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코드 디지털의 2막 1장
Chord Electronics Hugo M Scaler

코난 2019-05-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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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의 역사

 

 

디지털은 축소지향의 산물이다. 그리고 축소지향을 추동한 원동력은 복사와 이동 및 휴대 등 여러 편의성이다. 이 때문에 디지털은 여러 컨텐츠에게 더없이 위대한 자유를 선사했고 과거엔 상상도 못할 축복을 인간에게 선사했다. 한편 디지털은 축소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이동시킬 수 있었으나 꽤 많은 정보를 알게 모르게 잃어버렸다. 단순히 0과 1로 조합된 데이터라고 해서 간단해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그 형태를 디지털 변환했다가 다시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데는 매우 많은 오류들이 일어났다. 

 

 

 

 

음악을 듣는 일은 지극히 아날로그적 활동이다. 축소하고 저장해 이젠 피지컬 매체조차 필요 없는 시절이지만 이 또한 결국 아날로그로 환원해야만 실제 우리가 듣고 즐길 수 있다. 1948년 컬럼비아 레코드가 처음 LP를 출시했고 동시에 응용수학자 클로드 섀넌은 그의 수학 이론 관련 논문을 통해 샘플링 레이트와 디지털 오디오의 수학적 기초를 발표했다. 이전에도 이런 이론을 발표한 적이 있었지만 섀넌의 논문은 더욱 구체적이었다. 1980년대 드디어 나이키스트 박사의 디지털 이론에 근거해 16비트/44.1kHz 규격이 제정되었고 이는 수십 년간 레드북 시디라는 디지털 포맷의 뿌리로서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런 이론은 다분히 타협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후 DSD 포맷이 출시되었으나 안타깝게도 메인스트림으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모두 음원 포맷 시대를 맞이했다. 디지털의 CD로부터 시작된 타협적 논리였고 이를 여러 학자와 엔지니어들이 개선하고자 했다. 이것이 현재까지 디지털의 역사다. DSD 관련 포맷을 정하고 재생을 위한 알고리즘을 짠다던가 또는 CD의 디지털 포맷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양쪽에서 여러 기술을 개발, 적용해왔다. 그중 괴짜 한 명이 있다. 바로 롭 와츠라는 사람으로 현재 영국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코드의 모든 디지털 기기는 모두 롭 와츠 개인 이상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드 디지털의 2막 1장 M Scaler

 

 

디지털 신호를 받아 이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 출력하는 과정에선 여러 프로세싱이 필요하다. 단지 DAC 칩셋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서 DSP 프로그래밍 및 클럭, 전원 설계, 필터링, 아날로그 변환 회로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롭 와츠가 생각한 CD의 근원적 문제는 CD, 즉 16bit/44.1kHz 규격으로 양자화되어 기록된 포맷의 시간 차 표현 한계에 있다. 인간의 뇌는 4μs 까지 시간차를 인지할 수 있는 반면 CD의 경우 22μs로 느리기 때문에 디지털 음원은 실제 음악의 해상도를 심각히 저하시킨다고 결론내고 이런 디지털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 결과물이 우리가 알고 있는 WTA, 즉 ‘Watts Transient Alignment’ 필터다. 

 

 

 

 

몇 년 전 코드 일렉트로닉스가 출시한 DAVE DAC는 무려 164,000 개의 WTA 탭을 탑재하고 출시되어 파란을 일으켰다. 그 이전의 DAC64, QBD76 계열 등 그 모든 것들을 갈아엎는 결과였다. 그러나 끝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새로운 혁신이 시작되고 있었다. 롭 와츠는 CD에 대해 적용해야 하는 이상적인 WTA 탭 수는 100만 탭이라고 주장한다. 1980년대 CD가 등장했을 때 대학에서 사운드 관련 연구를 하고 있을 당시 이미 생각했던 이상적인 수치였다. 이후 코드 일렉트로닉스 같은 메이커에 컨설팅을 시작하고 엔지니어로서 연구를 거듭해나가면서 WTA 알고리즘을 개발, 계속해서 그 당시 실현 가능한 탭 길이로 증가시켜왔던 것.

 

DSP, FPGA 기술 등 논리 회로나 칩셋을 처리 속도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그는 100만 탭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고 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의 이미지 처리에 활용하는 고성능 FPGA ‘XC7A200T’를 사용해 이를 가시화시킬 수 있었다. 처음 100만 탭을 적용할 기기는 사실 AD 컨버터였다. 현재 개발 중인 DAVINA AD 컨버터가 그 주인공. 그러나 그 이전에 Blu MKII 트랜스포트에 투입되었고 이후 M Scaler의 완성형을 별도의 섀시에 담아 발매하기에 이르렀다. Blu MKII에 내장된 기술과 동일하지만 M Scaler에서 완벽한 독립 기기로 탄생한 것. 

 

 

 

 

그렇다면 왜 DAVE에 이 기술을 넣지 않고 Blu MKII에 넣는다거나 별도의 섀시에 담아 M Scaler를 따로 고가에 발매했을까? 실제로 그런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100만 WTA 탭을 실현하기 위해 연산량과 속도 등을 크게 올리면 클럭의 트레이드오프로 인한 노이즈도 함께 커지기 때문에 164,000 탭까지만 DAVE에 실현시킨 것이라고 한다. 

 

 


 

 

인터페이스 & 편의성

 

 

 

 

M Scaler의 외관은 그들의 여타 제품처럼 알루미늄 섀시를 기반으로 멋지게 가공되어 있다. 크기는 Hugo TT 시리즈와 매칭을 염두에 둔 듯 사이즈가 거의 동일하며 상판에 기하학적 무늬가 그려져 있다. 전면엔 좌측부터 VIDEO, INPUT, OP SR 버튼이 있고 우측으로는 DX 관련 버튼이 세 개 있다. 실제 외부 트랜스포트나 DAC 사이에 연결해 음악 감상을 하기 위해 사용할 경우 M Scaler는 그 사이에 위치시켜 사용한다. 따라서 중요한 기능은 입력(INPUT)과 출력(OP SR)이며 별도로 제공되는 리모컨으로 컨트롤하면 편리하다. 

 

 

 

 

M Scaler는 기본적으로 후면에 BNC 듀얼 입력 및 듀얼 출력을 마련해놓고 자사의 제품과 연계해 사용할 것을 목표로 제작된 제품. 그러나 꼭 그럴 필요는 없다. 갈바닉 아이솔레이션이 적용된 USB 입력을 활용해 USB 출력이 가능한 음원 트랜스포트나 스트리머와 사용도 가능하다. 또한 싱글 S/PDIF 출력을 활용해 보편적으로 싱글 동축 입력단을 보유한 DAC와 사용도 가능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 경우 업샘플링엔 한계가 있다. 듀얼 BNC 입력을 받는 코드 DAC와 연동시킬 경우 최대 705.6/768kHz까지 업샘플링이 가능하지만 싱글 S/PDIF로는 352.8/384kHz까지만 업샘플링이 가능하다.

 

 

 

 

참고로 트랜스포트로부터 신호를 입력받는 입력단에 따라 흰색, 노란색, 빨간색 등으로 표기되며 오토매틱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또한 출력 샘플링 레이트를 사용자의 선택에 맞기고 있는데 업스케일링 목표에 따라 빨강, 녹색, 파랑, 흰색 등으로 구분해주고 있다. 처음엔 약간 적응이 필요해 불편하지만 일단 세팅해놓으며 그리 건드릴 일은 없었다.

 

 


 

 

셋업 & 사운드 퀄리티

 

 

세팅 시스템은 필자의 개인 리스닝 룸에 설치된 다인 컨피던스 C4 및 제프 롤랜드 시너지 프리, 플리니우스 파워 등을 사용했다. 특히 음원 트랜스포트의 경우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 코어 및 W 스트리머를 사용해 최종적으로 W 스트리머의 USB 출력을 M Scaler에 연결하고 DAC에 싱글 S/PDIF 출력을 연결해 음질적 변화를 살폈다. DAC의 경우 마이텍 맨해튼 II DAC를 사용해 교차해가면서 비교했다. M Scaler의 출력 샘플링 레이트 세팅은 최고 단계로 선택해 싱글 S/PDIF 출력에서 최대 352.8kHz 또는 384kHz까지 업샘플링시켜 M Scaler 적용 전/후를 일일이 비교해보았다.

 

참고로 이런 기기들에서 더욱더 중요한 디지털 케이블은 매우 정확한 75옴 임피던스를 갖는 레퍼런스 케이블로서 신뢰가 높은 블랙캣 TRON을 사용했다. 한쪽은 XOX 어댑터를 사용해 BNC 출력에 대응하고 다른 한쪽은 XOX를 빼고 사용했다.

 

 

Cassandra Wilson - Time After Time

Closer to You: The Pop Side

 

몇 가지 곡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약 일주일 정도 사용해가며 들어본 소감은, 성능은 별개로 확실히 코드의 색채가 입혀진다는 것이다. 우선 음상이 약간 작아지면서 동시에 좀 더 명료하게 잡힌다. 카산드라 윌슨의 ‘Time after time’(16/44.1, Flac) 같은 경우 해상도가 높아져 음결이 좀 더 세밀하고 유연해진 모습. 배경도 말끔하고 악기와 보컬 등 모든 구성요소들이 선명해진다. 마치 외부 클럭을 적용한 듯한 변화와 유사한 공집합이 있다. 단, 소리의 전체적인 두께는 좀 더 얇아진 인상이다.

 

 

Ólafur Arnalds, Alice Sara Ott - Nocturne

The Chopin Project

 

앨리스 사라 오트와 올라퍼 아르날즈의 쇼팽 ‘녹턴’(24/96, Flac)에서 보여주는 음색의 변화는 꽤 드라마틱 하다. 일단 초반 피아노 타건부터 코드의 Cool&Clear 사운드로 변모된 소리를 쉽게 포착할 수 있다. 맨하탄 II DAC의 경우 스튜디오 모니터로 사용해도 될 만큼 안정적인 대역 밸런스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M Scaler는 코드만의 치밀하고 매끈한 소릿결을 입힌다. 바이올린 같은 경우도 빠른 동적 특성에 좀 더 활달하고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며 좀 더 현대적인 세련미를 더한다. 세부 디테일 상승을 통해 좀 더 짜릿한 쾌감을 준다.

 

 

Béla Fleck - Flight Of The Cosmic Hippo

 

여타 곡에서도 약간의 볼륨 감쇄가 느껴졌지만 저역이 강조된 녹음에서 특히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벨라 플랙의 ‘Flight of the cosmic hippo’(16/44.1, Flac)에서 제프 롤랜드 프리앰프의 볼륨을 두 단계 더 올려야 기존과 유사한 크기의 소리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이제야 대역 밸런스도 약간 달라지는 모습이 포착되는데 중역과 저역의 양감이 얇아진다. 대신 무척 선명하고 정확하게 정곡을 찌르는 빠른 저역 특성을 보여준다. 역시 코드의 특성이 음색 및 동적 특성 등 이곳저곳에서 묻어 나온다.

 

 

Gustav Mahler - Symphony No. 6

 

스테이징 관련해서 코드는 매우 정교하고 커다랗고 적극적인 무대를 그리는 족속이다. DAVE만 들어봐도 그런 면에서 어떤 DAC보다도 광활하고 입체적인 무대가 비교적 커다란 공간도 쉽게 장악한다. M Scaler을 장착할 경우 그 정도의 변화를 끌어내 본래 DAC의 특성을 흐리진 않는다. 그러나 말러 교향곡 6번 1악장(16/44.1, Flac)을 들어보면 확실히 무대의 깊이, 즉 심도는 깊어졌다. 이는 다른 장르에선 호불호가 가릴지 모르겠지만 여러 악기가 대거 출몰하는 이런 교향곡에선 확실히 장점이 있다. 이 외에 브리튼의 바이올린 협주곡(16/44.1, WAV)에선 카메라의 조리개 값을 낮춘 듯 악기의 초점이 더 또렷하게 맺히며 동적 움직임 표현, 다이내믹스 또한 상승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총평

 

 

1980년대 CD의 탄생과 그 탄생의 바탕이 된 기저 이론에 대한 문제 그리고 이후 여러 학자들과 현장의 엔지니어들이 이 타협적 포맷의 한계를 넘어서려 시도해왔다. 그에 따라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연구가 있었고 여러 성과가 있었다. dCS의 업샘플러나 에소테릭 등의 클럭 등 대단히 여러 각도에서 접근과 연구가 있었다. 이 모든 역사를 살펴보면 롭 와츠가 이상으로 삼았던 것은 결국 WTA 필터로 현실화되었고 이를 수혈받은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행운아였다. 대학에서 소리의 표본화 및 청각 심리 관련 연구를 했던 그의 이상이 이제야 100만 WTA 탭으로 일단락되었고 그것은 M Scaler로서 가능해졌다. M Scaler는 롭 와츠가 이끄는 코드 일렉트로닉스 디지털의 1막을 종결 짓고 2막 1장을 열어젖히고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FPGA

Xilinx XC7A200T

Filter tap length

1,015,808 WTA taps

Dimensions

235 x 40.5 x 236mm (WxHxD)

Weight

2.55kg

 

 

Chord Electronics Hugo M Sca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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