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요즘의 디지털 음악 재생 환경을 짚어보자. 필자의 경우 네트워크 플레이를 가장 많이 한다. 외국 음원용으로 타이달(Tidal), 국내 음원용으로 멜론 하이파이를 쓰고 있다. 재생 소프트웨어는 룬(Roon)이다. 고백건대, 클래식 카탈로그가 타이달보다 훨씬 풍부한 코부즈(Qobuz)를 지난여름에 끊은 것도 룬에서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Spotify)는 저렴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음원 스펙이 낮고, 국내 정식 상륙한 디저(Deezer)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버 파일 재생도 꽤 많이 한다. 맥북에어에 24비트 FLAC 파일이나 DSD 음원, 그리고 CD에서 리핑한 16비트 AIFF 혹은 FLAC 파일을 쟁여 넣고 직접 DAC에 연결해 음악을 듣는다. 이처럼 유무선 네트워크에서 해방된 상태에서 음악을 듣는 재미는 CD플레이어 아니면 턴테이블을 운용할 때와 거의 비슷한 쾌감과 안락함을 선사한다. 그야말로 ‘언플러그드’ 음원 재생인 것이다.

그런데 불만이 있다. 일단 유료 소프트웨어인 룬이 멜론과 코부즈를 지원하지 않는다. 사실 인터페이스가 간결하고 많은 앨범 정보를 잡지 스타일로 가져온다는 점에서 룬을 쓰고 있지만, 타이달마저 지원을 안 했으면 그다지 큰 매력은 못느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멜론은 크롬캐스트 오디오를 광출력으로 DAC와 연결시켜 듣고 있다. 이처럼 멜론 들을 때와 타이달 들을 때, 멕북에어 저장 음원을 들을 때마다 재생환경이 바뀐다는 것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최근 리뷰한 대한민국 오렌더(Aurender)의 ‘ACS10’은 필자와 비슷한 재생환경과 불만, 불편함을 가진 애호가들이라면 유심히 살펴볼 만한 네트워크 스트리머이자 대용량 서버, CD 리퍼다. 이것저것 건드려보고 들어보고 직접 CD를 리핑해보면서 무릎을 쳤다. 지난 2013년부터 쉬지 않고 달려온 오렌더의 행보가 마침내 ‘ACS10’에서 꽃을 피웠다는 느낌 때문이다. 멜론과 타이달은 물론 코부즈와 벅스 스트리밍이 앱 하나로 가능하고, 최대 24TB에 달하는 내장 HDD에 최대 32비트/768kHz PCM 파일과 DSD512 파일을 담을 수 있으며, 원터치 CD 리핑과 파일 관리 앱을 통해 자신만의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맥락’에서 본 ACS10

모든 일에는 맥락이 있다. ‘ACS10’ 역시 마찬가지다. 왜 처음으로 CD리핑 기능을 집어넣었는지, 왜 역대 최대 저장용량을 품었는지, 왜 역대 가장 크고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달았는지, 왜 더블 아이솔레이트 랜 포트를 마련했는지, 왜 새로운 매니징 앱을 내놓았는지 등은 앞뒤 맥락에서 파악해야 비로소 그 이유가 설명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ACS10’이 들려준 음의 성향도 기존 오렌더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는데, 이 역시 그 배후에 어떤 맥락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오렌더는 지금까지 제법 많은 네트워크 서버를 내놓았다. 성능과 기능,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현행 라인업 기준 W20, N10, A10, X100L, N100C, N00H 순이다.

▲ W20

오렌더 이름을 달고 2013년 3월 처음 나온 것은 W20이었다. 이 제품은 세계 최강의 네트워크 뮤직 서버를 표방했다. HDD에서 나오는 전기노이즈와 소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SSD 캐싱 플레이, 배터리와 SMPS 전원부, 듀얼 AES/EBU 디지털 출력, 워드/마스터 클럭 BNC 입력, OCXO 초정밀 클럭, 그리고 진동제어에 만전을 기한 통 알루미늄 절삭 섀시가 그 증거다. 12TB HDD 저장용량, 240GB SSD 캐싱, 3.7인치 듀얼 AMOLED 디스플레이 구성. 네트워크 뮤직서버인 만큼 기가비트 이더넷 단자를 비롯해 USB, 동축, 광출력도 갖췄다.

2013년 12월에는 W20의 보급형 모델로 X100이 출시됐다. 이를 위해 몸체를 215mm 하프사이즈로 줄이고 전원부도 SMPS로 바꿨다. 디지털 출력 역시 USB 하나로 간소화했다. 지금은 최대 12TB HDD를 장착할 수 있지만 출시 당시에는 X100L이 6TB, X100S가 1TB에 그쳤다. SSD 용량은 120GB, AMOLED 디스플레이는 3.3인치 싱글로 다운됐다.

▲ N100H

2015년에는 N 라인(N10, N100H)이 선을 보였다. N(Network)을 표방한 모델답게 내부 저장용량보다는 캐싱 네트워크 플레이에 포커싱을 맞췄다. 이중 N10은 보다 싼 가격으로 W20에 근접한 음질을 즐길 수 있도록 한 모델. 그 때문에 HDD 용량은 최소 수준이었지만(당시 N10S 1TB, N10H 2TB, 현재 8TB), 디지털 출력과 OCXO 클럭 등은 W20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사이즈 역시 430mm 풀사이즈로 늘어났고, 디스플레이 역시 3.3인치 듀얼 AMOLED를 갖췄다. W20과는 AES/EBU가 싱글 출력이라는 점, 전원부가 배터리 대신 리니어 전원부라는 점 등이 다르다.

N100은 N10의 보급형 모델. 먼저 나온 N100H의 디지털 출력이 USB 하나뿐인 이유다. 2TB HDD, 120GB SSD, 리니어 전원부, 3인치 싱글 AMOLED. N100C는 2017년 8월에 나왔는데, 기존 N100H가 디지털 출력이 USB 하나뿐이어서 애로를 겪는 유저들을 위해 동축(Coax) 출력을 추가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용량도 4TB HDD, 240GB SSD로 늘어났다.

한편 N100H와 N100C 사이, 정확히는 2016년 8월에 오렌더 처음으로 DAC(듀얼모노)를 내장한 네트워크 플레이어 A10이 등장했다. 때문에 XLR, RCA 아날로그 출력단이 있다. 외장 DAC이 별도로 있어야 하는 ‘불편함’을 일종의 올인원으로 해소시키려 한 것이다. 디지털 출력은 USB만 가능하지만, 디지털 광입력이 가능하다. 4TB HDD, 120GB SSD, 리니어 전원부, 3인치 싱글 AMOLED 구성.

ACS10 집중탐구

이런 맥락에서 볼 때, ACS10은 오렌더 최초의 CD 리퍼 이자 최대 HDD 용량(24TB)을 품은 네트워크 서버다. ACS는 ‘Aurender Content Server’(오렌더 컨텐트 서버)의 줄임말. 뮤직 대신에 컨텐트라는 단어를 쓴 것은 ACS10이 기존 뮤직서버나 스트리머 역할 뿐만 아니라 CD 리핑, 메타데이터 관리, 다른 오렌더 제품과의 통합 관리까지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터넷에 연결된 ACS10 한 대만 있으면 이 모든 것을 PC나 별도 IT 기기, CD 리퍼 도움 없이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관부터 본다. 통 알루미늄 절삭 가공의 매끈한 몸체가 ACS10에 이르러는 더욱 완성도를 높인 느낌이다. 오렌더 기종 중 가장 큰 4인치 풀컬러 IPS LCD 표시창 덕분으로 보여진다. 표시창 오른쪽 옆에는 재생, 멈춤, 플레이스트 선택 등을 할 수 있는 4개 버튼과 CD 리핑을 위한 트레이, USB 스틱 재생용 USB-A 단자가 마련됐다. 후면은 왼쪽부터 USB 오디오 2.0 출력단자, USB3.0 데이터 포트, 1GB 더블 아이솔레이트 LAN 포트, 1GB LAN 포트 2개, AC 파워 스위치, 소켓 순이다.

ACS10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트랜스포트이기 때문에 타이달, 코부즈, 멜론, 벅스 같은 스트리밍 음원이나 인터넷 라디오, NAS를 직접 재생할 수 있다. 특히 타이달보다 클래식 카탈로그가 많은 코부즈와 국내 스트리밍 앱 지원은 룬에는 없는 기능이어서 개인적으로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바다. 타이달의 경우 MQA 코어 디코더를 별도로 구매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 커넥트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원부는 풀 리니어 구성이며, 순간적인 전원 차단의 경우에도 슈퍼 커패시터를 통해 전원공급이 가능하다(UPS. Uninterruptible Power Supply).

하지만 ACS10의 핵심은 역시 CD 리핑 기능이다. CD 트레이 메커티즘은 티악(Teac) DVD-ROM, 리핑 소프트웨어는 ‘AccuratRip’을 썼다. CD를 올려놓고 트레이를 들여보내면 ACS10이 알아서 모든 것을 해준다. 리핑 시간은 5분 미만이었는데, 리핑이 끝나면 자동으로 트레이가 나온다. 한마디로 원터치 작동인 셈. 하지만 리핑만 되고 플레이는 안 된다. 앨범 재킷 사진을 포함한 각종 CD 정보는 ‘freeDB’와 ‘MusicBrainz’, 그리고 구글에서 가져온다. 저장 포맷은 FLAC, WAV, AIFF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최대 100장까지 자동 리핑하는 아크로노바의 ‘Nimbie Autoloader’도 조만간 소프트웨어로 지원할 예정. 님비 오토로더를 USB3.0 포트에 꽂기만 하면 된다.

저장용량은 3.5인치 HDD(Western Digital) 듀얼 구성으로 최대 24TB까지 가능하다(8TB, 16TB는 WD Red, 24TB는 WD Gold). 시청 모델은 16TB 사양으로 ‘Raid 1’ 미러 방식을 디폴트로 채택, 실제 8TB 저장공간을 확보했다. 오렌더의 특징인 캐싱 플레이는 240GB SSD(24TB는 480GB)에서 이뤄진다. DRAM은 8GB(8TB), 16GB(16TB), 24GB(24TB) 사양이다.

리핑한 음원, HDD 저장 음원, NAS 저장 음원은 새 ‘ACS Manager’ 앱을 통해 이뤄진다. 일종의 관리 앱인데, 직접 해보니 그 기능이 막강했고 작은 것 하나까지 철두철미했다. 아티스트, 앨범, 장르, 작곡가, 지휘자 등 각 항목을 편집할 수 있는 ‘스마트 태그 에디터’, 폴더를 복사할 수 있는 ‘스마트 카피’, 각종 세팅 값을 건드릴 수 있는 ‘설정’ 등이 꼼꼼하면서도 직관적으로 펼쳐졌다. CD를 중복해서 리핑한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덧붙이기, 건너뛰기, 덮어쓰기) 묻는 대목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기존 오렌더 앱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이는 ACS10이 다른 오렌더 기종과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적으로 통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W20이나 N10을 이미 쓰고 있는 유저라면 오렌더 앱에서 서버로 W20이나 N10을 선택하고, 추가로 ACS10에 저장된 음원이나 리핑 음원을 불러올 수 있다. 최대 24TB 저장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ACS10을 메인 서버로 선택한 뒤 추가로 W20이나 N10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ACS10의 더블 아이솔레이트 LAN 포트를 통할 경우 W20의 음질이 더욱 좋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CD리핑 테스트

직접 CD를 리핑해봤다. 제니스 이안의 ‘Breaking Silence’ CD다. 전면 표시창 옆 맨 위 버튼을 눌러 리핑 화면을 선택한 뒤 맨 아래 버튼을 누르니 트레이가 스르륵 튀어나온다. 리핑 진행 상황은 표시창에 막대그래프로 표기된다. 본체 디스플레이에도 앨범 재킷과 제목, 아티스트 이름이 뜬다. 12트랙 중에서 1트랙, 2트랙 리핑이 완료됐음도 숫자로 보여준다. 전체 리핑 시간은 5분이 채 안 됐고, 리핑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리핑이 끝나면 저절로 트레이가 나온다.

오렌더 앱으로 확인해보니, 새 앨범이 추가됐다. 아티스트 이름에 ‘Janis Ian’, 앨범 이름에 ‘Breaking Silence’, 트랙은 전체 12트랙이 깔끔하게 리핑 됐다. 1번 트랙 ‘Ride Me Like A Wave’를 선택하면 ACS10 디스플레이에 컬러 앨범 재킷이 뜨고 곧바로 재생에 들어간다. 오렌더 관리 앱(ACS Manager)에서는 리핑 히스토리 맨 위에 ‘Breaking Silence’ 앨범이 리핑 날짜 표기와 함께 올라가 있다. 앨범 재킷의 후면 사진까지 볼 수 있어 신기했다. 리핑 중에도 다른 음원 재생이 가능했다.

셋업 및 시청

시청은 코드의 업스케일러 Blu MKII와 DAVE DAC, 프리앰프 CPA 5000, 모노블럭 파워앰프 SPM 1400 MKII를 동원했다. 스피커는 최근 론칭한 PMC의 플래그십 Fenestria. 테스트 곡으로는 주로 타이달, NAS 음원, CD 리핑 음원을 들었다. 몸풀기로 블론디의 ‘The Tide Is High’를 타이달로 들어보니 초하이엔드 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졌다. 극강의 해상도와 또렷한 윤곽선, 싱싱하고 파릇파릇한 음이다. ACS10이 음원에 담긴 거의 모든 정보를 경쾌하고 빠르게 술술 뒷단으로 넘여준다는 인상. 오렌더 제품이 이렇게 즐겁게 노래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

Breaking Silence

CD를 리핑한 앨범에서 한 곡을 골랐다. 오렌더 앱의 플레이 버튼을 터치하자마자 그녀가 시청실로 갑자기 훅 들어온다. 그리고는 정면 벽에 기대 조용히 노래를 한다. 애매한 구석 없이 또렷한 음상이 대단하다. 거칠 거나 메마른 구석도 없다. 저장 음원이라서 그런지 스트리밍 플레이 때보다 노이즈가 더 없어진 느낌. 확실히 배경의 적막감과 음 자체의 무게가 늘어난 것 같다. 음의 결이 좀 더 고와지고 차분해진 면도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때도 그렇고 저장 음원 때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플로어 노이즈가 낮은 덕분에 제니스 이안의 발음이 분명하게 잘 들린다. 그녀 뒤편 아래쪽에 있는 피아노도 분명한 어조로 연주한다. 윗급인 N10은 물론 W20도 바싹 긴장해야 할 정도의 음질을 선사한다.

오렌더가 원래 이랬었나 싶을 정도로 편안하고 보드라우며 폭신한 음이 계속된다. 개인적으로 오렌더는 한 치의 빈틈도 없는 대쪽같은 예각의 음이었는데, ACS10에서는 그런 이미지가 거의 휘발된 것 같다. 시청 내내 가장 많이 메모했던 단어가 ‘편안하고 소프트하다’였다. 오렌더의 음악성이 ‘갑자기’라고 말할 정도로 높아진 것 같다. 음의 결이 아주 곱지만, 그렇다고 흐릿하거나 대충 넘어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해상력의 정도를 지키면서 음과 음 사이를 보드랍게 메웠다는 인상이다. 맞다. 매끄러워진 음이다. 시청이 끝난 후 이 곡을 W20으로 다시 들어보니 활력, 디테일, 선명함 이런 면에서 W20이 몇 수 위의 실력을 선보인다. 음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Andris Nelsons, Leipzig Gewandhaus Orchestra - Bruckner Symphony No. 3

Bruckner, Wagner

이 곡 3악장 초반 10여 초는 둔한 시스템에서 작은 볼륨으로 들으면 거의 안 들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들려 내심 크게 놀랐다. 그야말로 시스템 전체가 노이즈 관리를 극강으로 해놓은 상태. 미세음량에서도 정보량의 손실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대음량으로 넘어갈 때는 그야말로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어느새 0에서 100이 돼 버린다. 다이내믹 레인지의 그 이음매가 정말 매끄럽다. 음의 결은 보드랍고 촉촉하며 싱싱한 쪽. 색 번짐 없이 윤곽선이 깨끗한 음이 계속됐다. 확실히 평소 듣던 오렌더 소리보다 한결 차분하고 예뻐졌다. 컬러풀한 앨범 재킷 사진을 4인치짜리 디스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W20과 음질 비교 및 연동 테스트

ACS10의 장점 중 하나가 기존 오렌더 제품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으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우선 오렌더 앱에서 서버를 선택하니 ACS와 함께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 있는 W20 2개가 뜬다. 이 상태에서 W20을 메인 서버로 선택하니 자동으로 ACS10을 불러올 수 있게끔 돼 있다. ACS10으로 리핑한 제니스 이안의 음원을 ACS10 HDD에 저장해놓고 이를 W20으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테스트는 못 해봤지만 N10 유저도 이같은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적으로 ACS10과 W20을 연동시켜봤다. 즉, 메인 랜선을 ACS10에 꽂고, ACS의 더블 아이솔레이트 랜 포트와 W20의 랜 포트를 랜 케이블로 연결했다. 이때의 음질과 랜선을 직접 W20에 꽂았을 때 음질을 맞비교해봤다. 위에서 들었던 브루크너 교향곡을 W20으로 다시 들어봤다.

먼저 직접 랜선을 받아서 W20으로 들었다. 맞다. 확실히 W20이 상급기다. 음에 좀 더 에너지감이 실리고 스케일이 커지며 동작이 분명해진다. 음의 윤곽선은 더욱 진해졌다. 음의 밀도와 다이내믹스 역시 확 늘어났다. 시청 내내 ‘역시’라는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이어 ACS10의 더블 아이솔레이트 랜 포트에서 랜선을 뽑아와 W20으로 다시 들었다. 음의 표정이 밝아지고 경쾌해진다. 노이즈가 더욱 줄어든 느낌. 차분한 구석이 늘고 음상은 더욱더 또렷해졌다. 포커싱이 좀 더 잘 된 느낌. 단언컨대, W20 혹은 N10 유저 입장에서는 ACS10 추가로 저장용량 확보와 함께 음질 개선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직접 랜선을 꽂았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음이 말쑥해진다.

총평

2013년부터 달려온 오렌더의 질주가 결국, 이 ACS10을 향한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시청이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1) CD 리핑을 통해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직접 끌어들여 직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2) 룬에서는 할 수 없는 코부즈와 멜론, 벅스를 한 자리에서, 한 앱으로 즐길 수 있다. 3) 최대 24TB 저장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정도 되면 굳이 NAS가 필요 없는 수준이다. 4) 최대 480GB SSD를 통해 이뤄지는 캐싱 플레이의 정숙성은 기본이고, 4인치 컬러풀 앨범 재킷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5) 기존 W20, N10 유저라면 ACS10의 리핑 음원과 저장 음원을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데다, ACS10의 더블 아이솔레이트 랜 포트 연결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다. 오렌더의 독자 디지털 생태계가 비로소 완성된 것 같다.

김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