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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클럽 기획특집리뷰 - 인티앰프 5종 집중 시청 5부   Melody H88A Signature VTL IT-85 Pathos Ethos Ayre AX-5 Simaudio MOON 700i
프롤로그. 인티앰프 집중 시청을 시작하며 - 이종학
01. Melody H88A Signature - 이종학, 허영호
02. VTL IT-85 - 이종학, 허영호
03. Pathos Ethos - 이종학, 허영호
04. Ayre AX-5 - 이종학, 허영호
05. Simaudio MOON Evolution 700i - 이종학, 허영호
에필로그. 집중 시청을 마치며 - 허영호

 

이 종학(Johnny lee)

 

요즘 조금씩 심오디오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가는 느낌이다. 그간 외국에서 얻은 높은 평가에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에 늦게 소개된 감이 있지만, 이번 시청을 통해 동사의 높은 기술력과 장점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성미 급한 독자들을 위해 빨리 결론을 내린다면, 이 가격을 충분히 받을 만하며 또 대개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마지막에 마이크를 쥐듯, 본 기 역시 그런 자격을 갖춘 제품이라 평할 만하다. 한 마디로 깜짝 놀랐다.

사실 대부분의 인티 앰프는 분리형의 컨셉에서 이것저것 제하고 남은 것 갖고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상급기의 노하우를 적용하기는 해야겠지만, 가격의 압박이라던가, 기술력의 공개 정도 등 아무래도 하위 기종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본 기로 말하면, 심오디오가 자랑하는 문 시리즈의 기술력 대부분을 이양받았다고 해도 좋고, 음에 있어서는 어지간한 분리형 못지 않은 내용을 갖고 있다. 제일 주목되는 것이 바로 볼륨단. 상급기에 쓰이는 “M-eVOL2”라는 모델을 쓰고 있는데, 무려 530 스텝에 이를 정도로 정교하다. 대략 100 스텝만 해도 하이엔드급임을 감안하면 정말로 놀라운 스펙이다. 이 볼륨단의 또 다른 특징은, 전대역에 걸쳐 평탄한 직진성을 자랑할 만큼, 어느 위치에서도 최상의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프리단에서 볼륨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 부분만 해도 대단한 물량 투입인 셈이다.

본 기의 출력단에는 바이폴라 TR이 투입되었다. 이 소재의 장점은, 게인이 좋고, 리니어리티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또 넓은 대역폭을 구축할 수도 있다. 저역의 특싱이 특히 좋아서 킥 드럼이나 더블 베이스의 존재감이 잘 피력된다. 그러므로 8오옴에 175W라는 수치는, 어지간한 분리형의 내용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 실력은 바로 본 시청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마치 작심하고 이번 시청을 준비했다고나 할까?

 

첫 곡으로 들은 마일스는, 별 기대하지 않고 들었다가, 어라, 이것 봐라 하면서 점점 집중하게 되었다. 음색으로 말하면 TR과 진공관의 장점을 골고루 융합한 음이라고나 할까? TR의 빠른 반응과 폭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유지하면서 진공관에서 듣는 풍윤하고, 고급스런 질감을 갖추고 있다. 하이브리드 방식이 아닌 오로지 TR로 이 경지를 보여주는 면에서 아무튼 대단한 실력이다. 짜임새 있게 전개되는 콤보 밴드의 활기와 우아함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어서 라흐마니노프를 들으면,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컬러풀하면서, 매끄럽게 전개되는 음을 들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무대가 넓고, 안길이도 깊으며, 악단을 구성하는 다양한 악기들이 빈 틈 없이 공간을 수놓고 있다. 이 작품이 이토록 아름다웠나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레드 제플린. 참 쉽게 쉽게 음을 뱉어내고, 밸런스가 좋으며, 록의 활기를 잘 보존하고 있다. 또 음 자체가 고급스러워서, 이를테면 배후에 깔리는 신디사이저가 무척 미음으로 다가온다거나, 전기 기타의 불뿜는 애드립이 기분 좋게 귀를 간질이는 등, 여러 면에서 대단한 실력을 보여준다. 과연 문(MOON)이라는 시리즈에 속할 만한 내용이라 하겠다.

 

카리스마 넘치는 위용을 자랑하다

허영호

이번에 비교 시청하는 인티앰프중에 가장 고가인 심오디오의 플래그쉽 인티앰프 Moon 700i이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오디오 업체인데 합리적인 가격대의 인티앰프, CD 플레이어를 소개하면서 저변을 확대한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Moon 700i는 과거 심오디오의 대표작 인티앰프 i7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하는데 스펙이나 가격이 실로 하이엔드 수준이라고 하겠다. 듀얼모노, 풀 밸런스 회로를 구성하고 있으며 심오디오가 자체 개발한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채널당 6개가 투입되어 8옴에 175와트, 4옴에서 350와트 출력을 내어주는 대형기기이다.

 

마일스 데이비스를 들으면서 이 앰프의 물리적인 힘에 대해 어떠한 의문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익히 소문을 들었던 바대로 중저역의 카리스마가 대단한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필자가 7-8년 전엔가 리뷰 했던 심오디오의 중저가 인티앰프와는 전혀 다른 성향, 다른 수준의 사운드였다. B&W 스피커를 “갖고 노는 듯” 구동하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802 스피커의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비로소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아무리 볼륨을 올려도 시끄럽지가 않다.

라흐마니노프 2번 교향곡 4악장은 마치 지휘자의 머리 위에서 오케스트라를 내려다보면서 음악을 듣는 착각이 드는, 소위 “전망이 좋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역시 볼륨을 높이면서 더 많은 오디오 쾌감을 바라게 된다. 콘서트헤보의 투티가 정말 실연을 듣는 듯 생생하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콘서트헤보의 연주를 예술의 전당에서 들었을 때 느꼈던 생생한 앙상블, 특히 스트링 파트와 목관 섹션이 서로 교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내는 특유의 암스테르담 사운드를 재대로 느낄 수 있다. 각 목관악기의 딕션도 매우 명료하게 제시된다. 이 또한 심오디오의 “파워”가 802의 다이아몬드 트위터로 하여금 제 구실을 하게하는 대목일 것이다.

레드 제플린의 “All My Love"를 들어보면서 이들 네 명 뮤지션이 만들어내는 음악적 인터액션의 깊이가 새삼 다가온다.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과 지미 페이지의 기타가 나누는 대화, 존 폴 존스의 베이스 페달과 존 본햄의 드럼이 만들어내는 비트의 추진력, 그리고 그 위에 덮여있는 존 폴 존스의 건반 신세사이저가 제시하는 레드 제플린의 새로운 모습 등이라고 정리해 보겠다. B&W 스피커를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Moon 700i가 그 완벽한 세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앨범을 제작하던 1978년 당시, 하드록 밴드로서의 전성기를 보내고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신을 꽤하는 위대한 레드 제플린의 고뇌까지도 암시하고 있다면 너무 과장일까.

 

심오디오의 Moon 700i는 강력한 힘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는 독일 축구와 같은 앰프라고 정리해 보겠다. 기본적으로 힘을 바탕으로 하지만 공격 수비 전술구사도 매우 섬세하게 준비된 상태이다. B&W 스피커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통상적인 프리 파워앰프 조합으로 이러한 수준의 사운드를 만들려면 매우 큰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해볼 때, 본 앰프가 이번 시청기기중 가장 고가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베스트바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Specification
Configuration	Dual-Mono / Balanced
Input	5x RCA, 1x XLR
Input Impedance	23,700Ω
Output Power	8Ω : 175 Watts per channel 4Ω : 350 Watts per channel
THD (20Hz - 20kHz @ 1 watt)	< 0.015%
Signal-to-noise Ratio	105dB @ full power
Shipping weight	60 lbs / 27 kgs
Dimensions (w x h x d)	18.75 x 5.5 x 18.1 in. (47.6 x 14.0 x 46.0 cm.)

 

허 영호

 

이번 인티앰프 비교시청에서는 우선 하이파이클럽의 훌륭한 기획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미국,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등 다양한 국적, 다양한 가격대, 다양한 부가기능, 그리도 다양한 증폭방식의 제품들을 동일환 환경에서 비교시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증폭 단에 따라 브랜드별 회로 디자인 철학, 추구하는 사운드의 명확한 변별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KT88을 활용한 멜로디, EL34 푸시풀로 교과서적 파워단을 구성한 VTL, MOSFET 파워와 진공관 초단관을 하이브리드 결합한 파토스, 현대적 TR 회로의 첨단을 보여주는 AYRE, 그리고 물량투입을 통해 정공법 헤비파워를 추구하는 심오디오등이었다.
 
 
다섯 개의 인티앰프 모두 높은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고전음악 평론을 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파토스의 다소 인위적인 연출로 내어주는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좋았지만, 과거 록밴드에서 드럼과 키보드를 연주했던 뮤지션(?) 입장에서는 VTL 앰프의 호방함이 마음에 들었다. AYRE 의 “현대성”, 멜로디 앰프의 “잠재력”, 그리고 심오디오의 “카리스마”도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가격차이, 즉“클래스” 차이가 분명 존재하지만 이들 앰프 중에 하나를 선택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취향“이 될 것이다. 즉 즐겨듣는 음악 장르에 따라 앰프를 고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오디오는 음악을 듣는 도구“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알면서도 많은 애호가들이 ”오디오가 음악을 지배“하는 함정에 빠지고 마는데 이를 벗어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오디오를 단순화하는 것, 그리고 그 구체적 방안중의 하나가 인티앰프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성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