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1. 지난 2016년 8월 독일 오디오제작사 MBL의 수석엔지니어 유르겐 라이스(Juergen Reis)씨를 한국 수입사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MBL이 설립된 게 1979년, 유르겐 라이스씨가 MBL에 입사한 게 1982년이니 그는 MBL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인터뷰는 그 때 막 론칭했던 ‘Noble Line(노블 라인)’ 제품들과 관련해서 이뤄졌다. 이번 시청기인 무지향 스피커 ‘mbl 111F’(모델명에 쓸 때는 소문자 ‘mbl’을 쓴다)를 울린 프리앰프 N11, 스테레오 파워앰프 N21이 포진한 바로 그 라인업이다. 그런데 인터뷰에 앞서 잠시 사무실에 있던 MBL의 상징과도 같은 스피커 ‘mbl 101E MK2’를 함께 들어봤다.

사진으로만 보다 실제 시청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박스형 스피커와 소리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 들을수록 뭔가 자연스럽고 스트레스가 없으며 자신의 목소리가 따로 없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전면에서만 음들이 방사되는 보통 스피커와는 발음 원리 자체가 다른 것이니 어쩌면 그런 차이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말문이 막힌 채 ‘mbl 101E MK2’가 내어주던 소리에 흠뻑 빠져있던 필자에게 유르겐 라이스씨가 말을 건넸다. “이 스피커를 집에 들이신 분들은 좀체 다른 스피커로 갈아타지 않으세요. 실제 악기의 소리, 실제 레코딩 때 담겼던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스피커니까요.” 그날 저녁 청음노트에 이렇게 메모했다. “시청 일감. 스트레스 하나 없이 소리가 술술 나온다. 스피커의 새로운 경험. 앰프가 세야 할 듯. 역시 만만한 스피커는 아니다.”

#2. 지난 2017년 5월 뮌헨오디오쇼 현장. 여러 부스를 분주히 돌아다닌 마지막 날, 필자는 나름 ‘2017 뮌헨 베스트 10선’을 꼽아 칼럼을 썼다. 뮌헨쇼에서 소리가 좋았던 매칭 10선을 꼽아본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MBL 풀 시스템이었다. 4타워의 플래그십 무지향 스피커 ‘mbl 101 X-treme’와 노블라인의 프리앰프 N11, 모노블럭 파워앰프 N15가 들려준 소리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여느 부스보다 실내를 어둡게 만든 덕분인지 재생음은 스피커가 아니라 실제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만큼 현장감과 공간감, 사운드스테이징, 이미징이 자연스러웠다. 필자는 무릎을 쳤다. MBL은 진정, 독자 노선을 걷는구나 싶었다. ‘음들이 사방팔방으로 뻗어가는 무지향 스피커를 하이엔드 프리와 파워로 울린다’. 그리고 이러한 MBL만의 음향 및 오디오 설계철학은 이번 시청기인 ‘mbl 111F’에서도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MBL과 라디알슈트랄러(Radialstrahler)"

MBL은 1979년 설립됐다. 사명 ‘MBL’은 설립자인 멜레츠키(Meletzky), 바이네케(Beinecke), 렌하르트(Lehnhardt)의 이름 앞글자를 딴 것이다. 설립 첫 해에 지금의 ‘101’의 전신인 2웨이 무지향성(omnidirectional) 유닛으로 구성된 ‘mbl 100’을 내놓았다. 결국 지금 애호가들이 보고 있는 MBL의 무지향 스피커는 이미 40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제부터 본론이다. MBL의 수식어처럼 돼버린 무지향 스피커, 독일어로 라디알슈트랄러(Radialstrahler)가 어떤 원리로 소리를 내는지 짚고 넘어가자. 리히트슈트랄러(Richtstrahler)가 ‘지향성’ 혹은 ‘지향성 안테나’를 뜻하니 ‘방사형’을 뜻하는 ‘Radial(라디알)’을 붙여 ‘라디알슈트랄러’라고 조어를 했음이 분명하다.

라디알슈트랄러 유닛의 기본 원리는 ‘라멜라’(lamella)라는 얇은 금속판 여러 장을 이어 붙인 꽃봉오리 모양의 진동판을 역시 플레밍의 왼손법칙으로 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진동판 윗부분이 축에 고정돼 있고, 아랫쪽 라멜라들은 마그넷과 코일에 의해 위아래로 움직인다는 게 핵심. 이는 각 라멜라들이 붙어있는 코일이 위를 향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쨌든 위는 고정돼 있고 아래는 위아래로 움직이니 결국 전체 진동판이 활처럼 360도 전방향 전후좌우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필자가 보기에는 우산을 빠르게 열었다 닫았다 했을 때 붕붕 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대역대 구분은 일반 스피커 유닛과 비슷하다. 진동판 지름이 작을수록 고역대, 진동판 지름이 클수록 중저역대를 담당한다.

라멜라 재질은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의 경우 초창기에는 얇은 구리 선을 썼으나 지금은 훨씬 가벼운 카본섬유를 쓴다. ‘mbl 111F’의 경우 트위터는 24개의 카본섬유 라멜라, 어퍼 미드레인지 유닛은 12개의 카본섬유 라멜라가 투입됐다. 물론 미드레인지 유닛에 투입된 각 라멜라의 면적은 트위터의 라멜라보다 넓다. ’mbl 101E MK2’는 우퍼까지 라멜라 구조인데, 자세히 보면 경질 알루미늄 재질의 보다 넓은 표면적의 라멜라와 얇은 구리 선이 동시에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라디알슈트랄러 유닛의 장점은 무엇일까. 필자가 파악한 바로는, 1) 밀폐형이든 베이스 리플렉스형이든 인클로저가 필요없다, 2) 따라서 내부 정재파나 배플로 인한 회절, 포트 노이즈 같은 왜곡이 없다, 3) 또한 360도 방사형 발음체에서 소리를 듣는 구조는 악기와 새소리, 고양이소리 등이 사람 귀에 들리는 과정과 너무나 흡사하다, 4) 무지향 서브 우퍼처럼 스피커 위치 선정이 180도 지향성 스피커보다 자유롭다.

그러나 시청을 하면서 확실히 깨달은 것이기는 하지만 라디알슈트랄러 스피커 역시 스테레오 이미지가 확실해지고 무대가 홀로그래픽해지는 청음위치상 핀포인트는 존재한다. 이는 좌우채널이 나눠진 스피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는 양쪽 귀에 도달하는 음향신호의 그 찰나와도 같은 시간차로 발음체의 위치를 가늠했고 또 그래야만 생존할 수 있었으니까.

"mbl 111F 기본 팩트 체크"

시청기를 본격적으로 파헤쳐보자. ‘mbl 111F’는 기본적으로 고역대(트위터)와 중고역대(upper-midrange)를 라디알슈트랄러 유닛으로, 중저역대(lower-midrange)와 저역대(우퍼)를 일반 콘 유닛으로 담당케 한 4웨이 하이브리드 라디알슈트랄러 스피커다. 트위터는 24개 카본섬유 라멜라로 만든 라디알슈트랄러 HT37 유닛, 어퍼 미드레인지 유닛은 12개 카본섬유 라멜라 구조의 라디알슈트랄러 MT50 유닛을 쓴다.

중저역대는 6인치(150mm) 알루미늄 콘 유닛이 양쪽 사이드에 한 발씩, 저역대는 8.6인치(220mm) 알루미늄 콘 우퍼가 역시 양쪽 사이드에 한 발씩 장착됐다. 6인치 콘 유닛은 인클로저 내부에서 알루미늄 바로 연결돼 푸쉬푸쉬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콘 움직임에 따른 인클로저의 진동을 사전에 차단시키는 동시에 저역 재생능력을 키우려는 설계 디자인이다.

‘mbl 111F’는 이렇게 8.6인치짜리 우퍼 2발을 통해 저역대는 24Hz까지, 라디알슈트랄러 트위터를 통해 고역대는 베릴륨 트위터나 리본 트위터, AMT 부럽지 않은 40kHz까지 커버한다. 크로스오버는 170Hz, 750Hz, 3.5kHz, 네트워크는 아주 가파른 4차 오더(-24dB)로 짰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우퍼용 인클로저 뒷면에 큼지막하게 하나가 나 있다.

그러나 스펙에서 가장 심장이 철렁한 대목은 공칭 임피던스가 4옴인데다가 음압마저 83dB에 불과하다는 것. 유닛이 총 6개에다 임피던스, 음압마저 살벌하게 낮으니 앰프 선정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스피커인 것이다. 라멜라가 아무리 가볍다 하더라도 이를 위아래로 재빨리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정녕 무지막지한 ‘파워’가 필요한 셈이다. 참고로 ‘mbl 111F’에 물린 N21 파워앰프는 4옴에 380W를 낸다. 사실 MBL이 노블라인을 출범시킨 것도 음압이 낮은 자사 라디알슈트랄러 스피커를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앰프로 제대로 울리기 위해서였다.

"‘F’의 의미"

‘mbl 111F’에서 ‘F’는 무슨 뜻일까. 그러고 보니 ‘mbl 101E MK2’는 ‘E’다. 바로 여기에 완성형 라디알슈트랄러 스피커를 만들기 위한 MBL의 지난한 노력과 굳건한 결기가 숨어있다. 알파벳은 다름 아닌, 몇번째 업그레이드 버전인가를 나타내는 표식인 것이다. 라멜라 유닛 자체는 물론 이에 맞물리는 중저역대, 저역대 유닛이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1) 오리지널 ‘mbl 111’은 1997년에 처음 등장했다. 중저역대를 담당하는 5인치 플라스틱 콘 유닛이 1발, 저역대를 담당하는 12인치 우퍼가 1발, 베이스 리플렉스를 위한 전면 포트가 2개였다. 라멜라 유닛은 ‘111F’와 동일한 24개(트위터), 12개(어퍼 미드레인지) 구조. 음압은 무려 80dB까지 떨어진다. 크로스오버도 130Hz, 670Hz, 3.5kHz로 지금과 다르다. 스피커 상부가 뾰족한 첨탑을 닮았다.

2) 첫번째 개량버전인 ‘mbl 111B’는 2002년에 선보였는데 5인치 합금 콘 로우어 미드레인지가 양 사이드에 1발씩 총 2개가 투입된 점이 특징. 우퍼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12인치, 포트 역시 전면에 2개가 나 있다. 음압은 81dB로 높아졌고, 크로스오버는 105Hz, 600Hz, 3.5kHz로 변경됐다. 중저역 콘 유닛이 2개로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3) 두번째 개량버전인 ‘mbl 111E’는 2005년에 나왔다. 양 사이드에 장착된 중저역 유닛 2발이 5.5인치 알루미늄 콘 재질로 바뀌었고, 우퍼는 직경을 10인치로 줄이는 대신 2발로 늘렸다. 크로스오버는 130Hz, 600Hz, 3.5kHz. 음압은 ‘mbl 111F’와 마찬가지로 83dB를 기록했다. 주파수응답특성은 29Hz~40kHz.

4) 따라서 이번 시청기인 ‘mbl 111F’는 ‘111’ 모델의 3번째 업그레이드 모델. 2009년에 나왔는데도 지금까지 다른 개량버전이 출시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mbl 111F’의 완성도가 높다는 반증일 것이다. 라디알슈트랄러 유닛 2개 역시 ‘mbl 111E’와 동일한 HT37(트위터), MT50(어퍼 미드레인지)을 쓴다.

그러면 ‘mbl 111F’는 전작에 비해 뭐가 달라졌을까. 우선 로우어 미드레인지 콘 직경을 6인치로 키우고, 우퍼 직경을 8.6인치로 줄였다. 포트 역시 후면에 하나만 냈다. 우퍼 캐비닛의 강도는 높아지고 전체 용적도 늘어났다. 저역 하한이 전작의 29Hz에서 24Hz로 더 내려간 결정적 이유다. 또한 로우어 미드레인지 인클로저와 우퍼 인클로저를 완벽한 메카니컬 그라운딩 방식으로 결합, 해상력을 더욱 높였다고 한다.

참고로 윗모델인 ‘mbl 101E MK2’는 오리지널이 1986년, ‘101A’가 1989년, ‘101B’가 1992년, ‘101C’가 1994년, ‘101D’가 1997년, ‘101E’가 2003년에 나왔다. ‘101E MK2’ 버전과 ‘101 X-treme’은 ‘111F’가 출시되기 바로 전 해인 2008년에 나왔다. 한마디로 ‘111F’는 상급기에 투입된 최신 기술을 곧바로 이양받은 정예 모델이라는 얘기다.

한편 2018년 1월 현재 MBL의 라디알슈트랄러 스피커 라인업은 엔트리부터 시작해 mbl 126, mbl 120, mbl 116F, mbl 111F, mbl 101E MK2, mbl 101 X-treme, 이렇게 6기종이 포진해있다. mbl 126과 mbl 120은 스탠드 마운트형이고, 나머지는 플로어 스탠드형이다.

"시청"

시청에 앞서 유르겐 라이스씨가 지난 2016년 당시 인터뷰를 마친 필자에게 선물로 준 콘체르트 쾰른 연주의 ‘Live in Kempen’(2013년 녹음)이라는 CD를 꺼내들었다(리핑해서 FLAC파일로 필자 룬(ROON) 코어에 저장된 상태). 콘체르트 쾰른은 MBL과 여러 차례 콜라보레이션을 가진 연주단체인데, 이 음반이 각별한 이유는 유르겐 라이스씨가 레코딩 엔지니어로 직접 녹음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악기 연주시의 섬세한 텍스처와 녹음장소인 켐펜 교회의 홀톤까지 잡아내줘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 앨범이다.

Concerto Koln - Konzert fur Mandoline und Orchester D-Dur

Live in Kempen

이 음반의 9~11번 트랙, 요한 안드레아스 카우클리츠의 만돌린 협주곡을 들었다. 한마디로 임자를 만났다. 인클로저에 갇혀있지 않은 싱싱한 음들이 튕겨나온다. 지금까지 들었던 이 곡이 가두리 양식에서 자란 생선이었다면 지금은 삼지사방 뚫린 바다에서 이곳저곳 건강하게 뛰어놀던 활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얻어진 큰 근육이 아니라 중력운동을 통해 얻어진 잔근육의 아름다움! 음의 결이 너무나 아름답다.

2악장에서는 SN비가 높게 녹음한 음반의 진가가 비로소 드러난다. 음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인위도 없고, 작위도 없다. 고역은 잘 뻗고 중역은 리얼하고 자연스러우며 저역은 단단하면서도 에너지감이 있다. 그야말로 스피커에서 기대하는 모든 대역별런스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3악장에서는 현악군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에 광채마저 난다. 포커싱, 초저노이즈, 색채감, 말쑥함, 고움. 메모하는 손이 간만에 너무 바빴다. 라디알슈트랄러의 세계가 이 정도인 것인가, 전율이 인다. 

Lee Morgan - The Sidewinder

The Sidewinder

이 곡이 이처럼 활기차고 음의 입자가 꽉 들어찬 곡이었나. 음끝이 통통 살아있다. 현장에 그냥 타임슬립해 들어간 상태. 저절로 온몸이 반응한다. 이 리듬감, 이 속도감, 이 다이내믹 레인지. 드럼의 심볼이 오른쪽 스피커 완전 뒤쪽에 틀어박혀있는데 이 원근감이 정말 대단하다. ‘mbl 111F’는 1) 사운드스테이지 재현능력이 대단하다, 2) 정보량이 일단 많다, 3) 노이즈까지 없는 상태이니 이 정보량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 세 가지가 핵심이다. 무대를 좌우로, 앞뒤로 넓게 쓴다는 것, 이건 정말 중요하다. 옹색하거나 갑갑하지가 않은 것이다. 여기에 해상력까지 발군이라 뭐 하나 흐릿하거나 대충 하는 구석이 없다.

Brian Bromberg - Come Together

Wood

‘mbl 111F’의 드넓은 무대 만들기와 싱싱하고 자연스러운 악기 소리에 감탄하면서 들었다. 드럼 스네어의 림(Rim)을 스틱으로 딱딱 두들기는 소리가 평소 일반 스피커 때보다 훨씬 더 명료하게 들린다. 여기에 재즈바를 찾은 사람들이 뭐라 떠들어대는 수준도 ‘수군수군’이 아니라 ‘왁자지껄’이다보니 그냥 현장에 와 있는 듯하다. 표현력, 정보량, 해상력이 홀로그래픽하게 늘어났다. 안경알을 깨끗이 닦은 후 사물을 보는 것처럼 색채감과 포커싱이 장난이 아니다. 지금 ‘mbl 111F’에서 들리는 소리는 클리넥스 티슈에서 느껴지는 그런 고급스러운 감촉이다.

Esa-Pekka Salonen - Le Sacre Du Printemps

Philharmonia Orchestra

요즘 자주 듣는 에사 페카 살로넨의 ‘봄의 제전’을 전부 들었다. 이 32분짜리 곡이 ‘mbl 111F’를 만나서는 어떻게 들릴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1부 2악장의 다이내믹스에서 소름이 돋았다. 오케스트라 악기들이 비명을 지른다. 그런데도 싫은 게 아니라 오히려 자지러지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누가 무지향 스피커는 파워가 부족하다고 했나. 시청실 바닥을 갈라치는 듯한 엄청난 울림과 펀치력이 장난이 아니다. 3악장은 더 심하다. 팀파니의 연타에서 느껴지는 이 기괴한 긴장감. 타격감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2개의 라디알슈트랄러 유닛을 떠받치고 있는 중저역대 유닛들이 진정, 대견스럽다.

"총평"

유르겐 라이스씨가 옳았다. 그는 레코딩 엔지니어링을 취미로 삼은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분기당 한 장 정도 제가 녹음한 앨범을 내고 있습니다. 실제 악기들이 스테레오 시스템을 통해 녹음되는 과정을 살피는 것이 매우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MBL의 무지향 스피커들의 특징은 바로 이러한 레코딩 상태를 그대로 리스닝 룸에 재연해준다는 것입니다.”

‘mbl 111F’은 물론 쉽게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스피커는 아니다. 또한 라멜라라는 옥수수 껍질 모양의 진동판을 위아래로 움직여 소리를 내는 라디알슈트랄러 유닛의 외관 역시 익숙치는 않다. 그러나 소리는 실연현장에서 듣는 바로 그 소리였다. 육중한 인클로저를 통해 진동을 없앤 소리도 아니었고, 유닛간의 타임얼라인먼트를 통해 위상차를 없앤 소리도 아니었으며, 리스닝 포인트만을 향해 밀고 들어오는 지향성 음도 아니었다. 그냥 악기 자체가 현장에서 즐겁게 내는 그런 소리였다. 외관 역시 보면 볼수록 예술의 경지에 오른 음향 오브제다. 독일 MBL의 라디알슈트랄러 스피커 수준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 김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