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회후기]262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 후기
이국적 북유럽 사운드에 취하다

HIFICLUB 2019-02-2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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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하이엔드 전성시대

 

 

우리는 오랫동안 미국과 영국의 하이파이 오디오 자장 안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BBC 계열 모니터 스피커를 비롯해 탄노이와 B&W, 린 그리고 네임과 사이러스 등 영국은 말 그대로 해가 지지 않는 오디오의 천국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리 크지 않은 사이즈에 효율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그들의 디자인은 우리네 주거환경에도 아주 잘 어울리는 형태를 띠었습니다. 반면 미국의 하이파이 오디오는 커다란 주거환경에 어울리는 중후장대한 사이즈를 자랑했습니다. 그것은 20세기 후반 경제 부흥의 산물이었습니다. 

 

부의 상징으로서 오디오는 가솔린을 먹는 하마 같은 자동차처럼 크기로 압도했습니다. 크기뿐만 아니라 매우 커다란 음장 스케일을 자랑했고 저역은 낮고 강력했습니다. 저 멀리 JBL에서부터 윌슨오디오, 틸, 헤일스 등 신흥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 모두 이런 특징을 가집니다. 앰프에선 더욱더 가열찬 스케일을 과시했습니다. 수백 와트의 A클래스 증폭을 자랑하며 세상에 못 울릴 스피커는 없다는 캐치프레이즈를 펼쳐나갔습니다. 크렐과 마크 레빈슨 그리고 볼더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전기세를 감당하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소형 아파트가 더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기 소모 등 효율을 강조했습니다. 작은 공간에서 커다란 스피커 또는 커다란 음장 스케일을 그리는 오디오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게다가 수십만 원이 넘어가는 전기요금이 다른 것도 아닌 오디오로 인해 촉발된다면 아마도 안주인의 원성에 오디오가 미워질지도 모릅니다. 과거 커다란 거실 한 편을 모두 하이엔드 오디오와 홈시어터 시스템으로 채워놓고 즐기던 가장의 권위는 확실히 낮아져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슬프지만 이런 상황에서 북유럽 제품들은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케아 등 유럽 가구는 한국 상륙 이후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이후 수입된 북유럽 리클라이너는 하이파이 오디오 마니아들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오디오 또한 디자인 강국인 스칸디나비아반도 출신 메이커들이 디자인 및 사운드 관련 상을 휩쓸고 있습니다. 하이엔드 오디오도 언제부턴가 유럽의 강세가 뚜렷합니다. 골드문트, CH 프레시전, 소울루션, 다질 등 스위스 메이커는 유럽 하이엔드 오디오의 이정표가 되었고 MBL, 오디오피직, 펜오디오, 오디오넷, T+A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비범한 오디오 메이커들이 유럽을 벗어나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예술적인 디자인 및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는 만듦새는 물론 음질까지 전 세계인의 입맛을 자극하며 바야흐로 유럽이 세계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오디오의 진수 - 일렉트로콤파니에

 

 

 

일렉트로콤파니에는 1973년으로부터 그 연혁을 시작하는 노르웨이 오디오 메이커입니다. 아마도 국내 수입된 것은 한참 이후지만 그들의 사운드는 시작부터 노련했습니다. 1970년대라면 일본이나 미국의 수많은 리시버, 진공관 앰프들이 생각나는 시절이지만 일렉트로콤파니에는 시작부터 남달랐습니다. 이번 시청회에서는 바로 일렉트로콤파니에의 EC 4.8 프리앰프 및 AW250R 파워앰프를 통해 그들의 설계 특징 및 음질적 매력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시스템은 린의 통합 올인원 네트워크 플레이어 Exact를 음원 소스기기로 사용하고 앰프는 일렉트로콤파니에를, 스피커는 B&W 803D3으로 셋업 했습니다. 

 

 


 

 

노르웨이의 마크 레빈슨

 

 

일렉트로 콤파니에는 1973년 Per Abrahamsen과 Svein Erik Børja 등 두 명의 진취적인 엔지니어가 설립했습니다. 당시 노르웨이의 명분 공대 탐페레 공대의 교수 Matti Otala 박사는 앰프의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 중 ‘TIM’, 즉 ‘Transient Inter Modulation’을 규정하고 이에 관한 이론을 정립해 학계에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렉트로콤파니에는 바로 Otala 박사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앰프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들이 처음 만든 앰프는 그래서 ‘Otala 앰프’로 불리기도 하면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TIM은 THD를 개선하기 위해 당시 앰프 제조사들이 과도하게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 경우에 생겨나는 현상으로 이때 만들어지는 디스토션을 ‘TIM’이라고 합니다. THD를 높이려고 하다가 오히려 동적인 특성이 왜곡되어 금속성의 딱딱한 소리가 나게 되는 것이 바로 TIM 때문입니다. 

 

 

Jacintha - Moon River

Autumn Leaves

 

초장기부터 이런 과학적 이론을 근거로 앰프를 제작해온 일렉트로콤파니에의 소리는 매우 투명하면서 따스한 온기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해상도와 스피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하고 기품 있는 소리를 낼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죠. 예를 들어 야신타의 ‘Moon river’같은 고음질 음원을 재생하며 자칫 차갑게 들릴 수 있는 다이아몬드 트위터도 중역과 고역을 매우 온도감 있게 재생합니다. 촉촉한 물리적 촉감과 고운 입자감 덕분에 음악을 분석하기보단 그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보컬의 치찰음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등 매우 명료하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이 매력적입니다. 803D3의 해상력을 뭉개지 않으면서도 도도하고 고급스러운 소릿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히 ‘노르웨이의 마크 레빈슨’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소리입니다.

 

 


 

 

해상력과 음악적 울림의 조화

 

 

 

THD+N과 네거티브 피드백 또는 피드백을 전혀 걸지 않는 최근 하이엔드 앰프의 다이렉트 커플링 방식 등 순도 높고 정확한 소리를 위해 여러 기술이 도입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 최고라고 할 수 없으며 청감상 뛰어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겠죠. 스펙이 좋다고 청감상 음질이 항상 좋지는 않다는 걸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일렉트로콤파니에는 최고 수준의 스펙을 보이면서도 청감상 음질도 양립시키려는 노력한 결과가 EC 4.8 프리앰프와 AW250R 파워앰프입니다.

 

 

Cannonball Adderley - Autumn Leaves

Somethin’ Else

 

이런 부분은 배음 표현에서 증명됩니다. 캐본볼 애덜리의 ‘Autumn leaves’를 들어보면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 및 존 콜트레인의 색소폰을 모두 들을 수 있지만, 복잡 미묘한 화성과 하모닉스 표현이 조금만 엇나가도 매우 건조하고 거칠게 들릴 소지도 많습니다. 그러나 앰프의 민낯을 모두 드러내 주는 다이아몬드 트위터에서도 갈라지거나 피곤한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무척 농축된 고밀도의 트럼펫과 가을 거리를 나뒹구는 갈색 낙엽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색소폰이 나긋나긋하게 공간에 스며듭니다. 각 악기의 대비가 매우 뚜렷하게 느껴지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잘 빚은 프리앰프의 저력 - EC 4.8 

 

 

 

여기서 잠시 일렉트로콤파니에 EC 4.8에 대해 얘기하자면 겉으로 보기엔 무척 슬림하고 그 흔한 볼륨 노브도 없어 매우 단출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고가 하이엔드 프리앰프의 묵직하고 커다란 자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부를 보면 좌/우 채널을 PCB 기판까지 완전히 분리한 듀얼 모노 타입 설계며 이 외 컨트롤 부분 또한 별도의 기판에 설계해 각 부문의 간섭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이 프리앰프는 그리 높지 않은 가격대지만 그 성능은 EC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나며 동일 가격대는 물론 훨씬 더 비싼 프리앰프의 킬러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MBL 6010과 비교해도 그리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Nikolai Rimsky Korsakov - Dance of tumblers

Tutti: Orchestral Sampler

 

기세를 몰아 좀 더 높은 다이내믹스 폭과 사운드스테이징을 실험해보기로 했습니다. [Tutti] 샘플러 중 ‘Dance of the tumblers’를 재생했을 때 아주 작은 약음에서 강음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힘이 쪼개져서 표현됩니다. 대개 기음만 강조해 순간적 쾌감을 전달하는 앰프가 처음엔 좋은 앰프처럼 여겨지죠. 하지만 그런 앰프들은 단시간의 쾌감은 높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음악을 더 듣기 싫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렉트로콤파니에로 구동하는 B&W 803D3의 경우 대역간 매우 자연스러운 밸런스가 특히 돋보이며 여러 악기들의 총주에서도 유기적으로 잘 짜여진 벨벳 같은 음결이 펼쳐집니다. 오래 들어도 전혀 피곤하지 않습니다.

 

 


 

 

8옴 250와트, 그 이상의 힘 - AW250R

 

 

 

이런 마이크로 다이내믹과 매크로 다이내믹스의 완성도는 파워앰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AW250R은 일렉트로콤파니에의 독보적 기술인 FTT, 즉 ‘Floating Transformer Technology’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일반적인 전원부보다 두 배의 전류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8옴 기준 250와트지만 보편적인 250와트급 대출력 앰프에서 잃기 쉬운 음악적 뉘앙스, 온도감과 촉감이 마치 A클래스 같은 수준으로 느껴집니다. 게다가 스피커의 임피던스가 순간적으로 1옴까지 떨어지더라도 너끈히 1100와트를 뿜어낼 수 있을 만큼 스피커 대응력이 탁월한 앰프입니다.

 

 

Saint-Saens - Danse Macabre

Saint-Saens : Danse Macabre, Phaeton, Havanaise Etc.

 

이어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들어보면 파워앰프의 특성이 기민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AW250R은 보기엔 매우 차갑고 냉정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실제 들어보면 검은 패널처럼 약간 어둡고 중역대 디테일이 매우 뛰어나 특히 현악이나 피아노 등 클래식 악기들의 재생에 탁월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탄성이 좋아 맺고 끊는 모습이 단호하면서도 딱딱하게 끊긴다는 느낌 없이 유연한 보잉을 이어갑니다. 긴장감이 너무 크지도 너무 이완되어 내성적인 소리도 아닙니다. 각 악기들은 유연하게 탄성을 가지고 표현되며 각 악기 사이의 거리도 충분히 표현해줍니다. 현대적인 초하이엔드 앰프의 광대역, 초스피드의 냉정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으며 특히 바이올린의 끝단에 묻어나는 고혹적인 색채감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Dire Straits - Sultans of swing

Dire Straits

 

좀 더 파워풀한 저역과 다이내믹스, 리듬감을 테스트해보기로 하고 몇 가지 팝, 록, 가요 음악을 들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Sultans of swing’같은 곡에서 드럼 풋웍은 단단하면서 그 특유의 탄성을 잃지 않습니다. 순발력 넘치지만, 무척 육중하고 중후한 느낌보단 진하면서도 날렵한 표현과 해상력에 강점이 있습니다. 과장 없이 매우 적절한 양감을 보여주어 803D3와 함께 방에서 운용하더라도 부밍 걱정을 없는 저역 퀄리티입니다. D클래스 앰프처럼 너무 매정하지도 최근 고출력만 앞세운 중저가 앰프처럼 억센 소리도 아닙니다. 중용적인 밸런스 감각과 고운 입자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리듬감 넘치는 소리를 다이내믹하게 표현해줍니다.

 

 


 

 

이국적 북유럽 사운드를 만끽하다

 

 

우리는 대부분 영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하이엔드 사운드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매우 뛰어난 사운드를 들어도 편협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유럽 메이커 그리고 동유럽 하이엔드 오디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제 영미권 사운드에 흥미를 잃은 오디오파일의 자연스러운 전이 현상입니다. 페즈 오디오 같은 진공관 메이커, 쓰락스 같은 불가리아 출신 오디오 메이커가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체르노프는 이미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펜오디오는 물론이며 덴마크는 오래전부터 북유럽의 대표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강국이었습니다. 그중 노르웨이의 일렉트로콤파니에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북유럽의 대표적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입니다. 이번 EC 4.8 프리앰프와 AW250R은 그들의 대표작 중 하나로서 이미 검증된 실력을 확인해보는 자리였지만 기대 이상의 사운드로 참석하신 분들의 흥미를 자아내게 했습니다. 영미권 하이엔드 사운드에 지쳐 흥미를 잃었다면 일렉트로콤파니에는 오디오 취미에 훌륭한 전환점이자 기폭제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