현하고 공간을 표현하는 미세한 정보가 파묻히지 않게 되며 그에 따라 음악적인 표현이 위축되지 않고 만개한다. 기존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키지 않았는데도 3차원적인 재생, 공간감, 깊이감, 공기감, 소리의 피어남 이런 것들을 잘 나타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 레벨에서의 근본적인 해상력 향상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될 수 있음을 알고 계시는 것이 좋겠다. 만약에 현재 오디오 시스템의 매칭이 최적화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면 Hydra Triton은 그런 불편한 진실까지도 확연하게 드러낼 수 있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치게 되었을 때 고치기로 결심할 수도 있고 덮고 지나갈 수도 있다. 그 이후의 결정은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 같다.
 

오디오는 전원을 변형시켜서 소리로 만들어내는 장치이므로 전원의 품질은 소리 품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그래서 오디오 성능을 향상시키는 목표를 두었다면 전원을 무시하고 목표에 근접할 수 없다. 먼저 손을 쓰던가 나중에라도 손을 써야 한다.
 
그러나 전원은 전체 오디오 재생 품질의 향방을 좌지우지하는 존재이므로 함부로 방법을 제시하기 어렵다. 섣부르게 잘못 결정하면 심장병 걸린 골골한 시스템으로 만들어서 난치병을 치료하는 엉뚱한 처방을 찾아 다니며 시간과 정력과 비용을 허비하게 만들 것이며, 반면에 너무 늦게 적용하는 경우에도 동일 수준의 성능 향상을 이끌어 보겠다고 공연한 곳에 무리한 비용을 치루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적합한 제품을 권하자니 그것도 쉽지 않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인 리제네레이션을 권하기는 마음이 편하지 않으며, 멀티탭은 편차가 커서 함부로 권해볼 자신이 없다. 

그런데 혁신적인 접근 방법으로 모순을 극복하고 십여년 간 계속해서 최적화시켜온 Hydra Triton 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 제품은 '사물이 왜곡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 (Shunyata, 空)을 보여주고 오디오 성능을 향상시키려는 목표를 달성시켜 줄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을 제시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션야타 리서치라는 회사는 명칭부터가 왜곡 속에서 본질을 구하기 위해서 연구하고 정진하는 탐사적인 미션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Hydra Triton에는 션야타에 가깝게 도달하기 위해서 과거의 걸작을 잊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할 정도로 집요하고 절실하게 탐사한 결과물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