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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막을 내린 2017 뮌헨오디오쇼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소리가 좋았던 스피커는 단언컨대 스웨덴 마르텐(Marten)사의 플로어 스탠딩 ‘Coltrane Tenor 2’였다. 매칭된 앰프는 엠스트롬(Engstrom)이라는 브랜드의 진공관 모노블럭 파워앰프 ‘ERIC’이었고, 프리 겸 DAC는 미국 MSB의 ‘Select II DAC’였다. 좋은 의미에서 스위트하고 부드러운 재생음이었으며 여기에 생생한 공간감과 현장감까지 보태지니 처음 듣는 순간부터 감탄이 터져나왔다. 한마디로 하이엔드 오디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그런 빛나는 매칭이었다.

그런데, 묘한 것이 뮌헨오디오쇼에 가기 직전 리뷰를 위해 들었던 스피커가 바로 마르텐의 스탠드 마운트 ‘Duke 2’였다는 점. 매칭 앰프는 미국 파라사운드(Parasound)사의 인티앰프 ‘Halo Integrated’로 DAC은 물론 MM/MC 포노스테이지까지 장착된 앰프였는데, 둘이 들려준 소리에 내심 탄복한 뒤 곧바로 뮌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가격면에서는 ‘Coltrane Tenor 2’ 조합과는 비교가 안되는 ‘Duke 2’ + ‘Halo Integrated’ 조합이지만, 아큐톤 유닛의 섬세하고 투명한 사운드가 누긋하고 편안하게 들려온 점은 두 조합이 비슷했다. 제대로 만든 아큐톤 유닛 북쉘프 스피커와 똘똘한 솔리드 스테이트 인티앰프가 만나니 기대 이상의 사운드를 들려줬다는 얘기다.

“파라사운드 Halo Integrated”

파라사운드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 리차드 슈램(Richard Schram)이 1981년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오디오 제작사. 전 제품을 대만에서 제작, 가성비 높은 AV 제품으로 북미 오디오 전문지로부터 꽤 오랫동안 호평을 받고 있는 브랜드다. 실제로 미국 스테레오파일은 이번 시청기인 ‘Halo Integrated’를 ‘2016 추천기기 목록’에서 인티앰프 부문 A클래스에 등재하기도 했다. “편안하고 사실적인 포노스테이지, 매우 경쾌한 DAC, 물흐르듯이 부드럽고 달콤한 앰프 성능이 돋보인다. 수치적으로도 엔지니어링과 퍼포먼스가 뛰어난 제품”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파라사운드가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큰 배경 중 하나는 엔지니어 존 컬(John Curl)의 존재 덕분인 것 같다. 1970년대 초중반 명성이 자자했던 마크 레빈슨의 ‘JC’ 모델들, 예를 들어 프리앰프 ‘JC1-AC’, ‘JC1’, ‘JC2’, 클래스A 파워앰프 ‘JC3’을 설계했던 바로 그 전설의 주인공이 바로 존 컬인데, 리차드 슈램이 1988년 자사 플래그십 라인 앰프 설계를 위해 존 컬을 직접 영입한 것이다. 클래스A/AB로 구동되는 ‘Halo Integrated’의 파워앰프 회로도 존 컬이 직접 짰다.  

현재 파라사운드 앰프 라인업은 2.1채널 인티앰프인 ‘Halo Integrated’를 비롯해 2.1채널 스테레오 프리앰프 ‘P5’, 7.1채널 프리앰프 ‘P7’, 포노/프리앰프 ‘JC3+’, 5채널 파워앰프 ‘A51’, 3채널 파워앰프 ‘A31’, 모노블럭 파워앰프 ‘JC1’, 2채널 파워앰프 ‘A21’과 ‘A23’으로 짜여졌다. 앰프를 분류하면서 ‘채널’과 ‘.1’을 강조한 것을 보면 역시 파라사운드가 홈씨어터를 위한 AV앰프 성격이 강함을 알 수 있다. ‘Halo Integrated’ 역시 ‘2.1채널’에 걸맞게 서브우퍼 출력단(밸런스 1, 언밸런스 2)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제 ‘Halo Integrated’의 설계 디자인을 본격 탐미해보자. ‘Halo Integrated’는 기본적으로 8옴에 160W, 4옴에 240W를 내는 솔리드 스테이트 인티앰프다. 여기에 DAC과 MM/MC 포노스테이지, 고전류/저임피던스의 헤드폰출력단까지 갖췄다. DAC의 경우 미국 ESS사의 최신 ‘Sabre32 Reference DAC’ 칩인 ‘ES9018K2M’을 채택, USB 입력시 PCM은 32비트/384kHz까지, DSD는 DSD256까지 지원한다. 동축과 광 입력시에는 PCM 24비트/192kHz 음원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

외관과 인터페이스를 조목조목 살펴보면 역시 15kg짜리 묵직한 다기능 ‘미제 앰프’답다. 위에서 언급한 서브우퍼 출력을 비롯해 베이스 조절을 위한 하이/로우 패스 크로스오버, 서라운드 재생을 위한 홈씨어터 바이패스, 서브우퍼 레벨 컨트롤, AUX 입력, RCA 포노 입력(MM/MC, 100옴/47k옴), RCA 5조 입력, XLR 1조 입력, 프리앰프 아웃(RCA 1조, XLR 1조), 12V 트리거 입출력 등이 그야말로 풍부하게 달렸다. 리모컨은 기본이다. 스피커 연결을 위한 바인딩 포스트는 24K 금으로 도금했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존 컬이 설계한 파워앰프단이다. 내부사진을 보면 왼쪽의 커다란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에서 끌어들인 전원을 4만 마이크로패럿의 대용량 커패시터와 파워앰프단이 히트 싱크를 사이에 두고 서로 듀얼 모노로 마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워앰프단은 입력 스테이지에 JFET, 드라이브 스테이지에 MOSFET, 최종 출력 스테이지에 12개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썼다.

이는 진공관처럼 ‘전압 구동 소자’(Voltage Operated Devices)인 JFET과 MOSFET을 초단과 드라이브단에 채택해 리니어리티한 증폭을 담당케 하고, 이에 비해 ‘전류 구동 소자’(Current Operated Devices)인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출력단에 투입해 대전류 증폭을 담당케 한 설계로 보인다. 또한 FET 소자들이 입력 임피던스가 매우 높기 때문에 입력단에,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출력 임피던스가 낮기 때문에 출력단에 배치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JFET - MOSFET - 바이폴라’로 이어지는 앰프 설계는 존 컬이 즐겨 구사하는 증폭회로다.

“마르텐 Duke 2”

마르텐(Marten)은 재즈 마니아였던 엔지니어 레이프 마르텐 올로프슨(Leif Marten Olofsson)이 1998년 스웨덴 묄른달(Molndal)에 설립했다. 마르텐 스피커 모델에 ‘Coltrane’(존 콜트레인), ‘Miles’(마일즈 데이비스), ‘Duke’(듀크 엘링턴) 같은 재즈 대가들의 이름이 즐겨 사용되는 이유다. 어쨌든 마르텐은 세라믹 유닛으로 유명한 독일 아큐톤(Accuton) 제품을 처음부터 써온 제작사로 유명한데, 이는 무엇보다 아큐톤 세라믹 유닛이 깨끗하고 투명한 사운드를 전해줄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마르텐 라인업은 플래그십인 ‘Coltrane’ 시리즈를 시작으로 ‘Mingus’(이 역시 재즈 베이시스트 찰스 밍거스에서 따왔다) 시리즈, 이번 시청기인 ‘Duke 2’가 포함된 ‘Heritage’ 시리즈, 그리고 엔트리 라인업인 ‘Django’ 시리즈로 구분돼 있다. 이중에서 ‘Heritage’ 시리즈는 0.75인치 다이아몬드 아큐톤 트위터를 채택한 3웨이 4유닛 ‘Bird 2’, 1인치 세라믹 아큐톤 트위터를 채택한 3웨이 4유닛 ‘Getz 2’, 2웨이 3유닛 ‘Miles 5’, 그리고 2웨이 2유닛 ‘Duke 2’가 포진해있다. ‘Duke 2’만 유일한 스탠드 마운트형(북쉘프)이다.

‘Duke 2’는 기본적으로 1인치 세라믹 트위터와 7인치 세라믹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로 구성된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 물론 두 유닛 모두 아큐톤 제품이다. 베이스 리플렉스를 위한 포트는 후면 상단에 큼지막하게 나있다. 재생 주파수 대역은 북쉘프 스피커로는 이례적인 38Hz~40kHz에 달한다. 감도는 88dB, 공칭임피던스는 4옴(최저 3.7옴), 바인딩 포스트는 싱글 와이어링(WBT). 네트워크 부품은 독일 문도르프 제품, 내부 선재는 조르마(Jorma) 제품을 썼다. 무게는 13kg.

23mm 두께의 MDF로 짠 인클로저를 뒤로 비스듬히 눕힌 형상은 크로스오버 주파수 부근에서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유닛간의 시간축 및 위상 일치를 위한 설계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여느 2웨이 스피커보다 상당히 높은 3kHz에서 이뤄져 ‘Duke 2’가 7인치 유닛에 보다 많은 일을 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신 네트워크 차수(order)는 ‘-12dB’라는 비교적 가파른 감쇄 특성을 보이는 2차 오더를 선택, 각 유닛이 커버하는 주파수대역을 최대한 안겹치게 했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Duke 2’는 과연 지난 2005년에 나왔던 오리지널 ‘Duke’에 비해 뭐가 달라졌을까. 둘의 사진만 비교해보면 금세 알 수 있는 것은 유닛의 차이다. 둘 다 1인치 아큐톤 세라믹 트위터와 7인치 아큐톤 세라믹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를 쓴 것은 똑같지만, 오리지널 ‘Duke’의 경우 트위터 양쪽에 검은 원형 점(Cutout)이 2개 있었던 데 비해 ‘Duke 2’ 트위터에는 없다. 반대로 오리지널 ‘Duke’ 미드베이스 드라이버에는 없던 이 컷아웃이 ‘Duke 2’ 미드베이스 드라이버에는 있다. 유닛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마르텐과 아큐톤에 따르면 이 ‘컷아웃’은 진동판(멤브레인)의 공진을 제거하고 쓸데없는 피크를 없애기 위해 멤브레인의 양쪽 일부를 동그랗게 도려낸 것. 하지만 제조과정이 극도로 어려운데다 특히 작은 직경의 트위터의 경우 자칫 멤브레인을 약하게 만들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Duke 2’에서는 이 컷아웃을 없앤 아큐톤의 진화형 ‘CELL’ 트위터를 채택했다. 즉, 멤브레인과 보이스코일, 서라운드 설계 개선을 통해 트위터의 공진 주파수 자체를 높게 끌어올려 컷아웃이 필요없게끔 한 것이다. 이에 비해 미드베이스 유닛에는 투명도와 해상력을 높이기 위해 컷아웃 기술을 도입한 아큐톤의 ‘E’ 타입 유닛을 탑재했다.  

오리지널과 차이는 또 있다. 공칭 임피던스는 오리지널 ‘Duke’의 8옴(최저 5.8옴)에서 4옴(최저 3.7옴)으로, 바인딩 포스트는 바이와이어링에서 싱글 와이어링으로 바뀌었다. 감도 역시 87dB에서 88dB로 높아졌다. 물론 유닛과 함께 크로스오버 설계를 달리한 결과다. 한편 마르텐은 지난 2007년 사명을 ‘Marten Design’에서 ‘Marten’으로 변경했는데, 이에 따라 전면 배플 하단에 붙은 로고 역시 ‘Marten Design’(오리지널 Duke)에서 ‘Marten’(Duke 2)으로 바뀌었다.

“시청”

시청은 2가지로 나눠 진행했다. 우선 웨이버사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DAC ‘W DAC3 T’에 파라사운드 ‘Halo Integrated’를 물려 순수 앰프 성능을 테스트해봤고, 다음에는 오렌더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W 20’에 ‘Halo Integrated’를 USB케이블로 직결해 내장 DAC의 성능도 함께 체크해봤다. 두 경우 모두 스피커는 마르텐의 ‘Duke 2’와 매칭했다. 음원은 주로 타이달(TIDAL)을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