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 후기
음악에 혼을 불어넣다
하이엔드 혼의 최강자 - 아방가르드 어쿠스틱
독일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은 혼 스피커를 현대 하이엔드 리스너의 취향에 맞게 혁신하고 있습니다. 과거 웨스턴 일렉트릭으로부터 알텍 등 극장에서 사용하던 스피커들은 지금도 빈티지 마니아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엄연히 커다란 공간을 압도적인 음압으로 채워야 하는 극장 공간을 기반으로 설계된 스피커이기 때문에 가정용으로 사용하기엔 여러 난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혼 스피커는 인류가 개발해낸 스피커 형태 중 가장 이상적인 방식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여전히 과거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사용한 혼을 다이내믹 우퍼와 함께 혼용해서 멀티 앰핑 등을 사용해서 즐기곤 합니다. 그리고 클립쉬는 물론 일부 메이커에서 혼 스피커를 현대화시켜 계속 출시하곤 합니다.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은 이런 혼 스피커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이번 시청회는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에서 출시한 UNO XD Fino 에디션을 주인공으로 초빙했습니다.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엔 실제로 상당히 다양한 모델이 존재합니다.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 셋업되어 있는 Trio Classico XD에서부터 그 아래엔 Duo가 있고 그리고 그 아래에 Uno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방가르드의 혼 기술을 기가 막히게 변주해 완성한 컴팩트 액티브 혼 스피커 시스템 Zero 1 XD도 주목할 만합니다.
하지만 Trio 나 Duo 라인업은 워낙 그 크기가 크고 펼쳐내는 스케일이 굉장히 넓기 때문에 보편적인 가정에서는 운용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커다란 음압을 자랑하는 혼 스피커 특성상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의 순정 앰프가 아니면 제 성능을 발휘하기 힘든 면도 있고 여타 앰프로 구동할 경우 세심한 앰프 선택이 요구됩니다.
가정에서 즐기는 혼 사운드 - UNO XD Fino 에디션
하지만 UNO XD Fino는 아방가르드 어쿠스틱 뿐 아니라 어떤 혼 스피커 메이커의 제품보다도 뛰어난 혼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면서도 국내 가정환경에 적합한 스케일을 가진 제품입니다. 원래 상위 기기로 UNO XD가 있었지만 보다 용적을 줄여 스케일을 약간 줄이되 음질적인 측면은 그대로 유지해 아방가르드의 아름다운 혼 사운드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모델입니다.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의 비교적 작은 모델이긴 하지만 혼의 높이가 있기 때문에 아주 작다곤 할 수 없습니다. 높인가 1,255mm, 넓이는 500mm, 깊이는 590mm입니다. 또한 무게는 개당 74kg에 이르는 육중한 몸체를 자랑합니다. 우리가 과거 혼 스피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페라이트 마그넷을 사용한 유닛을 사용하고 혼을 활용해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혼의 장점을 융합해내고 있습니다. 우퍼는 10인치, 미드레인지엔 5인치 그리고 트위터엔 1인치 유닛을 사용해 무려 30Hz에서 20kHz까지 광대역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죠.
Michael Jackson - You are not alone
History : Past, Present and Future, Book I
일단 마이클 잭슨의 ‘You are not alone’ 같은 곡을 재생하니 과연 혼 스피커의 그 우렁차며 부드러운 사운드가 하이파이클럽의 메인 홀을 꽉 채웁니다. 음압이 무려 107dB 정도로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들의 음압이 기껏해야 90dB 안팎인 것을 감안하며 굉장히 커다란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와 시청자의 주변을 구름처럼 감싸옵니다. 하지만 오히려 상위 모델보다 반응 속도는 빠르고 핀포인트 포커싱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위 기기와 스케일 차이가 아주 크진 않습니다. 오히려 일반적인 가정에선 부밍이나 부스트 없이 더 알맞은 저역을 내주어 활용하기 좋은 스피커입니다.
500와트 앰프를 내장한 액티브 방식 저역 설계
UNO XD Fino는 후방에 Trio Classico 모델이 조금은 머쓱해지는 소리로 청중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가격은 거의 1/8 가격이지만 성능은 70%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방가르드의 여타 스피커도 마찬가지지만 아방가르드는 저역을 액티브 방식으로 설계합니다.
그 이유는 각 대역간 스피드 정합이 쉽지 않고 저역과 고역 재생에 있어 혼 사운드를 적절히 융화한 앰프 매칭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거 혼 스피커를 사용하는 경우 멀티앰핑을 많이 하지만 수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고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기도 하죠.
UNO XD Fino는 과감히 저역 드라이브 유닛을 구동하는 앰프를 내장시켰고 볼륨 레벨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해주었습니다. 혼 스피커를 사랑하면서도 멀티앰핑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주저했던 오디오파일에겐 정말 고마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앰프 최대 출력은 500와트, 게다가 내부엔 파라메트릭 10밴드 이퀄라이저를 내장해 아주 세밀한 음질 보정까지 가능합니다. 더 이상 고가의 외부 크로스오버나 룸 보정을 위해 커다란 돈을 쓰고도 좌절하는 일은 적어도 아방가르드 어쿠스틱 스피커를 쓰는 이상 있을 수 없습니다.
Beethoven: Symphony No. 3 - Criola Qverture
D 클래스 500와트(RMS) 앰프로 제동하는 베이스 우퍼의 능력은 대편성 오케스트라 녹음에서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해주었습니다. 웨이버사 W 코어/W 라우터 및 마이트너 신형 MA1 V2 DAC를 소스기기로 사용하고 중고역에 매킨토시 MA9000을 매칭한 시스템에서 UNO XD Fino는 넘칠 정도로 커다란 임팩트와 폭넓은 다이내믹스를 보여주었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중 ‘Criola Overture’에서 적막을 가르는 관악과 현악기의 움직임은 무척 묵직하고 힘차게 공간을 누빕니다. 귀가 아닌 몸으로 음악을 듣는 듯 소리의 물결에 흠뻑 젖어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기자기하게 정밀하고 세부적으로 분석하면 듣기보단 큰 볼륨으로 공간을 충만하게 채우며 음악 속을 풍덩 빠져들게 만드는 소리입니다.
20인치와 5인치 혼의 우아한 동거
이러한 UNO XD Fino 의중, 고역 소리는 무엇보다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의 스페리컬 혼에서 기인합니다. 과거 90도 정도 각도의 혼에 비해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의 독보적인 스페리컬 혼은 180도로 소리를 방사합니다. 전대역에 걸쳐 매우 선형적인 소리 방사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설계시 매우 정밀하게 계산된 소재와 디자인으로 만들어집니다.
UNO XD Fino는 총 두 개의 혼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일단 고역엔 5인치 혼을 장착했는데 3kHz에서 20kHz까지 광대역을 커버하면서도 인간에게 가장 민감한 대역을 담당하는 만큼 크로스오버에서 CPC 기술을 적용하고 커패시터는 단 한 개만 달아놓았습니다.
이런 독보적인 유닛, 크로스오버 그리고 스페리컬 혼을 통해 롤오프가 없으면서도 부드럽고 우아한 고역을 내줍니다. 더불어 중역엔 무려 20인치 직경의 스페리컬 혼을 투입했으며 오메가 보이스코일과 CDC 기술을 투입, 290Hz에서 3kHz까지 대역을 풍부하고 디테일 넘치게 재생하고 있습니다.
Norah Jones - Come Away With Me
Come Away with Me
예를 들어 노라 존스의 ‘Come away with me’ 같은 곡을 들어보면 여타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재생하는 현대 하이엔드 사운드와 결 자체가 다릅니다. 최근 메이저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엄청난 고해상도, 분해력이 뛰어난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장착하고 밀폐형 타입을 선택해 매우 타이트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반면 UNO XD Fino는 살짝 긴장을 이완시키는 소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리의 해상도가 뭉개지진 않습니다. 초반의 브러쉬 사운드도 눈앞에 드러머가 있는 듯 생생하며 목소리 또한 마치 호롱불이 타오르는 듯 무척 자연스러운 음상이 형성됩니다. 스튜디오 녹음이지만 마치 어느 재즈 클럽에서 그녀의 공연을 바로 앞에서 보는 듯한 싱싱함은 절대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만들어낼 수 없는 소리였습니다.
매칭에 대한 고민을 털어버리다
아마도 UNO XD Fino 같은 혼 스피커를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보편적인 형태의 스피커들에 익숙한 마니아들은 과연 어떤 앰프를 매칭해야할지 걱정이 앞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UNO XD Fino의 앰프 매칭은 오히려 쉬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동이 어려운 저역 드라이버를 내장 앰프가 소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매우 능률이 높은 중, 고역 제동만 신경 쓰면 됩니다.
UNO XD Fino는 무려 107dB 고능률 스피커이기 때문에 대출력의 딱딱한 앰프를 매칭하기보단 오히려 저출력 진공관 앰프나 A 클래스 싱글엔디드 앰프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대신 그만큼 앰프의 순도가 떨어지면 노이즈도 잘 들리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 생산된 고품질 앰프가 어울립니다. 출력은 오히려 10와트 전후 3극 진공관도 상관없을 정도로 출력 수치는 낮아도 되지만 전원부가 충실하고 출력 순도가 높은 앰프가 좋습니다.
Maria Callas Pure
마지막으로 20세기가 낳은 인간문화재급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녹음을 들어보았습니다. 녹음 당시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그녀의 보컬 그리고 이를 제대로 재생해내지 못했던 당시의 오디오 기기가 한탄스러울 때만 많습니다. 사실 그녀의 보컬을 지금 녹음해서 들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그러고 싶은 목소리죠. UNO XD Fino 같은 혼 스피커의 강점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사람의 목소리, 성악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싱싱하고 아름답게 들립니다. 대체로 이런 모노 녹음은 답답하고 먹먹한 느낌 때문에 오디오 마니아들은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자주 듣지 않게 되지만 UNO XD Fino는 마치 최신 리마스터링 기술을 통해 변환한 듯 심도 표현과 다이내믹스가 상당히 개선되어 들립니다. 마치 잘 세팅된 하이엔드 아날로그 시스템을 통해 LP로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었습니다.
청음회를 마치며
아방가르드 어쿠스틱는 혼 스피커에 대한 크나큰 혁신을 이룬 스피커 메이커로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혼 스피커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세상엔 여러 방식의 스피커가 있으나 우리는 매우 대중화된 스피커만 사용하고 혼 같은 스피커는 동경만 할 뿐 다가가기 쉽지 않은 존재였습니다. 그 안에는 혼에 대한 오랜 편견, 즉 소리가 너무 드세다거나 피곤하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죠.
하지만 이는 과거 극장용으로 제작된 일부 혼 스피커 때문에 생긴 편견입니다.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은 가정용으로 무척 편안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음악 녹음 현장의 열기를 가감 없이 전달해주는 혼 스피커를 만들어내고 있어 전 세계 최고의 혼 스피커 메이커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특히 UNO XD Fino 에디션은 그들의 스피커 중에서도 상위 모델의 기술을 전수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적당한 사이즈로 출시되어 많은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상위 스피커에 대비해서도 음질 자체는 가격 차이만큼 크지 않은 모델로서 이번 시청회에서 그 능력을 한껏 뽐냈습니다.
시청회에 참석한 회원들도 모두 인정하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신청곡을 몇 곡 더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UNO XD Fino 에디션은 말 그대로 음악에 신선한 혼(魂)을 불어넣은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