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단지 작은 레벨의 신호를 전송하는 하이엔드 케이블의 역사에서는 여러 지동설이 발표되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이론적인 증명을 거치며 많은 메이커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특정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단지 케이블일 뿐이라며 케이블 실용론을 펼치던 사람들 앞에서 은이나 금 또는 특수합금을 사용하는 것은 미친 짓일 뿐이었다. 테프론과 공기 절연, 때로는 절연을 위해 액체를 주입하기도 하며 때론 전기를 공급해 액티브 절연 방식을 구현하기도 했다. 케이블 중간에 필터를 사용하기도 하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엔 황당하게 받아들여졌던 지동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여러 절연 방식과 터미네이션 방식 그리고 도체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혁신적인 또는 당시 기준으로는 기이하고 이해할 수 없는 설계방식이 현재는 보편화되기도 했다.

헤밍웨이 Indigo 가 몇 년 전 주장한 이야기들은 보편적인 하이파이 마니아들에게는 마치 소설에 가까웠다. 언뜻 이해될 것 같기도 하지만 과연 이런 제조 방식이 어떤 음질적 상승 효과를 낼 것인지에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천공부를 통한 역기전력 컨트롤을 주장했고 그 가능성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그리고 음질적인 상승이 실제로 유의미한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천동설은 사라지고 지동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이론이 되었듯 Indigo 는 음질적으로 많은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들과 평론가들로부터 인정받았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는 대외비로서 절대 공개할 수 없는 것 아쉬울 뿐이다.

Indigo 의 성능에 대한 인정은 여러 가지 부대효과를 가져왔다. 외산 케이블만을 사용하던 보수적인 하이엔드 마니아들이 헤밍웨이 케이블에 지대한 관심을 넘어 구입으로 이루어졌다. 헤밍웨이 Indigo 의 라인업을 점층적으로 확장되었고 새로운 라인업까지 잉태했다. Creation 시리즈는 기존 Indigo 라인업의 설계 이론에 이어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래켰다. 

충실한 절연 구조와 역전기류 컨트롤과 FMCF 특허기술 등을 넘어 이번엔 멀티웨이 전송 시스템을 개발해 케이블에 응용한 것이 Creation 이다. 이번 또한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어차피 동일한 주파수 대역이 전기 신호를 타고 흘러가며 나중엔 동일한 단자를 타고 각 컴포넌트와 스피커에 전달되는 것인데, 우선 각 심선에 각 대역을 할당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또 한 번 음질적인 성과가 있었다. 따라서 헤밍웨이에서 제공한 한정적인 기술적 내용을 바탕으로 음질적 특성의 궤적을 짚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번 리뷰의 목적이 있다.

헤밍웨이 Indigo 와 Creation 이 국내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들에 끼친 충격은 매우 컸다. 절대 국내에서는 시도된 바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적 배경이다. 우선 두 시리즈의 차이는 매우 명백하면 아주 약간의 공통점만을 공유하고 있다. 우선 공유하고 있는 기술은 FMCF(주파수 변조 공동화 원리; Frequency Modulation Cavity Fundamentals)이다. 무려 여섯 겹의 절연, 차폐를 통해 완성된 케이블로서 이 자체로도 매우 뛰어난 헤밍웨이 케이블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피복에 천공을 뚫어 케이블 내부에 형성되는 자기장을 세밀하게 컨트롤하며 역기전류를 에너지로 사용한다는 원리다. 

이번에 출시한 Indigo MKII 는 헤밍웨이가 기존에 이룩한 기술들을 총 망라하고 있다. 위 FMCF 원리는 이번에도 유효하다. 그러나 Indigo 와 Creation 시리즈 개발을 통해 축적된 기술적 이론과 원리를 모두 하나의 라인업 안에서 구현하기로 했다. 이것은 자칫 Creation 라인업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시도다. 간단히 설계 컨셉을 살펴보자.

우선 Indigo I 은 3파장/5파장 기술로 기음과 배음을 분리하여 전송을 하였다면, Creation 시리즈의 멀티웨이 전송방식은 3파장/5파장 기술에 더해 고역, 저역, 앰비언스의 3개의 대역으로 나누어 전송을 하는 멀티웨이 전송을 한다. 이번 Indigo MKII 은 대역 할당 부분에서 후자, 즉 멀티웨이 전송 방식을 택했다. 상급 Creation 의 기본 원리를 따른 것이다. 상급 모델과 기존 절연, 차폐 구조는 동일하고, 각 대역을 담당하는 도체 그룹은 동일하지만 각각 다른 꼬임 구조를 가지는 등 다른 지오메트리를 갖는다.

그러나 헤밍웨이에서 주장하는 것은 다르다. 이 스플리터는 단순 알루미늄이 아니라 아연을 사용해 제작되었다. 이것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 방송용 송수신기의 동조용 축전기로 쓰이기도 하는 일종의 바리콘(varicon:variable condenser)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 스플리터는 세밀하게 계산된 위치에 장착되어 케이블을 통과하는 주파수의 변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볼 때 헤밍웨이 라인업 안에서 Indigo MKII 의 위치는 Indigo 와 Creation 사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중간이 아니라 두 라인업의 장점을 모두 합해놓은 케이블이다. 이것은 마치 Creation 에 필적하는 대항마의 출연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성능이다. 과연 어떤 성능으로 완성되었을까. 1+1 의 결과가 항상 2가 되는 단순 산술적인 세계는 아닐 것이다. Indigo 과 Creation 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융합되었는지가 결과를 예측하기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청음을 위해 여러 최신 음원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케이블 테스트에서는 매우 자주 애용하는 기본적인 오디오파일 음원들을 사용했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매칭 시스템도 다양하게 적용했다. 스피커는 다인오디오 컨피던스 C4 와 KEF LS50, 앰프는 플리니우스 분리형 외에 웨이버사 AMP2.5을 매칭해 테스트했다. 소스기기는 브리카스티 M1 SE, 심오디오 380D DSD 및 SOtM SDP1000EX 등을 사용했다. Indigo MKII XLR 케이블은 매우 복잡한 절연, 차폐 구조 외에 천공 및 멀티웨이 시스템이 적용되었지만 실제 그렇게 두께가 굵지 않다. 심지어 매우 유연하며 단자가 크고 손 안에 쏙 들어와 운용 자체는 매우 편리한 편이다.

Indigo MKII 의 가장 큰 특징은 매우 묵직한 무게감과 뚜렷한 음상 표현이다. 뿐만 아니라 악기들의 음색이 매우 정확하게 들리면서 특히 글래머 같은 볼륨감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제니퍼 원스의 ‘Somewhere, Somebody’ 같은 곡에서 원근감이 매우 크면서도 그 깊이가 마치 자로 잰 듯 매우 정교하고 흔들림이 없다. 

더블 베이스 사운드는 현을 튕기는 소리의 표현을 넘어 마치 손가락의 움직임이 연상될 정도로 골격이 명확하다. 피치는 낮게 안정되어 있어 소란하지 않은 가운데 한껏 힘차게 당긴 활시위처럼 팽팽하다. 소리의 표면 텍스쳐가 날 서지 않고 착 가라앉아 있어 거칠지 않고 매우 정갈하다.

[Tutti] 샘플러 중 ‘전람회의 그림’을 들어보면 매우 넓은 다이내믹레인지 상승이 감지된다. 이것은 아마도 멀티웨이 전송의 결과로 예측 가능한데 특히 약음들의 표현이 매우 뛰어나다. 약음들의 움직임이 매우 섬세하면서 단지 각 악기의 색감 뿐 아니라 위치까지도 왜곡이나 생략 없이 살아있다. 

작은 소리와 더 작은 소리 그리고 센 소리와 더 셋 소리의 표현이 매우 넓은 주파수 대역 안에서 잘게 나뉘어 표현되므로 음악의 본질을 더 깊게 파고든다. 단지 이런 특성이 분석적이고 날 선 소리로 나타난다면 매우 이질적이고 피곤할 수 있다. 그러나 관악과 팀파니, 현악 등 모든 악기군들이 다양한 표정으로 거대한 스펙트럼을 촘촘히 다각도로 조망되고 표현된다. 

잠시 저역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레이 브라운 전성기 시절 녹음 및 마커스 밀러 등을 테스트했다. 그리고 게리 카의 ‘Adagio in G minor’에서 더욱 명확해졌다. 다름 아니라 낮은 저역대의 표현과 표정 변화들이다. 이 곡에서 파이프 오르간의 가장 낮은 대역, 즉 딥 베이스는 스피커 사이 후방에서 낮게 누워 기어 다닌다. 

하지만 펑퍼짐하게 퍼지거나 걸핏하면 구석에 들어가 기어 나오지 않고 뭉치는 현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매우 단단하게 응축되어 재생되는 억지스러운 저역도 아니다. 매우 정돈되어 있는 자연스러운 파이프 오르간 사운드로 전체적인 음악의 스케일을 살리면서 적절히 후방에서 충실히 서포트하는 사실적 저역은 음악을 더욱 심도 높게 만든다.

묵직하고 깊게 그르렁거리면서도 낮은 음계에서 계조표현이 세밀하게 드러나는 저역은 매우 인상적이다. 게다가 스테이징 폭이나 스케일 또한 매우 남성적이며 호쾌하다. 2L 오디오파일 레퍼런스 레코딩 모음집 중 ‘Nordheim: Colorazione’을 들어보면 작은 효과음들이 스피커 중앙을 넘어 스피커 바깥까지 어렵지 않게 음장을 그려내며 그 공간 안에 각자의 존재를 선명하게 어필한다. 

낮은 레벨의 시그널 성분도 낱낱이 뽑아내 일사분란하게 개체의 실체감을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느리거나 흐리거나 질척거리는 느낌은 없고 마치 아큐톤 유닛처럼 말끔하며 상쾌하다.

게르기예프의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중 4, 5악장을 들어보면 디테일, 컨트라스트, 음색과 음장, 다이내믹레인지, 앰비언스 등 매우 다양한 음질적 특성들이 드러난다. 기존 Indigo에서 Creation 으로 초하이엔드 케이블로 이동하면서 마치 투명한 창을 통해 음악을 보듯 음원 본래의 생생한 사실주의가 돋보였다. Indigo MKII 는 여전히 Indigo 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전/후 폭은 매우 깊어졌고 저 깊은 후면에서 빠르고 힘차게 달려오는 팀파니의 헤드까지 연상된다. 각 악기들은 추진력 있고 무게감 있게 움직이며 볼륨감을 갖고 있으나 어떤 착색이라던가 지나친 에너지감으로 음악을 과장하지 않는다. 흐트러짐 없이 굳건한 권위적 스테이장과 정숙한 무대는 때로 비장하기까지 하다.

헤밍웨이가 Indigo MKII에서 어떤 성능을 기대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 청음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다이내믹 레인지의 상승과 스피드, 힘, 정숙도와 고해상도 광대역 음원의 안전한 전송 등이다. Indigo 보다 더 세밀하고 깊어졌으며 Creation 의 왜곡되지 않은 실체감이 합해졌다. 마치 주변을 가득 메운 자장을 영역에서 벗어난 음악 시그널이 자유를 얻어 훨훨 날아오를 것만 같은 기분이다. 어떤 무언의 힘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가뿐하고 건강한 기음을 중심으로 빠르고 명쾌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모닉스를 분출해낸다. 마치 좁은 2차선을 달리다가 뻥 뚫린 8차선 도로를 만난 듯 음악 신호는 자유를 얻었다. 

Hemingway INDIGO MK II XLR Cable
제조사	헤밍웨이
제조사 홈페이지	www.hemingwayaudio.com
제조사 연락처	02-508-46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